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접어들며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오후..
칠곡3지구의 끝자락 그린빌 아파트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도심과 거리가 먼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있다.
인적도 뜸한 적막감만 흐르는 마을입구에 빛바래져버린 명판이
담장에 세워져있다.
20,22년 전 이 마을의 歷史가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도남동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대구광역시 북구 국우동國優洞이다
20년전 까지만 해도 논과 과수원 농사가 주를 이루던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던 이곳 국우동國優洞, 인근 동천동지역은 95년
칠곡3택지지구로 조성되면서 현재는 대구 강북지역의 거대 신도시로
자리 잡았고, 산과 어우러진 자연부락이 전부였던 모습은 먼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린빌 아파트가 國優洞초입까지 들어와 칠곡3지구 신도시와 경계로
國優洞, 도남동지역만 대구 강북지역 그러니깐 1981년 대구 직할시
승격과 함께 편입된 옛 칠곡읍 땅의 마지막 개발이 되지 않은 그린벨트로
남게 되었다.
그 때문에 30~40년 전 모습 그대로 남겨 질수 있었다.
2005년부터 지역 개발 소문은 꾸준히 들려왔고, 현재 이 지역 전체가
도남보금자리 지구로 개발을 앞두고 있다.
개발을 앞둔 마을의 풍경은 어수선하다.
이 모습은 사수동지역에 들어선 금호지구 신도시가 들어 설 때도
기존 마을을 오래 동안 지켜온 사람들과 갈등을 빚었다.
아무튼 좋은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40분 간격으로 국우동, 도남동과 시내를 오가는 버스가
마을담장 사이로 난 비좁은 골목길이나 다름없는 이곳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을 지나 칠곡3지구로 나간다.
버스한대가 지나가면 그 반대편 차량과 교행은 불가능하다.
승용차간에 교행도 아슬아슬할 정도로 30~40년 전 길 그대로
이곳에 남겨져있다.
담장사이로 구불구불 난 이 비좁은 길은 불과 17년 전 까지만 해도
지금의 칠곡우체국~거동교~홈플러스로 이어지던 동암로 대로길도
이런 모습이었다.
낡은 거동교를 건너자 60~70년대나 볼법한 이발소가 나오고,
한약방이 마을사이에 있었던 지금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자연부락 이었다.
단층 아담한 모습의 건물인 국우교회가 마을 경로당 옆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는 오래전 문을 닫은 상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마을 중심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예배가 없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교회 앞마당은 고요하다.
마을 안 경제를 움직이던 상권들은 모두 사라졌고, 먼지를 덮어쓰고
녹슬어가는 간판이 겨우 그 흔적을 알려주고 있다.
이젠 시골에서도 보기가 귀해진 연탄가게 간판이 녹이 슬어가며
외벽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머지않아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릴 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간판과 마을의 풍경들은 시간이 가는 것을 잊어버린 것일까..
거대 신도시의 중심이 되어버린 칠곡 지역의 옛 모습을 마지막까지
남겨둔 곳..
세상은 더 이상 이 모습들을 그냥 두려 하지 않았다.
녹슨 자물쇠가 낡은 출입문을 봉쇄해버린 상점도 황폐한 모습으로
빈 겁 떼기 만 남겨져있고, 손에 잡힐 듯 길 너머 아파트가 우뚝서있다.
과거와 현재의 불편한 동거가 16년이 흐르고, 이제 과거의 문 너머까지
개발의 바람이 몰아치려 다가오고 있다.
폭풍 전 고요처럼 낡은 빈집과 가게들이 줄지어선 길 위는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의 농촌 일상이 어우러져 묘한 대조를 느끼게 한다.
간간히 차들이 지나고 나면 이 길은 마을 동구 밖 길 일 뿐이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던 길 위로 다시 버스가 모습을 보인다.
집 대문 앞으로 시내버스가 휑하니 지나간다.
대구에서 이런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도 몇 되지 않는다.
몇 년 뒤면 이 길은 아파트 단지 속 어딘가에 빨려들듯 사라지고,
편도 4차로의 대로가 시멘트 숲 사이로 차들이 질주하게 되겠지...
첫댓글 스레트 담장이 버스에 닿을듯이 아스라히 보이는군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해가는 칠곡 3지구 모습과 대조적이네요.
신도시 바로 옆동네에 이런 시골풍경이 아직도 남아있다니 신기한 느낌이 듭니다.
저 칠곡2번을 보니 동구3번이 예전 경로 골목길쪽으로 물론 편도였지만 집사이로 다닌 생각이나네요.. 참 대구도 많이 커졌고 예전 논밭이었던 곳이 아파트가 들어선 것을 보면 더 그렇게 느껴지고요.. 이렇게 커지는 대구인데 감차 또한 아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