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및 횡령·배임 혐의로 CJ그룹 이재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7월 1일 밤 늦게 발부되면서 또 한 명의 재벌
총수가 서울구치소에서 수용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몇몇 재벌 총수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법정구속된 일이 있었지만 이재현 회장처럼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것은 드문 일입니다.
재벌 총수나 권력자, 고위공직자 같은 유력인사들의 범법행위와 구속 여부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입니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재벌 총수 정도 되는 기업인들은 '나라의 경제발전 기여했다' '구속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관대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들이 일반인들에게는 촘촘하게만 느껴지는
'법이라는 그물'을 잘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허탈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재계의 거물들에게
법정구속 후 실형을 선고하는 등 사회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유력인사들의 범법행위에 대해 법원이 보다 엄격하게
법의 잣대를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재현 회장의 구속도 사회지도층에 대한 특혜 논란을
불식시키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법원의 공정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이나 고위층 인사들의 구치소 생활은 어떨까요?
밖에서 어떤 권력을 휘둘렀을지라도 일단 구치소에 입소하게 되면 '미결수용자'일 뿐입니다.
미결수는 기소 이전에는 '피의자', 기소 이후에는 '피고인' 신분이고,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그때부터는 '수형자'가 되는 것이고요. 현재 이재현 회장은 피의자 신분의 미결수용자입니다.
이재현 회장이 수용된 서울구치소는 경기도 의왕시에 있습니다.
일제 때부터 서대문에 있던 '형무소'가 1987년에 현재의 위치로 신축 이전하여 경기도 땅에 서울구치소가 있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서울구치소는 직원의 수와 수용인원 등 규모와 업무의 복잡성 등에서 가히 전국 최고수준인데,
고위공무원인 서울구치소장은 교정본부장과 지방교정청장, 본부의 단장 등을 제외한 전국 교정기관장 가운데
서열 1위일 정도로 책임이 막중합니다.
재벌 총수든 일반 잡범이든 일단 구치소에 입소하면 신분확인을 거친 뒤 수의(囚衣)를 지급받고, 수용번호를
부여받고, 신체검사 및 건강진단을 받게 됩니다.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먼저 입소한 재벌 총수들도 똑같은
절차를 거쳤을 것입니다. 만약 지병이 있으면 병사(病舍)로 가고, 건강하면 일반 수용동으로 가게 됩니다.
병사의 거실은 바닥이 마루가 아닌 전기 패널로 되어 있고, 의무과가 곁에 있어 응급상황이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고, 독거실 내에는 산소호흡기가 구비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일반 거실에 비해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의무과장 판단에 따라 환자용 침대가 제공되거나 식이요법이 필요한 경우 밥 대신 죽 등의 대체식을
제공되기도 하는데 이런 것은 특혜가 아니라 모든 환자 수용자에게 적용되는 처우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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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벌 총수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독거실을 배정합니다.
그것을 특혜라면서 꼬투리를 잡을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일반 수용자들과 혼거할 경우
발생할지도 모르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지 특혜는 아닙니다.
일반 수용자들 중에는 재벌이나 부유층에 대해 이유 없이 불만을 품고 비아냥거리거나
폭력 등으로 감정을 표출하려고 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또 높은 분들일수록 구속에 대한 심리적 충격이 커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고 해서
좀 더 꼼꼼하게 계호(감시)할 필요가 있는데 여러 명이 혼거할 경우 동료 수용자들이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독거실을 배정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유력 인사에게 배정되는 독거실이 특별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구치소에는 300여개의 독거실이 있는데 화장실을 포함한 면적이 2평이 채 안 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답답함이 느껴지는, 어쩌면 상상 그 이상으로 좁은 공간입니다.
집에서 쓰는 더블 침대는 고사하고 1인용 침대 정도의 넓이인데 침대 사방으로 벽이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거실의 바닥은 마루로 되어있고, 안에는 수세식 양변기와 TV, 관물대, 선풍기, 밥상 겸용 책상 등이 있습니다.
외국영화를 보면 교도소에 침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천안개방교도소와 전국에 4개 있는 중간처우의 집, 병사의
일부를 빼고는 침대가 있는 거실은 없습니다. 여름이니 메트리스에 담요를 깔고, 덮어야 합니다.
창문에는 방충망이 있어 여름철에 모기나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지만 어떤 경로로 들어왔을지 모르는 놈이
한 마리라도 있다면 빠져나가기도 힘들 겁니다. 물리기 싫으면 스스로 잡아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들어 무척 덥지만 수용자들에게 에어콘은 언감생심이고, 선풍기와 부채로 여름을 나야합니다.
식사 역시 다른 수용자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수용자들의 식사는 쌀과 보리가 9:1 비율로 섞인 밥과 국 또는 찌개류 등 한 가지, 조림이나 무침류 등 한두 가지,
김치나 기타 한 가지 등 1식 3~4찬이 제공되는데, 자비로 부식이나 간식을 구매해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좁은 독거실 안에서 홀로 먹어야 하고, 다 먹은 뒤에는 스스로 식기를 닦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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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잡지, 도서, 교화방송을 통해 사회의 흐름을 살필 수 있고, 담으로 둘러싸인 좁은
운동장이긴 하지만 하루 1시간 이내로 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가족 등과의 일반접견은 하루 1차례 7분 정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구치소장이 허가하면 '특별면회'라고 부르는 장소변경접견도 가능하고요.
하지만 특정인에 대해 장소변경접견이 잦으면 형평성 논란과 함께 특혜성 시비가 불거지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허가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등 SNS의 발달로
인해 공무원들이 조금만 잘못하면 사회적으로 난리가 나지 않습니까.
재벌 총수처럼 굵직한 미결수용자의 경우에는구치소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형편이 아닙니다.
워낙 사건이 방대하고 복잡하다보니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 불려가는 일이 잦고, 재판도 여러 차례 열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와 논의할 일도 많겠지요. 그래서 유력 인사들은 횟수와 시간에 제한이 없고, 개방된 공간에서
교도관이 감시하거나 녹음, 녹화하지 않는 '변호인 접견'을 애용합니다.
일반 수용자의 경우 변호인 접견을 해도 변호사들이 워낙 바쁘기 때문에 이야기를 마치면 바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돈과 힘'이 있는 특별한 사람들은 변호사와 재판과 관련한 논의뿐만 아니라 회사업무를
처리한다거나 업무상 지시 등을 하기도 합니다. 좁고 답답한 방에 들어가는 게 싫으면 변호사를 불러 '말동무'를
삼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물론 일과종료를 뜻하는 '폐방' 이후에는 홀로 방 안에 있어야 하고, 잠도 불이
켜진 방 안에서 교도관의 감시를 받으며 자야 합니다. 시키는 심부름이나 하고 말동무를 해주는 변호사를
'집사변호사'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이 일반 수용자와 다를 뿐 나머지 생활은 다 같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튼 물리적인 여건만 보면 구치소에서의 생활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잘 나가고,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살았던 사람들'의 문제는 구속에 따른 무력감과
절망감이 일반 범죄자들보다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물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절제된 생활을 통해 교도관이나 다른 수용자들로부터
찬탄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좁은 방 안에서 밥을 먹고, 용변 보고, 식기를 닦고,
빨래하고, 자신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평범한 구치소의 일상'에서 모멸감과 자괴감, 고립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며, 분을 삭히지 못하고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신이 불안정하고, 수용생활을 견디지 못할수록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담장 밖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도 합니다만 얼마 전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을 교사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모님의 이상한 형집행정지'를 방송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고, 검찰 역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구속/형집행정지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구속집행정지와 형집행정지라는 편법을 이용해 구치소를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속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며 억울해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세상에 모든 범죄가 합리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법은 왜 존재하고, 사회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정신적으로 힘든 수용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현명한 처신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사색하고, 마음을 비워 평정심을
찾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일 겁니다. 재벌 총수든 고위 권력자든 밖에서는 어떤 생활을 했을지 몰라도 일단 수용자
신분이 되면 그저 참고 견디며 빨리 적응하는 게 미덕일 뿐이지요.
이재현 회장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된 것이 아니니 벌써부터 유죄냐 무죄냐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경제민주화'라는 사회적 요구와 사회 정의라는 기준에서 국민이 공감하는 공명정대한 판결이 이루어지는지
관심있게 지켜보겠습니다.
출처 : http://blog.daum.net/correction-in-korea/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