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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미즈사랑 마찬가지…저축업 불똥튈까
러시앤캐시(회장 최윤)가 여전히 대부업 광고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만 지킬 뿐, 꼼수광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문구들과 달리 경고 문구는 눈에 띄지 않는 점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러시앤캐시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빚 권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신용불량자 양성에 일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논란은 러시앤캐시를 브랜드명으로 세운 본사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저축은행 사업에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국내 1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체면치레로만 대부업법 시행령을 지킨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대부업체 광고를 제작할 때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는 경고 문구를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제작해 여전히 빚 권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11월 대부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과도한 빚은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다’ 등의 경고 문구를 광고 최대글자의 3분의 1 이상의 크기, 광고 5분의 1 이상의 노출시간으로 삽입해 대부업 대출의 위험성을 알릴 것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러시앤캐시의 TV광고를 보면 대부업법 시행령이 개정됐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경고 글귀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3초간 경고 문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광고 화면 하단에 업체 PR 문구 사이에 하얀 글씨로 끼워져 있다. ‘누구나 무상담 300만 원까지 대출 가능’ 등 자극적인 문구를 화면 좌측에 선명한 글씨로 장시간 배치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러시앤캐시는 대부업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광고를 내보내다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버스와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야지’, ‘엄마 나 러시앤캐시에 합격했어. 생각보다 괜찮은 걸. (은행과)하는 일은 비슷해’ 등의 문구가 문제가 됐다. 또한 ‘무대리’라는 대표 캐릭터로 친근, 공감의 느낌으로 이미지 세탁을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연 34.9%의 고금리 내용은 배제한 채 파급력이 큰 TV광고로 서민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모습이 불편하다”며 “이런 행위는 대출에 대한 경각심을 무너뜨리고 마구잡이식 대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논란은 러시앤캐시 본사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미즈사랑에서도 나타났다. 미즈사랑 광고에서도 경고 문구는 ‘주부 무담보 300만 원 대출’ 내용이 강조되는 사이 화면 하단에 흰색 글씨로 짧게 나타난다.
지난해 아프로파이낸셜은 1월부터 10월까지 12만2188회의 광고를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횟수로는 402회에 달하는 것이다. 광고가 나가는 채널이 30여 개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10번 이상의 러시앤캐시 광고가 나간 셈이다. 또한 주요 인터넷 사이트, 지하철, 영화관 등에도 광고를 내보냈다. 아프로파이낸셜이 광고비로 지출한 금액은 134억 원가량이다.
대부업 광고가 활발해진 후 청년층이 고금리 대부업체에 얽매이는 비율도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말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청년층(15~29세)의 48.3%가 대부업체·저축은행을 이용했다. 이는 30세 이상의 중장년층 19.6%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증가세는 현재에도 계속 진행중이다.
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등힉생을 상대로 금융 교육을 하다가 ‘은행이 뭘까요’라는 질문을 했는데 ‘무대리’ 등 대부업체 광고 캐릭터와 노래로 대답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축은행에서 대부업 유도 우려
이처럼 대부업계의 광고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면서 러시앤캐시를 향한 눈초리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경각심을 줘야하는 경고 문구가 있으나 마나 한 ‘꼼수’로 삽입돼 그 취지를 살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것이 신용불량자 양성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부업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광고에서 비춰지는 모습과 이미지로 최고 연이율 34.9%의 고금리 대출 여부를 판단하게 한 결과란 설명이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서 러시앤캐시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무상담 300만 원 대출 등 러시앤캐시의 광고 상품이 함께 등장할 만큼 높은 관심을 사고 있다.
이에 한 전문가는 “대부업체 광고가 언제든지 돈을 쉽게 빌리고 또 쉽게 갚을 수 있을 것 같은 잘못된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며 “대부업체의 TV광고 중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융위)는 규제강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규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활자 크기와 색깔, 표기 위치까지 더 상세하게 규제해 꼼수를 부릴 여지를 원천 차단해 누구나 쉽게 경고 문구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문제는 최근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 영업을 시작한 저축은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앤캐시가 이 같은 감성주의 광고와 이미지 변화를 위해 노력한 것은 저축은행 진출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7일 ‘OK저축은행’을 개점하며 첫발을 내디뎠지만 아직은 우려의 시선이 더 깊다.
그동안의 이미지 희석을 통해 장기적으로 사라져야 할 대부업체가 제2금융권에 진출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2금융권 진출은 대부업체 이미지 세탁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며 고리대금업자들이 제도권 내에서 고리대금업을 하는 것을 금융당국이 묵인, 권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저축은행 대출을 이용하기 위해 찾아온 소비자에게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문제점도 거론된다. 한 전문가는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은 은행의 문턱을 넘기 어려워 제2금융권을 찾는 사람들인 만큼 대부업체가 계열사인 저축은행을 악용해 대부업체 대출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문제로 거론된 광고를 수정하거나 교체할 계획은 없지만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면서 “금융위원회의 규정을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광고심의도 철저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업종 자체가 대부업이다 보니 판매하는 상품을 안내하는 광고 내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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