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자와 작업치료사의 만남 1. 공연은 일상과 다른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일상의 흐름에 빠져들어서 묻혀버리는 관성적 흐름을 돌파하는 것이 공연의 공간의 핵심적 이유이기 때문이다. 공연의 무대 위에서는 일상 속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 신선한 충격으로 일상의 지루함과 뻔함에 일격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공연은 절대로 일상을 벗어날 수도 없으며 이길 수도 없다. 다만 실루엣같은 일상의 출구를 제시할 뿐이다. 2. 일상과 공연은 단절적으로 표의 티켓팅으로만 분리되는 공간은 아니다. 일상의 총체적 흐름이 압축되고 파도처럼 격랑되면 그 공간은 공연무대보다 더 자연스런 느낌 속의 탁월한 흡수력과 녹아듦이 가능하다. 일상으로서의 예술은 바로 이 지점에 지렛대를 박는다. 3. 노인요양원은 참 특수한 공간이다. 적어도 나이가 40대로 진입하기 전에는 거의 진입할 수 없는 공간이다. 젊은 작업치료사는 예외로 하고. 물론 가족이라는 할아버지-할머니와의 관계를 전제하는 입체적인 가족관계에서 그렇다. 4. 탁월하게 인간의 고통의 감수성을 읽어내는 이들은 물론 새로운 시도를 한다. 사실 시립/구립이던 요양원이든 실버센터 같은 사립 요양원이든 그 원초적인 가이드는 <노인생애체험센터>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 공간은 서울에서 효창공원 내에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이 공간에 들리면, 70대 후반에서 80대 후반의 노인이 겪게 되는 시력 청력을 비롯한 몸력의 상태의 한계를 체험할 수 있다. 이 공간은 86학번인 연대 보건대학 작업치료학과출신의 치료사의 치열하고 섬세한 기획으로 마련되었다. 5.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라는 영화가 제시하는 매우 소중한 통찰은 인간의 생로병사라는 매트릭스에 역전적인 흐름을 제시하면서 입체적인 채색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KTX같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도 그 역방향에서 시선을 확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그 물체의 윤곽과 더 나아가서는 그 물체에 적혀 있는 문자나 그림도 파악할 수 있다. 6.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 죽는다? 라는 이 자연스럽디 자연스러운 공리(?)는 그래서 사실, 거짓말이다. 이것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윤곽이 당위적으로 스트레스로 압박하기에 펼쳐지는 현실일 뿐이다. 7. 요양원의 공간을 처음으로 접하는 이들은 이 공간이 매우 느리게 움직이고 있음을 감지한다. 시간의 이 색다르고 생뚱맞은 매우 다른 질감은 요양원 내의 공간에서 움직이는 이들의 몸짓을 통해서 일차적으로 드러난다. 요양원이 병원이라면 응급실이 있을 것이고, 긴급한 의료조치가 요청될 시에 종합병원 같은 공간은 응급환자를 돌보기 위해서 이동식 침대의 바퀴를 최대한 압박하면서 적절한 의료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속도전을 버릴 것이다. 8. 그러나, 요양원의 공간의 시간의 바퀴는 휠체어의 바퀴의 속도에 적확하게 셋팅 된다. 물론 요양사들은 꿀을 모으기 위한 벌꿀처럼 때로는 나비처럼 휠체어 위에 좌정하신 어르신의 편의를 돕기 위해서 왔다 갔다 한다. 그러나, 그렇게 속도전을 방불할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9. 이 요양원의 시간의 색다른 질감과 속도는 매우 많은 것들을 함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적지않은 특히 직장인들은 빠른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빠르면 성공하고 승리한다는 강박을 내면화시키는 시장제국의 신민으로서의 자신의 좌표를 형성해야만 한다는 것에 민감하다. 같은 효과를 낸다는 전제에서의 승패의 기준은 누가 먼저 빨리 그 효과를 내느냐? 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10. 그러나, 요양원의 공간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요양원의 공간에서 요양하시고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은 절대로 90대의 나이에서 역전적으로 80대 70대 60대 50대의 몸력으로 되돌아 갈수는 없다. 따라서 몸력의 상태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으면서 시간의 선순환을 받아들이는 연착륙의 관점이 매우 긴요하다. 11. 따라서, 속도전의 치열한 시장제국적 전사들은 요양원의 공간을 감당할 수 없다. 이 공간에서 속도전을 감행하게 되면, 당장 여기저기서 무리가 따르고 스트레스가 증폭되고 결국은 요양원 공간 자체가 파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2. 따라서, 요양원은 <신이 내린 느림의 축복>을 전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주 천천히 시나브로 움직이면서도 뭔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성취하면 그리고 그 아주 작은 성취를 인정하고 박수쳐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13. 모든 인간은 boxist이다. 다시 말해서 상자적 존재, 자신의 범주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실존의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상상력이라는 엄청난 선물이 선재적으로 주워져 있다. 다만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에겐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은 선물이다. 14. 이 상상력에게 최대의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 자세가 10살의 초등학생이 80세의 노인의 몸력을 감지할 수 있도록 효창공원 내에 노인생애체험센터를 작업치료사를 통해서 마련한 것이다. 15. 몸력과 마음력이 선순환을 하게 되면서 연착륙이 되면 선순환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증폭되지 않는다. 차분하고 겸허하고 따뜻하게 마음력과 몸력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만큼에 만족하게 된다. 16. 90대 노인이 100미터 달리기를 10초대에 주파할 수는 없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따뜻한 상상력의 모태는 근본적으로 관찰력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서 상상력의 발명의 어머니는 관찰력이라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은 성긴 말이다. 필요 감지력은 관찰력의 어머니이고 관찰력은 상상력의 어머니라고 보는 것이 섬세하게 타당할 것이다. 17. 상상력이 거세되고 관찰력이 무디어지면서 필요감지력만 증폭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옥이 된다. 여기저기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속도전의 시장제국의 신민으로 돌변해 버리고야 만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카카오 톡 식민지가 펼쳐진 현실도 다르지 않다. 18. 필요 감지력과 관찰력과 상상력이 충만한 이들은 아주 예외적인 존재들이다. 이들에게는 인간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무한한 감수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끝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자리가 준비되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전의 시장제국의 전사들과는 다른 동선의 몸태와 다른 방향의 마음태를 전유하게 된다. 19. 수요와 공급의 욕망의 시계부랄은 참으로 거침없다. 무지막지한 속도로 1초의 주기를 0.5초 0.1초로 뽀게 버린다. 그만큼 빨리 성과를 제시할 수 있으면 이겼다고 승인되는 쾌감을 이들은 너무나 빨리 민감하게 성공의 쾌감의 촉수 안으로 체득시켰기 때문이다. 20. 그러면, 상상력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주워진 조건 안에서의 일정한 한계를 오히려 신의 강복하심의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력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21. 시장제국의 속도전의 신민들은 가장 빠른 결과를 위해서 요청되는 조건들을 숙지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면화시키고 스펙을 가장 빨리 만드는 것에 민감하고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결정적인 힘을 내게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잡으려 한다. 그래서 그 스펙과 원하는 사람들이 확보되면 자신의 위치가 선점될 것이라고 본다. 22. 그러나, 따뜻한 상상력의 사도들은 그렇게 접근하지 않는다. 이미 한계로 주워졌으나, 그 한계 안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필요 감지력에서 관찰력으로 그리고 상상력으로 그리고 다시 그 한계를 구원으로 받아들이면서 관찰력을 키워간다. 23. 내안에 우리 안에 없는 것들을 한탄하면서 부러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의 상태는 매우 어리석은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얼이 썩은 것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안에 우리 안에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롭게 보는 시력과 그 새롭게 보인 사람을 사물을 더 새로운 공간 안에 배치할 수 있는 실행력이 있다면 그들이 가는 공간마다 신의 강복하심이 임할 것이다. 24. A와 B가 경쟁적 관계에 있을 때, 그 이후진행의 종국과 A와 B가 협력적 관계에 있을 때, 그 이후의 종국을 결정적으로 지옥과 천국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른 말일까? 25. 공연기획의 공연무대에 대한 지점은 서두에서 언급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공연기획자와 만난 작업치료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도대체, 작업치료사? 그들은 누구인가? 26. 사실 작업치료사의 작업이라는 명칭은 매우 애매하고 어쩌면 웃기기조차하다. 20대의 젊은 청춘들이 애매하게 엉뚱하게 듣고 받아들이면, 아~ 나도 작업을 걸고 싶은데 내가 거는 작업마다 실패하고 있는데, 작업치료사들은 바로 이 나의 연애력의 작업력의 한계를 치료해 주는 이들인가? k-k-k-k-k 27. 작업치료사의 작업의 의미는 매우 심층적이고 다층적이고 총체적이다. 치료가 요청되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의미가 있는 모든 종류의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활동이 작업에 포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신적 측면은 위에서 언급한 마음력을 말하고 육체적 측면은 몸력을 말한다. 이제 처음으로 언급하게 되는 사회적 활동을 줄여서 칭할 수 있는 사회력은 쉽게 말해서 관계력을 말한다. 몸력과 마음력의 장애는 취약하지만, 사회력이 충만한 요양원의 90대 노인분들이 없지 않다. 몸력은 생생하지만 마음력과 사회력이 너무 낮아서 10분마다 괴성을 지르는 노인이 있다. 그럼, 그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 지점을 작업치료사가 제대로 접근하려면 어느 지점에 지렛대를 일단 박아야 하는가? 28. 보통 작업치료사의 수행직무라고 칭하는 활동적 측면에 대해서 논해보자. 전문적인 의료인 의사와 간호사와 협의하여 환자 개개인의 지적/신체적 능력 및 흥미에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정한다. 이 지점에서 매우 긴요한 것은 흥미에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정하는 데에 있다. 이것은 의사나 간호사의 병명과 장애의 한계에 대한 규정의 확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90대 노인에게는 90년 동안 살아온 삶의 나이테와 축적된 동선의 지형도가 다르다. 매우 동일한 듯 보여 지는 비슷한 상태의 A와 B가 그토록 다를 수 있는 결정적인 지점이 바로 각자의 흥미의 나침반을 따라왔던 인생의 동선이 달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업치료사에게 있어서 가장 긴요한 지점은 이 90대 노인의 인생의 나침반은 무엇이 였을까? 에 촉수가 고정되어야 한다. 누구는 남편-아내였을 수도 누구는 자식이 였을 수도 누구는 돈이 였을 수도 누구는 종교였을 수도... 비슷하지만 이 인생의 나침반은 섬세하게 가리키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 29. 이제 작업차료사의 좀 더 구체적인 치료행위에 대해서 접근해 보자. 30. *수공예 및 소재주 작업에 대한 기능연습, 31. *가사활동에서의 기능연습 32. *신체 및 정신적인 기능회복을 위한 감각적/교육적/사회적 및 오락적 활동 등을 수행 33. *질환의 진전 상태를 평가하고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필요한 운동교육을 실시 34. *환자를 위한 특수 장비를 고안하거나 환자들이 직접 제작하도록 이끌어 줌 35. *알맞은 생활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환자에게 권장 36. *필요한 공급품 및 장비를 청구 37. *환자가 사용할 물품들을 배치 38. *치료 후에 장비들을 세척/보수 39. *수공예활동, 오락 활동, 예술치료 활동, 산업 활동 등의 치료활동 중에서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을 전문적으로 수행 40. 위의 10가지 기능적 수행행위를 한 걸음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제시되는 것이 있다. 이것은 단계의 차원의 첫 관문을 설명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41. 사실 작업치료사의 이론적 교육은 여기서 한계를 드러낸다. 이런 이론적 접근으로는 절대로 치료적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일차적 관문을 열수 없다. 이런 나열식 교육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열쇠는 하나다. 마스터 키워드가 둘이거나 여러 개일 수 는 없다. 그러면, 굳이 문을 열 필요도 없다. 여기저기 잡다한 지식의 문으로 다 열리는 치료의 현관문이라면 열려있거나 닫혀있거나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42. 그러나, 이 치료의 현관문은 다가가서 열어야만 한다. 절대로 열쇠는 거져 주어지지도 않으며 나열식 교육이 그 열쇠를 3D 프린터처럼 체현시키는 것도 아니다. 43. 따라서 작업치료사는 먼저 자기 자신을 작업 치료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야만 열쇠와 자물쇠가 합궁되어 열려지듯이 그 치료의 현관문을 열수 있다. 44. 결국은 스스로를 작업 치료한 치료사는 그 누구든지 치료할 수 있는 길목에 접선할 수 있다. 결국 이 자가 치료의 핵심은 탁월한 장점으로 단점들을 상쇄시킬 수 있는 몸력과 마음력과 영혼력의 근육을 키우고 꾸준하게 이 지점을 상승시키면서 다른 기능들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