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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수필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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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나누기▒ 스크랩 거룩한 식사-밥상차리는 남자가 되고 싶다
☆박경란 추천 0 조회 89 08.06.04 00:4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정경심_완두콩밥과 시금치 나물_캔버스에 한지 꼴라쥬, 콩댐, 채색_72.5×53cm_2008

 

밥을 차리는 일은 즐겁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이 좋고, 밥을 먹을 식구들의 표정이

머리속에 그려져서 좋습니다. 요즘 팔순의 어머니를 대신해서

종종 7첩 반상을 차리곤 합니다. 여기엔 두 가지가 더 곁들여지는데요.

허기짐과 따스함이란 요소입니다.

 

밥은 따스해야 맛입니다. 식은 밥은 왠지 먹으며 눈물이

날것 같지요. 요즘 전자밥솥이야 보온기능이 있어 따스한 밥을 수시로 먹을수

있지만 예전에는 쉽게 식지않는 놋그릇에 소담하게 담아. 색실로 뜨개한 보자기를 얹어놓았지요.

어머니에게 놋으로 된 정통 한식 반상을 차려드리고 싶은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쌉니다.

 

 

저번 주 토요일 낮에는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자주 소개했지만, 신작을 볼수 있어서 좋고

한복을 곱게 짓는 갤러리스트가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발그레한 기운의 시원한 오미자차

한잔 하며 곰비님비 쌓여진 전통 직물들을 바라보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정경심_토요일 늦은아침_캔버스에 한지 꼴라쥬, 채색_117×73cm_2008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판.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섞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정일근의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전편

 

 

정경심_어떤 약속_캔버스에 한지 꼴라쥬, 콩댐, 채색_90.5×72.5cm_2008

 

밥을 먹는 다는 것은, 곧 식구가 됨을 의미합니다.

식구란 말 그대로 함께 도란 도란 밥을 먹는 공동체입니다.

옛날 시골에는 일용품을 파는 행상이 집에 들르면, 잠자리도 내주고 조석으로

밥상도 차려주었다지요. 그러나 그 상차림엔 국과 찬만 있어서

밥 만큼은 스스로 행랑채 한구석에서 지어 먹어야 했답니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정경심_사과는 무엇으로 자라는가_캔버스에 한지 꼴라쥬, 채색_60.5×72.5cm_2008

 

사과는 무엇으로 자랄까요?

햇살의 무게와 맑은 빗물, 과실의 빛깔과 표면을 닦아내며

하늘 향해 합장하는 인간의 합성물입니다. 비록 벌레가 먹어 표면이 매끈하지 못하고

투박해도, 인공적으로 생장이 조율된 과실보다 더욱 많은 비타민을 담고 있답니다.

 

정제되지 않은 우리내 자연의 빛깔을 토해내는 과실을,

먹거리를 섭취하고 싶습니다. 우리내 땅에서 난 풀과 여물을 먹고 자라난 고기를 먹고 싶습니다.

성장호르몬과 골육분을 먹고 자란 인위적인 살찐 고기를 먹으며

내 몸안에 축적되는 살육의 기억과 역사의 무늬를 남긴다는 것은 치욕입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이 그리운 때입니다.

해를 등지고 놀다가, 멀리서 '어여 들어와 저녁묵어라....'는 어머니의 손짓이

그립고, 코흘리며 달려가 어머니 손에 붙잡혀 코풀고 손씻고 그렇게 도란도란 앉아

스댕 박그륵(엄마의 표현대로)에 담은 쌀밥과 김치가 먹을때가 기억납니다.

 

 

정경심_바람이 분다 #01_캔버스에 한지 꼴라쥬, 채색_72.5×60.5cm_2008

 

먹고 사는 일, 식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형식이다.

그래서 밥은 삶의 의지에 대한 상징이 된다. 세상에 먹고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라는

사마천(司馬遷)의 말처럼 삶은 먹고 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밥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다른 존재를 희생하여야만 내가 살아가는 먹고 사는 문제는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정경심 작가의 변-전시회에 부쳐

 

이보다 공감가는 말이 없지 싶습니다. 요즘 미국산 쇠고기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온 이 나라 국민들을 보면 작가의 설명이 몸에 와닿습니다.

마음에 와닿고 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살아가는 것의 가장 기저에는

바로 이 밥상이 존재합니다. 먹거리의 안전이 중요하고, 그 먹거리에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그날 전시회가 열린 곳은 예약제로만 갈수 있는 곳입니다.

연극연출을 전공하고 한복을 짓는 갤러리스트 김영진씨가 운영하는 갤러리 차이는

그런 점에서 여타의 갤러리와는 매우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작은 정원과 물수련이 피어난 작은 연못도 눈에 들어오고, 햇살 좋은 날

이번에 새로 샀다며 살을 펴주는 대형 파라솔이 대청마루 같은

마당의 풍경에 작은 휴지의 점을 찍습니다.

  

 

작업실 내부에도 정경심 작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칠순잔치란 작품인데, 굉장히 슬픈 마음을 갖고 작업한 그림이라고 하네요.

밥을 먹는 다는 건, 그만큼 세월의 누적, 쌓여감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화려한 떡들과 잔치상음식들이,

화려한 슬픔의 감성을 자아냅니다.

 

 

 

 

아트 컨설턴트로 활약했던 김영진씨의

한복 스튜디오에는 다양한 전통 매듭 및 기구들, 도예작품들이

곱다랗게 놓여있습니다.

 

 

님비곰비 포개어진 피륙들을 보면

항상 마음이 편합니다.

 

 

파티용 의상으로 제작한 한복입니다.

매듭장 김희진의 작품이 현대화된 한복의 자유로움에

균제미와 조율된 단아함을 선사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도예가 3분의 작품만을

선정해 디스플레이했더군요. 저도 하나 사고 싶어서

다음에 가려고 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이윤신의 그릇가게에서

작품들을 샀는데, 단아한 느낌이 많이 떨어져서 새로운 느낌의 도예작품을

찾고 있었거든요.

 

 

아이들을 위해 만든 그릇인데

아주 정겹지요? 저런 그릇에 아이들의 밥을 담아주면

잘 먹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매듭 작품들이 보이고요

실 하나하나를 천연염색해, 구성한 전통매듭의 고아한 자태가눈길을 끌지요.

 

 

혼수용 한복인데 색감이 아주 곱지요?

하후상박의 논리가 배어들어간 우리내 여인들의 한복이

항아리같이 유아한 멋과 더불어 살포시 감춘 가슴선의 내면을 드러냅니다.

 

 

'아무거나 잘 먹는'사람이 되어선 안 돼
그건 먹을 것이 모자라던 생존 단계의 미덕일 뿐이야
食은 命이야 밥은 목숨이야
어떤 밥을 먹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저도 모르게 달라지는 거야
밥은 생명이고 끌어당김이기에
무얼 먹느냐에 따라 그리도 몸이 이끌리고
감성과 정신까지 끌려가는 거야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살겠다는 것과 같아
잘못 길들여진 얕은 입맛을 넘어 몸맛으로,
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올바로 잘 먹어야 해
많이많이가 아니라 알맞게,아름하게,아름답게 먹어야 해
창자가 가난해야 뱃속이 환해지고 얼굴이 맑아지고 정신이 빛나는 거야

나는 오늘 네 밥상에서 너의 미래를, 너의 운명을 본다!

 

박노해의 <어떤 밥상인가> 부분

요즘들어 <아무거나 잘먹어요>란 말을 썩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가려먹어야 합니다. 호르몬제와 성장 촉진제, 빠른

발육을 위해 동종의 식육을 시켜 키워낸 먹거리를 먹어선 안됩니다. 그것이 밥상의 법입니다.

밥은 생명입니다. 그 생명의 무늬는 아무렇게나 그려질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싸움이 왜 일어났는지, 왜 이 싸움에서 지면 안되는지를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거리에서 불평하고 호소하는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소고기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문제 전반이었을 것"이라면서 "실직하고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과 서민, 어려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참가한 것"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말 <세계일보> 6월 3일자

 

6월 10일 100만인 행동대회에 다 함께 모입시다.

 

 

 

추신.......

 

제 책이 교보문고의 5월 4주차 베스트 셀러에 올랐습니다.

여타의 책들이 대부분 발행한 지 2달 이상 된 것을 고려할때, 24일 출간된 책 치곤 성과가 좋네요.

다 여러분의 작은 사랑 덕분입니다. 이 기쁨 꼭 갚아드리겠습니다.

곱고 단아하게 햇살처럼 여러분의 손에 담아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예술
0001 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을유문화사
0002 스케치 쉽게 하기(기초 드로잉) 김충원 진선아트북
0003 DSLR 촬영테크닉(이박고 STYLISH PHOTOGRAPH)(CD1포함) 이성관 웰북
0004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구도 정승익 한빛미디어
0005 서양 미술사. 1 진중권 휴머니스트
0006 이루마 피아노 연주곡집 이루마 돋을새김
0007 그림 속에 노닐다 오주석 솔
0008 친절한 뉴욕 박루니 아트북스
0009 샤넬 미술관에 가다 김홍기 미술문화
0010 좋은 사진을 만드는 노출 정승익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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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6.04 17:29

    첫댓글 가슴이 철렁한 말 이제는 아무거나 잘 먹지 말아야겠습니다. 키스룰루룰루 룰루

  • 08.06.05 14:26

    김희진 매듭전을 박물관에서 했지요. 밥상을 다양하게 표현했는데 밥상위의 화려함과 따스함이 느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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