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6074E414F7C15EC0F)
아침에 문을 열면
세연과 채린이 한복을 차려입고
와르르 쏟아지듯 학교에 들어온다.
세연: 요세하녕안?
세연 말마따나 "절대로" 안녕하세요, 라고는 안하고
꼭 그말을 거꾸로 해서 요세하녕안, 이라고 한다.
채린은 거꾸로 몇 번 해보다 힘들어서 잘 못했는데
오늘은 기어이 요세하녕안, 하고 들어온다.
물론 이제 쌤을 꼭 껴안고 들어가는 것은 습관이 되어 잘들 한다.
그럼 쌤은 뭐라고 하냐면
"워마고~~"
<탈무드>
오늘 띄어쓰기에 관한 숙제를 해온 것은 세연,
세연이 그 얘길 하고 싶어서
인사하고 기도하고 앉자마자
"저 띄어쓰기 안 하면 의미가 달라지는 말 찾아왔어요."
한다.
이럴 때 쌤은, 그래, 그럼 이따가 한 번 이야기해볼까,
지금은 탈무드 시간~
"지금 얘기하면 안되요?"
"지금?"
"네, 지금 하고 싶어요."
이렇게,
세연이 하고 싶고 발표하고 싶은 숙제를 낸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세연에게 발표를 시켰다.
"채린아내일도~~"
그러면서 연신 채린, 아내, 일도, 를 반복해서 말해준다.
그러니까 채린아, 내일도, 가 아니라,
채린, 아내, 일도, 이렇게 된다는 것이다.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암튼, 임무 완수, 게다가 굉장히 뿌듯해 하며 좋아하니,
여간 보기 좋은 게 아니다.
오늘 탈무드는 "세 명의 딸".
딸 셋인 노인이 아들 셋인 집에 시집을 보냈는데
그 딸 셋이 모두 약점이 하나씩 있었다.
그런데 두 딸은 시집가서 약점도 없어지고 행복했는데
막내는 여전히 그 약점 때문에 불행했다는 얘기.
일단 아이들에게 그 딸들의 약점이 무엇이었는지 환기시킨 뒤,
얘들아, 너희들 생각에 너희들의 나쁜 점은 뭔거 같아?
오늘 탈무드 시간은 서로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하려는 통에
채린이 몇 번이나 삐졌는지 모른다. (왜 나만 안 시켜요~`)
해우도 손을 안 드는 바람에 원망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왜 쟤들만 시켜요~~)
세연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들고 있는 바람에 원성을 들어야 했고...
요는 이제 아이들이 자기의 생각을 말해야 하는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
일단 그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얘기를 계속하자면;
얘들아 너희들 약점은 뭐라고 생각해?
세연: 자꾸 친구를 보면 샘이 나요.
채린: 어, 엄마가 때리지 않고 울어요.(??)
쌤(놀란척하며): 채린이 엄마가 채린이를 막 때린다고?
채린: 아, 아뇨, 엄마를 막 때리고 울지 않을게요.
쌤: 아, 그러니까, 채린이는 엄마를 때리고 막 울고 그러니?
채린(부끄러워하며): 네, 막 때려요.
해우: 친구를 놀리는 거요.
생각보다 솔직한 답변들이 돌아왔다.
근데 얘들아, 왜 그 노인은 딸들을 시집보낸 뒤에 걱정이 되었니?
세연: 딸들의 나쁜 점 때문에
해우: 결혼하자마자 아들이 딸들을 내쫓고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고 할 까봐.
그런데 첫째딸 둘째딸은 왜 결혼하고 나서 행복해졌니?
해우: 이미 다 있으니까.
세연: 이미 다 갖고 있으니까.
근데 왜 셋째딸은 행복하지 않았어?
세연: 계속 비웃다보니.
해우: 비웃는 게 너무 심하게 생각돼서.
채린: 걔는 비웃는 게 점점 재미있어져서 버릇을 못 고쳐서요.
세연: 나중에 아무리 고치려 해도 안 고쳐질까봐 무서워서.
채린: 버릇이 더 고치고 싶어져서.
그렇구나. (오늘은 아이들이 상당히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근데 얘들아, 그럼, 너희들의 약점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세연: 계속 친구를 샘하다 보면 그게 재미없어져요.
쌤: 그렇게 계속 샘을 내다보면 재미가 없어져서 고쳐진다는 거니?
세연(웃으며): 끄덕끄덕. (에그머니나~~)
막내딸이 계속 흉을 보았는데 흉보는 버릇이 고쳐졌니?
셋: 아니요.
해우: 놀린 친구한데 미안해, 하고 다시 그걸 체크리스트처럼 해서 선물을 사주고 노력을 하면 고칠 수 있을 거 같아요.
채린(약간 환상적인 표정으로):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친해지는 마음을 갖고 친구하고도 안싸운다.
그런데 막내딸이 버릇을 못 고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니?
세연: 입이 아파서 (엥?)
좋아, 그럼 너희들이라면 막내의 버릇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 거 같니?
세연: 자꾸 좋은 걸 하다보면 나쁜 점이 사라질 수 있는데.
쌤: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세연(머리를 감싸쥐고): 선생님의 질문이 너무 어려워서 머리가 아파요
해우(역시 머리를 쥐고): 으, 힘들어요.
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하지만 너희들 한번 생각해 봐. 왜 막내딸은 버릇을 고치지 못했는지. 그건 아주 중요한 거란다.
(쌤은 첫째와 둘째는 물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물질을 얻음으로써 쉽게 고칠 수 있지만 막내는 물질처럼 많이 얻음으로써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라고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말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 아직 그것을 말해줄 단계가 아니라고 여겼다. 아이들이 조금 더 머리 아프게 고민을 해본 뒤 함께 이야기를 나누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정리했다.)
쌤: 선생님은, 너희들이 선생님의 머리를 아프게 할 정도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면 아주 기쁠 것 같구나.
하여간 오늘은
아이들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중요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진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ㅎㅎ)
<영어>
Learn to Read 첫번째 단계의 첫 4권의 책을 종합하는 활동을 했다.
찰흙, 색, 모양, 그리고 자기의 장점.
자기가 좋아하는 색종이를 고른 뒤 그 위에 찰흙으로 꾸미는데,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표현해 보라고 했고
마지막에 그것을 발표해보라고 했다.
세연은 자기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기 때문에 발레리나를 만들겠다고 했고
그러자 역시 채린은 자기도 발레리나가 되고 싶기 때문에 발레리나를 만들겠다고 했다.
해우는 자기는 만들기를 잘 하기 때문에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겠다고 했다.
쌤이 느낀 것은
아이들의 만들기 솜씨가 여간 아니라는 것.
사진기 충전이 늦게 되어 다 만든 다음의 작품만 찍었는데,
앨범에서 구경하시길 바란다.
런투리드 시리즈는
과학 수학 사회 문학 네 영역으로 되어 있는데
그러다 보니
한 권 한 권 새로운 활동으로 연결되어 많은 장점이 있는 대신
한 주에 한권(비록 8문장이지만)을 배우다보니
영어 자체를 배우기에는 조금 벅찬 감이 있다.
쌤은 일단 이 책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매주 그 영역에 맞는 활동을 충분히 해 볼 생각이다.
각 영역의 내용 자체가 우리 아이들이 꼭 해봐야 할 좋은 내용들로 채워져 있기에
영어쪽 보다는 활동쪽에 무게를 두고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의 영어에 조금 아쉬움을 느끼시는 부모님이 계시면
집에서 함께 영어 공부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오늘 활동은 처음으로
12시를 훌쩍 넘겨서 12시 2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아니, 쌤이 끝을 냈다.
채린과 세연이 계속 하고 싶어했고,
해우도 하나만 더 만들고요, 하나만 더 만들고요,
하면서 말들을 안들어서(!!)
정말로 배가 고팠던 쌤이 좀 힘이 들 정도였다.
배만 안 고팠으면
아이들이 이렇게 집중해서 즐겁게 하는 활동을
더 오래 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장미선생님(아이들이 붙여준 주방아주머니 이름이다)
시간도 맞춰드려야 하고,
오후에 농사 활동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나름 완성품을 놓고
자기의 작품 발표를 했다.
이상하다.
수업시간에 손들고 하는 발표는 서로 하려고 하고 참 잘 하는데,
앞으로 나와서 발표를 하라고 하면
특히 세연의 경우,
왜 그렇게 쑥스러워지고 부끄러워지는지 통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여간
오른손을 올렸다 왼손을 올렸다
부끄러워하는 세연이 겨우겨우 자신의 작품 발표를 했다.
처음엔 발레리나라고 하더니,
이젠 선생님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제법 멋진 작품.
해우는 나무와 신호등, 보도블럭, 건널목, 경찰차, 하수구를 만들었다. 갈수록 창의력이 돋보이는 해우.
채린은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그리고 마귀할멈과 꽃 등을 만들었다. 정말 잘 만들었다.
<농사>
함께 차를 타고 나가 그린종묘에서 똥거름하고 유기농웃거름을 사서
텃밭에 갔다.
참, 아파트 텃밭도 당첨이 되어 오늘은 그 텃밭에 거름을 뿌렸다.
바람은 불지,
땅은 질지,
채린은 호미 든 지가 언제라고 벌써부터 "세연아, 우리 죠기 가서 놀까?"
세연을 유혹(?)하고,
헌데 세연,
언젠가 자기는 농사꾼이라고 하더니만,
제법 호미를 들고 거름과 흙을 섞어놓는다,
해우는 진흙에 아예 신발을 묻고 비비며 놀다가
다시 밭에 와서 땅을 엎다가 하고
치우는 삽으로 밭을 뒤엎으랐더니
하기는 하는데
보기에 영~~
한참 하다가 아이들이 신발 때문에 많이 불편해 보이기도 하고
채린은 진짜 힘들어보이기도 해서
아이들더러 놀이터에 가고 싶으면 가랬더니
냉큼
얘들아, 우리 갈까, 하고 가버린다.
쌤 혼자 남아 뒷정리를 하고 다시 학교로.
<피자>
오늘 간식은 고구마피자였다.
아이들은 늘 오늘 간식은 뭐예요? 하고 묻는다.
응, 피자야.
채린: 우엑, 난 피자 못먹는데~
쌤: 그래, 그럼, 오늘 간식 바꿔야겠다.
세연: 안되요, 난 피자 좋아하는데.
해우: 오늘 피자 먹으면 안되요?
쌤: 얘들아, 물론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피자를 못먹는 친구도 있잖니. 그러니까 딸기로 바꾸기로 하자~
실은 쌤이 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
채린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있을 때에도
그것을 좋아하고 감사하기보다는 그 반대로 이야기할 때가 있다.
조금은 습관처럼.
오늘 간식은 결국 피자를 먹었다.
채린은 피자가 먹고 싶어서
쌤에게 "거짓말 해서 죄송합니다"를 두번인가 했다. (쌤이 그렇게 지적하지 않았는데도~)
그러면서 세연과 이렇게 나누는 얘기를 들었다.
세연: 그러니까 왜 먹고 싶은 걸 먹기 싫다고 해?
채린: 아, 내가 잘못 말해서 후회된다.
피자가 정말로 먹고 싶긴 했던 모양이다.
스스로 후회가 된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먹고 싶은 욕구 때문이 아니라,
그냥 쌤이 주시는 거라서 감사하고 즐겁게 먹는 그런 날도 오겠지.
하무하무~~
산돌지기...
첫댓글 엄마랑 있을 때는 반대말 하는 것에 재미를 붙인 채린이... 반대로 자꾸 말하면 사람들이 너의 맘을 반대로 알게 된다고 얘기는 해주는데... 심술로 그러는 때도 있고 재미로 그러는 때도 있고... 오늘 후회한 만큼 서서히 고쳐 지겠죠!
네~ 오늘은 정말 채린이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어찌나 예쁘던지요! 채린이는 하겠다 하면 할 수 있는 근성이 있어서 스스로 깨닫게 되는 부분에 대해선 급속도의 발전도 가능하다고 봐요*^^
세연이가 언어유희에 관심이 있답니다. 요세하녕안? 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듯 합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잘 대비하거나 그것을 장점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듯 합니다.
말로 하는 놀이에 무척 재미를 느낀답니다. 말장난이 통하는~~
요즘은 자기가 샘을 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서 샘이 날 때의 표정이 전하고는 전혀 달라요.
나 지금 샘 내고 있네, 하지만 어쩌지, 이걸 없앨수도 없고, 하는 듯, 아주 재미있는 표정이 된답니다*^^
탈무드....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나네욤...ㅎ..아이들에게 어려운 내용이었다니...재밋겠는데요??..ㅎㅎ 역시 아이들이라 그런지 야외활동에는 약한듯 싶네요....ㅎㅎㅎㅎ 아이들이 농사의 기쁨을 알게된다면 엄청 부지런해질텐데...^^a...
맞아, 아직은 씨도 안 뿌리고 거두지도 않으니 재미를 못느끼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