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커피와 담배
작품 당 최소 다섯번 이상 봤던 영화들 몇개 정리해봤어.
유명 작들이라서 추천이라고 하기가 민망한데
재탕하기 좋은 영화 찾는 여시들도 있을테니까 글 써 봐.
전반적으로 꿀노잼 영화들이고, 글쓴 여시는 INTJ 입니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Mujeres al borde de un ataque de nervios, 1988)
특별할 것 없는 보편의 소재를 떼어와 정해진 방법도 틀도 없이 이어붙인 듯한 스토리텔링, 예쁜 잡지 사진을 오려온 것처럼 알록달록 키치한 영상미. 주제와 형식이 일치해 쾌감이 느껴지는 영화 중 하나야.
우연의 미학을 보여주는, 꼴라쥬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해.
장면 장면이 코닥모멘트라 마음 같아선 손수 캡쳐해 모든 순간을 소유하고 싶어.
그린 파파야 향기
(The Scent Of Green Papaya, 1993)
나같은 여름 혐오자들도 여름밤만큼은 좋아하도록 만들어주는 영화. 제목만 떠올려도 벌써 귀에 귀뚜라미 소리 찌르르 울리고 뺨엔 후텁지근한 여름 공기가 내려앉은 기분이 들어..온도 습도 어쩌구..여튼 여름밤은 이 영화를 보라고 존재하는 시간 같을 정도..
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 1987)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마다 찾게 되는 영화. 척박한 사막에 피어나는 신기루처럼, 마술같은 시간을 선물해주거든.
맨해튼 미스터리
(Manhattan Murder Mystery, 1993)
우디앨런 영화 중 최고의 수작은 이 영화라고 생각해. 우디 앨런 영화는 배우들이 우디앨런 흉내를 내고있단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이 작품은 배우들 개성이 죽지않고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연기해.
우디 앨런 영화들 쓸데없이 말만 많고 산만해서 싫어하는데 이 작품은 오가는 대사들이 유머스럽고 오히려 극의 분위기를 돋워주더라고. 유일한 단점은 우디앨런이 나온단 것..
하나 그리고 둘
(A One And A Two, 2000)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상상으로도 닿지 못했을 누군가의 삶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
이 작품은 인위적인 연출 없이, 실재하는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특별할 것 없을 것 같지만 엄청난 주제를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대단한 작품이야. 그렇다고 어려운 영화는 아니고, 편하게 영화의 박자를 따라가면 돼. 게다가 러닝타임도 길어서 나한텐 종합선물 같은 영화.
미스테리 트레인
(Mystery Train, 1989)
엘비스의 고향, 멤피스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영화.
옴니버스가 독립된 에피소드 같아도 하나의 타이틀 아래 묶인 장편 영화인데, 같게 또 다르게 이 영화가 각 에피소드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통일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재치있고 감각적이야.
내가 좋아하는 감독의 첫 컬러영화라 더 아끼면서 자주 보게 돼.
좋지 아니한가(2007)
난 요지경스러운 가족영화를 좋아해. 가족이라고해서 어느때고 좋기만 한 건 아니잖아. 소중한 존재일수록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지.
딱 그런 영화야.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가족이구나 싶은 그런 영화.
이 영화도 여름에 봐야해!!
냉정과 열정사이
(Between Calm and Passion, 2001)
영화 속 피렌체와 밀라노가 아름답고 음악이 좋아.
그리고 배우 진혜림을 좋아해서 자주 봐.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사랑한단 말로는 사랑할 수 없다는,
어느 노래의 가사가 떠오르는 영화.
시점을 섞은 연출로 사랑에 동반되는 감정의 진폭을 간결하게 제시하는 부분이 돋보이고, 영화 곧곧에 묻어나는 미국적인 도시의 정취도 좋아. 개인적으로 이케아씬이 참 아니코닉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 정말 보물이야!
클로저
(Closer, 2004)
아이코닉 씬 하면 이 영화지.
잊혀지지 않을 대사와 The Blower’s daughter 까지..
누군가 사랑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이 영화를 답으로 주고 싶어.
빻은 부분 있고 나도 그 부분은 별로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좋아.
영화를 보고 각자 다른 감상을 얻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뭐 이런 영화를 좋아하냐 생각진 말아주길.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LxCT/278500?svc=cafeapp
이 글은 진지하게 쓰고 싶지 않아서 다른 글 링크 첨부해. 내가 클로저를 왜 좋아하는지 궁금하다면 대충 8번 읽어주라.
꼬마 니콜라
(Le Petit Nicolas, 2009)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도 좋지만
난 굳이 고르자면 꼬마 니콜라가 더 좋더라고.
아이들만 할 수 있는 생각들이 잘 나타나는데 이게 정말 정말 귀여워. 색감이나 분위기가 초여름부터 여름에 잘 맞아서 요즘같은 계절이 보면 더 좋아. 편안하고 마음 따스해지는 귀여운 영화야.
월레스와 그로밋의 화려한 외출
(Wallace & Gromit A Grand Day, 1989)
전설의 치즈달ㅠㅠ 모든 측면에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영화야.
빈티지한 소품 구경하는 재미도 톡톡히 있어.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
히어로 무비나 판타지 영화가 대개 그렇듯, 일종의 도피문학처럼 쾌락지향적이고 현실과 동 떨어져있잖아. 하지만 엑스맨 시리즈에는 현실을 닮은 암울함과 절망이 스며있어서 참 좋아해.. 타 영화와의 차별점이자 엑스맨만의 매력이지.
내 최애는 엑스맨퍼스트클래스 이지만, 가장 많이 본 건 데오퓨! 비를 좋아하는데 데오퓨는 폭우 쏟아지는 어둑한 날씨에 잘 어울려서 비 내리는 날이면 꼭 이 영화 보거든.
봄날은 간다 (2001)
프로그램 작업을 위해 만난 라디오 PD 여자와 사운드 엔지니어 남자. 둘의 사랑을 봄날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
이번 봄은 무정하게 떠나버렸지만,
계절은 또 다시 찾아오고 꽃은 흐드러지게 필테지.
주인공들이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러 다니는 탓에 이 영화는 사운드가 정말 좋아. 대숲 소리, 빗소리, 옷깃 바스락 거리는 소리.
볼륨 크게 키워놓으면 들리는 백색소음이랑 서울사투리까지 전부 좋아. ASMR이 따로 없어.
김씨 표류기 (2009)
한강에 불시착한 남자 김씨와 자신의 방에 고립된 여자 김씨.
두 김씨처럼 어떤 조난을 당하진 않았을지라도,
사람은 외딴 섬처럼 홀로 존재하는데
우리는 스스로가 표류하고 있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백만엔걸 스즈코 (2009)
100만엔을 모으면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는,
의도적으로 표류하는 삶을 택한 여자의 이야기.
함께 살아가는 일이 때로는 견딜 수 없이 피로해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잖아.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이 부럽다가도
어딜 가나 위협처럼 도사리고 있는 남자놈들을 보며 현실을 통감하게 되고..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도 떠오르고..
지지고 볶으며 살면서 서로를 지지하고
회피하고 싶은 일에도 기꺼이 맞설 수 있게 용기를 주는 것,
그렇게 서로를 살게 하는 게 연대가 아닌가 싶어.
여튼 나는 지칠 때면 이 영화를 꼭 한 번 씩 찾아 보게 되더라고.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1994)
나는 이런 영화가 좋아.
여백이 있고, 그 틈새를 자기만의 영화언어로 채워넣어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작품들. 그 나라, 그 도시만의 정취가 오롯이 담겨있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흐르는 영화. 쉴새없이 떠들기보단 의미있는 대사를 주고 받는 영화.
내 영화 취향의 기준을 정립시켜준 작품이고 수십번을 봤는데도 안 질려..
급 마무리~
여시들 다들 건강하길~~
나랑 mbti도 같고 영화 취향도 같어... 그린파파야향기 추천받고 너무 잘봤엉 고마웡!!
바그다드 연어하다가 왔다 고마워 ㅠㅠㅠ❤️
바그다드카페 연어하다가 왔는데 넘 좋당😍
봄날은 간다 보고 너무 좋아서 검색중인데 꿀노잼 영화라는 표현과 여시가 영화 하나하나에 달아놓은 코멘트들이 마음을 움직여 나도 몽땅 리스트업 해놓아야겠다 고마워!
와 짤로만 봐도 다좋다
추천고마워 여시야,,💗 나도 다 봐야지
미쳣다 여시 글 개쩐다!!!! 바그다드 카페 연어하다가 왓는데 다 볼 거야 고마워어어어
제발 지우지말아주라.. 넘 좋아🥹
김씨 표류기보고 너무 좋아서 연어하다가 왔습니다 ㅠㅠ 바그다드 카페랑 중경삼림 진짜 좋아하는데 추천해준 다른 영화들도 봐야겠다 추천 고마워!!
바그다드 카페랑 500일의 썸머 좋아하는데!! 다른 영화들도 꼭 다 봐야지!
추천 넘 고마워 여시🤍
추천글이 정말 좋다 여시야
추천 고마워 ㅎㅎ 취향 멋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