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주 남은 학생입니다.
한참 뜸했지요.. 헤헷. 명색이 반장으로서 죄송합니다. 워낙 생업에 정신없어서..
매일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들어와서는 성인광고만 지우고 회원관리만 했더랬죠.
제 홈피에 간만에 글을 하나 올리는 김에, 생각나서 같이 올릴께요.
제 홈피라서 당연히 반말로 썼습니다. 안고칠겁니다.(심통쟁이 ^^;;)
* 한동안 뜸했다. 사실 뜸하다는 말은 그닥 적절치 않다. 하루에도 골백번까진 아니라도 자주 오니까.
어쨌거나, 내 홈피에 내가 글을 안쓰면 뜸하다는 말을 들어도 할말 없다.
사실, 홈피가 이렇게 황량하냐는 말을 들어도 솔직히 난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내맴이지 뭐.
처음부터 내가 마음내킬때 마음대로 끄적거릴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었을 뿐더러,
아직 몰랐던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왼쪽 위에 있는 '커뮤니티 분류'를 보면 여긴 <팬클럽>이다.
날 사랑하는 나의 팬들이 오시는 곳이니 말이다.
죄다 변명이다. 난 뜸했다.
* 사실 글을 끄적여보려고 몇 번 쓰기를 누르고 글을 쓰다가 지워버렸다.
글이 안써진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제법 생소한 일이다.
유치원때부터 원고지에 만화를 그리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제법 필력되는 나로서는 말이다.
마음내킬 때 마음내키는 대로 끄적거리는 것이 나의 취미이자 특기일진대, 글이 안써지다니.
솔직히 말하자면, 글이 안써진다기보다는, 글을 못쓰겠다는 것이 더 문제다.
이유가 무얼까 나름대로 조금씩 생각하다가,
귀찮기도 하고 먹고사는 문제로 워낙 머리도 빠지는지라 제쳐뒀다.
* 어제, 학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옆에 앉은 앤님이 나보고 하는 말이 제법 충격이었다.
'눈이 차가워졌다'는 말. 처음엔 눈이 뜨거우면 열나서 눈알빠지라고..? 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듣고보니 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요즘 많이 식은 듯하다고, 그래서 안쓰럽다고 하는 것이다.
(음, 글쓰는 도중 컴퓨터 밑 제집에서 목내밀고 주무시는 우리집 미니놈 독살스런 방구한방..--;;;;)
그런가? 정말 그런가..? 나의 트레이드마크는 뭇 여성에게 가리지않고 퍼붓는 살인적인 눈웃음인데.
그래서 지나가던 모든 여인네들이 쓰러지지 않고는 못배기는, 사랑의 메신저 나의 눈웃음 살살치기..
그런데 눈이 차가워졌다니.
그리고서 가만 생각해보았다. 곰곰이. 아주 곰곰이.
맞다. 나는 요즘 나에 대해 그리 돌아보지 못했다.
그리 훌륭하지만은 않은 나의 스펙들과 그로인해 산산이 부서지는 나의 채용전력에 목매고 사느라,
그리고 삶이 왜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이리도 다른가, 그럼에도 나는 왜 그에 적극 저항하지 못하는가,
결국 나는 말뿐인 놈이었는가, 또하나의 입빨좋은 쓰레기였는가, 뭐 이런 고민들 잠깐잠깐 하느라,
시간이 나면 이력서쓰기 바쁘고, 대충 채용공고 나는데도 줄어드는 마당이 되니 페이퍼내느라 바쁘고,
버스 타고 오며가며, "취직하면 경영학대학원을 가야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뇌리를 스치고,
며칠 전부터는 영어도 일본어도 불어도 제대로 못하는 터에 중국어에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 그러니 글이 나올 리 없다.
(저새끼. 또 쐈다. 자면서 살인방구.. 뭘주워먹었지? --;;;; 엄마랑 똑같다 정말 더러워..)
글이 나올 리 없다. '근황'이라는 이름의 간단한 이야기조차 쓸 것이 없는 것이다.
내 이야기란 것이, 기실 하루하루 똑같은 걸.
오늘도 어디어디 떨어졌네. 들어보니 스펙이 어느정도는 돼야 어떻게 되던가말던가 한다네.
혹은 나는 오늘도 기분 더럽네. 술이나 먹었음 좋겠네. 이젠 전공도 흥미가 없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품 읽고 분석하는 지금의 것들이 너무나도 좋다네. 그런데 현실은.. 뭐 이런.
뻔하고 뻔하고 뻔해서 지겹고 지겨운 이야기들의 반복 또 반복 무한반복 .
고장난 어학기처럼, 테잎이 끊어질때까지.
그걸 글로 어떻게 쓰는가 말이다.
그러니 심심하면 권군놈을 만나(그놈은 반죽도 좋다 성격이 좋은가 혹은 바본가) 줄창 술을 마셔댄다.
그리고는 그놈한테 언젠가 쓴 내 시(라는 범주가 우습게도 나는 시를 썼었다) 제목마냥,
"아직도 그대로인 그놈의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소리를 똑같은 분위기로 똑같이.
그놈은 그걸 늘 들어준다. 그리고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는다. 나는 관심있게 듣는다.
그리고는, 집에 온다.
* 요즘, 나는 늘 과음을 한다. 술을 마셨다 하면 꼭 머리가 아플때까지 마신다.
생각해보면 머리가 아플 술만 마신 탓도 있다(난 주로 막걸리를 마신다 간혹 소주도 먹지만).
맥주를 즐기지만, 맥주를 마셔도 두세병을 마셔 조오금 알딸딸할때가 되면,
난 반드시 나의 아지트 판자집으로 들어가 꼭 "볶은 돼지간과 황주 두냥, 아, 황주는 데워서"를 시키듯,
그렇게 "막걸리 한주전자랑 손두부(그냥 삶은두부 한모다)"를 시킨다.
손두부를 시킬 때는 반드시 '손'에 악상 떼귀(accent aigu)를 넣어야 한다. 그것은 패턴이다.
그러면 아줌마도 혹은 가끔 바뀌는 알바총각도 습관적으로 묻는다. "순두부탕 아니고 '손'두부지요?"
그들의 손두부에도 악상 떼귀가 들어 있다. 나는, 혹은 권군은, 혹은 앤님은, 웃으며 고개만 끄덕인다.
그리고는 막걸리가 나오면 그집의 가장 맛있는 안주인 공짜 진국 동치미국물을 후룩거린다.
잔에 주전자를 기울인다. 모내기한 농부마냥 혹은 벽돌나른 노가다마냥 꿀떡꿀떡 마신다.
아줌마 한주전자 더. 그렇게 둘이 혹은 셋이 두세주전자쯤 마실때 되면,
손두부는 그 흔적을 간장종지에 뿌옇게 남기고 사라진다. 그러면 역시 패턴처럼 순두부탕을 시킨다.
순두부탕은 비싸기때문에(7천원이다!) 악상 떼귀도 악상 크라브도, 씰꽁플렉스도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래. 그렇게 또 먹고 마셔댄다. 나는 화장실에 두세번 간다.
청명한 소리. 나의 오줌발이 앉아쏴 변기를 강타해대는 그 맑은 소리.
변기가 깨졌으면 좋겠다. 그럼 나는 당장 디카를 사와서 나의 정력(과 상관없음에도)을 자랑하리라.
그렇게 적당히 비틀거리며, 집에 간다. 혹은 앤님을 데려다주러 반포에 간다.
* 반포는 이제 나의 새로운 집동네가 되었다. 그동네는 화곡동과 매우 흡사하다.
오래된 주공아파트 단지들, 큰 나무들, 아이들, 째잘대며 돌아다니는 교복입은 중고생들, 아줌마들.
그런데 화곡동 주공아파트는 열평 열세평이다. 반포는 작은게 이십 몇평이다.
난 반포에 가서 주공아파트가 40평이 넘는것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주공아파트 한채가 10억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그동네는 화곡동과 사뭇 다르다.
단지를 걸으면서 차를 헤아린다. BMW 체어맨 체어맨 체어맨 그랜저 체어맨 벤츠 체어맨 싸브 그랜저.
간혹 아반떼가 있다. 하지만 걔네들은 쎄컨드다.
단지 앞 실내포장마차에는 벽에 성시경류의 싸인이 드글댄다. 안주는 만 몇천원 이만원.
'신촌'에 있는 찜질방은 카드도 안받는데, 반포의 '포장마차'는 카드가 된다.
나는, 그 맛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그리고는 틈만 나면 그집에 가려고 노린다.
그리고는 지익직 늘어나는 피자치즈가 잔뜩 들어있는 '치즈계란말이'를 시킨다. 씹어먹는다. 맛있게.
이상한 동네다. 환상적인 부귀영화와 명예들이 환상적인 서민풍의 엘레지, 서정 속에 녹아 있다.
나는 굳이 전자들에 눈을 가리고 엘레지를 찾는다. 목포도 부산도 인천도 아닌 반포에서 엘레지라니.
* 엊그제 원광대 국문과에 다니는 총명하고 어여뻤던(그의 얼굴은 더이상 어여쁘지 않다 미안하게도)
사촌동생에게서 책자가 하나 날아왔다. 국문과에서 나오는 학회지, 혹은 글모음집이었다.
전화해서 주소를 물어보더니만, 그게 그거였는 모양이다.
솔직히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내 밥줄이 눈앞에 달랑달랑 기타를 치고 있는데.
보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책의 목차를 훑어본다. 역시, 그의 이름이 걸린 수필이 있다.
(이새끼 세번째다. 대체 뭘 먹었을까. 그 맛없는-먹어봤다-사료만 먹으면서 저렇게 구려질수있다니)
나는 글을 주욱 훑어본다. 그래, 지극히 그럴법한 이야기들이다. 아주 조금, 입꼬리가 올라간다. 피.식.
나도 그랬던가. 95년쯤, 나도 고민하며 나도 힘들어하며 나도 방황하며 나도 그랬던가.
글쎄, 그랬다고 남들한테는 그랬는데, 정말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학에 와서 문학반에서 만났던 동기들에 비해 나는 늘 늦되었으니까.
그에게 책 잘 받았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유치하지 않느냐 되묻는다.
그래, 유치함이라. 사실 글쟁이(라는 말을 쓰기조차 민망하지만, 나도 글을 썼던 적이 있다 한때지만)
에게있어 자기 글을 내보이는 것은 빤쓰벗고 춤추는 것만큼이나 민망한 일이라고 답을 보냈다.
그 이유는 내 글이 유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다.
그리고는 다시, 어제 앤님의 말을 생각한다.
눈이 차가워진 나. 그리고 눈이 조금은 따뜻해졌다는 나(오늘아침 다시 앤님이 그러더라). 지금 나.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도시 무엇일까.
글을 쓰고 싶었는데, 라는, 한두달 쯤 전에 심한 자괴감 속에 묻혀버렸던 그 생각이 조금, 아주 조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나는, 스물 여섯 군데에 떨어졌다. 스물 네군데는 서류전형 탈락했고 한군데는 1차면접 탈락이다.
그래도, 나는, 취직문제가 해결되면, 좀 여유가 생기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때만 기다린다.
취직이 되면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좀 여유롭게 하고 글도 쓸 생각이야, 라는.
꿈같은 일을, 나는 지금 이시간에도 꿈꾼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어느 아르바이트생의 해고에 이런 말로 인사를 했더니 다음날 그 아르바이트생은 다시 재취업이 되었다는... 긍정적이고 어느상황에서든 나에게 삶의 지혜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밝은 맘으로 지낸다면 분명히 좋은 일이 있을 꺼에요. 힘내세요!!!^^
첫댓글 반장님, 힘내십시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어느 아르바이트생의 해고에 이런 말로 인사를 했더니 다음날 그 아르바이트생은 다시 재취업이 되었다는... 긍정적이고 어느상황에서든 나에게 삶의 지혜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밝은 맘으로 지낸다면 분명히 좋은 일이 있을 꺼에요. 힘내세요!!!^^
vitalman님..올만이어요.....님도..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