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통영화장장 30년간 공동 사용 '가닥'...시의회 상임위 통과
2024년 이전 : 통영주민 100,000원 거제주민 800,000원/ 개정안 거제,통영 주민 모두 100,000원
- 통영시민과 같은 1구당 화장비 10만원 부담...거제시, 앞뒤 다른 여론조사 뒷말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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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롭게 문을 연 통영시 추모공원. 출처= 통영시 홈페이지>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거제시 화장장 건립 문제가 인근 통영시 추모공원 공설화장장을 공동 사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거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지난 26일 국민의힘 김동수 의원이 재상정한 '통영시 추모공원 공설화장시설 공동사용 협약체결 동의안'을 표결 끝에 위원 7명 중 찬성 6명, 반대 1명으로 원안 가결했다.
상임위를 통과한 '공동사용 동의안'은 오는 5월3일 예정된 거제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면 오는 10월부터 거제시민도 통영시민과 같은 조건으로 화장 1구당 1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이날 상임위 심의에선 더불어민주당 측이 '독자 화장장 건립' 취지의 반대토론을 펴는 등 국민의힘과 찬반 공방을 벌였다.
발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한은진 의원은 "시민 다수 여론이 공동사용에 공감하더라도 화장장 문제는 경제적 개념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다"라며 "비록 작은 규모라도 독자적인 화장장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정명희 의원은 "시민의견 수렴 결과 24%가 독자적인 화장장 건립을 찬성하나 찬성 시민들도 자기 집 앞에 화장장이 들어서길 바라지는 않는다"면서 "모든 의견을 전부 수용할 수 없는 만큼 다수 의견에 따라 공동사용 협약 체결이 타당하다"고 찬성론을 폈다.
'공동사용 동의안'은 거제시가 통영화장장과 진입도로 건립비 50%와 구간 도로 개설비 25%에 해당하는 99억2600만원을 통영시에 일시부담금으로 납부하는 조건 등을 담았다.
또 양 시는 화장장 연간 운영비용은 화장 건수에 비례해 공동부담하고 공동사용 기간은 30년으로 사전에 합의했다.
연간 운영비는 매년 유동적이지만, 이용인원 비율에 따라 거제시는 연간 4~5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거제시는 향후 제2회 추경을 통해 통영화장장 공동 이용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 거제시 부담분을 충당할 계획이다. 통영시는 이미 관련 조례를 입법예고하고 6월 정례회 때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역대 '뜨거운 감자'였던 거제시립화장장 문제는 앞서 2022년 6월 당선된 박종우 시장이 공약으로 본격 추진하면서 가시화됐다.
거제시는 2022년 9월부터 5000만 원을 들여 화장로 3기 규모 시립화장장을 2025년 착공해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용역에 들어갔다.
이후 중간보고회까지 마치고 건축기획 용역 발주를 앞둔 가운데, 건립 후보지론 연초, 동부 등을 제치고 사등면 지석리 장좌마을 거제추모의집 일원으로 추려졌다.
당시 거제저널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미 서일준 국회의원실을 중심으로 '독자 화장장 설치 반대' 기류가 높았다. 통영시 정점식 국회의원과 공동 사용에 대한 사전 교감이 있었던 터였다.
막대한 건립 비용과 갈등이 우려되는 독자 건립 대신, 2014년부터 통영시가 줄곧 제의해 온 조건을 거제시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타협점을 찾아 통영공설화장장을 공동 사용하는 방안이었다.
당시 여권 측에선 이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은 없었다. 자칫 거제시와 엇박자가 내부 불협화음으로 비쳐지거나, 시민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곤혹스런 대목이 다분히 엿보일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에 더해 200억원 이상의 과다한 재정이 소요되고, 건립 후보지인 지석 주민들의 반발이 지속되면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자 거제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영공설화장장 '공동사용' 쪽으로 무게 가 급격히 옮겨지면서 민주당을 제외하곤 독자 추진 목소리는 거의 잦아드는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지역 야권은 박 시장의 석연찮은 공약 번복을 지적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며 반발하는 등 한동안 정치 공방으로 확산됐다.
야당은 고령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화장률이 증가 추세인 만큼 거제시립화장장 설치는 경제적 측면보다 복지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독자 화장시설' 건립을 주장했다.
결국 이같은 대립 끝에 지난 2월 '공동사용 동의안'이 상임위에 상정됐으나 야당의 반대로 '심사 보류'되는 사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들어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무조건 반대만 할게 아니라, 거제시민에게 유리한 관점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된다는 견해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차츰 바뀌는 양상이다.
다만, 지난 2년간 화장장 건립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거제시의 '무리수'는 행정 신뢰도 저하를 자초(自招)했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거제시는 2022년 화장장 독자 건립 추진 당시엔 91%에 달하는 시민들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면에 내세워 밀어부쳤다.
그래놓고 이번에는 시민 여론조사에서 통영화장장 공동사용 찬성 76%, 반대 26%로 나왔다고 완전히 뒤집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