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팔공산에 깃든 파계사와 성전암, 그리고 거조암을 다녀온후
언제나 나는 그곳을 그리워했다.
그날의 정경을 하나 하나 잊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이번 순례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실감했었고, '꿈꾸는 자 그는 행복한 사람'이란걸 느낄수 있었다.
설날 연휴를 막 끝내고 금요일 밤 서울역에서 우린 만났다.
그리고 시간이 되서 기차를 타려고 기차표를 받아든 순간
아뿔사 이 차는 벌써 이미 오전에 떠나버린 기차표가 아닌가...
그때부터 특급작전이 시작됐다.
법성화 법우는 환불이 되는지 창구로 달려갔고
나는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른 인터넷으로 고속버스가 몇시까지 있는지 좌석은 있는지...
12시가 막차란다. 좌석은 20여석 정도 남아있다고 하고
불이 나게 달려 택시 승강장으로 가니 줄이 나래비로 섰다.
이 순서 기다리다간 12시가 넘어버리고 말것이다.
그 순간 법성화가 앞으로 달려갔고 20년 무사고 택시를 탈수 있었고
여유롭게 고속터미널 역에 도착할수있었다.
동대구 터미널에 도착해서 혜연화법우와 통화를 하고 잠시 기다리니 아버님 차라며 까만 승용차를 몰고 나타난다.
이렇게 우리의 순례는 시작됐다.
처음 계획을 약간 수정 먼저 송림사부터 시작했다.
송림사!
송림이 우거졌으리라 생각지 마시라..
송림은 흔적도 없고는 대로변에 나지막한 담장하나만을 두고 있어서 찾기도 쉬웠다.
이미 도량석이 시작되고 있었다.
깜깜한 밤중에 거대하게 나타나는 전탑을 바라보며 합장하고 대웅전에 들어섰다.
추워서 온 몸이 굳어왔고 손발이 시려웠다.
예불을 드린 보살님께 여쭈어 공양간에 딸린 방으로 안내되어
몸을 녹힐 수 있었고 따뜻하고 맛난 아침 공양까지 얻어먹을 수 있었다.
날이 어느정도 밝아진듯하여 새벽 5시 반경 웅장한 전탑을 구경하고 대웅전 건물을 보며 옛날엔 송림사가 어떠했을지 그려보았고 명부전 외벽에 그려진 지옥도를 보며 몸서리를 쳤다.
이제 두번째 순례지 군위 삼존불로 간다.
바위 절벽위에 동그랗게 굴을 파고 조성되어 있는 군위 삼존불!
국보란다.
왜 국보냐..
이 군위 삼존불이 마애불상에서 석굴암까지 변해가는 중간과정을 설명해주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2석굴암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었다.
비록 철문으로 닫혀 접근 금지돼어 있어 마당에서 바라볼수 밖에 없었지만
내 나쁜 시력으로도 웬만큼은 윤곽을 구별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다.
그리고 그렇게 거기에 계신것만으로도...
조용한 그곳을 떠나 우린 파계사로 향했다.
문화재로 볼때 수미단과 관세음보살상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파계사!
파계사는 오밀 조밀 작은 공간이 치밀하게 연출된 공간이다.
계율로 유명한 곳이어서인지 성철스님때문인지
언제가 갈때마다 법당엔 참선에 드신 거사님 한두분쯤
그리고 열심히 경전을 보고 계시는 보살님들이 댓분이 계시곤 한다.
이날도 역시나 마찬가지..
다시 뵙게 된 유리관 속의 보살님을 뜯어 보고 또 보고
수미단밑을 엉거주춤 쪼그리고 다니며 보고 또 보고..
오른쪽의 삼장탱화는 보고 또 보다 그 탱화시주자가 노태우씨 일가가 시주한것을 알게됐다.ㅎㅎㅎ 청와대 노태우라...
부인사로 향하다 보니 지나가는 길이 노태우씨 동네란다...
부인사는 불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이었다.
앞으로 한참 진행될것 같은 분위기였다.
마당에 있는 돌위에 피어있는 한송이 꽃이 그려진 배례석에서 삼배도 해보고
대웅전에 들어서니 널찍한 법당에 스님과 함께 여러 불자님들이 기도중이시다.
겉보기에도 스님과 불자들이 혼연일체가 된 신심과 의욕으로 똘똘 뭉친 곳 같았다.
불사를 하시되 있어야 할곳에 있는 자연스런 흐름에 거스리지 않는 불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우린 선덕여왕을 모셨다는 숭모전을 만났다.
굳게 닫혀 있어서 안은 들여다 볼수 없었지만 외벽에 그려진 벽화의 글귀가 "그렇지 그렇고 말고..."하고 무릎을 치기에 적절한 글귀들이었다.
나는 그 글귀를 프린트해서 씽크대에 붙여놓고 되새길 작정이다.
궁금하시거든 나중에 법성화 법우가 올려놓은 사진속 글귀를보시라..
다음 코스는 동화사
근처 음식점에 들어가서 점심공양과 약차도 마시고 장작을 때는 난롯가에 앉아 언 몸을 녹힌후 주차장에 있다는 마애 석불을 찾아 나섰다.
도톰한 볼을 가진 작고 동그란 마스크의 소유자 부처님께서
구름위에 둥실 떠서 한가로이 앉아 계신다 저 바위벽에..
시냇물에 얼굴만 들이밀고 물속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우리네 사는 모습을 보시려고 얼굴만 돌출된채로....
동화사 대웅전은 지금 공사중이다.
지붕을 뜯어내고 벽도 다 들어내고 기둥과 앞의 문살과 주춧돌만 남아있다.
그 아름답다는 동화사 대웅전!
그 대웅전이 장막을 드리운채 우리에게 한사코 모습을 보여주길 거부한다.
내 돈(입장료) 돌려도....
부처님은 앞쪽 봉서루에 옮겨와 계시고
대웅전 뒤의 조사당 마루바닥엔 등산화 자국이 선명하다.
이렇게 몰상식할때가...
신발벗기 싫으면 차라리 밖에서 들여다 보기나 할 것이지...
들어오시는 분마다 죄다 한마디씩 하신다.
금당선원은 지금 안거중이라 출입금지다.
그곳에 보물이 얼마나 많은데...
들어가는 입구의 참한 부도를 감상하며 서성이고 있는데
마침 스님 한분이 선원으로 들어가시길래
극락전에 가서 참례하고 가면 안되냐고 부탁을 드렸더니
난 빽이 없는데...하시며 올라가시길래 살짝 참례하고 가라는 이야기로 알고 따라 올라갔다.
도둑고양이 심정으로 살금 살금 들어가 극락전에 가서 삼배하고
그 옆에 있는 보물 석탑과 극락전의 기단부와 훔쳐보고
극락전 뒤의 수마제전으로 갔다.
수마제전을 굳게 닫혀있다. '수마제'는 인도어로 '극락'이란다.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부처님과 눈이 딱 마주친것 같다.
부처님의 인상이 강렬하다..
아마 환히 개방되었다면 강렬한 인상을 받지 못했을것 같다.
그곳에서 얼른 벗어나 극락전 왼편의 석탑을 보고 금당선원을 나와 입구에 있는 당간 지주를 보러갔다.
다른 곳보다 조금 짧은 듯하고 넓고 단단해 보이는 당간지주...
역도선수가 생각나는...ㅎㅎㅎ
그 뒤 비각속의 닭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듯한 이제껏 보아온 귀부와는 전혀 다른 모양이다. 닭의 해에 봉황의 모습이라..
그러고 보니 이곳은 봉황과 관련이 깊은 곳이란다.
일주문 봉황문과 봉서루. 봉서루 앞의 봉황의 알 모양을 한 조각상..
절이 온통 용과 봉황천지다...
비문의 글씨체가 그쪽에 대해선 전혀 아는것이 없는 나이지만 그냥 보기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글씨다
햐~ 어쩌면 저렇게 물흐르는것처럼 잘 썻나...
통일 대불을 보러 갈까 말까 한참 망설이다가
거조암 저녁 공양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관계로 비로암으로 향했다.
비로암엔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있기 때문이다.
새색씨처럼 곱게 분칠을 한 비로자나불좌상.
초등학교 어린아이들이 지점토로 작품을 만든후 채색을 하는 것처럼 조금은 어색한...
비로자나불 좌상보다 불상앞에 있는 사자좌의 사자가 눈에 더 선하다.
웅크리고 앉아 우릴 쳐다보던 모습이...
동화사를 나와 북지장사로 향했다.
북지장사로 들어선 길은 송림이 가득했다.
송림밭에 바위도 가득했고 그 바위사이로 무덤도 섞여 어느것이 바위인지 무덤인지 언뜻보기에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그 송림의 비포장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을때 퇴락한듯한 절이 나타났다.
어느것 하나 요즘 것이 없었다.
요사채 지붕엔 기왓장이 몇장 없었고 비닐로 지붕이 감싸져 있었고 기왓장이 드문 드문 올라가 비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눌러져 있었다.
대웅전은 정면 1칸 측면 1칸 반으로 이루어져 있는 자그마한 법당이지만
크게 작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지붕도 높고 넓었고 안쪽도 기도할 공간이 넓은 곳이었다.
한 송이 연꽃이 피어있는 듯...
드나드는 문은 측면 오른쪽에 나 있었지만 전혀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향냄새가 짙었다.
몇몇 노보살님들로 주축된 신도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듯한 인상이 짙었다.
다 퇴락해버린 절이었지만 웃음소리가 살아 넘실대고 있는 곳이었다.
마당 오른쪽에 두기의 석탑이 예전의 대웅전이 그자리가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석탑앞의 빈공간이 법당이 다시 들어서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불사란 정작 이런 곳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있다면 이런 곳에 불사를 일으키고 싶었다.그러나 마음뿐...
이제 꿈에도 그리던 거조암으로 간다.
법당을 보는 순간 분청 자기를 보는 듯한 그 심풀함과 여백의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왔던 곳
아무 생각없이 들어섰다가 맞부닥트린 정면의 부처님과 후불 탱화에 미지의 세계를 보는듯한 경이로움을 감출수 없었던 그곳
옆으로 나열된 달팽이관속에 안좌하신듯한 나한님들...
그 관(?)을 따라 돌며 한분 한분께 눈을 맞추고 명호를 읽어보고 그렇게 벅찬 감동을 가눌 길 없었던 그곳
그리곤 기차시간 늦는다고 눈총이란 눈총을 받아서 동대구까지 가는 길은 가시방석 같았지만 가슴속의 벅찬 감동으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던 그곳으로 나는 간다. 지금...
하룻밤 편히 묵으며 그 벅찬 감동을 다시끔 맛 보려고 나는 간다.
그분들께 이 어려운 현실속에서 살아갈 길을, 헤쳐나갈 길을 알려달라고 나는 간다.
대웅전으로 달려가 삼배를 드리고 돌아서서 일타스님께 삼배를 드리고
종무소에가서 접수후 여장을 풀고 저녁 6시부터 법우들과 함께 기도에 들어갔다.
삼귀의 금강경1독을 소리맞추어 하고(아무도 없었다 우리말고는...)
갖고간 공양물을 올리며 그 분들과 눈을 맞추고 명호를 외고 일분 일배를 했다...
법연화님은 이쁜 사탕 3통을
법성화님은 꽃공양을
혜연화님은 사탕을 한분 한분께
나는 서울서 준비해간 50원짜리 동전 526개를...(무진장 무거웠다. 그곳에 계신 나한님들이 526분)
눈인사하고 공양물놓고 명호외우며 반배후 오체투지일배 그리고 다시 반배...
한바퀴 다 돌고나니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다.반쯤 진행 됐을 때부터 허리도 아파왔고 무릎도 신호가 왔다.시간 또한 많이 걸렸다...
나한님들과 신중단 영단의 일타스님께 절을 하고
발원후 반야심경,사홍서원을 하고 기도를 마쳤다.
산회가는 마지막 절에서 하기로 했다.
그날밤은 절절 끓는 것처럼 틀어주신 보일러 덕분에 천근 만근 무거웠던 몸이 일시에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새벽 도량석 소리도 못듣고 아침 6시까지 잤다.
첫댓글 감동적인 첫날 순례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무량향님 덕분에 많은걸 배웠습니다..감사드립니다..()
무량향님~ 덕분에 알찬 순례였습니다....가슴 가득 무언가 담아온듯 ...
하루 보내기가 이렇게 다르군요.......숨 막일 듯한 순례 일정입니다.....^^
정원님! 전혀 숨막히지 않았답니다. 자연스럽게 진행되더군요. 보고 싶은것 다보고.. 그러나 노닥거리진 않았죠.
잘 읽었읍니다......후기 감사하구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