|
최근 들어 올림픽 이후, 중국팀의 독주 분위기에 개탄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듯 하네요.
이 문제에 대해 보다 더 객관적이고 조금 더 새로운 차원에서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다가 새로운 테마로 글을 적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F1 경기, 이제는 아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우리는 올림픽과 월드컵이 가장 중요한 스포츠 행사이지만, 많은 선진국에서는 F1이 최고의 빅 이벤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생산에 관심이 많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서의 인기가 매우 높지요.
F1 경기는 엄청난 굉음과 스피드로 자동차들이 달립니다.
이것이 스포츠인 것은 당연하지요.
경기에 참가하는 드라이버들은 그 엄청난 속도감 속에서 냉철한 판단력을 발휘해 운전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근력과 체력이 엄청나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F1 경기는 단순히 운전자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각 선수들은 특정 자동차 회사를 대표하는 선수들일 경우가 대부분이고 각 자동차 회사들은 이 대회를 위해서 해마다 특별한 자동차를 만들어 냅니다.
타이어도 중요한 요소이지요. 워낙 강력한 속도로 도로를 누비다 보니 타이어가 곧 소모되어 교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레이스 중간에 들러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타이어를 교체하느냐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타이어 교체팀도 전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어느 회사에서 타이어를 더 빨리 교체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서 순식간에 갈아 끼울 수 있다고 하면 그 선수가 유리하겠지요.
만약 어느 회사에서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타이어를 만들어서 그 타이어는 교체하지 않도록 전 레이스를 달릴 수 있게 된다면 그 회사가 우승하는 것이 매우 쉽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런데 F1 위원회에서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기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타이어는 다 00회사에서 생산된 ㅁㅁ타이어를 써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는 XX 회사에서 생산된 YY 자동차만 타라 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하면 우리는 경기에서 자동차 회사간의 경쟁은 제외 시키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자동차 경주를 하려면 수많은 연습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데, 그 광활한 경기장을 만들어 놓고 그 경기장을 질주할 선수들이 그 경기장 사용료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전력을 달리는 자동차에 들이 부어야 할 어마어마한 기름값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자동차가 아무리 평준화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어야 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이 모든 것이 선수 부담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레이서가 될 수 있을까요?
제가 아는 분이 젊을 때 꿈이 레이서였다고 하는데요, 레이서가 되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서 중도 포기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회사의 후원 없이는 레이서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F1 컵이 세계적인 경기로 성장하고 전 세계인의 이목을 주목시키는 대형 행사로 성장하게 된 것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먹여 살리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이 그 경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와 자본이라는 것은 항상 결부되어 있고 이것을 절연시키는 것은 여간 어렵지가 않습니다.
자본과 결부된 것이 스포츠라는 것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저는 최근에 자전거에 푹 빠져 있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자전거의 가격과 자전거의 성능은 엄청난 상관 관계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비싼 자전거를 가지지 않으면 일정한 정도 이상의 레이스 자체가 불가하지요.
자동차와 자전거 뿐일까요?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 하고 있는 수많은 스포츠 경기들은 대부분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스포츠의 또 다른 일면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스포츠는 더 큰 규모, 더 큰 무대로 자꾸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스포츠의 생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ITTF의 활동에 대해서 제가 일전에 ITTF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 용품사들의 이득이 줄어들게 되는 모험을 하기 어렵고 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투의 댓글을 단 적이 있는데요, 제가 그 글을 쓰면서 이런 류의 이론에 대해서는 다수 동호인들이 반감을 갖게 되리라는 우려가 들더군요.
그러나 사실 그럴만한 일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ITTF의 주된 역할은 탁구를 대중화 시켜 탁구 자체의 사이즈를 늘리는 문제를 포함해서 탁구 부흥과 관련된 수많은 일들입니다.
그런데 그 ITTF 조직을 움직이려면 자본이 필요합니다.
많은 임원들이 무보수 자원봉사를 요구 받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정말 그럴지는 저도 잘 모르겠구요, 임원들이 무보수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협회의 운영을 위해서는 많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ITTF는 그 자본을 여러 방식으로 충당하지요. 그 중의 하나는 용품사입니다.
용품사들은 ITTF에서 주최하는 수많은 대회에 스폰을 제공합니다. ITTF에 용품 테스트와 인증 비용을 지불합니다. 해마다 인증된 제품의 리스트 갱신 비용도 제공하지요.
ITTF 홈페이지에 배너 달고 그 배너 비용을 지불하는 그런 오픈된 영역만을 보는 것만으로는 다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측면들이 이 관계에는 존재하지요.
그러므로 ITTF는 이 용품사들이 더 많은 이익을 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나라는 희안하게도 반기업 정서가 강하지요.
일단 어느 기업에 대해서 불이익을 당한 소비자가 그 기업을 납작하게 해 주었다고 하면 매우 고소해 하고 통쾌해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 세계에 보편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반기업 정서가 강한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공적 협회가 어떤 용품사에게 이득이 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하면 그 내용 자체가 왠지 기분이 썩 좋지 못한 것이 우리네 당연한 이해의 폭인 듯 합니다.
그렇지만 한명의 매니아 탁구인으로부터 탁구닷컴이라는 탁구용품사를 설립하여 지금은 넥시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ITTF 와도 협력하고 있는 입장에서 들여다 보면 이 모든 과정들이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만한 것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탁구용품사들은 기본적으로 탁구인들의 만족을 증진 시켜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회사들입니다. 탁구인들의 만족도를 높이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지요.
그러면 ITTF에서는 탁구 부흥을 위해서 용품사들의 이익을 늘리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용품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탁구 시장 자체가 줄어들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자본이 적어지면 대형 행사 유치를 비롯해서 협회의 공식적 활동도 위축될 것이며, 또 탁구 부흥의 목표를 위해 뛸 수 있는 협회의 존재 자체가 어려워 집니다.
또 용품사들이 이익을 낼 수 있어야 탁구 부흥 자체가 가능하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ITTF와 용품사가 이득을 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우리 탁구인들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적은 내용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이라고 부르는 시각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진보적 시각이 많고 기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시각에 많은 의문을 제기했을 사람입니다. ^^ 그런데 실제 탁구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보수적 시각의 타당성을 많이 생각하게 되네요.
진보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 모든 과정은 의혹 투성이입니다.
ITTF는 경기인들이 공정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평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ITTF 는 경기의 공정함을 위해서 용품사들의 이익을 등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단순히 등지는 정도가 아니고 용품사의 난립을 막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 용품사가 표준화된 용품을 만들어서 지급하는 형태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들으시면서 뭔가 이상하지 않으셨나요?
보수적인 시각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민주주의의 시장 형태와 많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려 합니다. 그러나 평등은 균등이 아닙니다.
더 많은 자본을 가진 자가 더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지 않는 입장이지요.
그런데 이런 신뢰가 있습니다.
각자가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상태가 획일적 균등 사회에서 생산하는 총합보다 더 많은 가치와 이익을 산출하고 있다는 믿음이지요.
즉 각자가 자유롭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더 가진 자가 승리하는 것을 막지 않는 것이 획일적 균등화보다 낫다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진보적인 시각은 이것을 부정합니다.
전체의 부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각자가 소외되지 않고 자기 몫을 균등하게 나눠 가지고 있는가를 중시하지요.
그래서 사회주의 시스템이 우선시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더 나은지는 모르지요.
역사가 지나가면서 평가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습니다.
또 그 두 시스템이 딱 나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현실 정치 세계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역사의 흐름 속에서 결과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공산주의 경제 시스템의 몰락입니다.
사회주의 이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공산주의 국가들이 현실적으로 운영했던 중앙통제적이면서 균등 배분만을 추구했던 경제 시스템이 열등하고 또 현실적으로 성취가 어렵다는 것은 거의 증명이 된 상황이지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요.
누군가가 여전히 특혜를 누리는 권력 집중의 현상이 더 심하게 일어나더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인간의 본성상 균등 배분 상태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하는 심리적 문제도 있지요.
이제 탁구 얘기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중국은 과거 공산주의 국가였습니다.
그래서 수십년 동안 스포츠를 국가의 통제하에 두었지요.
탁구도 그 결과 중국 국가 대표 선수들은 특별 관리되어 왔습니다.
그 전통 하에서 중국 러버라는 특수한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특히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용하는 러버는 대단히 특수한 러버였습니다.
현역 선수들이 사용하는 러버를 구하는 것은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도, 감독도 할 수 없는 일이고, 저 역시 구하지 못합니다.
스웨덴의 스티가도, 독일의 티바도 구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러버가 결과적으로 중국팀의 독주를 유지시켜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과 감독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 탁구 동호인들도 ITTF가 제동을 걸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말씀도 하시구요...
그런데 이 경우를 잘 살펴 보면 우리가 어느 룰을 가지고 이 문제를 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만약 우리가 민주적 질서를 적용한다고 하면 이 경우 중국 국가 대표팀의 러버 공급을 ITTF가 되었던, 아니면 그 누가 되었던 가로막는 것은 불가합니다. 그 러버를 만드는 측이 그것의 공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강제하지 못하는 현실 체제가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강압적인 질서 체제보다 더 우월하고 발전된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사회주의적 가치관을 가지고 대한다면 균등 경쟁을 위해서 그런 러버 사용을 막는 방향으로 우리는 움직이려고 하겠지요.
이 경우 단기적 실익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대다수 용품업계의 몰락과 특정 업체의 특혜로 인한 부정부패 양산 등 악영향도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탁구계의 몰락도 충분히 예견되지요.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탁구협회가 중국팀의 특수한 러버 사용을 제동걸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룰만 가능하지요.
예를 들면 VOC가 함유된 것은 안 된다라는 식이지요.
그러면 지금의 상태가 바람직한가요?
물론 아니지요.
중국팀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러버를 중국팀만 소유하는 현재의 상황은 사실 공산주의 관행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DHS가 민영화 되어 지금은 Lining의 소유가 된 마당에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은 이익 극대화가 그 목표입니다.
그런데 자국팀의 우승을 위해서 그 목표를 포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우 비민주적이고 비이성적인 결과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결과 DHS는 우수한 중국 선수들을 전부 보유할 수 있습니다.
그 특수한 러버를 사용한다는 문제 때문에 중국 선수들은 DHS를 벗어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즉 중국 국가의 체제에 순응하지 않으면서는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국가로부터 제공되는 특수 용품으로 우승하고 있으므로 국가의 통제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그 결과 DHS는 비록 동일한 러버를 시장에 판매하지 않는데도 여전히 막대한 기업적 이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 사이클은 현재로서는 매우 공교하며 영속적으로 보입니다.
러버를 개발하여 국대에게만 제공함, 그 결과 국대 선수들을 소속 선수로 보유함, 국대 선수들을 바라보는 수많은 일반인들이 DHS 물건을 구매함, 그 결과 러버 판매 수익은 줄어들 수 있지만 국대 선수들의 우승은 따논 당상...그래서 지속적인 기업 수익이 그 선수들로부터 안정적으로 발생.... 뭐 이런 결과가 됩니다.
그러므로 DHS 의 현재 운영은 공산주의로부터 이어졌으되 현재로서는 수긍할 수 있는 좋은 이익 구조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독과점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술 개발 자체가 DHS에서 이루어 졌기 때문에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독과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농산물을 사재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시장에서 이것을 막을 도리가 없지요.
글이 산으로 가는 듯 하네요 ^^
그러면 DHS의 중국 국대 러버 독점 생산, 중국 국대 선수에게만 차별 지급, 그로 인한 중국의 독주 현상을 긍정적으로 볼 것인가 라는 문제가 대두되는데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이 현상으로 인한 현재적 불이익도 당연히 계산됩니다.
각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메달을 가져간다면 탁구 시장의 저변 확대는 당연한 것이지요.
우리 나라도 과거 88올림픽과 2002년의 올림픽 쾌거가 없었다면 지금의 탁구 인구는 훨씬 더 적어졌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길게 적은 글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이 중국의 국대 러버 독점 현상을 뭔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F1 얘기를 했는데요, F1의 경우는 각 용품사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제품 개발을 치열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점적인 강자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요.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보면 자본의 힘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에서 자동차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각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것이지요. 독점적 최강자가 안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지요. 또 F1의 결과 우승 회사에게 매출 이익 역시 돌아가는 면이 있기 때문에 그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탁구계는 아쉽게도 그런 만큼의 경쟁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국 DHS 사의 최상층 러버 독점... 그에 맞서는 유럽의 ESN과 몇몇 일본계 회사들이 있구요, 또 수많은 중국 러버 생산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DHS 사가 러버 판매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점착 러버라는 특수한 영역만을 줄기차게 개발해 오는 과정에서 세계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제품 개발을 해 왔고 지금으로서는 중국 시장만을 이끌어 오고 있지요. 또 실제 중국 국대 러버가 좋은 러버라고 하더라도 현재 유럽과 한국, 일본의 선수들이 그 러버를 받으면 바로 전형을 바꿔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러므로 DHS 회사에서 누리고 있는 이익도 어느 정도는 제한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여타 러버 회사들이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갈 가능성이 항상 있지요.
실제적으로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중국계 러버들이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럼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 탁구는 우선 전혀 국수적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제품이 대다수 시장을 장악하다가 최근에 유럽 제품들이 상당수 들어와서 치열하게 일본 제품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넥시도 그동안 성공적으로 블레이드 시장을 개척해 왔지요.
탁구만큼은 일본 제품, 중국 제품, 유럽 제품, 가리지 않고 수용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독도 문제 등을 비롯해서 한일간의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의 감정이 상당히 고조되어 있는데요, 그러나 일본 제품들이 최근 들어 고전을 겪고 있는 것은 그런 국민 감정과는 전혀 상관 없는 다른 변수들이므로 우리 나라는 탁구에 대해서만큼은 국수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일본 시장에서는 그 동안 유럽, 중국 브랜드들이 전혀 성공적이지 못했고 오직 일본 제품만 수십년간 시장을 석권했지요. )
한국 탁구가 국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자체 국내 브랜드가 성장할 여지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것이지요.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많은 용품사들이 국내 브랜드들을 표방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우리의 기술력에 의한 독특하고 우수한 제품으로 시장을 진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들도 있고 해외 기술력에 기대는 경우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총합적으로는 한국 브랜드 진입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노하우가 쌓이고 자본이 축적되면 우리 것들이 더 성장하겠지요.
이렇게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한국 브랜드들이 선수들에게 정착되고 실제 국가 대표팀의 용품으로 등장하려면 조금의 시차가 필요한 듯 합니다.
어린 선수들부터 한국 제품들을 사용해서 점차 우수한 선수로 자라나 가야 할 듯도 하구요...
그와 발 맞추어 제품의 성능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해 나가야 하겠지요.
한편으로는 답답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매우 길게 이런 저런 얘기를 다 적고 난 후에 결론으로 제시할 수 있는 얘기가 탁구 저변 확대, 국내 브랜드의 성장 등을 위해서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정도로 결론을 얘기하려면, 결과적으로 중국 독주도 막지 못하고 중국의 국대용 러버 독점 사용을 통한 우리 나라 선수들의 패배를 그냥 지켜 보자는 얘기가 되는 것 같지요.
그런데 저는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중국팀의 특수한 러버 사용, 특수한 연습과 전형 개발 등은 우리가 비난한다고 해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저들이 열심히 해서 이룩한 무엇인가에 대해서 우리가 시샘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탁구계의 기초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탁구 저변 확대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 넥시를 비롯한 국내 브랜드들이 성장하도록 도와 주는 것 등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면 용품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적어도 넥시라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세계 어느 나라 디자이너에 뒤지지 않을 우수한 제품 개발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러버 개발의 문제를 질문하셨는데요, 넥시가 새로운 러버를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러버는 손을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
지금 넥시는 그동안 여타 브랜드들이 도전해 보지 않은 가변반발력 극대화라는 매우 특이한 목표치를 가지고 제품 생산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리썸, 스피어를 비롯해서 스파르타쿠스, 아마존, 그리고 칼릭스, 칼릭스 2, 카보드에 이르기까지 이 목표는 넥시를 구동시키는 근본적인 에너지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특이함에 적합한 러버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지요.
최근까지는 1Q 러버를 표준 삼아 블레이드 개발을 지속해 왔습니다만, 그 이면으로 넥시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독특한 러버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러버라는 것은 화합물입니다. 즉 한번 포뮬러가 결정되어 완성품으로 산출되면 결코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최종 결과물이 산출되는 것이지요. 블레이드보다 더욱 더 그 독특성이 유지되는 제품이 바로 러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그 러버에 대한 도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분명 새로운 러버들이 출시될 것입니다.
중국 국가 대표팀을 바로 공략하겠다 라는 수준은 아닐 수 있어도 한국인들이 자부할 수 있는, (여타 브랜드들이 만든 포뮬러에 브랜드 로고만 붙이는 그런 형태가 아닌) 제대로 된 러버를 개발해 내기 위해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이 방법이 최선 아닐까요?
한국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빨리 끓고 너무 빨리 식는다는 것이지요.
저는 끓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식는 것이 문제이지요.
우리 민족에게 있는 끓는 성질은 곧잘 의분이라고 불립니다.
그 분노의 성격이 의롭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는 에너지가 있고 정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의분을 지속적인 힘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약합니다.
이것을 지속적인 힘으로 끌고 가면 나라를 바꾸고 민족을 세우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중단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요.
저는 중국의 코치를 들여 와서 중국식으로 한국 탁구를 바꾸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10년 앞으로 내다보고 어린 선수들에게 투자했지요.
우리도 그렇게 꾸준하게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넥시도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는 그 일을 해나가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달성 가능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옳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옳은 일을 할 때는 힘이 있습니다.
겁이 나는 일이 없습니다.
저에게 해외 용품 구매자들이 자주 메일을 보냅니다.
많이 살 테니 넥시 제품들을 덤핑해 달라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답장을 이렇게 보냅니다.
넥시는 돈을 쫒는 브랜드가 아니다.
넥시는 가치에 집중한다.
옳은 일, 가치 있는 일이면 그것이 손해되는 일이라도 할 것이며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면 그것이 이익이 되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우리 민족에게 닥치는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합니다.
저는 그 모든 반응들이 순간적이고 단기적 효과만 불러 일으키는 감정적인 것에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옳은 일이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하면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열매가 있습니다.
그것을 구분해 내고 그것에 경주해야 하지요.
글이 좀 길고 장황했습니다만, 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대를 이어 산을 만든다는 중국의 우공이산(愚公移山) 정신을 뛰어 넘는
넥시의 도전 정신을 꼭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러버 기다리고 있어요. ^^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우공이산......오타가 있네요 ㅎㅎ. 연말엔 넥시의 러버를 사용하게 되겠군요. 개인적으로 넥시 데미안같은 러버가 무게가 가볍게 출시되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중국을 넘어서는것도 좋은 일이지만 일반 동호회원들의 만족을 충족시켜주는 러버도 부탁합니다. 사용성과 성능 모두를 만족시키는 그런 제품이 출시되길 기대해봅니다.
아... 우송이산 이라고 적었네요 ^^ ㅎㅎ 고칠께요 ^^
감사합니다. ^^
가치에 집중한다는 문구가 참 인상깊습니다. 멀리서나마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탁구닷컴을 이용하고, 넥시 제품을 사면 응원을 실천하는 거겠죠?.......^^;
감사합니다. ^^
넥시가 국산 브랜드였군요!!! 기대 됩니다.
감사합니다. 넥시는 탁구닷컴의 자체 브랜드입니다. ^^
넥시의 블레이드는 한국을 넘어서서 세계 탁구인들에게 충분히 각인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기간내에는 아니더라도 넥시의 더욱 훌륭한 러버의 등장을 꾸준히 학수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러버의 개발이 이상인 분이 또(?) 있으실텐데, 아울러 그 분께서도 어서 꿈을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탁구닷컴님이 올린 이 글을 읽으며 느낀 점은, 전에 탁구닷컴님이 올린 다섯 편의 글이 포괄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현실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성취시키기 어려운 원론적인 내용들의 글이었고, 이 글은 탁구용품 사업자로서의 주관적인 의견과, 중국탁구를 잡기위해 탁구닷컴님 입장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 뜬 구름 잡기식이 아니라 - 을 구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해서, 앞으로 이런 저런 방향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하는 일종의 다짐의 글이라 느꼈습니다. 탁구닷컴님!!! 꼭 좋은 결과가 나오길 간절히 빌며, 마음이나마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대단한 분이세요~^^ 글도 진짜 잘 쓰시고!ㅎㅎ 항상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글은 쓰고싶은 것은 많고 마음은 조급하고 해서 좀 왔다갔다 했습니다~^^ 응원해 주심에 감사하고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칼릭스1,칼릭스2.가진 팬입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이런 개념있는 경영마인드를 가지신 CEO들을 보면 제가 한건 아니지만 참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최근 일본의 상승세가 좀 죽긴했지만, 광저우에서 오상은 이정우 복식조가 일본 신예들에게 꺾였던 기억을 생각해보면.. 참 일본이 신인들을 잘 키웠구나 느꼈습니다. 우리도 뛰어난 신예들이 많은 만큼 이제는 중국 좀 꺾어봤으면 좋겠습니다 ^^
근데 중국탁구가 무섭긴 무섭네요.. 제가 탁구에 문외한인 사람에게 중국탁구를 설명할때 이야기하는게
축구로 비유해서, 한국은 맨유, 일본은 첼시, 독일은 맨시티 정도로 비유하는데.. 중국은 '레알 마드리드 + 바르셀로나에 감독은 무리뉴' 하면 간단하게 이해하더군요.. 중국 vs 세계 올스타해도 중국이 이기는 판이니.. 탁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중국의 아성이 좀 무너졌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예, 중국 탁구를 꺾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 서원과 열정이 지속되어서 좋은 러버를 곧 보여주시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예,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중국탁구를 따라잡기는 너무 늦은게 아닌지... 지금부터 따라간다해도 중국이 기다려주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주세혁 선수가 가끔씩 중국선수를 꺾는 것처럼 전형의 다양화를 통해서 공략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남았다고 봅니다.^^
전 개인적으로 고탄성 고마찰 하이텐션러버를 즐겨쓰는관계로 시누스와 같은 훌륭한 러버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예, 감사합니다~^^
환경도 생각하시고 어린이도 도우시고 넥시의 활약은 기분 좋게 보고있습니다.
CEO님의 경영방침을 읽으며 요즘에 이렇게 올바른 정신으로 기업을 이끌어도 되나 하는 걱정이 먼저 되었습니다.
제가 속물근성이 있나봅니다.
중국 국대의 러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았고, 향후 개발중이신 러버의 작명도 궁금합니다.
블레이드의 작명들이 모두 예사롭지 않았으니 러버의 작명도 기대해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현재 엘피스(elpis/ 희망)라는 새로운 러버와 함께 데미안의 업그레이드 버젼을 준비하고 있어요~^^
모든 면에서 공감하면서도 이 부분은 획일화된 시각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진보적인 시각은 이것을 부정합니다.
전체의 부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각자가 소외되지 않고 자기 몫을 균등하게 나눠 가지고 있는가를 중시하지요."
보수의 시각이 다양하듯이 진보의 시각 또한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구적 보수와 수구적 진보가 통하고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통한다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모르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예... 글을 작성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성틀을 활용해서 글을 적어 나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확하게 핵심을 통찰하는 시각을 보여주신 글이라 생각됩니다.
기업의 경제 현상은 행정가들이 머리속으로 통제해서 본래의 취지를 이룰수 없다는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냉철한 진단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넥시에 건투를..
감사합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9.02 20:0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9.02 23:25
고군분투하시는데,, 힘내시라는 말씀밖에 못드리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