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주일은,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이며 교회 최고 목자인 교황을 위해 특별히 정해놓은 주일로, 교황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황의 가르침과 지도력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주일입니다. 이는,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은 교리적 지도자이며 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신앙과 교리에 관한 최종적 권한과 교회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황 주일은 가톨릭 신자들에게 교황의 역할과 가르침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결을 도모하는 시간이므로, 이날 교황님은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진행하고 말씀을 전하며 신자들과의 만남이나 특별한 행사를 개최하게 됩니다.
한국 교회에서는 1930년경부터 베드로 · 바오로 대축일 (6월 29일) 다음 주일(올해는 6월 30일)을 교황 주일로 지내왔습니다. ‘교황’은 ‘교회의 황제’라는 의미로 최근에는 황제라는 말의 부정적 이미지를 피하려고 ‘교종’(敎宗)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교황을 부르는 호칭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교황청 연감」에는 ‘로마의 주교’,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들의 으뜸 후계자’, ‘보편교회의 최고 대사제’, ‘이탈리아 교회의 수석 주교’, ‘로마 관구의 관구장 대주교’, ‘바티칸시국의 원수’, ‘하느님의 종들의 종’, 등 모두 8개의 공식 호칭이 기록돼 있습니다.
◆ 다음은, 작년 7월 2일자 가톨릭 신문에 게재된 ‘교황’이라는 명칭에 관한 기사를 편집한 내용으로, 교황 주일을 맞아 참고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어로 교황을 가리키는 ‘Pope’라는 명칭의 원어 ‘파파’(Papa)는 아버지라는 뜻의 ‘파파스’(papas)에서 유래했는데, 원래는 지역 교회 최고 장상을 부르던 말이었지만, 8세기 이후부터 로마의 주교에게만 사용되다가 ‘그레고리오 7세’ 교황(재위 1073~1085) 때부터 교황을 부르는 고유한 말로 정착되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와 일본은 ‘교황’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 일본의 가톨릭교회와 정부에서는 오랫동안 ‘법왕’(法王)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198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교회에서는 ‘교황’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일본 정부에서는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교황’이라는 용어를 뒤늦게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만과 홍콩은 정부와 교회 모두 ‘교종’(敎宗)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중국의 경우 정부는 ‘교황’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교회에서는 대부분 교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에 따르면, 한국교회에서는 예전부터 ‘교화황’(敎化皇), ‘교황’ ‘교종’ 등을 혼용해 오다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 ‘교황’으로 통일해 쓰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는데, 당시 ‘가톨릭시보’는 1967년 4월 23일 1면 알림을 통해 “그동안 ‘가톨릭시보’는 ‘POPE’를 ‘교종’으로 번역, 호칭해 왔으나, 4월 8일 전국 주교회의 공용어심의위원회(현 주교회의 천주교 용어위원회)로부터 동 위원회가 이를 ‘교황’으로 번역, 호칭키로 했다는 통보를 받고 앞으로 본지도 ‘교황’으로 쓰기로 했다”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황’이라는 말은 일제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생겨난 명칭으로, 신앙의 봉사자가 아닌 봉건주의 군주 이미지를 지닌 ‘교황’이라는 용어 대신에 ‘교종’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되었으며, 고(故) 정진석 추기경도 청주 교구장 시절인 1983년 주교회의 회보에 “교회의 황제라는 뜻이 담긴 ‘교황’은 성서적으로나 신학적으로나 전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주교회의 천주교 용어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해 왔는데, 그러다가 지난 1991년 10월 11일 “‘교황’이라는 말이 틀리거나 나쁜 이미지를 지닌 용어가 아닐 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용어를 무리하게 바꿔야 할 이유는 없다”라고 판단했으며, ‘종’(宗)이라는 한자 또한 황제나 왕들에 붙이는 군주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므로 ‘교황’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천주교 용어집」에서도 2000년 발행된 초판에는 “‘교종’은 쓰지 않는 말”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하지만 이후 2014년에 천주교 용어위원회(위원장 강우일 베드로 주교)에서 개정판을 내면서 ‘교종’이라는 용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결정의 이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이후,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었던 강우일(베드로) 주교가 2013년 3월 21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황 즉위 경축 미사를 주관하고 강론하면서 ‘교황’을 ‘교종’이라고 부른 것이 발단이 됐는데, 당시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하신 그분의 복음적 영성을 드러내는 데 임금이나 황제를 뜻하는 교황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며 ‘교종’이라 부를 것을 피력했던 것입니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는 제주교구만 대외적으로 ‘교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교황 대신 교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회 위원장 황태종(요셉) 신부는 “라틴어로 교황을 말하는 ‘Pontifex’는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교황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분”이었다며 “그 어디에도 황제라는 뜻은 없다”라고 지적하면서 ‘교회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교종’이라는 말이 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황 신부는 “예전 예수회 선교사들이 중국 선교에 나서며 ‘교회의 황제’라는 의미로 ‘교황’이라는 말을 썼는데, 우리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면서 “인간을 신격화하는 이 용어는 선교에도 도움이 안 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천주교 용어위원회 총무 신우식(토마스) 신부는 “교황의 호칭 중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종’과 교종의 ‘종’은 다른 의미”라며, “교종의 ‘종’(宗)자도 황제를 뜻하는 마루 ‘종’자로, 의미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데, 교종이라고 쓰는 것은 신자들에게 혼란만 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 교회 현직 주교들도 ‘교황’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고 있지만 ‘교황’이라는 용어가 가톨릭교회를 이끄는 수장을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한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신 신부는 “교황의 칭호가 여러 가지인 이유”라며 “교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용어를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대구대교구 성용규(도미니코) 신부는 전 세계 교회가 추구하고 있는 시노드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면서 “지금이야말로 ‘교황’과 ‘교종’이라는 용어에 대해 논의하기 좋은 때”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