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27 레위라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28 그러자 레위는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29 레위가 자기 집에서 예수님께 큰 잔치를 베풀었는데,
세리들과 다른 사람들이 큰 무리를 지어 함께 식탁에 앉았다.
30 그래서 바리사이들과 그들의 율법 학자들이
그분의 제자들에게 투덜거렸다.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오?”
3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32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루카복음 5,27ㄴ-32)
- 매일미사 2024.2.17(토) https://missa.cbck.or.kr/
예수님 시대에 함께 식탁에 앉는다는 것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것이며, 영적으로 일치함을 뜻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다는 것은 그들이 하느님 나라의 일원임을 선언하는 행위였습니다. 의인과 죄인을 구분하여 분리해야만 하였던 바리사이들에게 이 선언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십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의인들의 공동체가 병든 이들을 잘라 내어 배제시킨 건강한 이들만의 공동체였다면, 예수님께서 이루신 하느님 나라의 공동체는 병든 이들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의사로서 병자들 가운데 들어가셔서 그들을 돌보고 섬기시는 분이시며, 병자들은 공동체에서 격리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치유되는 이들임을 일깨워 주십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이 죄인이라 느끼고, 주님의 자녀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예수님께서 건강한 이들이나 의인이 아닌 병든 이들과 죄인을 위하여 오신 분이시라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이 되는지 모릅니다. 주님께서는 병든 이와 죄인, 레위를 부르신 것처럼, 풍파에 얼룩지고 빛바랜 우리도 부르십니다.
우리도 주님처럼 죄인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이 치유되도록 봉사하여야 합니다. 우리 주변의 올바른 길에서 벗어난 이웃을 배제하거나 분리하지 말고, 그들과 한 공동체를 이루고 그들의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그저 우리를 고쳐 주시기만 하려고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게도 하시려고 부르십니다.
- 최정훈 바오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 교정), 매일미사(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4.2.17 오늘의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