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걷어찬 이불 대신
아무리 걷어차여도 제자리인
하늘이 내린 따스한 이불
엄동 추위 철야 근무한 이불 대신
해 뜨자말자
환한 얼굴 그대로
따스한 손 그대로 달려와
옆에 누운
만년구짜 햇살 이불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3.02.17. -
입춘이 지나니 추위가 누그러지고 대기가 좀 포근해진 느낌이다. 곧 햇살은 겨울 계곡의 잔설과 얼음을 녹일 것이다. 제주에서는 곳곳에 유채꽃밭이 펼쳐지고 있고, 남쪽 지방에서도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화단에 심어놓은 화초의 구근에서 움이 트고, 산과 들판에도 머잖아 풀이 새로 푸릇푸릇 돋아날 것이다.
시인은 따스한 햇살을 이불에 비유한다. 잠을 자면서 걷어차곤 하던 이불에 빗댄다. 그러면서 몹시 추운 겨울밤에 우리가 그 이불에 의지했다면 이제는 하늘의 이불에 의지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늘에서 햇살이라는 투명하고 밝고 큰 이불이 내려와 우리 곁에 눕는 그런 때가 왔다고 말한다. 오래되었지만, 또 앞으로 오래 사용할 이 햇살 이불이 엄동설한 내내 철야 근무를 했던 솜이불과 교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신춘(新春)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