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90. 먼 곳의 태풍
예년 같으면 우기에 접어 들었을 텐데 왜 이리 비가 오지 않느냐고 의아해 했다.
식물들은 축 늘어지고 연일 태양은 작렬했다.
그런데 TV에서 3 개의 태풍이 동시에 만들어져 서서히 일본, 한국 중국쪽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아직 그 향방은 알 수가 없고 세 개가 서로 어떤 영향을 줄 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필리핀 루손 지역의 먼 바다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필리핀에서 발생하는 태풍 소식이 잡히면 어김없이 많은 비가 온다. 비록 여기서 먼 곳이라고는 하나 먼저 많은 비가 오고 때로는 거센 바람이 불기도 한다.
태풍의 직접 향로가 아니면 대개 며칠간 이런 정도로 지나간다.
어젯 밤은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잠결에도 꿈결에도 그 빗소리를 들었다.
날이 새니 비는 잠시 멎었다. 그러나 하늘이 여전히 뿌옇다. 비 그친 틈새에 밀라도 오고, 아르넬도 여전히 출근을 한다.
선선하다. 창문을 꼭꼭 닫았건만 그리 덥지 않다.
잠시후, 다시 거센 비가 쏟아진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들이, 치렁치렁하게 갈라져 내린 야자나무 잎이 이리저리 너울거린다.
이제 여물기 시작한 산톨 열매들이 이따금씩 지붕 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기도 한다.
비가 오면 쓸쓸해 진다. 그리고 적막해 진다.
아무 것도 바쁘지 않다는 게, 아무 것도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게 너무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청소, 요리, 빨래를 할 일도 없다. 밀라가 다 해 준다.
책이라도 읽자. 그림을 시작해 볼까? 아니면?..
이렇게 사정없이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면 잘 되던 인터넷도, TV도 안 되고 당연히 전화도 먿통이다.
마른 대지에 흠뻑 비가 내려 산천초목들이 생기를 찾었을 게다. 그럼 됐다. 그러니 제발 내일쯤은 환한 날을 보고 싶다.
아니 어쩌면 오늘도 간간히 언제 그랬느냔 듯이 말끔해 질 지도 모른다. 이곳은 대개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 다른 두 얼굴의 날씨를 자주 보니까.
자오록히 비가 내리면 나는 자주 창가에 선다.
파란, 아니 시퍼런 창밖의 수목들을 바라보며 버릇처럼 머릿속, 가슴 속이 멍해 진다.
첫댓글 필리핀이 태풍의 발상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많은 태풍이 필리핀 근처에서 발생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