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작고한 영화 배우 숀 코너리가 주연한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의 한 장면이다.
또 다른 주인공 자말이 아래와 같은 대사로 선생님에게 대든다.
You said that my skills reached “farther” than basketball. “Farther” relates to distance, “further” is a definition of degree. You should have said “further”.
“farther”는 거리에 쓰는 말이고,
“further”는 양(量)에 쓰는 말이니,
‘실력’에는 “farther”가 아니라 “further”를 썼어야 옳다고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
영어는 고작 모음 하나 a 와 u 의 차이로
구상물(具象物)과 추상물(抽象物)을 가름하고 있는 셈이다.
한데, 우리말에도 이와 비슷한 구분이 있다.
나혼 子ᄌᆞᆼ息식이 야ᇰᄌᆡ 端돤正져ᇰᄒᆞ야 본 사ᄅᆞ미 깃거ᄒᆞ며 根ᄀᆞᆫ源ᅌᅯᆫ이 ᄂᆞᆯ카ᄫᅡ 聰초ᇰ明며ᇰᄒᆞ며 便뼌安ᅙᅡᆫᄒᆞ야 病뼈ᇰ이 젹고 귓거시 精져ᇰ氣킝 앗디 아니ᄒᆞ리라
낳은 자식이 모습 단정하여 본 사람이 기꺼하며 근원이 날카로워 총명하며 편안하여 병이 적고 귀신이 정기를 앗지 아니하리라.
제 庫콩房빠ᇰ애 ᄡᆞ리라 ᄒᆞ야 뒷던 ᄒᆞᆯᄀᆞᆯ 우희여 부텨ᄭᅴ 받ᄌᆞᄫᅩ려 ᄒᆞ니 킈 쟈ᄀᆞᆯᄊᆡ 제 벋 올미 毗삥闍썅耶양ㅣ라 호리ᄅᆞᆯ ᄃᆞ려 닐오ᄃᆡ 내 네 우희 올아 부텨ᄭᅴ 布봉施싱ᄒᆞᅀᆞᄫᅡ지라 ᄒᆞ야ᄂᆞᆯ
제 고방에 쌀이라 하여 두었던 흙을 움키어 부처께 바치려 하니 키가 작은 탓에 제 벗 어린 아이 “비샤야”이라 하는 이더러 이르되 “내 네 위에 올라 부처께 보시하고 싶다” 하거늘
1. 작다와 적다
무엇보다 ‘작다’와 ‘적다’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을 텐데
자말의 말을 흉내 내자면
“작다”는 크기에 쓰는 말이고
“적다”는 양(量)에 쓰는 말이다.
옛날에는 위에서 보듯 “쟉〯다/젹〯다”로 썼지만
17세기 끄트머리에서 ‘ ㅈ[ʦ]’이 ‘ ㅈ[ʨ]’으로 소리값이 바뀌면서
‘쟈’와 ‘자’라든가, ‘져’와 ‘저’, ‘죠’와 ‘조’ 따위가 같은 소리값을 갖게 되었으므로
아예 “작다/적다”로 적게 되었다.
지금도 ‘쟈’와 ‘자’, ‘져’와 ‘저’ 등은 서로 소리가 구분되지 않는데,
구분할 수 있다는 믿음은 오로지 글자가 다른 탓에 생긴 것이며
실제로 두 소리는 같다.
그리고 우리말에서 흔히 그렇듯 ‘작다’와 ‘적다’는 밝은홀소리(陽性母音)과 어두운홀소리(陰性母音)가 맞서 나뉜 말이다.
홀소리 | 낱말 | 나뉜 뜻 | 비고 |
ㅏ ↔ ㅓ | 남다 | 일정한 수준에 이르지 않아 나머지가 있게 되다. | 나마, 나머지, 남짓, 남실남실 |
넘다 | 일정한 범위 따위에서 벗어나 지나다. | 너머, 넘실넘실 | |
ㅗ ↔ ㅜ | 녹다 | 제 모습을 잃을 만큼 물러지거나 물처럼 되다 | 노그라지다, 녹녹하다, 녹진하다, 노글노글, 노긋노긋 |
눅다 | 굳거나 뻣뻣하던 것이 무르거나 부드러워지다. | 누그러지다, 눅눅하다, 눅진하다, 누글누글, 누긋누긋 | |
ㅏ ↔ ㅓ | 막다 | 길, 통로 따위가 통하지 못하게 하다. | |
먹다 | 귀나 코가 막혀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다. | 귀먹다, 귀머거리, 코 먹은 소리 | |
ㆍ ↔ ㅡ | ᄉᆞᆯ다(>사르다) | 천천히 없애다. 불태워 없애다. | 사라지다, 사르르, 살살 |
슬다(>슬다) | 천천히 없애다. 없어지다. | 스러지다, 스르르, 슬슬 | |
ㅏ ↔ ㅓ | 삭다 | 발표하여 맛이 들다. | |
석다(>썩다) | 부패하여 나쁜 냄새가 나고 뭉개지다. | ||
ㅗ ↔ ㅜ | 졸다 | 찌개, 국, 한약 따위의 물이 날아가 적어지다. | 졸보, 쫄보, 쫄다 |
줄다 | 길이 따위가 작아지거나 무게 따위가 적어지다. | ||
ㆍ ↔ ㅡ | ᄩᆞ다(>타다) | 두 쪽으로 가르다. | |
ᄩᅳ다(>트다) | 마르거나 추위 탓에 틈이 생겨 갈라지다. | ||
ㆍ ↔ ㅡ | ᄑᆞ다(>파다) | 떼어 내서 움푹하고 깊게 만들다. | |
프다(>푸다) | 액체, 가루, 낟알 따위를 떠내다. |
다만 옛날에는 ‘작다’와 ‘적다’가 칼같이 나뉘지 않아서,
‘적다’에 “작다”라고 하는 뜻과 “적다”라고 하는 뜻이 아울러 있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도 ‘작다’와 ‘적다’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ᄃᆞᆯ히 아랫 福복이 깁고 둗거ᄫᅥ 佛뿌ᇙ法법을 맛나ᅀᆞᄫᅢᆺᄂᆞ니 이럴ᄊᆡ 父뿡母무ᇢ하 우리ᄅᆞᆯ 出츄ᇙ家강케 ᄒᆞ쇼셔
우리들이 오랜 복이 깊고 두터워 불법을 만났나니, 이러므로 부모님이시여 우리를 출가하게 하소서.
自ᄍᆞᆼ然ᅀᅧᆫ히 도로 녜 ᄀᆞᆮᄒᆞ니 이 菩뽕薩사ᇙᄋᆡ 福복德득智딩慧ᅘᆑᆼ 두터ᄫᅳᆫ 젼ᄎᆡ라
자연히 도로 예와 같으니 이 보살의 복덕과 지혜가 두터운 까닭이다.
人ᅀᅵᆫ民민이 合ᅘᅡᆸ掌쟈ᇰᄒᆞ야 부텻 말 聽터ᇰ受쓔ᇢᄒᆞᅀᆞ오ᄆᆞᆫ 다 돋가이 信신ᄒᆞ며 善쎤을 즐겨 열운 風보ᇰ俗쑉 업수ᄆᆞᆯ 니ᄅᆞ시니라
인민이 합장하여 부처의 말 들어 받음은 다 도타이 믿으며 선을 즐겨 엷은 풍속이 없음을 이르신 것이다.
쳥廉념과 儉검박ᄒᆞᆫ 風풍쇽을 도타이 ᄒᆞ여 우히 ᄡᅥ 아래ᄅᆞᆯ 인導도ᄒᆞ며 샤侈치ᄒᆞ며 화麗려ᄒᆞᆫ 허費비를 그처 안히 ᄡᅥ 밧긔 表표ᄒᆞᆯ디니라
청렴과 검소한 풍속을 도타이 하여 위로써 아래를 인도하며 사치하며 화려한 허비를 그쳐 안으로써 밖에 나타내야 할 것이다.
2. 두껍다와 두텁다
구상물(具象物)과 추상물(抽象物)을 가름하는 우리말이 오직 ‘작다’와 ‘적다’뿐인 것은 아니다.
‘두껍다’와 두텁다’가 또한 얼추 구상물과 추상물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두껍다’는 사물의 두께나 높이·깊이 따위에 쓰이고
‘두텁다’는 믿음, 마음, 관계 따위에 쓰인다.
물론 ‘두껍다’는 “지지층이 두껍다”처럼 무리의 규모에도 쓰이므로
꼭 들어맞게 구상물과 추상물의 구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얼추”라고 했다.
한편, ‘두껍다’와 ‘두텁다’의 짜임새를 살펴보자면
이들은 동사를 형용사로 바꿔 주는 접미사 ‘-ㅂ/ᄇᆞ/브/압/업-’이 붙어 생긴 말이다.
곧 “두껍게/두텁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가 있었다는 뜻이다.
자음 받침 뒤에는 ‘-ᄇᆞ/브-’가 붙고
모음 뒤에는 ‘-ㅂ-’ 받침이 붙고
‘ㅣ’나 ‘ㄹ’ 뒤에는 ‘-압/업-’이 붙는다
…고 하는 규칙이 있긴 하지만
언어의 규칙이란 게 늘 칼같이 지켜지지는 않기에
‘두껍다’와 ‘두텁다’의 뿌리가 되는 동사는
‘두ᇊ다’와 ‘둩다’ 또는 ‘둗기다’와 ‘두티다’로 헤아려진다.
이를 다른 낱말들과 견주어 보자면 아래와 같은데,
오늘날에도 쓰이는 낱말은 굵은 글꼴로써 보람했고,
고문헌에서 실제로 찾은 것이 아닌 추정된 낱말은 별표(*)로써 보람했다.
동사 | 형용사 |
*도ᇊ다/*돋기다 | 도ᇊ- + -압- = 돋갑다 → ✗ |
*두ᇊ다/*둗기다 | 두ᇊ- + -업- = 둗겁다 → 두껍다 |
*돝다/*도티다 | 돝- + -압- = 도탑다 |
*둩다/*두티다 | 둩- + -업- = 두텁다 |
그리다 | 그리- + -ㅂ- = 그립다 |
기ᇧ다 | 기ᇧ- + -브- = 깃브다 → 기쁘다 |
기ᇧ- + -업- = 깃겁다 → 기껍다 | |
놀라다 | 놀라- + -ㅂ- = 놀랍다 |
두리다 | 두리- + -ㅂ- = 두립다 → 두렵다 |
*믁다/므기다 | 믁- + -업- = 므겁다 → 무겁다 |
믿다 | 믿- + -브- = 믿브다 → 미쁘다 |
믿- + -업- = 미덥다 | |
ᄇᆡ곯다(>배곯다) | ᄇᆡ + 곯- + -ᄇᆞ- = ᄇᆡ골ᄑᆞ다 → 배고프다 |
붓그리다 | 붓그리- + -업- = 붓그럽다 → 부끄럽다 |
앓다 | 앓- + -ᄇᆞ- = 알ᄑᆞ다 → 아프다 |
앗기다(>아끼다) | 앗기- + -압- = 앗갑다 → 아깝다 |
어즈리다(>어지르다) | 어즈리- + -업- = 어즈럽다 → 어지럽다 |
웃다/우ᇫ다 | 우ᇫ- + -브- = 우ᇫᄫᅳ다 → 우습다 |
즑다/즐기다 | 즑- + -업- = 즐겁다 |
그러고 보니, ‘두텁다’에는 작은말 ‘도탑다’가 예부터 있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데
‘둗겁다(> 두껍다)’는 작은말 ‘돋갑다’가 어느새 끊겨서 죽은말이 된 것이 특이하다.
3. 사실은 똑같은 말
그러나 옛 문헌에서 보건대
‘두껍다’와 ‘두텁다’는 그 쓰임이 다르지 않았다.
앞서 보인 책, 《석보상절》(1447)과 《법화경언해》(1463)에서도
각각 복(福)과 믿음에 ‘둗겁다’와 ‘돋갑다’를 썼으며,
같은 책인 《석보상절》(1447) 안에서도
복(福)과 복덕(福德)에 ‘둗겁다’와 ‘두텁다’를 쓰며 딱히 가름하지 않았다.
사실, ‘두껍다’와 ‘두텁다’는 똑같은 말을
조금 다르게 발음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이 헤아리기로, ‘ㄱ’소리가 앞엣소리에 따라 곧잘 여려졌었는데
‘ㄹ, ㅿ’ 같은 울림소리 뒤에서는 ‘ㅇ/ɦ/’로
‘ㅈ, ㄷ’같이 잇소리면서 숨을 터뜨리는 소리 뒤에서는 ‘ㅎ/h/’로
여리게 났다고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설(異說)이 있다.)
한 가지 보기를 먼저 보고 더 이야기를 해 보자.
물론 이야기의 목적에 맞게끔 헤아린 것이지만,
아래는 ‘ㅈㄱ’이 어떻게 ‘ㄲ’과 ‘ㅊ’으로 나뉘는지를 보여 준다.
† 사투리, 비표준어 | |||
*쟞- + -기- 잦다: 뒤로 기울다 | = 쟛기다 : ‘ㅈ’은 받침에서 ‘ㅅ’소리가 된다. | ⇒ 자ᄭᅵ다 : ‘ㅺ’이 된소리로 바뀐다. | ⇒ 재끼다 : ‘ㅣ’ 역행 동화 “자>재”를 겪는다. |
= 쟈치다 : ‘기’가 ‘히’로 여려진다.(= 잦히다) | ⇒ 자치다 : ‘ㅈ’이 /ʦ/에서 /ʨ/로 바뀐다. | ⇒ †재치다 : ‘ㅣ’ 역행 동화 “자>재”를 겪는다. | |
졎- + -기- 젖다: 뒤로 기울다 | = 졋기다 : ‘ㅈ’은 받침에서 ‘ㅅ’소리가 된다. | ⇒ 저ᄭᅵ다 : ‘ㅺ’이 된소리로 바뀐다. | ⇒ †제끼다 : ‘ㅣ’ 역행 동화 “저>제”를 겪는다. |
= 져치다 : ‘기’가 ‘히’로 여려진다.(= 젖히다) | ⇒ 저치다 : ‘ ㅈ’이 /ʦ/에서 /ʨ/로 바뀐다. | ⇒ 제치다 : ‘ㅣ’ 역행 동화 “저>제”를 겪는다. |
정리하자면, ‘ㅈㄱ’이 한쪽 길로는 ‘ㅈ’이 ‘ㅅ’이 됨으로써 ‘ㅺ = ㄲ’이 되고
다른 한쪽 길로는 ‘ㄱ’이 ‘ㅎ’이 됨으로써 ‘ㅈㅎ = ㅊ’이 된다는 것이다.
‘두껍다’와 ‘두텁다’도 마찬가지로 설명이 되는데
‘두텁다’는 곧 ‘둗겁다’의 ‘ㄱ’을 ‘ㅎ’으로 발음한 것일 뿐이라는 말이다.
(둗헙다 = 두텁다)
이러한 예는 생각보다 많다.
뜻 | 옛말 | 오늘 말 | 비고 |
꽤 옅다 | 녇갑다 | = 녙-/옅- + -갑- | |
여탑다 | = 녙-/옅- + -갑- | ||
가깝다 | 갓갑다 | 가깝다 | |
†가찹다 | |||
꼬리 | ᄭᅩ리 | 꼬리 | 눈꼬리 |
초리 | 눈초리, 회초리 | ||
도깨비 | 돗가비 | 도깨비 | |
†도채비 | |||
도끼 | 돗귀 | 도끼 | |
도최 | †도치 | ||
두꺼비 | *둣거비 | 두꺼비 | |
두터비 | |||
매끄럽다 | *ᄆᆡᆺᄀᆞ랍다 | 매끄럽다 | 매끌매끌, 매끈매끈, 매끄당매끄당 |
†매츠럽다 | 매초롬하다, †매츨하다, †매츳매츳 | ||
미끄럽다 | 믯그럽다 | 미끄럽다 | 미끌미끌, 미끈미끈, 미끄덩미끄덩 |
†미츠럽다 | 미추룸하다, †미츨하다, †미츳미츳 | ||
부끄럽다 | 붓그럽다 | 부끄럽다 | = 붓그리- + -업- |
†부치럽다 | |||
숯 | 수ᇧ | †숚 | |
숯 | 숯 | ||
팥 | ᄑᆞᇧ | ||
ᄑᆞᆾ | 팥 |
옛말에 똑같은 낱말이 두 꼴 — ‘ㅺ/ㅊ’ 또는 ‘ㄷㄱ/ㅌ’ — 로 나타거나
오늘날 똑같은 낱말이 두 꼴 — ‘ㄲ/ㅊ’ 또는 ‘ㄲ/ㅌ’ — 로 남은 모습이다.
모두 표준어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사투리로서 다른 꼴이 남아 있는데
사투리 연구가 중요한 까닭이다.
브ᅀᅥ긧 ᄌᆡᄅᆞᆯ ᄯᅡ해 반 잣 둗긔만 ᄭᆞᆯ오 실을 ᄌᆡ 우희 기우리혀 노코 주근 사ᄅᆞᄆᆞᆯ 시르 우희 업데요ᄃᆡ 머리ᄅᆞᆯ 져기 드리디게 ᄒᆞ고 소곰 두 술만 ᄯᅥ 대로ᇰ애 녀허 하ᇰ문에 녀코 불면 즉재 므를 토ᄒᆞ리니 믈옷 토ᄒᆞ야ᄃᆞᆫ 실을 앗고 주근 사ᄅᆞᄆᆞᆯ ᄂᆞ리와 ᄌᆡ예 두고 모ᄆᆞᆯ 무도ᄃᆡ 고콰 입과 나게 ᄒᆞ면 즉재 살리라
부엌에 재를 땅에 반 자의 두께만큼 깔고, 시루를 재 위에 기울여 놓고 죽은 사람을 시루 위에 엎드리게 하되, 머리를 적이 드리우게 하고 소금 두 술만큼 떠서 대롱에 넣어 항문에 넣고 불면 즉시 물을 토할 것이니, 물을 토하거든 시루를 앗고 죽은 사람을 내려서 재에 두고 몸을 묻되, 코와 입이 나오게 하면 즉시 살 것이다.
ᄒᆞ다가 드ᇰ 우희 블근 브ᅀᅳ름 ᄒᆞ나히 날 제 가온ᄃᆡ ᄒᆞᆫ 조ᄡᆞᆯ만 부리 잇거든 되야마ᄂᆞᄅᆞᆯ 두 녁 머리 버혀 ᄇᆞ리고 가온ᄃᆡᄅᆞᆯ 두틔 반 치만 케 ᄒᆞ야 브ᅀᅳ름 우희 바ᄅᆞ 노코 ᄡᅮ그로 마ᄂᆞᆳ 우흘 열네 붓만 ᄯᅮᄃᆡ 해 ᄯᅳ거든 마ᅀᆞᆫ 아홉 붓지히 ᄯᅳ라
만약 등 위에 붉은 부스럼 하나가 날 적에 가운데 좁쌀 하나 만한 뿔이 있거든 외톨마늘 두 쪽을 머리를 베어서 버리고 가운데를 두께 반 치만큼 되게 하여 부스럼 위에 바로 놓고 쑥으로 마늘의 위를 열네 번만큼 뜨되 많이 뜨려거든 마흔아홉 번까지 뜸을 떠라.
4. 두께와 두테
위 문헌에 나타난 ‘둗긔’와 ‘두틔’를 보아도
쓰임새가 다르지 않다.
‘둗긔’와 ‘두틔’는 그 뿌리 ‘두ᇊ-’과 ‘둩-’에 저마다 접미사 ‘-ᄋᆡ/의’가 붙은 말인데,
‘-ᄋᆡ/의’는 “얼마만큼”이라는 뜻을 더하며 명사를 만든다.
다시 말해 ‘두께’와 같은 말이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ᄋᆡ/의’의 생산성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낱말이 제법 된다.
뿌리 | 명사 | 다른 보기 | 비고 |
두ᇊ- | 두ᇊ- + -의 = 둗긔 → 두께 | 두껍다 | |
곱- | 곱- + -ᄋᆡ = 고ᄇᆡ → 고비 | 곱다, 고불고불, 고붓고붓, 곱작곱작, 곱슬곱슬, 곱실곱실, 꼬박꼬박, 고부장-, 고부랑- | ‘고ᄇᆡ’도 “휘어 곱아진 곳” 또는 “곱아진 곳을 세는 단위”였으나, 20세기 “일이 되어 가는 길에 맞은 어려움”으로 뜻이 바뀌었다. |
굽- | 굽- + -의 = 구븨 → 굽이 | 굽다, 구불구불, 구붓구붓, 굽적굽적, 굽슬굽슬, 굽실굽실, 꾸벅꾸벅, 구부정-, 구부렁- | |
길- ~걀- | 길- + -의 = 기릐 → 길이 | 길다, 기다랗다, 기름하다, 길쯤하다, 길쯔막하다 ~ 갸름하다, 걀쯤하다, 걀쯔막하다 | |
깊- | 깊- + -의 = 기픠 → 깊이 | 깊다, 깊다랗다, 깊숙하다, 깊수룸하다 | |
굵- | 굵- + -의 = 굴긔 → ✗ | 굵다, 굵다랗다, 굵직굵직 | 18세기 ‘-기’가 붙은 ‘굵기’로 갈음된다. |
높- | 높- + -ᄋᆡ = 노ᄑᆡ → 높이 | 높다, 높다랗다, 높직높직, 높지막하다 | |
넙- ~납- | 넙- + -의 = 너븨 → 너비 | 너벅너벅, 넓적넓적, 넙적넙적, 넙죽, 너부데데하다, 너부죽하다 ~ 나박나박, 납작납작, 납작납작, 납죽, 나부대대하다, 나부죽하다 | 18세기 ‘넙다’가 ‘넓다’로 바뀌면서, ‘너비’와 ‘넓이’를 달리 여기게 되었다. |
덥- | 덥- + -의 = 더ᄫᅴ → 더위 | 무덥다, 후덥다 | |
칩- | 칩- + -의 = 치ᄫᅴ → 추위 | 춥다 | 19세기 ‘칩다’가 ‘ㅂ’받침에 물들어 ‘춥다’로 바뀐다. |
믁- | 믁- + -의 = 므긔 → 무게 | 무겁다, 묵직묵직, 무지근하다 | |
부프- ~보프- | 부프- + -의 = 부픠 → 부피 | 부프다, 부풀다, 부풀, 부푸러기, 부풀부풀 ~ 보풀다, 보풀, 보푸라기, 보풀보풀 | ‘부프다’는 형용사이고, ‘부풀다(< 부플다)’는 동사이다. |
슭- ~ᄉᆞᆰ- | 슭- + -의 = 슬긔 → 슬기 | 슬겁다, 굼슬겁다 ~ 살갑다, 곰살갑다 | ‘살갑다/슬겁다’는 “슬기롭다”라는 뜻이었다. |
옅- ~얕- | 옅- + -의 = 여틔 → ✗ | 얕다, 여틈하다, 여트막하다 ~ 옅다, 야틈하다, 야트막하다 | 이제는 ‘옅기’보다 ‘짙기’가 더 쓰이는 듯하다. |
크- | 크- + -의 = 킈 → 키 | 크다, 커다랗다, 큼직하다, 큼지막하다 | 17세기 ‘킈(>키)’가 “몸의 높이”만을 이르게 되면서, ‘크기’가 그 몫을 가로맡았다. |
위에서 보듯 ‘둗긔’는 오늘날의 ‘두께’로 곧 이어지는데,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따르면
‘두테’가 충남과 함경 사투리로,
‘두티’가 제주 사투리로 남아 있다고 하는바,
‘두틔’ 또한 사투리 속에서 살아 내려온 듯 보인다.
5. 도톰하다/두툼하다
한편, 명사에서는 ‘두께’가 ‘두틔’를 누르고 표준어가 되었다면
의태어에서는 ‘둩-’붙이가 ‘두ᇊ-’붙이를 누르고 살아남은 듯하다.
‘도톰하다/두툼하다’는 있어도 ‘도꼼하다/두꿈하다’는 아예 없기 때문이다.
우리말에서는 흔히 서술어 뿌리에 ‘-(으)ㄱ/ㄴ/ㄷ/ㄹ/ㅁ/ㅅ/ㅇ’ 따위의 받침을 더해서
시늉말(의성어 + 의태어)을 만드는데
여기에서는 ‘-ㅁ’ 받침을 썼다.
문득 이에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릴지 모르겠지만
아래의 보기를 보면 고개를 앞뒤로 끄덕이게 될 터다.
서술어(동사, 형용사) | 의태어 | 뜻 |
걷다 | 거듬거듬 | 흩어져 있거나 널려 있는 것들을 대강 자꾸 모으는 모양. |
기다 | 기엄기엄 | 자꾸 기어가거나 기는 듯이 움직이는 모양. |
길다 | 갸름갸름 | 여럿이 다 보기 좋을 정도로 조금 가늘고 긴 듯한 모양. |
기름기름 | 여럿이 다 조금 긴 듯한 모양. | |
꾀다 | 꾀음꾀음 | 달콤한 말이나 교묘한 말로 남을 자꾸 꾀는 모양. |
띄다 | 띄엄띄엄 | 붙어 있거나 가까이 있지 않고 조금 떨어져 있는 모양. |
벌다 | 발름발름 | 탄력 있는 물체가 조금 넓고 부드럽게 자꾸 바라졌다 오므라졌다 하는 모양. |
벌름벌름 | 탄력 있는 물체가 넓고 부드럽게 자꾸 벌어졌다 우므러졌다 하는 모양. | |
밞다 | 발맘발맘 | 한 발씩 또는 한 걸음씩 길이나 거리를 가늠하며 걷는 모양. |
밟다 | 발밤발밤 |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 |
벼르다 | 벼름벼름 | 마음먹은 일을 이루려고 자꾸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보는 모양. |
줍다(← 줏다/주ᇫ다) | 주섬주섬 | 여기저기 널려 있는 물건을 하나하나 주워 거두는 모양. |
절다 | 잘름잘름 | 한쪽 다리가 짧거나 다치거나 하여 걷거나 뛸 때 몸이 한쪽으로 가볍게 자꾸 기우뚱하는 모양 |
절름절름 | 한쪽 다리가 짧거나 다치거나 하여 걷거나 뛸 때 자꾸 몸이 한쪽으로 거볍게 기우뚱하는 모양. |
다만 의태어 ‘도톰도톰/두툼두툼’은 표준어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하고
북한어로서만 “보기 좋을 정도로 알맞게 작으면서도 두꺼운 모양”과
“보기 좋을 정도로 꽤 두꺼운 모양”으로 올랐다.
‘갸름갸름’보다는 ‘갸름하다’가 더 자주 쓰이는 것과 비슷한 까닭일까.
녯 阿ᅙᅡᆼ僧스ᇰ祇낑劫겁 時씽節저ᇙ에【阿ᅙᅡᆼ僧스ᇰ祇낑ᄂᆞᆫ 그지업슨 數숭ㅣ라 ᄒᆞ논 마리라 劫겁은 時씽節저ᇙ이라 ᄒᆞ논 ᄠᅳ디라】 ᄒᆞᆫ 菩뽕薩사ᇙ이 王ᅌᅪᇰ ᄃᆞ외야 겨샤【菩뽕薩사ᇙᄋᆞᆫ 菩뽕提똉薩사ᇙ埵돵ㅣ라 혼 마ᄅᆞᆯ 조려 니ᄅᆞ니 菩뽕提똉ᄂᆞᆫ 부텻 道또ᇢ理링오 薩사ᇙ埵돵ᄂᆞᆫ 衆쥬ᇰ生ᄉᆡᇰᄋᆞᆯ 일울씨니 부텻 道또ᇢ理링로 衆쥬ᇰ生ᄉᆡᇰ 濟졩渡똥ᄒᆞ시ᄂᆞᆫ 사ᄅᆞᄆᆞᆯ 菩뽕薩사ᇙ이시다 ᄒᆞᄂᆞ니라】 나라ᄒᆞᆯ 아ᅀᆞ 맛디시고 道또ᇢ理링 ᄇᆡ호라 나아가샤 瞿꿍曇땀婆빵羅랑門몬을 맛나샤【瞿꿍曇땀ᄋᆞᆫ 姓셔ᇰ이라 婆빵羅랑門몬은 조ᄒᆞᆫ ᄒᆡᇰ뎌기라 ᄒᆞ논 마리니 뫼해 드러 일 업시 이셔 ᄒᆡᇰ뎌기 조ᄒᆞᆫ 사ᄅᆞ미라】 ᄌᆞ걋 오ᄉᆞ란 밧고 瞿꿍曇땀ᄋᆡ 오ᄉᆞᆯ 니브샤 深심山산애 드러 果광實씨ᇙ와 믈와 좌시고【深심山산ᄋᆞᆫ 기픈 뫼히라】 坐쫭禪쎤ᄒᆞ시다가【坐쫭禪쎤은 안자 이셔 기픈 道또ᇢ理링 ᄉᆞ라ᇰᄒᆞᆯ씨라】 나라해 빌머그라 오시니 다 몰라보ᅀᆞᆸ더니 小쇼ᇢ瞿꿍曇땀이라 ᄒᆞ더라【小쇼ᇢᄂᆞᆫ 져글씨라】
옛 아승기겁 시절에(‘아승기’는 그지없는 수이라 하는 말이다. ‘겁’은 시절이라 하는 뜻이다.) 한 보살이 왕이 되어 계시어(‘보살’은 ‘보리살타’이라 하는 말을 줄여 이르니, ‘보리’는 부처의 도리요, ‘살타’는 중생을 이루는 것이니, 부처의 도리로 중생을 제도하시는 사람을 보살이시다 하느니라.) 나라를 아우에게 맡기시고 도리를 배우러 나가시어, 구담바라문을 만나시어(‘구담’은 성이다. ‘바라문’은 깨끗한 행적이라고 하는 말이니, 산에 들어 일 없이 있어 행적이 깨끗한 사람이다.) 당신의 옷은 벗고, 구담의 옷을 입으시어, 깊은 산에 들어, 과실과 물을 자시고(‘심산’은 깊은 산이다.) 좌선하시다가(‘좌선’은 앉아 있어 깊은 도리를 생각하는 것이다.) 나라에 빌어먹으러 오시니, 다 몰라 보더니 ‘소구담’이라 하더라.(‘소’는 작은 것이다.)
부톄 阿ᅙᅡᆼ難난이ᄃᆞ려 니ᄅᆞ샤ᄃᆡ 네 부텻 마ᄅᆞᆯ 디녀 未밍來ᄅᆡᆼ世솅옛 一ᅙᅵᇙ切촁 大땡衆쥬ᇰ이 受쓔ᇢ苦콩 벗고 져 ᄒᆞ리 爲윙ᄒᆞ야 이 ᄯᅡ 보논 法법을 니ᄅᆞ라 이 ᄯᅡᄒᆞᆯ 본 사ᄅᆞᄆᆞᆫ 八바ᇙ十씹億ᅙᅳᆨ 劫겁 生ᄉᆡᇰ死ᄉᆞᆼㅅ 罪쬥ᄅᆞᆯ 免면ᄒᆞ야 다ᄅᆞᆫ 뉘예 淨쪄ᇰ國귁에 一ᅙᅵᇙ定뗘ᇰ히 나리니 이 보미 正저ᇰ觀관이오 다ᄅᆞᆫ 보ᄆᆞᆫ 邪썅觀관이라
부처가 아난이더러 이르시되, “네가 부처의 말을 지녀 미래세에의 일체 대중이 수고를 벗고자 할 이를 위하여 이 땅 보는 법을 일러 주어라. 이 땅을 본 사람은 팔십억 겁 죽살이의 죄를 면하여 다른 누리에, 깨끗한 나라에 일정히 나리니, 이리 봄이 정관이고, 달리 봄은 사관이다.”
6. 밧다와 벗다
한참을 딴소리에 얼이 빠졌지만
처음 했던 얘기로 돌아와 마무리해 보자.
‘작다’와 ‘적다’도 가름이 흐릿하다가 뚜렷해졌고
‘두껍다’와 ‘두텁다’도 요즘 나뉜 말이라면
원래 우리는 구상물(具象物)과 추상물(抽象物)를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마 그런 건 아닌 듯 보이는데
거꾸로 오늘날에는 그 구분이 없어졌지만
옛날에는 ‘밧다’와 ‘벗다’가 구상물과 추상물을 또렷이 가름했기 때문이다.
‘밧다’는 옷, 고깔 따위로 꼴이 있는 것에 썼고
‘벗다’는 시름, 걱정 따위로 꼴이 없는 것에 썼다.
이들도 결국 밝은홀소리와 어두운홀소리가 맞서 나뉜 말인데,
마치 ‘작다’가 구상물을, ‘적다’가 추상물을 주어로 삼듯
‘밧다’가 구상물을, ‘벗다’가 추상물을 목적어로 삼았던 것이다.
어쩌다 오늘날 이러한 구분이 없어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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