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이 된다는 건 혼자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인간의 노력만으로 되는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저희 가족중에 신부님과 신학생이 많아서 그들의 삶을 이 기회에 이야기 해보고 싶네요.
좀.. 걱정스러운게 있다면. 제가 이렇게 그들의 삶을 공개해도 신부님들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게 있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오히려 현대사회에서 신부님들의 소중함이 더 드러나지 않을까 해서 좀 적어 보네요.. 제가 늘 옆에서 그리고 가까이서 본 모습이라, 전부 사실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신부가 되려면 신학교에 가야 한다. 그리고 신학교에 가기 위해선 예비신학교에 가야 한다.>
신학대학 입학해서 10년 뒤에 신부가 되지만 10년만이 신부되는 과정이 아니더군요.
예전엔 소신학교라고 해서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신부가 되기 위한 사람들이 자신을 하느님께서 부르셨는지, 그리고 자기가 그렇게 살 것인지 식별하기 위해 소신학교라는 것을 다녔다고 해요. 지금은 소신학교는 없지만,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예비신학교라는 것을 중1때부터 다녀야 합니다. 물론, 꼭 중1은 아니여도 고등학교 다니면서도, 또는 대학 다니면서도 신부님이 되야 겠다는 마음과 부르심을 느끼게 되면 신학교 입학 전에 예비신학교라는 것을 일정기간 다녀야 입학이 가능하더군요.
------<성소식별은 신학교 입학때부터 꾸준히 이루어진다.>
식별이라고, 이게 많이 부담주는 것 같아요. 일단 신학대학교에 입학하는 기준부터 까다롭더군요. 아무나 신학교에 입학을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예비신학교를 다니는 동안 교회의 어른으로부터 면담과 관찰 등을 통해 신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여부를 평가받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수능 전체석차 상위 20%안의 성적과 건강과 가정환경, 외모까지 모두 훌륭하면 신학교 입학을 허가 받게 됩니다.
대게 공부도 못하고 갈곳도 없고, 할 것도 없고 그런 사람이 도피처처럼 신학교 가는 것처럼 알고 있는데 절대 안 그렇습니다. 저 성당에서 학생회 활동 하면서 보면 정말 인기 좋고 공부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오빠들이 신학교 가더라구요. 세상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하며 살아갈 사람들이고, 혼자서 살 사람이여서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도력도 있고, 또 신체검사(종합검사 세세히 하더라구요)해서 몸에 질병이 있는 수준이 아니라 허약해도 신학교 못 가더군요. 아는 분은 간이 안 좋다고 못 갔고, 어떤분은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못가고, 신학교 입학부터 무지 까다로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럴만한 이유가 일단 입학하면 10년간을 신학교에서 살아걸건데.. 개인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과정이란 생각이 들어요.
신학교 입학할 때는, 본당 신부님의 추천서와 이 신입생이 입학이 가능하다는 각종 증명이 따라 붙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학교는 입학하는 순간 10년 동안 20대 청춘을 하느님을 위해 봉헌한다>
언젠가 신학교 입학식을 간 적이 있었어요. 모두들 까만 양복에 까만 넥타이를 했더라구요. 이제는 내가 죽고 그리스도께서 사는 것이라고.. 그걸 보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지..다들 잘생기고 똑똑하고.. 그런 청년들인데. 하느님에 미쳐서 그 길을 가겠다고.. 그렇게 웃고 서 있는데.. 기분 정말 이상했습니다. 신기한건 그중엔 나이 많은 분들도 많았어요. 다들 대학 졸업하기도 하고, 석사, 박사들도 있더라구요. 그들도 신학교 학년이 면제되는거 없고 똑같이 학교 1학년부터 다시 다닌다고 하더군요.
-------<신학대학이라는 곳>
신학교라고 하는 신학대학은 전국에 가톨릭대학교라고 이름이 붙어있는 대학들입니다. 서울이나, 대구 같은 가톨릭대학교는 종합대학교지만 가톨릭대학교라는 이름으로 신학과가 있습니다. 총 7년제 과정인데, 4년은 일반대학과정이고 나머지 3년은 대학원 과정이라고 하더군요.
모든 신학대학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매일 기도와 묵상, 그리고 학습, 노동, 기타 운동이나 취미활동들을 한다고 합니다.
공부하는 과목들을 얼핏 보았는데 일반 대학교에서 하는 공부와 거의 같은 교양과목들 다 하고요, 특히나 다른 종파의 교수들도 기꺼이 교수로 받아 들여 강단에서 강의를 하더라구요. 언어로는 성서해석을 위해 라틴어, 희랍어 히브리어, 영어는 필수이고 제2외국어를 다 필수로 선택해야 한다고 합니다. 철학, 과학, 인문과학, 사회과학, 등의 다양한 과목들을 배우더라구요.
정규 수업외에 서예, 동양화, 서양화, 키타, 오르간, 테니스, 수영 등 예체능 분야의 수업까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거의 과목들이 만능인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그럴거에요. 과목들이 있다고 다들 제대로 배우는거 아니더라.. 근데, 신학교는 다른 것 같더라구요. 신학교에서는 학업을 성실성과 깊이 연관을 시켜서 보기 때문에, 그 과목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내용은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그 결과를 매우 중요시 여기는 듯 했습니다.
--------<비밀스런 신학교 생활>
잘 말 안해주던데 대충 정리해보면, 아침과 저녁 모여서 함께 기도하고 미사하고, 함께 밥 먹고 공부하고 그런다고 하더군요. 매일 저녁에는 대침묵이라고 해서 서로 말을 안할 뿐 아니라 완전히 홀로 하느님과 자신과 함께 하는 생활을 신학교 생활 내내 한다고 하네요. 함께 학교살림을 꾸려가고 정해진 시간에 삽, 곡괭이 들고 노동하는 시간도 있다고 합니다. 저학년때는 함께 살고 일정학년이 되면 독방 생활을 하는데, 외출은 고학년이 돼서 주일만 하루종일 외출 가능하고 수요일에 잠깐 외출 되는 곳 있다고들 하더군요.
아무튼 규율이 대게 엄하대요. 워낙 엄한데다 지키지 못하면 스스로 나가거나, 교수들의 판단에 의해 쫒겨 나가게 된다고 하네요.
---------<신학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방학중에 성당에 가면, 신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요. 성당에서는 학사님이라고들 부르는데, 학기중에 겪지 못한 세상사를 방학중에 익히고 실습한다고 합니다. 방학중에는 여기저기 사회체험들 여러 봉사활동이나 다양한 사회체험들.. 가더라구요.
술도 잘먹고 놀기도 잘하고, 특히 아는게 많아서 늘 이야기하기가 재미 있는,, 그래서 늘 모임에서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분들이세요. 그리고.. 방학때도 늘 흐트러지지 않고 바르게 생활하는 .. 꼭 때가 되면 기도하고.. 멋있는 학사님들..
--------<신학생으로 살아가는 어려움>
신학교 다니는 중에 군대와 군대를 가기 위한 준비와 복학 준비를 위한 시간 다 포함해서 총 3년을 군과 관련하여 보내고 7년을 포함해 꼬박 10년이 됩니다.
그 과정은 한창때인 20대 청년들이에요. 학사님들 좋아하는 여자애들 대게 많구요. 그럴만한게, 진짜 학사님들 대게 멋있어요.. 그런 애들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하고, 그것에 힘들어하기도 하고 그런 것 같더군요. 어떤 사람은 그래서 학교를 그만 두기도 하고.. 아무튼 신부님은 다들 총각이여야 하니깐. 정말 힘들게 20대를 보내는 것 같아요. 외로움과 싸우고, 하느님을 알려고 또 고민해야 하고..
한 사람의 신부가 만들어 지기 위해서 혼자 노력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았습니다. 주변에서 그들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무진장 기도하더라구요. 그들이 교회를 이끌어 가니깐. 좋은 신부님이 나오길 모든 사람들이 끊임없이 기도하는 거지요. 수많은 사람들 속에 그렇게 성장해 가는 가 봅니다.
그리고, 그만큼 신학교의 교수님들과 교회의 어른들은 각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더군요. 매 학기마다 사정회를 해서, 그들의 성실성이나, 판단력, 학업능력, 예의, 책임감 등등을 살펴보고, 아니다 하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내보내더군요. 늘 새 신부님들 보면 입학할 때는 많았는데, 실제 신부님이 되는 수는 매우 적더군요..
방학중에는 그 신학생의 방학생활에 대한 소속 신부님의 냉정한 증언서가 첨부되어서 방학생활에 대한 공적인 평가까지 하게 된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나오게 되는 여러 이유를 보았더니, 건강이 안좋거나, 기도를 빠지거나, 성적이 안좋거나, 대침묵을 어기거나 소등을 안 지켜서 그렇더군요. 공동체 생활을 잘 못하거나, 공동체 구성원과 관계가 좋지 않거나.. 정말 사소한것들이었습니다..세상 사람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사소한 것에 학교에서 내 쫒기게 되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독서직, 시종직, 부제품, 사제품>
신부님이 10년을 마치면 딱 되는게 아니라 중간 중간에 성직에 다가가는 과정이 있더군요. 보통 4년인가 마치면 독서직을 받고, 그 다음에 시종직을, 그리고 나서 부제품을 받게 되는데, 독서직때, 검은 긴 치마 수단을 입게 되고 부제품때 드디어 성직자가 된다고 하네요.
10년 마친다고 다 신부님이 되는건 아니고 정말 중요한 그리고 놀라운 관문 하나가 있다는거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서품 공시라고 하는데, 부제품이나 사제품을 받기 전에 아주 대대적으로 소문을 냅니다.
"이 사람이 성직에 오르는데 부적합하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교회의 선익을 위해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라고..
각 성당의 입구에 붙이고 공식적인 소식지를 통해 얼굴과 함께 이런 내용을 실어서 해당 교구 전체에 배포합니다. 만약 이것을 보고 서품대상자가 평소 품행이 안좋은 면이 있다든지, 자신이 목격한 문제점이 있다거나, 인품, 성품등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일반 평신도의 증언이 들어오게 되면 이 서품 대상자의 서품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10년을 고생했어도. 이런 말이 들어오게 되면 신부가 될 수 없는 것이죠. 신자라면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교회가 못박고 있어서, 신자들은 그래도 고생한게 있는데 하는 감정적인 것은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이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게 가톨릭교회공동체를 전체를 위한 거라고 합니다. 그 당사자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이지만요.
그래서 신부님이 되기 직전에 그만 두거나 신부되는 대상에서 제외 되는 수가 많아요. 10년이 지나, 다 된 것 같을 때. 자기도 모르지만 누군가의 이런 증언으로 신부가 못 되는 거죠. 곧 신부가 되기 위해서는 보이는데서나 보이지 않는 데서나 행실이 올바라야 한다는 것을 뜻해주는 것 같습니다. 결국 신부가 되었다는 것은 외면상 거의 수천명 내지 수만명의 만장일치로 신부가 되기에 합당합니다 라고 했을 때 되는 경우 랍니다. 그래서 신부님의 탄생은 늘 뉴스감이 되는 가 봅니다.
사제서품을 받으면 주교님이 가라 하면 아무 말 없이 순명하고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임지로 가게 됩니다. 보통 주임이 아니라 보좌로 5년 넘게 생활하고 그 다음 주임으로 사목을 하게 됩니다. 평생 가족 없이혼자서 살아가고 신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매일 기도하고 묵상하고. 공부하고. 노동하고, 운동하고.. 그렇게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갑니다..
신부님들 주변에서 보기 쉽지 않아요. 그 만큼 되기도 힘들고. 요즘 세상에선 되고 나서도 많이 힘들더라구요. 신부님을 그냥 직장인처럼 보는 사람들 신부님이 이렇게 해서 되는 것 알고 신부님을 대했으면 좋겠어요..
의대생들 고생한다고 하는데. 신부님들의 신학교과정에 비하면 별거 아니란 생각마저 들더군요. 쪽지 시험, 구두시험, 그리고 중간, 기말고사 일반대학생들과 크게 다를 듯 없지만 학업능력이 이들의 지식능력, 판단능력을 평가해주는 것이 되어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동으로 중간에 낙오되기 때문에, 공부 무지 많이 하더군요. 과목들도 신학 외에 여러 종교들에 대해 가톨릭이 아닌 그 분야의 종교전문가로부터 강의를 받아, 타 종교에 대한 올바른 견해도 갖추고, 현대사회에 필요한 여러분과학문에 대해서도 공부한다고 합니다.
그냥 기도하고, 고뇌하면 신부되는거 아닌가 하는 분 많을텐데. 그들이 학교다니면서 쓰는 리포트는 거의 논문 수준이라는 것 아시면 많이 놀랠겁니다. 환경운동, 사회운동, 그리고 주변의 성과 매스컴 등에 대해서도 사회학적, 심리학적, 종교적인 탐구를 하며,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어 갈 방법을 연구하는 최고의 지성인이며 완성된 인간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 여기까지는 교구신부님
신부님이 되는 방법은 교구신부님이 있고 수도회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각 성당에 계시는 분들은 교구 신부님이 많으니깐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보시면 되고요 수도회 신부님도 학업과정은 거의 같고 중간에 수련기간이 들어가 있습니다.
신학교라는 곳은 완성된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2의 그리스도라는 그리스도를 알려주는 사람을 양성해 내는 곳이여서, 정말 예수님과 닮은 사람 그들이 바로 신부님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냥 학업만으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10년간 매일 하느님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뛰어난 지력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하느님에 대해 알아가는 그 깊이 있고 중후한 삶과 그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협조하는 수 많은 사람들.. 그래서 이들의 삶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것은 아닌것 같아요.
아무튼 신부님들은 정말 짱입니다. 이 시대의 마지막 짱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