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뜨거운 뉴스, 경주 남산 열암곡 부처님을 참배하고 왔다. 우리나라 공사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데, 남산 중턱에 쓰러진 부처님 한 분 바로 세우지 못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남산 국립공원관리소 앞에 주차하고 느릿느릿 열암곡을 향해 걸었다.
겨울의 초입, 나뭇잎들이 낙화하듯 펄펄펄 떨어져 내렸다. 가볍다. 부드럽게 춤추듯이.
시지프스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천지라는 큰 집에 안착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열암곡 마애불까지 800m, 도보로 30여 분이라는 말만 듣고 편안한 단화를 신고 올라갔다. 아차~! 산길은 5년 전 칠불암으로 올라갔던 그 험한 돌길이다. 그때 2km의 칠불암을 올라가면서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은 것을 후회한 것을 까마득히 잊었다. 남산은 전체가 크고 작은 울퉁불퉁한 돌로 이루어진 험산이다. 젊은 날 처음으로 남산을 올랐을 때의 기억도 생생하다. 그때, 지도 법사 스님이 경주 남산은 최정상이 466m로 걷기에 편한 산이라고 하셨다. 나는 한껏 멋을 부려 끈이 가는 샌들을 신고, 흰 블라우스에 분홍빛 롱 플레어스커트 차림이었고, 회원 한 분은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서 올라갔다. 걷는 내내 악전고투했다. 샌들 끈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 기적이다. 남산은 40여 개의 골짜기에 100여 곳의 절터, 60여 구의 석불, 40여 기의 탑이 산재한 거대하고도 험한 야외 불교박물관이다.
5년 전 산길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초입 길에 야자 매트를 깔아두었다는 것이다. 곧이어 빼돌빼돌한 바윗돌이 깔린 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바윗돌을 딛고 오르면 앞뒤로 발가락이 신발과 사정없이 부딪친다. 이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부처님을 새긴 석공의 지극한 마음을 헤아려본다. 나도 석공의 마음으로 무량수 무량광 아미타부처님을 염하면서 올라갔다. 드디어 산길 왼쪽에 새갓곡 제1 작은 절터가 나오면서 맞은편에 석불좌상이 먼저 보이고, 그 옆에 오색연등을 내건 온실이 보였다. 온실 안에 거대한 마애불이 오체투지를 하듯 경건한 모습으로 대지와 입 맞추고 있다. 참으로 아슬아슬하다. 거대한 마애불이 쓰러졌다면 분명 어딘가 손상이 되었을 텐데, 보기에는 온전한 모습이다. 경주는 활성단층이 지나는 지진대이니 필시 지진으로 쓰러진 것일 터, 천신들은 얼마나 깊은 탄식을 했겠는가. 잘 생긴 오뚝한 코와 땅 위로 볼록 솟은 작은 바윗돌과의 거리가 겨우 5cm이다.
부처님은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번뇌와 고통으로 가득한 중생들을 보듬는 듯하다. ‘괜찮다, 괜찮다~’라고 토닥이며. 그 모습은 일본 고류지 국보 1호 목조 미륵반가사유상의 모습과 비슷하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목조 미륵보살상을 친견하고 이렇게 썼다.
“나는 지금까지 몇십 년 철학자로 살아오는 동안, 이만큼 인간 실존의 평화로운 모습을 구현한 예술품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불상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간직된 영원한 평화의 이상을 최고도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길이 5m, 무게 80t의 육중한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려면 기술적 어려움과 인력과 예산이 동원되어야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이다. 바로 세우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통일신라 말기, 1300년 전에 세운 마애불은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두르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해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일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운주사의 하늘을 보고 나란히 누운 한 쌍의 와불, 인도 쿠시나가라의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와불은 보았어도, 이처럼 대지에 입맞춤하듯 엎드린 부처님은 처음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최고의 작품은 미완성의 ‘모나리자’처럼, 이 열암곡 부처님도 이대로가 또 한 분의 훌륭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5년 전 노란 송홧가루가 천지를 뒤덮은 5월, 세 가족이 경주 남산 칠불암에 갔었다. 염불사 근처에 주차하고 칠불암까지 2km의 길을 가볍게 걸었다. 산길로 접어들자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 차림으로 온 것을 이내 후회했다. 가파른 돌밭 길은 할딱고개의 연속이다. 드디어 약수터가 나오고 작은 법당이 보였다. 작은 법당의 오른쪽에 절벽을 등지고 암반을 깎아서 일곱 분의 불보살을 조성한 모습이 보였다. 국보 제312호이다. 일곱 분의 부처님을 한 자리에서 동시에 친견하다니 얼마나 큰 복이랴. 신심과 환희심이 용솟음쳤다. 일곱 분의 부처님께 납죽 엎드려 삼배를 올리고 초파일 연등을 달았다. “세 가족이 세세생생 부처님 계시는 곳에서 함께 태어나, 부처님처럼 살아가게 해주세요!”
비구니 스님이 웃으면서 차 한 잔 마시라고 한다. 법당 안으로 들어가니 외국인 스님이다. 어찌나 예쁜지 천녀가 하강한 듯했다. 남편이 물었다.
“where are you from?"
영어를 모르는지 대답을 안 해서 우리말로 물었더니 “체코”란다.
다시 내가 물었다.
“스님은 어떻게 수행을 하세요?”
“참선합니다. 한국의 숭산 스님 제자들이 체코의 선 센터에서 참선하는 것을 보고 출가했습니다. 참선은 내가 제일 궁금한 것을 붙잡고 그 물음에 깊이 들어가는 겁니다. 즉 내가 무엇인지를 묻고 묻는 것이지요. 오직 모를 뿐입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인지 저도 그 물음이 어릴 때부터 제일 궁금했어요. 경전을 보니 ‘五蘊이 모두 空하다’ 즉 ‘無我’’라고 하던데요.”
“내가 없다고 하는 것도 생각입니다. 순간순간 자신의 행동, 감정, 생각을 알아차려서, 자신의 본래 마음자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제 법명은 서산대사의 법명과 같은 休靜입니다.”
법당을 나와서 칠불암의 오른쪽 산길을 10여 분 오르면, 수직의 가파른 벼랑 암벽에 마애불이 공중에 떠서 사바세상을 내려다보고 계신다. 보물 제199호, 신선암 마애불이다.
새봄이 돌아오면, 열암곡 부처님 두 분과 칠불암 불보살님 일곱 분과 신선암 부처님, 합쳐서 모두 열 분의 부처님을 참배하러 가리라.
첫댓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세모에 훈훈한 분들을 생각합니다.
늘 청안하시기를요~
고밉습니다. ()
겨울나무들이 나목으로 동안거에 들어갔네요.
의젓하고 고요합니다.
🙏🙏🏻🙏🏼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날마다 새로운 날을 선물받음을 감사합니다.
_()_
고맙습니다.
겨울의 중심, 한가운데에 들어왔네요.
태풍의 눈처럼, 고요합니다.
-()-
기나긴 동짓날 밤을 지나서
실낱같은 빛을 향해서 두 손 모읍니다.
평안하세요~!
_()()()_
침묵의 달, 무소유의 달 12월 하고도 끝자락,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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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초목이 깊은 삼매에 든 듯한 즈음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날마다 새로운 날~
경주는 천년고도
오랜 역사만큼 볼 것도 말할 이야기도 많이 묻혀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빙산의 일각
우리가 보는 것도 그럴 것이다.
옛 화랑도들이 노닐던 곳
아니 그 보다 한참전에 우리의 선조들이 살던 곳이라
숨결이 느껴지기도 하다
남산에 옥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걸어가면서 길을 보면 군데군데 옥돌이 보인다
올라가는 코스도 다양 많다
다 올라가기가 어렵다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하지만 관심도 필요
북한산을 오르는 코스도 매우 다양
각자 자기 나름 좋아하고 맞는 코스는 자주 갈 것이다.
올라가는 길이 그리 나쁘지는 않고
수백년 오래된 소나무와 그 뿌리들과 돌을 밟고 간다
북한산에 내가 자주 가는 코스가 있는데
그곳과 올라가는 길이 비슷
사람들이 많이 와서 길이 닳아있다
대략 35-40분정도 걸어면 목적지가 나온다
나의 북한산코스도 비슷
서울에 자주 가지 못하니 가끔 대체제로 칠불암에 간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산세 풍경을 보면 좋다
그리 높지 않지만 산세가 좋다
기운 에너지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산중에는 그래도 금강산과 설악산을 꼽는다
북한산에도 소설악산이라는 계곡이 있듯이 여기도 그렇다
어떤 경치는 마치 강원도 첩첩 산골의 멋진 산같다
칠불암에 자주 가시는군요.
신선암 마애불이 사바세상을 굽어보시구요~
별유천지비인간입니다.
_()()()_
고맙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꽃달바람눈.
언제나 호시절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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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오늘도 무탈하게
하고싶은 일과
한 일에 대해서 크게 어긋나지 않음을 감사합니다.
좌불을 보니 코 입이 떴기고 없네요
이런것을 볼적에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이 무엇을 말해주는지 알겠습니다
참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부처님을 한분 모시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를 필요한데 저리 망가뜨려 놓았으니 참 부끄러운 광경입니다
부처님 코와 입을 갈아마시면 아들을 얻는다는 속설때문일까요?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그래도 부처님은 형상을 넘어 시방삼세에 두루하시겠지요.
@정행심 안녕하십니까 정행심 선생님~!!
불심 깊은곳 해박한 지식에 머물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늘 평안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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