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50분 집을 나서니
안개가 어찌나 심한지 몇 미터 앞이 안보인다
이른 시간이라 상주고속도로는 자가용보다는
화물차가 더 많았다
어디에서 떠났는지 모르지만 가족을 위하여 가장들이
참 부지런히 애를 쓴다는 생각에 안스러움과 대견함이 올라온다
긴 장마로 인하여 늘 쓸고 닦으며 환기를 시키고 제습을 해주지 않으면
집이 엉망이 된다는걸 알면서도 비어있는 태안집이 그럴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며칠 쉬기로 가볍게 떠난 언니내외가 태안집에 도착하니
여기 저기 곰팡이가 끼고 집이 축축하며 일거리가 산더미란다
전혀 계획에 없든 일인데 간단히 갈아입을 옷만 넣고 일찍 집을 나섰다
일찍 백화산행을 하고 돌아온 언니내외와 집을 나서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청포대 해수욕장이다
멀리 몽대포항이 보이면서 몽산포 해수욕장과 달산포 모두 한 백사장이 길게
뻣어있는 어느 곳이 청포대 해수욕장인데 처음 들어가 보는 곳인데도
마음에 딱 드는 곳이었다
복잡한 몽산포 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다고 할까
거기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소나무는 어릴적 자주 올라가든 소나무를 떠오르게 했다
어린이 풀장을 갖춘 35평 이층집 팬션은 하루밤에 오십 만원이라고 한다
손주들이 올망졸망한 형부는 그 팬션이 딱 맘에 드나보다
허긴 온 가족이 해마다 보라카이를 들어갔었는데 그 정도는 껌값이기도 하지
왼쪽으로 멀리 등대가 보이고 아마도 그쪽이 마검포인듯 하여 차를 돌렸다
마검포에 들어가니 바닷물이 빠지고 있어 바닷가 바위를 돌아다니며 고동을 주웠다
배가 고프니 우선 안면도에 들어가 간장게장과 전복 비빔밥으로 배를 채우고
방포해수욕장에 들어가 고동잡기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주 잡아가서 인지 고동이 작지만 그래도 잡는 재미가 여간 쏠쏠치 않다
일찍 지치는 나는 나무 그늘에서 언니내외를 기다리며
행여나 바닷물이 급작히 들어오지는 않을까 바닷물을 주시하는데
사람들이 무엇을 잡는지 열심히 호미질을 하고 있다
바께스를 들고 나오는 젊은 내외를 만났는데 아이구 조개라고 한움큼 되는구먼
만리포 해수욕장이 유명할 때
안면도에는 해수욕장이 몇개 없든 때인데 방포해수욕장은 그 시절에도 무지 유명했다
꽃지 해수욕장이란건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삼봉해수욕장은 작아도 그 시절 이름은 올리고 있었지
그러나 방포해수욕장은 예전에 휘날리든 명성을 뒤에 두고
민박이나 팬션들도 그저 그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꽃지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물때가 많이 나가지 않는때라고 알고 나온건데 할미 할아배 바위에 길이 나있다
바람이 심하여 모래바람이 얼굴을 때리면 제법 얼굴이 따갑다
언니내외는 한번 들어가더니 사람들 틈에 섞여 모습도 사라졌다
주차장 소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휴식에 들어간지 한참만에 언니내외는 밤톨같은 작은 게를 꽤 많이 잡아왔다
농어회를 뜨고 매운탕 거리를 들고 집에 돌아와
튀김옷을 입혀 게를 튀겼는데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농어회가 남아 돌아간다
고동을 잡지 않고 차라리 꽃지에서 게를 잡았으면
무지 많이 잡았을텐데 경험부족
오늘은 일찍 백화산엘 올라가니
안개가 어찌나 심하게 끼었는지 둘러보아도 안개뿐이다
다행히 오가며 외꽃버섯이 눈에 들어와 이게 웬 횡재냐구
버섯을 따다 보니 넉근히 아침 반찬이 될만큼 양이 많다
등산객들이 꽤 많든데 여기는 이 버섯을 먹지 않는가
왜 우리 차례가 오느냐며 언니와 나는 쭈구리고 앉아 싱글벙글
외꽃 버섯은 노란 오이꽃을 닮아서인지 외꽃버섯이라고 하는데
독성이 없고 맛이 연하여 바로 기름에 볶아 먹어도 향이 좋다
이번에 태안행은
고동에 새끼 게에 버섯에
안먹어도 배가 부른 행복한 발걸음이었다
오늘은 통개항에 들어가 다시마란걸 주워보고
원북에 들어가 박속 낙지탕이란걸 먹어보려고 했는데
형부가 급한 일로 서울 집에 올라가야 한다고 하니
돌아서는 언니가 몹시 아쉬워한다
태안은 항구로 해수욕장으로 거기에 백화산으로
가 볼곳이 많아 참 좋다
다음주는 연휴를 끼고 휴가를 낸 동생내외가 태안집에 들어온대니
울 태안집이 효자랑께
첫댓글 ㅎㅎㅎ 기분 좋아지는 글입니다.
청포대의 널찍함, 마검포의 하얀 등대...
눈에 선하네요.
행복한 태안 머묾 이야기
즐겁게 감상합니다.^^
네 좋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데 눈띵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싶어 글을 올려봅니다
행복해보이네요
그덕에 저또한 행복한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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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아주 작고 앙증맞은 노란 오이꽃 비슷합니다 순한 맛에 향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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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세밀하게 감수성있게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한 장소 대부분 아는 곳이라 더욱 실감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