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풋옵션 베팅에서 깡통을 차버린 잠실살쾡이입니다. -_-;;;
근신하면서 멘붕하며 지내다가 실패를 거울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다음은 선물지수 일봉 차트입니다.
추세추종을 근간으로 자산운용을 하는 저로서는 위 차트를 보고 하락에 베팅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56 이평선을 제외하고는 모든 이평선이 하락을 하고 있습니다.
56 이평선을 강하게 붕괴시킨 이후로 56 이평선의 저항을 받고 갭 하락을 한 상황이었죠. 그리고 갭 필은 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폭락 파동을 남겨두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저를 조금 불안하게 했던 현상들이 있었는데, 풋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더라는 것이었죠. 그와는 반대로 콜 프리미엄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모든 악재는 알려진 악재였고 (뱅가드, 엔화 약세, 유럽 문제, 북핵 등) 도대체 어떠한 악재가 주가를 추가 폭락시킬 재료로 등장할지 상상하기 어려웠죠.
다만 엘리오트 하락5파가 진행 중이었고, 일반적으로 5파가 연장될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마지막 폭락 이후 대반등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제 매매계획은 풋으로 폭락 파동을 먹고, 만기 전일이나 당일에는 콜로 반등 파동을 먹자~! 뭐 이런.. 비현실적인 매매계획이었죠. ㅎㅎ
그 다음날 길고 아름다운 장대 음봉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장은 지지 받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날, 저는 본능적으로 무엇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풋옵션을 손절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생각만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전저점을 살짝 벗겨먹을 듯한 수준에서 주가는 지지를 받고 있음이 여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분명 폭락해야 할 자리인데 폭락하지 않고 있었죠.
팍스넷 선옵 게시판에서는 하락을 외치는 개미들의 글이 주류를 이루었고, 상승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어쩌다가 나오면 몰매를 맞기 일쑤였죠.
'이거 뭔가 이상하다...'
여기서 저는 가져서는 안될 희망을 가지고 풋을 오바했습니다.
'아니야, 반등해야 할 자리에서 반등하지 못하니 더 떨어질거야.'
그러고는 그날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그 다음날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오전 11시 가까이 되어서야 눈을 비비고 일어난 저는 다음 차트를 보고 경악해버렸죠.
콜은 저점 대비 4-5배의 수익을 내면서 무서운 감마 효과를 연출하고 있었고 제 풋은 풍지 박산이 났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서 손절을 했어야 했습니다! 전일 폭락을 예상했는데 폭락하지 않았으므로 사실 전일 손절을 하는게 가장 옳았겠지만 확인 차원에서 하루를 기다렸다 하더라도 장대 양봉이 나왔다면 당연히 손절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손절을 하지 못했습니다.
초보들이나 하는 자기 합리화의 덫에 걸려 들었습니다.
'아냐, 하락추세선을 아직 돌파하지 않았잖아? 만기를 앞두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나타난 콜몰이일거야.'
변동성 확장이 일어나고 있었으므로 적어도 콜을 매입해서 양매수 포지션이라도 취했다면 나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콜도 매입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똥고집인지 하락을 확신했던 거죠.
콜을 매입하는 대신 저는 등가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행사가의 풋옵션을 추가 매수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물타기'를 한 것인데... 완전 초보적인 실수였죠.
그리고 이후의 상황은 모두들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제 풋은 만기일에 0.02의 가격에 청산했습니다. ㅠ.ㅠ
제가 한 실수의 목록입니다.
1) 옵션 매수 포지션을 만기 근처에서 길게 가져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었다. 시간가치가 가장 급격히 감소하는 구간에서 막연히 볼(vol)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풋을 오바한 것은 옵션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나 할 짓이었다.
2) 내 기대와 달리 시세가 움직였을 때 분명 작은 손실로 손절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그런데도 손절매를 하지 못했다.
3) 옵션과 같은 위험상품에 목돈을 넣어두고도 전일 술을 마시고 아침장에 참여하지 않는 어이 없는 행동을 했다. 갭 리스크에 대한 관리는 커녕 장중 리스크 관리도 소홀히 한 것이다.
4) 변동성 확장이 상방으로 진행될 수 있을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했음에도 콜을 추가 매입하는 대신 기존 포지션에 물타기하는 '고집 부리기'를 했다.
5)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이 애초부터 하락에 대한 강한 확신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하락에 대한 확신이 강했기에 베팅 금액이 컸고, 갭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연일 포지션 오바를 했으며, 손절을 하지 못하고, 물타기까지 했다.
만약, 마지막에 하방에 대한 마인드만 빨리 접고 콜 매수로 전략을 전환했다면 손실은 물론 큰 이익을 낼 수도 있었다. (콜은 저점 대비 8배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그 기회 또한 잡지 못했다. 하방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트레이딩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가장 초보적인 실수에 의해 돈을 잃었던 것이었습니다. 창피한 일이죠.
많은 이들이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자신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트레이딩 현장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 본능 때문일까요?
이런 실수만 하지 않았던들 큰 손실은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며칠간 근신하면서 또 한번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은...
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초보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돈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시세의 측면에서 얻은 교훈은... 시세가 명백히 가야할 것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그것이 트랩일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입니다. 이미 미녀53님이 눌림목에 대한 글을 통해서도 강조하신 부분인데, 이러한 트랩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어요. 좋은 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번 패배는 병가지상사라는말이 떠오르네요
이런 실패담 올려주시기가 쉽지 않은데..좋은 경험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앞으로의 거래에 큰 밑거름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너무 염려치 마세요;;
시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합리화 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자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정신적으로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
경험이 약이 될 것 입니다. 공유 감사드립니다.
성공은 실패에서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잊혀지지 않을 기억에서의 교훈, 감사히 잘 봤습니당~~~
씁쓸한 자신의 실패담을 공유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관점으로 풋에서 다소 손실을 보아서 더 와닿는군요. 역시 외인의 만기손익구조를 의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듭니다.
지난 만기일부터 애매하게 등락을 반복하는 지수를 보면서, 이번에는 오를 자리에서 못오르는지 내릴 자리에서 못내리는 것인지 고민 중입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