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능한 경찰관 머피(Alex Murphy)가 디트로이트로 전입해온다. 그리고 여자 경찰 루이스와 함께 순찰을 하다가 악명 높은 범죄자 클라렌스 일당을 만나 무참히 살해 당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과학이 그를 살려낸다.
머피가 죽기 직전 방위산업체의 과학자들은 그의 몸을 티타늄으로 보강하고, 지워진 기억 위에 정교하게 짜인 프로그램을 집어넣어 극비리에 최첨단 사이보그 ‘로보캅’을 탄생시킨다. 영화 ‘로보캅(RoBoCob)’의 탄생 스토리다.
이 영화가 개봉된 것이 1987년 7월17일이다. 그리고 지금 SF가 아닌 실제 세계에서는 기발한 모습의 로보캅이 다수 등장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 등장한 ‘K5 Autonomous Data Machine’이 대표적인 경우다.
![영화 '로보캅'이 상연된지 30년이 지난 지금 로보갑을 표방한 첨단 로봇들이 잇따라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나이트스코프에서 개발한 로보캅 'K5'.](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ciencetimes.co.kr%2Fwp-content%2Fuploads%2F2017%2F07%2F3365-7982c456a098556927d60182a276ea05-full-width.jpg)
영화 ‘로보캅’이 상연된지 30년이 지난 지금 로보갑을 표방한 첨단 로봇들이 잇따라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나이트스코프에서 개발한 로보캅 ‘K5′. ⓒknightscope
K5, 뒤뚱거리지만 최첨단 기능 갖춰
로봇회사 나이트스코프에서 개발한 이 달걀 같은 로봇은 ‘로보캅’과는 달리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뒤뚱거리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동정과 야유를 보낼 정도다. 지난 18일에는 워싱턴 하버에 있는 한 쇼핑몰 분수에 빠져 자살 소동을 불러일으켰다.
쇼핑몰에서 혼자 돌아다니면서 방문객과 시설물 등에 이상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었던 이 로봇이 분수대 바닥에 있는 물 속에 빠졌고 이 모습을 촬영한 영상들이 언론을 타고 전해지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언론들은 ‘K5′가 물에 빠진 이유를 파고들었다. 일부 언론들은 ‘K5′ 로봇 대여금이 시간당 7달러에 불과한 점에 빗대어, “적은 임금에 불만을 품은 로봇이 스스로 물 속에 빠져 자살했을 가능성”을 시사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K5′의 수난은 지난 4월에도 있었다. 실리콘밸리서 순찰 활동을 하고 있던 ’K5‘ 로봇이 취객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자신에게 발을 건 취객을 경찰에 신고했고, 그 취객이 현행범으로 붙잡힌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이 로봇의 키는 152.4cm, 몸무게는 136kg이다. 시간당 4.8km 이동이 가능하다. 크기와 모양, 움직이는 모습 등이 SF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R2-D2를 닮았다. BBC의 SF드라마 ‘닥터 후’에 등장하는 로봇 ‘달렉(Dalek)’과 비슷하다는 말도 듣고 있다.
뒤뚱거리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는 열화상처리법(thermal imaging), 자동 차량번호판 인식 시스템(automatic license plate recognition, ALPR), 정밀 촬영이 가능한 비디오카메라 등 최첨단 시스템이 들어 있다.
이 로봇을 제작한 캘리포니아의 로봇 제작사 나이트스코프(Knightscope) 관계자는 “이 로봇에 총명한 능력의 눈과 귀가 들어 있어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경찰관처럼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또한 법을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통해 범죄자 식별할 수 있어
관계자는 또 “시민을 돌봐야 하는 경찰 외에도 데이터 센터, 병원, 쇼핑몰 등에서 이 로봇을 활용할 경우 고객 안전뿐만 아니라 각종 데이터 수집, 환자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첨단 기능을 보유했으면서 시민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고 있는 이유는 영화 속의 ‘로보캅’과비교해 실제 로봇 기능에 큰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기술 수준에서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제작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K5′처럼 바퀴로 굴러다니는 로봇을 만들기도 매우 버거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보캅’을 실현하려는 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미래 도시(Future City)’를 선언하고 ‘로보캅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지난 5월 사람을 닮은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보캅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 완전 자율주행 능력을 갖춘 자율주행 로봇 순찰차를 공개했다. 싱가포르의 ‘오트쏘 디지털(OATSAW Digital)’과 공동개발한 이 로봇의 이름은 ‘O-R3’.
이 로봇은 자율주행 능력을 갖춘 지상 차량과 공중 감시 기능을 갖춘 드론으로 구성돼 있다. 고화질 카메라, 2D/3D 레이저 스캐너, 적외선 카메라, 초음파 센서, GPS, 장거리 데이터 송신기 등 최첨단 장비를 장착하고 범죄자를 추적,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주목해야할 기능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머신러닝 알고리듬이다. 이를 통해 스스로 경로를 찾아 거리를 순찰하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피해 갈 수도 있다. 생체, 차량 번호판 인식을 통해서 수상한 사람이나 차량을 식별할 수도 있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며 배터리가 부족하면 자가 충전이 가능하다. 통상 운행 속도는 사람의 보행 속도와 비슷하다. 무게는 80Kg 정도. 오스쏘 디지털은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도록 작은 크기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로봇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공중 드론에 이어 수중 드론이 등장했으며, 지난 19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3호기에 수중 조사(調査) 로봇을 투입해 그 안에서 누출되던 핵연료로 추정되는 물체를 촬영했다.
영화 ‘로보캅’을 사랑하는 팬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와 같은 로보캅이 출현할 수 있다고 믿는 분위기다. 머리·뇌 이식에 깊은 관심을 갖는 연구자들 중 일부는 융합을 통해 실제로 로복캅과 같은 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생체 구조, 특히 뇌의 구조는 기계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난이도가 높은 뇌 기능을 기계와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이 실제로 개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