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칭찬해 주세요』 최진 글/김혜영 그림 | 청개구리(청동거울) | 2023년 09월 05일
책소개
최진 시인의 동시는 간결하고 여성다운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서정적이고, 부정적 편견이나 생각을 잊게 만든다. 일상과 자연에서 만나는 모든 존재들을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나 어린이의 무한한 가능성과 존재 그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준다. 어린이 독자에게는 공감을 주고, 어른 독자에게는 깨달음을 주리라 믿는다.
글 : 최진
경북 포항에서 출생했으며, 유아교육학과,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경북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5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2008년 새벗문학상, 2012년 한국아동문학인협화 우수작품상, 2013년 영남아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동안 펴낸 동시집으로 『선생님은 꿀밤나무』 『빗방울의 말』 등이 있다. 현재 새바람아동문학회 회장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 : 김혜영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작고 사소한 것이 특별해집니다. 꼭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며 보물찾기를 떠나곤 합니다. 그동안 『아빠는 쿠쿠 기관사』 『오늘만 져 준다』 『어깨동무 세 친구』 『따라 온 바다』 『사탕수수밭 아이들』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
출판사 리뷰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자연과 사물과 일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동시!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41번째 도서 『칭찬해 주세요』가 출간되었다. 2005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에 동시가 당선된 이후 새벗문학상,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작품상, 영남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최진 동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이다.
『칭찬해 주세요』의 1부에서는 유난히 ‘봄’과 관련된 작품이 많다. 「봄바람 그네」「봄날의 낚시」「바쁘다」「꽃 종」「강아지 숨결 따라 오는 봄」과 같은 작품을 읽으면 평화롭고 잔잔한 봄 풍경에 절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봄은 작고 여린 싹들이 땅을 뚫”고 “마침내 온 세상을 차지”(「새싹」)하는 계절이다. 즉 작은 생명이 주인공이 되는 시기다. 많은 아동문학에서 새싹, 작은 생명은 곧 ‘어린이’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최진 시인이 어린이를 바라보는 관점, 즉 아동관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아래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어린 새싹들
다칠까
봐
보슬보슬 꽃발로
내리는
비.
―「보슬비」전문
화자는 보슬비가 내리는 봄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칭찬해 주세요』의 해설을 쓴 홍기 문학평론가는 「보슬비」 작품을 “가늘고 성기게 조용히 내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보슬보슬’이란 말과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꽃발’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본디 해야 할 일이지만 어린 새싹들이 행여나 다칠까 봐 염려하며 조심하는 비의 모습은 한편으로 어린이(어린 새싹)를 대하는 좋은 어른(보슬비)의 모습처럼 보인다. 어른들은 언제나 어린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다. 그 과정에 있어서 아이를 “조그만 생쥐”(「주문 좀 걸어 줘」)처럼 위축시키거나 부정적인 마음이 자라나는 게 아닌, 아이들을 날마다 “뿌득뿌득 자라”(「키 크는 이불」)나게 하는 다정하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방법을 시인은 요구하고 있다. 짧고 서정적이지만 그 호소력은 깊고 묵직한 작품이다.
놀이터 미끄럼틀
그냥 타지 않는다.
플라스틱 상자 뚜껑이랑
찢어진 종이박스 깔고 앉아
미끄럼틀을 탄다.
속도가 빨라져
땅바닥에 처박히고 뒹굴기도 하지만
그게 더 재미있다.
놀이터 철봉도
그냥 매달리지 않는다.
갖고 놀던 훌라후프 걸어 놓고
아슬아슬 탄다.
곡예사 줄타기처럼
다리를 걸었다가 앉았다가
그네도 되고, 해먹도 되고,
때론 쑥- 빠져 나뒹굴기도 하지만
또다시 매달린다.
나는 하고 싶다.
다르게!
새롭게!
더 재미있게!
―「새롭게 다르게」전문
어른들 눈에는 위험천만해 보이는 행동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이 시의 화자가 그렇다. 화자는 놀이터 미끄럼틀에 그냥 타는 법이 없다. 플라스틱 상자 뚜껑이나 찢어진 종이박스를 깔고 앉아 더욱 빠른 속도를 즐기며 타야 한다. 철봉을 탈 때도 마찬가지다. 훌라후프를 걸어 놓고 곡예사처럼 매달려야 한단다. 물론 그 과정에서 “땅바닥에 처박히고” “나뒹굴기도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다르게!/새롭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최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마음에는 나도 모르는 위대한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놀랍고도 위대한 힘은 칭찬받았을 때 발휘된다면서 ‘칭찬’을 강조한다. 표제작인 「칭찬해 주세요」에서 그러한 시인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린다. 화자는 자신에게 “책도 못 읽니?” “발표도 못 하니?”라는 어른의 말을 들을 때 “총, 총, 총/눈총을 맞는다”고 표현한다. ‘총’이라는 무기를 떠올리게 되면서 그 말들이 얼마나 어린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게 되는지 어른 독자로 하여금 돌아보게 만든다. 화자는 이렇게 맞을수록 자꾸만 작아지는 말 대신 “상상력이 좋구나” “친구도 잘 도와주네” 같은 들을수록 쑤욱 쑤욱 커지는 팔랑거리는 칭찬을 해주기를 바란다. “전부 다” 궁금하고(「호기심」), “뭐든지 할 수 있”고 “얼마든지 할 수 있”는(「모래놀이 시간」) 건강한 어린이로 화자를 그려낸 시인의 필력이 미덥다. 어린이의 무한한 가능성(「기적」)과 존재 그 자체로 존중해달라는 메시지가 어린 독자에게는 공감을 주고, 어른 독자에게는 깨달음을 주리라 믿는다.
이 외에도 자연의 풍경이나 사물을 통해 삶의 지혜를 엿보게 하는 작품(「더운 날」「지퍼」「함부로 밟지 마」「풍경에게」), 자연과 유사함을 통해 반어적으로 문명사회를 들여다보는 작품(「우리 동네 아파트」「아파트 꽃」「포클레인 방아」),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따뜻한 이웃과 사회를 그려내는 작품(「수저 값」「빈 의자」) 등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어린 독자를 위해 아주 쉬운 말들로 삶의 깊은 가치를 담아낸 최진 시인의 『칭찬해 주세요』를 감상해 보길 바란다.
시인의 말
나무와 꽃들이 따스한 햇살과 적당한 비로 자라나듯
아이들도 사랑이라는 햇살과 칭찬이라는 비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칭찬과 격려로 살 만한 세상임을 알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고래도 춤춘다는 칭찬,
칭찬은 사랑받고 존중받는다는 믿음을 갖게 합니다.
그 믿음으로 아이들은 예쁘게 꿈을 꿉니다
아이들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을 위해
세 번째 동시집 『칭찬해 주세요』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교과 연계 : 2학년 1학기 국어_1. 시를 즐겨요 / 2학기 국어_1. 장면을 떠올리며
3학년 1학기 국어_10. 문학의 향기 / 3학년 2학기 국어_4. 감상을 나타내요
4학년 1학기 국어_1.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요 / 4학년 2학기 국어_9. 감동을 나누며 읽어요
5학년 1학기 국어_2. 작품을 감상해요
6학년 1학기 국어_1. 비유하는 표현
접어보기
추천평
최진 시인이 쓴 시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가 동적이라기보다는 정적이어서 여성다운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표현이 간결하다. 간결한 표현은 이미지 연결이 쉬워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아주 서정적이다. 서정적인 시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원초의 감성을 자극하여 일종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최 시인의 시를 읽으면 아련한 추억 속으로 잠겨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뜻하다. 이런 시선 안에서는 어떤 부정적인 편견도 봄눈 녹듯 사라져, 시를 읽다 보면 어느덧 가슴이 잔잔해져 온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시 안에 단단한 알맹이 하나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삶의 지혜라고 해도 좋고 긍정의 가치라고 해도 좋다. 다만 그것을 발견하여 끄집어내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 홍기 (문학평론가)
---------------------------------------------------
아파트 꽃
최진
눈부시게 피는 꽃이야
밤에만 피는
한 층
한 층
또 한 층 .......
반짝반짝 피는 꽃이야
허공에서만 피는.
-----------------------------------------
뿔
최진
겉으로 보이는 도깨비 뿔은 무섭지 않아.
정말 무서운 건 사람 뿔이야.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 작게 돋아나지만
놔두면 무럭무럭 자라 엄청난 뿔이 되지.
작은 가지나 잎을 들이받던 뿔,
맙소사!
나중엔 기둥을 들이박고 뿌리까지 뽑아내는 뿌리되고 말지.
------------------------
까맣게 물들다
최진
치렁치렁
담장 앞 머루포도
한 알 또 한 알
따먹는 고사리 손들
까맣게 물드는
입 언저리에
몽글몽글 익어 가는
여름 햇살.
------------------------------------
첫댓글 마침표 처리가 참 어렵다는 걸 느끼게 하는 작품이네요.
아예 안쓰기도, 따박따박 쓰기도 참 어려운 마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