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천사
제주 두 달 살이 중 한 달은 중문에서 보내면서 느낀 것은 중문동은 생각보다 꽤 작은 동네라는 것이다. 고급 호텔이 즐비하고 실내 관광지와 해변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가득한 거대한 중문관광단지가 있지만, 그 밖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이차선 도로에 차가 복잡하게 다니고 교통체증이 일어나기도 하는, 여느 동네처럼 평범한 곳이었다. 중문관광단지로 중문동을 더 크게 알고 있던 나는 중문에서 지내는 동안 이곳도 주민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동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한 달 살기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마찬가지로 중문관광단지에서 동쪽으로 벗어나면, 그곳은 인적이 더욱 드물어 한적한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굽이굽이 도로를 달려 조금만 벗어나면 커다란 약천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찰로 들어가는 진입로부터 널찍하고 방문객들이 여유 있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다. 일부 지선 버스들은 여기를 종점 겸 차고지로 활용하며 쉬었다 가기도 한다.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1](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358045_thumb.jpg)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2](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417109_thumb.jpg)
초겨울, 약천사로 들어가는 길가에는 귤나무에 귤이 아직은 푸릇푸릇한 색감을 띄며 열려 있었다. 제주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절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가득하니 색다르며 눈과 마음이 즐겁다. 귤나무 길을 빠져 나오면 사찰이 웅장한 모습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사찰로 올라가는 앞에는 넓은 후원이 펼쳐져 있다. 보행로 양 옆으로 연못과 나무들이 조화롭게 이루는 정원이 아늑했다. 계단 식으로 작은 폭포도 흐르고 있어 더욱 생동감이 넘쳤다.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438704_thumb.jpg)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457061_thumb.jpg)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5](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509322_thumb.jpg)
계단을 올라 일주문을 지나서 들어서면 어느새 대적광전이 코앞이다. 우리는 보통 선종 계통 사찰에서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대웅전(대웅보전)을 주로 접하기에 그것이 익숙한데, 약천사는 대적광전이 있다. 대적광전은 화엄종의 맥을 계승하는 사찰에서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봉안해 모시는 건물이다. 한눈에 봐도 입이 벌어질 만큼 큰 규모인 대적광전은 지하 1층, 지상 5층 구조로 되어 있고, 높이는 무려 29m에 달한다. 조선 초기 불교 건축 양식이며, 콘크리트로 지어졌다.![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6](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506548_thumb.jpg)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7](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509633_thumb.jpg)
약천사 전경과 대적광전
사찰 건물인데 콘크리트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조합이다. 약천사는 사찰 자체도 오래 되지 않았지만, 대적광전을 비롯한 사찰 내 건물들은 더더욱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약천사가 있는 곳은 건강에 좋다는 약수가 있어 예전부터 도약샘이라는 약수터로 이름났는데, 1918년에 일어난 법정사 항일운동 이전부터 작은 암자로 사찰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랬던 암자가 커다란 사찰로 재탄생하게 된 것은 혜인스님이 이곳에 주지로 부임한 이후부터다. 1981년 혜인 스님은 부지를 크게 확보해 대도량을 지을 것을 계획했고, 착공한 지 8년 6개월 만에 대적광전을 비롯한 요사체들을 낙성했다. 그게 1996년 9월 15일의 일이었다.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8](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528722_thumb.jpg)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9](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529758_thumb.jpg)
이후 약천사는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전통 양식과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관광부로부터 ‘전통사찰’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동양 최대 규모의 법당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법화사
다시 중문동으로 돌아와서, 1100고지로 향하는 산간 도로를 따라가다 회수동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약 3분 정도만 달리면 법화사가 나온다. 사찰로 향하는 작은 임도를 따라가면 거의 다다라서야 안쪽에 자리잡은 절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밖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던 약천사와는 대조되는 풍경이다. 약천사가 만인을 앞에 모아두고 불법을 설파해 지나가던 사람들에게도 호기심을 유발시켜 저절로 끌어오게 하는 느낌이라면, 법화사는 조용히 묵언 수행을 하고 있어 찾아오는 사람들만 아는 그런 느낌의 첫인상이었다.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11](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619103_thumb.jpg)
법화사는 수정사와 함께 제주의 비보사찰이다. 비보사찰은 고려 시대에 도참설과 불교 신앙에 따라 전국의 명처 명산에 세운 절을 의미하는데, 사찰이 건립된 시기는 더 거슬러 통일신라 시대까지도 올라간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법화사는 12세기부터 15세기까지 번창했다. 조선 초기에는 법화사에 배속된 노비가 280명에 달할 정도로 큰 절이었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서 억불정책으로 사찰이 불타 없어졌는데, 1986년부터 4년 여에 걸쳐 대웅전 1채를 비롯한 건물 8채를 복원하며 현재 모습이 탄생했다.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1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641294_thumb.jpg)
법화사에도 커다란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구품연지로 불리는 이곳은 원래 법화사 뒤편 수원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스며들고 모이며 자연 습지가 형성된 곳이며, 이후 연지로 복원한 곳이다. 약천사의 후원이 잘 조성된 멋진 정원이라면 법화사의 연지는 자연스러움이 녹아 멋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배롱나무에 분홍빛 꽃이 열려 절터가 화사하고 예쁘게 단장해 사진도 찍고, 천천히 산책을 하며 고즈넉함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구름 가득한 겨울날 사찰 풍경은 화사함은 덜했지만, 한참을 걷고 싶을 정도로 아늑하고 고요한 분위기에 자연히 심취하게 되었다.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1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704357_thumb.jpg)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15](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704355_thumb.jpg)
특히 연지 앞에 지어진 목조 누각인 구화루에 올라 창 밖으로 연지를 보고 있으니 시간이 과거에 멈춘 듯한 분위기 속에 사색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화사는 소박한 정취가 매력이었다. 겨울철 풍경이 조금은 아쉽다고 느꼈지만, 돌아서니 자꾸 생각나는 이유는 고즈넉한 정취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언젠간 배롱나무에 꽃이 활짝 핀 여름날의 법화사를 거닐고 싶다. 물론, 약천사도 따스한 봄에 다시 찾아 유채꽃이 활짝 핀 풍경에 몸을 던져보고 싶다.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17](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717965_thumb.jpg)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18](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721434_thumb.jpg)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19](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729432_thumb.jpg)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찰, 약천사와 법화사20](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06%2F15%2F20220615191736243_thumb.jpg)
구화루와 그 안에서 본 구품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