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게하소서잔인한 제 운명에한숨을 쉽니다내 슬픔으로 사슬이 풀린다면내 비탄으로 고통이 사라진다면
울게하소서....
Lasia ch'io pianga - 울게하소서
2. 키스 그리고 클림트
점심 시간 타임벨이 울리자마자, 자리에서 잽싸게 일어나 져스틴을 찾았지만 이미 교실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다프네는 의자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발끝을 까닥거리며 머리를 굴렸다. 늦봄, 햇살이 점점 따가워지고 있었다. 예년에 비해 수은주는 급속도로 상승 중인듯, 일기 예보에서는 연일 이상 기온에 대한 말이 많았다. 매해마다 여름이 다가오는 계절에 져스틴은 입맛을 잃곤 해서 끼니를 거르는 때가 잦았다. 하지만 요즘 점심 시간마다 그가 모습을 감춰버리는 건 꼭 그 이유에서만은 아닌 거 같았다. 다프네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그러고보니, 요 며칠 간 져스틴네 들를 때 크레이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니, 이 아저씨가 또 연락도 없이 애인 집에 들어앉으셨나. 다프네는 콧등을 잔뜩 찡그린 채 뒷머리를 북북 긁었다.
테일러 부부는 일 년 전에 크레이그의 끊임없는 외도로 결국 파경을 맞이하고 말았다. 피츠버그에서도 꽤 유명한 천연 염색 공방을 하던 제니퍼는 공방을 정리해서 뉴욕으로 옮기고 이사를 했다. 제니퍼는 져스틴을 뉴욕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고, 법정에서도 그녀의 양육권을 인정해줬지만 져스틴은 자의로 피츠버그에 남았다. 그는 성 빅토르 학원과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피츠버그의 친구들을 너무나 사랑했다. 적어도 하이 스쿨만큼은 피츠버그에서 졸업하고 싶다고 져스틴은 제니퍼의 두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그 날도, 마치 쌍둥이 남매처럼 어디건 붙어 다니는 다프네는 한 켠에 놓인 일인용 소파에 찡박혀서, 햇살처럼 웃고 있는 져스틴의 얼굴을 쳐다보며,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다.
하여간, 이 꽉 막힌 놈을 어쩌면 좋아... 그렇게 순둥이처럼 굴어봐라. 세상에서 누가 알아주나. 이 답답이. 다프네는 제니퍼가 마음 편히 떠나도록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생글생글 웃어대던 져스틴이 떠올라, 쾅쾅- 가슴을 두드려댔다. 아마 이번 참에도 다프네가 먼저 알아채지 못했으면 말 한마디 흘리지 않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넘어갔겠지. 크레이그는 제니퍼가 떠난 후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대놓고 오입질을 해댔다. 다프네는 때때로, 져스틴이 이런 사람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부자는 마치 화성인과 금성인처럼 완전히 달랐다. 제니퍼의 빈 자리를 져스틴은 꼼꼼하게 채워나가려 애썼지만 가장의 빈 자리는 살림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크레이그가 연락도 없이 며칠 간 집을 비운 상태라면, 보나마나 그 집 냉장고도 텅텅 비어 있을 거였다. 혹시 며칠 간 빵 한 조각도 못 먹은 거 아냐 ? 다프네는 갑자기 걱정으로 마음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동시에 화가 머리 끝까지 솟구쳤다. 이 자식 아주 잡히기만 해 봐. 헉.. 만약어디서 쓰려져 있음 어쩌지.. 안 돼. 져스틴.. 사실, 그는 체구도 작고 말랐지만 먹성이 대단해서 한 끼만 제대로 못 챙겨 먹어도 현기증을 일으키곤 했다. 불길한 상상들이 머리 속에서 마구 날뛰자 다프네는 얼른 점심이 든 봉투를 챙겨들고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점심 시간마다 져스틴을 찾아다니지 않은 건 아닌데 도대체가 어디에 숨었는지 오후 수업을 알리는 타임벨이 울릴 때까지 흔적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다프네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찾고야 말리라는 의지를 불태우며 양갈래로 단단히 묶은 고수머리를 바람 소리가 나도록 흔들어댔다.
져스틴은 동그랗게 잘 다듬어진 관목림의 뿌리 근처로 몸을 숙이고 조그맣게 어깨를 만 채 나무 틈새로 기어들어갔다. 동물들이 드나들면서 길이 터진 듯한 그 곳은 며칠 전에 우연히 발견한 관목림 사이의 자그마한 공터로, 져스틴은 이 장소가 마음에 꼭 들었다. 전체적으로 나무가 둘러싸고 있어서 그늘도 깊었고, 적당하게 자란 풀들은 가끔씩 따금거리며 살갖을 괴롭혔지만 앉아있거나 엎드리면 푹씬하게 몸을 감쌌다. 가운데에 박혀있는 바위는 등을 기대면 안성맞춤이었고. 바위까지 강아지처럼 기어간 져스틴은 등을 기대고 두 다리를 쭉 뻗었다. 바위의 차가운 감촉이 셔츠를 뚫고 등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아무래도 그늘이 깊다보니 하루종일 해가 드는 시간은 거의 없는 듯 풀도 공기도 관목림 너머보다는 몇 도씩 온도가 낮은 거 같았다. 바위에서 스며든 냉기 때문에 잠시 소름이 돋았지만 곧 익숙해지자, 소름도 가라앉았다.
져스틴은 발치에 놓인 화보집으로 손을 뻗어 가까이로 끌어당겼다. 화보집 위에는 종이 봉투가 하나 올려져 있었다. 져스틴은 봉투부터 먼저 들어올려서 무릎 위로 쏟았다. 파란 사과 두 알이 떨어지며 뎅굴- 굴렀다. 사과 하나를 들어 바지에 대고 쓱쓱 문지른 후, 한 입 베어 물었다. 새콤한 맛이 혀를 자극하며 침이 가득 고였다. 앞니에 부서져 입 안으로 굴러떨어진 과육을 오물거리자 달콤한 맛이 기분좋게 감돌았다. 적당히 찧어진 과육들을 꿀꺽- 삼키고 사과를 한 입 더 베어물며, 져스틴은 이제 정말로 텅텅- 비어버린 냉장고를 떠올렸다. 비상금 조로 모아둔 돈이 있긴 했지만 그건 이번에 그리고 싶은 그림의 재료를 살 생각이었다. 여유가 넘치는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쪼들리고 살 형편도 아닌데... 잘 하지 않는 원망이 가슴 가득 차올라 져스틴은 일부러 사과를 아삭아삭 소리가 나도록 씹어댔다.
언제나의 패턴대로라면 크레이그가 집으로 돌아올 쯤도 되었으니, 져스틴은 원망이나 걱정은 그만 떨쳐버리기로 했다. 져스틴은 머리를 가볍게 흔들고, 두 번째 사과를 닦으며 화보집을 들어서 무릎 위에 올렸다. 두껍고 검은 표지를 빈 손으로 쓸며 금박으로 새겨진 Gustav Klimt(구스타프 클림트)라는 글씨를 조그맣게 소리내어 읽었다. 금박 글씨 아래에는 아르누보를 중심으로, 라는 짤막한 문장이 이어져 있었다. 져스틴은 짧은 문장을 눈으로 훑고 계단처럼 연결된 한 단 아래로 다시 눈길을 내리고 저자명을 소리내어 읽었다.
" 브라이언 키니. "
새초롬한 입술을 타고 흘러나간 소리는 기분 좋은 울림이 되어 져스틴의 귓가로 되돌아왔다. 전시회가 시작된 날부터 져스틴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갤러리에 들렀다. 그리고 사원 휴게실에서 브라이언이 끓여준 차를 마시며 미술사라든지, 그림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라든지, 세계의 박물관에 관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잔뜩 듣곤 했다. 그렇게 지루하면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도 거르지 않고 그 자리에 동석하고 있는 다프네는 하품을 하며 분위기를 깨기 일쑤였지만, 져스틴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브라이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리고 나중에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서 져스틴의 얼굴엔 늘 베시시- 웃음이 묻어 나왔다.
미국내 주요 도시마다 갤러리를 가지고 있는 Adagio Gallery 의 기획부 실장이면서, 미술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브라이언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한 책을 몇 권 편찬하기도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이틀 전에 갤러리 3층에 마련된 미술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한 Adagio Gallery 의 도서관에서 우연히 그의 책을 발견하면서였다. 그 날도 져스틴은 어김없이 방과후에 갤러리로 향했다. 브라이언은 지인이 새로 발간하는 문화 계간지에 칼럼을 써주기로 했다며 그것 때문에 자료를 찾으러 도서관에 가야한다고 했다. 져스틴은 두말없이 따라나섰다.
브라이언이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동안 져스틴은 도서관에 갈 때면 으례 들르는 화보 코너로 가서 이리저리 책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낯이 익은 이름이 눈에 띄어서 보니, 저자명에 브라이언 키니, 라고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져스틴은 깜짝 놀라서 책을 꺼내고는 표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보았나 싶어서 눈을 쓱쓱 비비기도 했다. 하지만 브라이언 키니, 가 분명했다. 져스틴은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하고 입을 뻐끔거리며 미술 화보를 펼쳐놓고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연신 킥킥거리며 낮은 웃음 소리를 흘리고 있는 다프네에게 마구 손짓을 해댔다. 져스틴의 손짓에 고개를 든 다프네는 발소리를 완벽하게 흡수하는 두꺼운 까펫 위로 책을 질질 끌며 무릎 걸음으로 져스틴에게로 다가갔다.
" 져스틴. 아무리 생각해봐도 달리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인 거 같애. 나 완전 반한 거 있지. "
다프네는 져스틴이 왜 저를 불렀는지는 관심도 없이, 져스틴 곁에 Salvador Dali(살바도르 달리)의 화보를 펼쳐놓고 이것 좀 보라며, 그림과 함께 곁들여진 달리의 사진을 가리켰다. 져스틴은 다프네의 말에 대충 응수를 해 준 다음, 다프네의 팔을 잡아끌며 책 표지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손가락 끝을 저자명 위에 놓고 왔다갔다했다. 다프네는 져스틴이 뭐 때문에 이렇게 흥분했는가 싶어 가리키는 쪽을 자세히 들여다봤지만 손가락이 왔다갔다하며 글이 보였다 안보였다 해서 져스틴의 손을 꽉 잡아서 멈추게 했다. 그리고 저자명을 확인한 다프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져스틴을 마주보았다. 장서들 너머로 자료 정리 중인 브라이언 쪽을 가리키며, 정말 ? 이라고 묻자, 져스틴은 눈썹 사이에 의혹의 주름을 잡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 어휴. 그럼 당장 가서 물어봐야지~ "
" 하지만 브라이언은 지금 자료 정리 중이라서 바쁘단 말야. "
" 야. 이거 확인하는데 천 년이 걸려. 만 년이 걸려. 몇 초면 된다구. 이거 아저씨가 썼어요? yes or no. 그럼 끝이란 말야. "
" 그래두.. "
" 그래두는 무슨 그래두 ? 난 궁금한 건 못참는 거 알지 ? 너도 마찬가지잖아. 야. 얼른 가보자. "
져스틴은 거의 다프네에게 끌리다시피 하며 책을 한 손에 들고 통로를 벗어나 브라이언이 작업 중인 테이블로 다가갔다. 테이블 앞에 우뚝 서서 다프네는 고개를 까닥하며 눈짓을 했다. 져스틴은 왠지 이러면 안 될 거 같은데.. 하는 마음으로 울상이 되어서 쭈빗거리며 브라이언에게로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끼고 브라이언이 고개를 들더니, 왜-? , 하는 눈빛을 건네며 싱긋- 웃음을 흘렸다. 져스틴은 저기요.. 하며 꾸물거리다가 다프네가 어깨로 툭- 등을 떠미는 바람에 기우뚱하며 손에 든 책을 브라이언 앞에 올려놓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책 위로 시선을 떨구었던 브라이언은 아- 하며 작은 감탄사를 내뱉더니 손에 들고 있던 볼펜으로 코끝을 톡톡- 두드렸다.
" 내가 집필한거야. 책을 몇 권 썼거든. "
볼펜을 코끝에서 공중으로 휙- 늘어뜨리며 브라이언이 조금은 쑥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져스틴과 다프네는 다시 한 번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마주본 후, 와아- 하며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책은 꽤나 두껍고 묵직했다. 이런 책을 몇 권이나 썼다는 것도 대단했지만 져스틴과 다프네는 자신들이 아는 사람의 책이 유명 도서관에 꽂혀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 신기했다. 몇 초면 끝날 일이라고 말한 것과는 달리 다프네는 뭔가 아주 많은 질문과 말을 늘어놓을 듯한 기세로 브라이언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리고 다프네가 입을 열려는 찰나, 브라이언은 부드럽지만 단호한 음성으로 다프네의 이름을 짧게 불렀다. 그 안에는 지금은 안 돼- 나중에 일 끝내고 보자, 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일주일이 넘게 매일같이 보다보니 이제는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다프네는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입을 꾹 다물고 콧등을 찡그리는 특유의 웃음을 보인 후, 져스틴의 팔을 끌며 살바도르 달리의 화보가 꽂혀 있던 쪽으로 되돌아갔다. 져스틴은 다프네에게 끌려가며 등뒤로 한껏 고개를 돌리고 브라이언에게 엄지 손가락을 쳐들어보이며 활짝- 웃었다. 브라이언은 쿡쿡- 낮은 웃음 소리를 흘리며 눈을 찡긋- 해보였다. 져스틴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가운데 씨부분만 남은 사과를 봉투 안으로 떨구어 놓고 즙이 묻은 손을 바지춤에 싹싹- 닦았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크게 숨을 들이쉬고 입가를 단단히 당겨 안으로 말려든 입술을 혀로 가볍게 핥은 후, 표지를 살며시 들어올렸다. 하얗고 반질거리는 속지 위에 책을 선물해주며 브라이언이 써넣어준 서명이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 황금빛 재능을 가진 소년, 져스틴에게 - 브라이언 키니 ' 책을 건네받고 그 서명 부분만 몇 번이나 읽어봤는지 모른다. 구스타프 클림트에 관한 책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표현이 떠올랐을테지만, 져스틴은 브라이언이 자신에게 붙여준 수식어가 몹시 맘에 들었다. 정말로 그럴리는 없겠지만 브라이언의 눈에 자신이 반짝반짝 빛나보이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져스틴은 가볍게 목을 움츠리고 쿳- 웃음을 흘리며 조심스레 책장을 넘겼다.
클림트의 그림은 폴락의 그림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져스틴을 사로잡았다. 특히 아르누보로부터 발현된 장식성과 독특한 문양이 돋보이는 1890년대 이후의 그림들은 눈을 즐겁게 했고, 가슴을 뜨거운 호흡으로 가득차게 만들었다. 황금색을 주조로 아름답게 펼쳐진 그림들은 추상적이고 때로는 극히 평면적임에도 금방이라도 화폭을 뚫고 일어나 져스틴의 귓가에 생생한 숨을 흘려놓을 것만 같았다. 브라이언의 저서에는 그런 느낌들이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들로 잘 표현되어 있었다. 특히, 져스틴이 마음에 들었던 건, 그림들이 보통 화보에서잘 사용하는 시대별 정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었다. 아르누보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대개, 클림트가 서른 살 이후로 선보였던 그만의 독특한 그림체를 가진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브라이언은 거기에 다시 한 번 색을 입혀 자신만의 정서로 그림들을 묶어냈다. 그 중에서도 져스틴이 가장 좋았던 부분은 ' 황금빛 정원의 연인들 ' 이었다.
중간보다 조금 앞쪽에 위치한 그 목차는 져스틴이 오랫동안 펼쳐놓고 들여다보아서 벌써 질이 잡혀 있었다. 책장을 어느 정도 잡고 넘기자, 왼쪽 다리 위로 무게감이 좀 더 실리며 그 페이지가 펼쳐졌다. 세 페이지에 걸쳐 각 장마다 그림이 인쇄되어 있고 그림 아래에 짤막한 글귀들이 이어졌다.
-> Gustav Klimt / 기대 (1905)
-> Gustav Klimt / 포옹 (1905)
-> Gustav Klimt / 키스 (1907)
[ 이 세 작품 중 ' 기대 ' 와 ' 포옹 '은 같은 해에 완성되었고, ' 키스 ' 는 2년 후에 그려진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연작 형식으로 완성한 것은 아니다. ' 기대 ' 와 ' 포옹 '은 같은 해에 그려진만큼 배경을 장식한 황금빛 물결 문양이 동질성을 느끼게 하지만, ' 키스 '의 경우는 황금빛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거 외엔 그즈음 클림트가 자주 그렸던 꽃밭의 이미지가 한층 강하게 살아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 세 그림을 놓고 볼 때면 언제나 연작인 듯한 착각에 빠진다. 황금빛 정원에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 기다림과 만남과 설레이는 첫키스까지. 황금빛 주조의 화폭은 찬란하게 빛나고 긴장과 설레임으로 곱게 물든 여인들의 붉은 뺨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
몇몇 문장은 외우기까지 해 버린 글귀를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내려가다가 져스틴은 자신이 들어온 구멍으로 누군가 머리를 불쑥 들이미는 걸 보고 깜짝 놀라 짧은 비명을 터뜨렸다. 그러나 곧 구멍 안으로 들어온 머리가 들리고 익숙한 얼굴이 나타나 져스틴은 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어휴. 이런데 숨어 있으니 찾을 수가 없지. "
구멍을 빠져나온 다프네는 옷에 묻은 풀조각들을 툭툭- 털어내고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채 져스틴을 향해 사나운 눈빛을 보냈다.
" 딱히 숨어 있었던 건 아닌데... "
져스틴이 무릎을 구부려 자리를 만들자 다프네는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나운 눈매는 여전했다.
" 솔직히 말해봐. 너 얼마나 굶었어 ? 오늘 아침은 먹었어 ? "
" 무슨 말이야 ? "
" 몰라서 물어 ? 요즘 크레이그 아저씨 안들어오고 있잖아. 보나마나 냉장고는 텅텅 비었을테고. 돈도 없을텐데. 뭐, 먹고 살고 있냐구- 이 맹추야- "
다프네가 구부린 무릎을 툭- 때리며 말했다. 다프네는 손이 매워서 힘이 실리지 않았는데도 스친 곳이 따끔거렸다. 져스틴은 손바닥으로 따끔거리는 부위를 쓸어내리며 곤란한 미소를 띄웠다.
" 어휴. 정말 내가 너 때문에 답답해서 돌아가시든지, 미쳐서 팔짝 뛰든지.. 언젠가 한 번은 경을 치고 말거다. 이거 먹어. "
" 너 아직 점심 안 먹었어 ? "
" 어쭈. 지금 네가 남 걱정할 때냐 ? 됐어. 우리 집 마나님은 뭐든지 못해먹여서 안달이니까. 우리 집 냉장고는 그득그득 들어찼다고. 그리고, 엄마한테 말해둘테니까 담에 또 이러면 재깍우리 집으로 건너와. "
" 그치만.. "
" 그치만은 무슨 그치만이야. 너 내 성질 자꾸 건드릴거야 ? "
" 아.. 알았어. 그렇게 할테니까, 이건 네가 먹어. 난 점심 먹었거든. "
져스틴이 살짝 입꼬리를 말고 눈짓으로 봉투를 가리켰다. 다프네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져스틴과 봉투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져스틴이 말릴 틈도 없이 봉투를 집어들더니 바닥으로 쏟았다. 가벼운 마찰음을 내며 씨부분만 앙상하게 남은 사과 두 개가 풀 위로 떨어졌다. 다프네는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치더니, 너 이거 안 먹으면 오늘 아주 내 손에 장사 치를 줄 알어- 라는 뜻으로 주먹을 돌돌 말아쥐고 흔들었다. 져스틴은 눈을 꼭 감았다 뜨고, 다프네의 점심 봉투를 두 손으로 공손하게 건네받았다. 봉투를 열고 두툼하게 만든 샌드위치를 꺼내들자, 식욕을 자극하는 구수한 냄새가 퍼지며, 기다렸다는 듯이 다프네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다프네는 당황해서 배를 움켜잡고 아니 이게 미쳤나- 라며 중얼거렸고, 져스틴은 풋-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야. 세상에 네 배만큼 순수하고 정직한 게 어디 있다고 그래. 크큭. "
" 져스틴 테일러-! "
" 아아.. 알았다구. 자, 그럼.. "
이라며 한 입에 커다란 샌드위치를 다 삼킬 듯한 기세로 입을 쩍 벌렸던 져스틴은 꿀꺽- 침이 넘어가는 다프네의 목울대를 바라보며 싱긋- 눈가를 접었다. 그리고 두 손에 힘을 주어 샌드위치를 갈랐다.
" 친구끼리는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잖아. 이게 제일 좋아. "
져스틴은 두 쪽으로 나눈 샌드위치 중 절반을 다프네에게 건넸다. 다프네는 뭐라고 말을 붙이려고 하다가, 치마자락에 손바닥을 쓱쓱- 문질러서 닦고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 잘 먹겠습니다. "
라고 동시에 외친 두 사람은 샌드위치를 한 입 가득 베어물고 음- 하며 몸을 떨었다.
" 너무 맛있어. "
" 마샤 아줌마 최고-! "
라며 각자 환호성을 지르고, 마주보며 커다랗게 웃었다.
결제를 내야 할 몇 가지 안건과 칼럼 마무리 때문에 오늘은 내내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브라이언은 저장 키를 눌러 모니터에 띄워둔 워드를 종료시키고 길게 기지개를 폈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었더니 몸이 뻐근했다. 허리도 휘휘 돌려보며, 건너편 벽에 걸린 시계로 눈길을 주었다. 브라이언의 머리는 자연스럽게 져스틴과 다프네가 올 시간에 맞춰 갤러리로 건너갈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생글생글 잘 웃는 져스틴의 얼굴을 떠올리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다프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브라이언은 두 사람과 함께 있다보면 어느 새, 다프네의 존재는 깜박 잊곤 했다. 져스틴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고 깜짝 놀란다든지, 박장대소를 한다든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등 넘치는 표현력으로 자신의 감정을 그때 그 때 드러내어서, 그 점이 브라이언은 무척 사랑스러웠다. 무엇이든 더 이야기 해주고 싶은 충동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아이였다. 클림트에 관한 저서에 서명을 넣어서 선물해주자, 감격에 겨워 반짝거리던 푸른 두 눈이 마음을 흡족하게 채워왔다.
함께 있을 때도, 기억을 더듬을 때도 기분을 유쾌하게 하는 좋은 아이. 브라이언은 틈만 나면 져스틴을 떠올렸지만 피츠버그에 와서 가장 즐거운 한 때를 선물해준 사람이기에 어색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그가 재능을 꽃피우는데 일조하고 싶었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브라이언은 갤러리로 건너가기 위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키를 챙겨들고 테이블을 돌아나온 브라이언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곧 만족감이 가득한 미소를 띄우며 사무실을 벗어났다. 잠시 후, 갤러리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가 돌아나오는 그의 콜벤 조수석에는 알록달록한 포장지로 싼 상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져스틴은 갤러리 내에서 관람객들 사이에 빚어진 약간의 마찰로 잠시 자리를 비운 브라이언을 기다리며 마른 풀잎과 향긋한 꽃향이 나는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오늘 다프네는 마샤가 친정에 다니러 가는 바람에 동생들을 돌보아야 해서 함께 오지 못했다. 브라이언에게 맛있는 저녁이라도 얻어 먹든지, 아니면 늦게라도 자기 집에 들러서 저녁을 꼭 챙겨먹으라며 엄마같이 잔소리를 하고 다프네는 집으로 돌아갔다.
여자 아이답지 않게 드세고 성질이 불같았지만 져스틴은 다프네가 정말은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제니퍼가 뉴욕으로 떠난 후, 져스틴은 몇 번인가 힘도 빠지고 쓸쓸하기도 해서 기분이 엉망이 되곤 했지만- 대부분, 크레이그 때문에- 그 때마다 다프네는 역정을 내면서도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남들은 참을성이 없다고 다프네를 두고 뭐라고 하곤 했지만 다프네는 너무 많이 참는 져스틴 대신 항상 화를 내어주고 울어주느라 더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촐랑촐랑- 양갈래 고수머리를 흔들며 사라져가던 다프네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져스틴은 오늘은 정말 다프네 집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미안. 많이 기다렸지 ? "
" 아.. 아니에요. 그보다 갤러리 쪽은 괜찮아요 ? "
" 어휴. 말도 마. 겨우 진정시켰지 뭐야. 어땠냐하면 말야... 크큭.. 마치 뿔이 잔뜩 난 다프네랑 마구 씩씩거리는 다프네가 싸우고 있는 거 같았어. "
" 에 ? 아.. 아하하하하하. 정말 그랬다면 그거 참 곤란했겠는걸요. "
브라이언이 말한 모습이 너무 쉽게 상상이 되어서 져스틴은 고개를 까닥거리며 신나게 웃어댔다. 휴게실 벽에 높게 뚫린 동그란 창에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금빛 머리칼 위를 뒹굴며 웃음 소리와 함께 통통- 튀어올랐다. 오늘 유독 볼아래 옅은 그늘이 진 져스틴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색채로 빛이 났다. 브라이언은 잦아드는 웃음 가운데 버릇처럼 검지 손가락으로 코끝을 튕구다 눈썹 끝을 살금 긁었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 심장 밑바닥을 간지럽히며 긁어댔다.
브라이언은 혀로 볼 한쪽을 밀다가 쩝-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 후, 소파 위에 올려두었던 상자를 들고와서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알록달록한 포장지로 쌓인 상자를 바라보다 져스틴이 브라이언을 건너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이 새끼 고양이처럼 너무 귀여워서 브라이언은 져스틴의 짧은 머리카락을 커다란 손으로 스스쓱- 흩뜨려버렸다.
" 뭣 좀 사느라 마트에 들렀는데, 눈에 띄길래 하나 샀어. "
" 에 ? 뭐.. 뭔데요 ? "
" 그건 져스틴이 뜯어서 확인해봐. "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져스틴은 포장지를 정성스럽게 벗겨냈다. 그리고 내용물이 드러나자, 놀랄 때면 으례 그렇듯 두 눈을 토끼처럼 동그랗게 떴다.
" 그거 좋아한다고 해서... "
" 우와.. 이거 정말 나 주려고 산 거에요 ? "
브라이언은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에 흡족한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크게 기뻐할 정도로 대단한 선물은 아니었다. 대형 마트나 문구점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고, 져스틴이나 다프네의 용돈으로 살 수 있을만한 가격이었다. 아마도 다프네라면 에게, 이게 뭐야- 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게 브라이언의 또 다른 예상도이기도 했다. 그건 만 조각짜리 지그소 퍼즐이었다. 사용된 그림은 클림트의 ' 키스 '
" 아.. 너무 좋아요. 굉장히 갖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사러 가면 꼭 ' 키스 ' 만 다 팔리고 없는거에요. 그래서 아직까지 갖지 못하고 있었는데... "
져스틴은 딱딱한 하드보드지로 만들어진 매끄러운 상자의 표면을 손바닥으로 쓸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서 안절부절하는게 눈에 다 비쳤다. 브라이언은 턱을 받친 팔을, 멋지게 꼬은 긴 다리 위에 올려놓고 기분좋게 웃고 있었다. 이 정도 선물에 이만큼이나 감격해주는 건 오히려 선물해준 쪽이 고맙고 기쁜 일이었다.
" Thank you.. very so much.. 브라이언... "
다정한 목소리가 테이블을 건너 성큼 다가온다 싶더니 어느 새 져스틴의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히며 퍼져나갔다. 잘 다듬어진 턱선 넘어 품에 안은 상자를 더욱 세게 끌어당기는 듯 져스틴의 단정한 손끝이 하얗게 물드는 걸 보는 동안 솜처럼 따스하고 가벼운 입술이 브라이언의 뺨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져스틴의 키스는 분홍빛 파문을 만들며 점점 더 넓게 번져나갔다. 동그란 파문에 부딪힌 것들은 시간을 거슬러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다. 브라이언은 천천히 멀어지는 져스틴의 얼굴을 바라보며, 채애깍- 느린 박자로 돌아가는 시계침 소리를 먼데서 울려오는 메아리처럼 듣고 있었다.
져스틴이 살랑 고개를 비틀자 내려뜬 눈꺼풀 아래로 머리칼과 같이 금색으로 빛나는 간지런한 속눈썹이 공기를 진동시켜 브라이언의 뺨을 쓸어내렸다. 브라이언의 살결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꽃이 피어나듯 벌어지는 입술이 눈을 잡아끄는 동안, 브라이언의 귀를 자극하는 건, 낮고 고혹적인 숨소리뿐이었다. 석류알처럼 반짝거리는 속살이 드러나자, 브라이언은 목마른 짐승처럼 그 붉은 알을 단번에 씹어삼키고 싶어졌다. 아찔함에 눈을 감는 순간, 브라이언은 져스틴의 입술을 입안 가득 맛보고 있었다.
번져나갔던 파문이 빠른 속도로 처음 한 점으로 돌아와 맺히고 채칵- 채칵- 돌아가는 시계침 소리가 너무 요란하다고 느꼈을 때, 브라이언은 눈을 번쩍 떴다. 바로 코앞에 놓인 푸른 눈동자가 의아한 듯 아래 위로 깜박거리며 ' 브라이언- ? ' 하고 불렀다. 브라이언의 손이 져스틴의 어깨를 강하게 틀어쥐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 my pleasure.. ' 라고 힘겹게 내뱉은 후, 아직도 유혹적으로 시선을 끄는 붉은 입술로부터 턱을 바짝 끌어당기고 져스틴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 어디 아파요.. ? 안색이 안좋아요. "
져스틴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브라이언은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오늘 이 이상 져스틴과 시간을 보내는 건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일 같았다.
" 그냥 칼럼 때문에 신경을 좀 썼더니, 피곤한가봐.. 져스틴,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 줄래.. ? 나도 일찍 들어가서 좀 쉬어야겠어. "
" 네.. 알겠어요. 그러는게 좋겠네요. "
브라이언의 말에 실망감이 먼저 들어 풀죽은 대답이 튀어나온 져스틴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을 덧붙였다.
" 사실, 나도 학교에서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좀 있어서 피곤했거든요. 그.. 그럼 이만 가볼께요. "
" 조심해서 들어가. "
" 네- "
마지막 대답은 웃음과 함께 경쾌한 목소리로 건넨 져스틴은 조용히 휴게실 문을 닫고 밖으로 사라졌다. 져스틴이 사라진 문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브라이언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깊이 숨을 내쉬었다. 방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브라이언은 믿을 수가 없었다.
" 욕구불만인가... "
브라이언은 몇 주 전 크게 말다툼을 하고 통화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연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반짝이는 금발과 새하얀 얼굴이 많이 닮았다. 하지만 져스틴은 어린 소년이라구.. 반성해 브라이언 키니. 브라이언은 스스로를 윽박지르며, 오늘 저녁엔 꼭 뉴욕으로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타는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찻잔으로 손을 가져가다가 브라이언은 져스틴이 미처 챙기지 못하고 흘리고 간, 지그소 퍼즐을 발견했다. 매끄러운 상자 표면에 그려진 클림트의 그림이 개암나무빛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키스 직전의 긴장감과 설레임으로 아슬아슬하게 남자의 품에 매달린 여인의 모습이 유독 고혹적이었다. 순간 머리 속을 함부로 헤집고 뿌연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건, 짧고 강렬한 금발의 애띤 미소.
그건, 떨치기 힘든 황금빛 유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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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폴락보다는 대단한 클림트 애호가(;;)입니다.소설에서 쓴 그대로 아르누보의 영향을 받아 감각적인 기법이 주를 이루는서른 살 이후로의 작품들에 아주 환장합니다. 특히, 저 유명한 ' 키스 ' 는눈물없이 볼 수 없는 작품이죠. ㅠ.ㅠ 어찌나 가슴이 떨리고 좋은지....처음 클림트의 ' 키스 '를 봤을 때 정말로 벼락을 맞은 거 같았죠.그 때 느꼈던 흥분과 감동은 평생토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내 생애에 클림트의 원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ㅠ.ㅠ전시회장에서 기절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요. 흐흐. (' 키스 ' 지그소 퍼즐은 왜 꼭 맘 먹고 사러 가면 보이질 않는 것인지..;ㅁ;)
이번 편에도 작품에 대한 멘트들은 저의 조촐한 감상입니다. ^-^아르누보는 직역하면 새예술이라는 뜻인데, 미술사에 등장하기 한 세대 전쯤유럽의 건축양식에서 먼저 등장한 예술사조입니다. 저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클림트의 그림 기법에서 드러나는 다채로운 문양과 장식성을 감안하면, 대충고개가 끄덕여지긴 하죠. 건축양식에서는 실효성의 문제로 그다지 오랜 시간동안유지되었던 것 같지는 않구요. 오히려 미술사에 영향을 끼친 것이 혁혁한 공로인듯 합니다.어쨌든 그로 인해 클림트의 독특한 스타일이 생겨났으니까요. 거기에 클림트는 비잔틴 양식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무엇이 되었건, 분명한 건 정말 멋지다는 것- ㅠ.ㅠ b
*글을 쓰다보면, 저에게도 저만의 양식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때로는 그것이 너무 진부하게 느껴져서 이제는 그만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구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것도 하나의 버릇이라서 그게 만만치가 않네요.기회가 되는대로 정말로 새로운 양식을 창출해서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클림트나 기타 작가나 화가들 중에서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과도기는 누구나 존재하지만)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울게하소서의 키스 그리고 클림트 편에서는 문득, 유혹적으로 다가오는 존재..라는한 패턴에 촛점을 맞추었는데, 이 패턴은 항상 저에게 상당히 마땅찮은 기분을 남깁니다. 뭔가 스스로에게 설명이 부족하달까, 타당성이 부족하달까... 워낙에 집착하는 패턴이다 보니 앞으로도 글을 쓰는 동안은 계속 매달리게 될 거 같지만과연 만족스럽게 쓸 수 있는 날이 올런지 의문스럽네요. (휴~ㅠ.ㅠ)
*울게하소서.. 에서 먼저 밝혀두고 싶은 것들.
브라이언은 게이도 아니고 바이도 아니고 스트레잇입니다.사실, 스트레잇 브라이언이란 너무 비정상적인거 같고 어색한 설정이라제 자신도 쑥쑥한 감이 없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게일씨로 소설을 쓰기엔또 너무 픽션스럽지 못하게 될 거 같아서, 어렵게 결정을 했습니다. 그가 운명의 사람 앞에 아무런 꺼림낌없이 굴복할런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그는 원래 남자를 사랑하는 부류가 아니라, 다만 사랑한 사람이남자였을 뿐인 부류에 속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전개 과정상 두 사람이 속터지게 하는 일이 많을 거 같아서요...미리 말씀드리지만, 새드 아니에요~
*이런 팬심에서 위배되는 자기만족적이고, 이상한 글을 읽어주시고,
게다가 애정어린 멘트까지 남겨주신 위드동 가족 여러분께 감사와 사랑을 전하며....
자, 그럼 이젠 바람처럼 도망갈랍니다~
첫댓글 오...클림트^^ 배낭여행중에 빈에서 키스을 봤는데요, 클림트 스펠이 C로 시작하는 줄 알고 있다가--; 스스로 민망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작품이 생각보다 아주 커서 한번에 못 찾고 두리번거렸답니다. 그림은 하-나도 모르는 저이지만, 굉장히 인상 깊었던 작품이에요. 정말 화려하고 나름대로 야했던ㅋ
허억.. 제 평생의 소원 중 하나인 일을 이루셨군요.. ㅠ.ㅠ 키스는 생각보다 그림 크기가 커서 실제 크기를 처음 알았을 때 저도 상당히 놀랬답니다. 하지만 그만큼 원화로 보게 되면 엄청 감동적일 거 같아요. ㅠㅠ 아아..보고싶다앗-;ㅁ;
와~~~Chay님 아니 클림트의 키스를 원화로 보셨단 말씀이십니까???..이럴수가 이렇게 부러울수가...아~~~넘!!!!넘!!!!넘!!!!! 왕~~~부러워요...아~~~제 소원이에요...원화로 이런 거장들 그림을 보는것이, 살면서 늘 생각하는 소원이런거요!!!!...아 넘 부러워요...ㅎㅎㅎ...숨결님 글에 감동이예요...넘 좋아요.....
리플달려다 Chay님이 원화로 그림보셨다는 말에 넘 부러워서 딴 소리만 잔뜩....ㅋㅋㅋ...제가 그렇죠 뭐~~~ㅎㅎㅎ...이해하시죠???..그런 기회는 평생 안올수도 있잖아요...아~~님이 새드는 아니라해서 좋긴한데 난 아직도 제목 땜에 계속 불안해요...그래도 넘 잔잔하니 좋아요...다프네도 넘 좋아요..저런 친구를 얻는건
큰행운이죠..아~난 키스 1000조각 퍼즐 맞추다 미치는줄알았어요...ㅎㅎㅎ...그게 비슷한 황금색이 가득한지라 어지러워서...ㅎㅎ...그 밑의 꽃그림은 거의 죽음이었다는...그래서 완성하고나서 그 감동이란 ...아~~눈물나죠...클림트는 저도 넘 좋아해요...아니 이런 글 얘긴안하고 ....ㅋㅋㅋㅋ...담편엔 글 얘기만해야
정말 볼때마다 끌리는 소설입니다^^브라이언이 저스틴에게 점점 끌리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앞으로로 건필해주세요!
이번편도 멋진글에 멋진사진^^ 항상 읽으면서 너무 좋으네요. 꺄악! 아참참! 이번편을 보면서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그 뉴욕에 있는 반짝이는 금발과 새하얀 얼굴의 연인이.....혹시....그분인가요? 에필로그 내용이 살짝 생각나더군요.(흠찟) 만약 그렇다면 져스틴 무척놀라고 힘들거같네요.(글썽글썽)
어째 뉴욕에 있는 연인은....제가 아는 그분인거 같은데요.. 브라이언이 스트레잇이라지만 사랑에 그런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 저도 클림트의 키스를 좋아합니다. 님의 글에서 다시 보게되니 새삼 느낌이 다르네요..
이야...느낌이 참 색다른 글이네요...깊이가 느껴지는 글이라..배울 것도 참 많고...한 장면 한 장면이..영화처럼 스쳐지나갑니다...건필하세요!!^^
오호~~애인이 있었군요.그런데도 흔들리는 브라이언, 사랑에 빠진 져스틴...다음이 기다려져요
이런...연인이 있는데.......피츠버그에서 새로운 사랑이 싹트는 순간이군요...후훗....근데 연인을 버리고 져스군을 택할수 있을지.....
화려한 색채와 현란한 기하학적 도안에서도 우수가 읽혀지는 풍경화뿐 아니라 육감적이고도 따뜻한 인물화까지 저도 조아하는 작가입니다.. 저 개인적으론 유디트를 좋아합니다.. 성녀를 육감적으로 표현해 낸 클림트의 감각에 박수를.. ㅎㅎ 얽힌 관계 어떻게 풀어내실런지 기대할께요~
부끄러워하며 책을 내민 저스틴.. (저도 함께 부끄러워합니다-) 그렇지만 저스틴이 내민 책의 저자가 자신임을 밝히며 쑥쓰러워하는 브라이언이라니.. 오오- 제가 지금껏 알아왔던 에피 속의 브라이언과 (자상한 면에서도) 너무도 다른 것이.. 좋으네요-ㅠㅠ 좋아요..ㅠㅠ // 저스틴에게 있어 브라이언은.. 지금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을까요?? 동경하는 사람?? 그저 멋지다고 인정하는 정도?? 황금빛 재능을 지닌.. 찬란한 블론드의 소년을 브라이언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마주하는 두 사람의 눈동자를 훔쳐보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겠군요- 스트레잇인 브라이언이 황금빛 유혹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첫댓글 오...클림트^^ 배낭여행중에 빈에서 키스을 봤는데요, 클림트 스펠이 C로 시작하는 줄 알고 있다가--; 스스로 민망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작품이 생각보다 아주 커서 한번에 못 찾고 두리번거렸답니다. 그림은 하-나도 모르는 저이지만, 굉장히 인상 깊었던 작품이에요. 정말 화려하고 나름대로 야했던ㅋ
허억.. 제 평생의 소원 중 하나인 일을 이루셨군요.. ㅠ.ㅠ 키스는 생각보다 그림 크기가 커서 실제 크기를 처음 알았을 때 저도 상당히 놀랬답니다. 하지만 그만큼 원화로 보게 되면 엄청 감동적일 거 같아요. ㅠㅠ 아아..보고싶다앗-;ㅁ;
와~~~Chay님 아니 클림트의 키스를 원화로 보셨단 말씀이십니까???..이럴수가 이렇게 부러울수가...아~~~넘!!!!넘!!!!넘!!!!! 왕~~~부러워요...아~~~제 소원이에요...원화로 이런 거장들 그림을 보는것이, 살면서 늘 생각하는 소원이런거요!!!!...아 넘 부러워요...ㅎㅎㅎ...숨결님 글에 감동이예요...넘 좋아요.....
리플달려다 Chay님이 원화로 그림보셨다는 말에 넘 부러워서 딴 소리만 잔뜩....ㅋㅋㅋ...제가 그렇죠 뭐~~~ㅎㅎㅎ...이해하시죠???..그런 기회는 평생 안올수도 있잖아요...아~~님이 새드는 아니라해서 좋긴한데 난 아직도 제목 땜에 계속 불안해요...그래도 넘 잔잔하니 좋아요...다프네도 넘 좋아요..저런 친구를 얻는건
큰행운이죠..아~난 키스 1000조각 퍼즐 맞추다 미치는줄알았어요...ㅎㅎㅎ...그게 비슷한 황금색이 가득한지라 어지러워서...ㅎㅎ...그 밑의 꽃그림은 거의 죽음이었다는...그래서 완성하고나서 그 감동이란 ...아~~눈물나죠...클림트는 저도 넘 좋아해요...아니 이런 글 얘긴안하고 ....ㅋㅋㅋㅋ...담편엔 글 얘기만해야
정말 볼때마다 끌리는 소설입니다^^브라이언이 저스틴에게 점점 끌리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앞으로로 건필해주세요!
이번편도 멋진글에 멋진사진^^ 항상 읽으면서 너무 좋으네요. 꺄악! 아참참! 이번편을 보면서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그 뉴욕에 있는 반짝이는 금발과 새하얀 얼굴의 연인이.....혹시....그분인가요? 에필로그 내용이 살짝 생각나더군요.(흠찟) 만약 그렇다면 져스틴 무척놀라고 힘들거같네요.(글썽글썽)
어째 뉴욕에 있는 연인은....제가 아는 그분인거 같은데요.. 브라이언이 스트레잇이라지만 사랑에 그런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 저도 클림트의 키스를 좋아합니다. 님의 글에서 다시 보게되니 새삼 느낌이 다르네요..
이야...느낌이 참 색다른 글이네요...깊이가 느껴지는 글이라..배울 것도 참 많고...한 장면 한 장면이..영화처럼 스쳐지나갑니다...건필하세요!!^^
오호~~애인이 있었군요.그런데도 흔들리는 브라이언, 사랑에 빠진 져스틴...다음이 기다려져요
이런...연인이 있는데.......피츠버그에서 새로운 사랑이 싹트는 순간이군요...후훗....근데 연인을 버리고 져스군을 택할수 있을지.....
화려한 색채와 현란한 기하학적 도안에서도 우수가 읽혀지는 풍경화뿐 아니라 육감적이고도 따뜻한 인물화까지 저도 조아하는 작가입니다.. 저 개인적으론 유디트를 좋아합니다.. 성녀를 육감적으로 표현해 낸 클림트의 감각에 박수를.. ㅎㅎ 얽힌 관계 어떻게 풀어내실런지 기대할께요~
부끄러워하며 책을 내민 저스틴.. (저도 함께 부끄러워합니다-) 그렇지만 저스틴이 내민 책의 저자가 자신임을 밝히며 쑥쓰러워하는 브라이언이라니.. 오오- 제가 지금껏 알아왔던 에피 속의 브라이언과 (자상한 면에서도) 너무도 다른 것이.. 좋으네요-ㅠㅠ 좋아요..ㅠㅠ // 저스틴에게 있어 브라이언은.. 지금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을까요?? 동경하는 사람?? 그저 멋지다고 인정하는 정도?? 황금빛 재능을 지닌.. 찬란한 블론드의 소년을 브라이언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마주하는 두 사람의 눈동자를 훔쳐보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겠군요- 스트레잇인 브라이언이 황금빛 유혹을 느끼기 시작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