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 못가에 쉬었다가 이제는 웃고 넘는 박달재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 (2004년 4월호) 충북 제천은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전국 어디서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국내최초의 저수지인 의림지와 악성(樂聖) 우륵의 흔적, 천주교 베론성지, 애틋한 전설을 안은 박달재 등 제천10경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비경이다. 충주호에 인접한 월악산과 금수산, 청풍문화재단지를 다 둘러보면 청풍명월의 본향이라는 제천의 수식어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질 터 글·사진 이재택(칼럼니스트, jtlee16@hanmail.net) |
자전거여행은 뒷맛이 참으로 상쾌하다. 차를 이용하는 여행과는 견줄 바가 아니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1시간에 10km는 갈 수 있다. 중간에 구경을 하면서 쉬엄쉬엄 가도 하루 30km는 충분한 거리다. 각 지역에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즐기는 코스가 있다. 코스이름 대신 마음속에 지도가 그려져 있는 그런 코스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MTB코스를 개발하고 대회를 유치하고 있다. 더불어 자전거 여행코스도 개발해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다. 제천시는 충북 단양군·충주시, 경북 문경시, 강원도 원주시·영월군과 인접해 있으며 충청북도의 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는 14만508명(2004년 1월31일 현재)이다. 제천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니, ‘청풍명월의 본향’이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띈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의 사전적 의미는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뜻으로 ‘결백하고 온건한 성격’을 평하여 이르는 말인데, 왜 제천을 이렇게 일컫는 것일까, 확인을 위해서라도 제천을 가봐야 되지 않겠는가. 어느 한 곳 빼놓을 데 없는 제천 10경 승용차로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다가 남원주(만종I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제천IC로 빠져나가면 된다. 기차는 충북선과 영동선을 이용하면 되고, 시외버스는 청주, 원주, 영월, 단양, 수원, 충주, 태백 등에서 운행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동서울터미널과 강남터미널에서 버스가 운행되는데 강남터미널에서는 40~50분 간격이다. 제천에는 고속버스터미널(☎043-648-3182)과 시외버스터미널(☎043-644-5533)이 인접해 있다. 인근에 있는 중앙교차로에서 제천역(☎043-643-7788)으로, 또 성모병원을 지나 의림지로 갈 수 있다. 의림지로 가려면 제천역 반대방향으로 가면 된다. 중앙교차로에서 한 블록 가면 성모병원이 있는 4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제천고등학교 가까이에 제천향교가 있다. 제천향교는 제천시 교동에 있으며 지방유형문화재 제105호다. 제천 구읍지에 양촌 권근(權近)이 쓴 「황토기」에 의하면 고려 공양왕 1년(1389)에 마산(馬山) 서쪽에 창건했는데 조선 선조 23년(1590)에 위치로 이전했다고 한다. 순종 1년(1907) 의병들이 일본군과 교전할 때 대성전과 제실이 소실되어, 위패를 두학리 박약재(博約齊)에 옮겨 봉안했다가 대성전을 재건한 후 다시 봉안했고 명륜당은 1922년 중건했다. 건물의 배치는 전학후묘(前學後廟) 형식으로 문묘에는 대성전만 있다. 제천향교를 돌아 나와 성모병원이 있는 4거리에서 의림대로를 따라 의림지 방향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청전동사무소를 지나고 청전교차로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서 다시 직진하면 제천소방서를 지나 의림지로 갈 수 있다. 의림지는 제천시 모산동에 있는 지방기념물 제11호다. 제천 10경 중 1경으로 삼한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 된 저수지다. 이 곳은 본래 ‘임지’라고 했는데, 고려 성종 11년(992) 군·현의 명칭을 개정할 때 제천을 ‘의원현’ 또는 ‘의천’이라 한 후, 제천의 옛 이름인 ‘의’자를 붙여 의림지라 부르게 되었다. 축조된 명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구전에는 신라 진흥황(540~575)때 악성(樂聖) 우륵이 용두산에 서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든 것이 이 못의 시초라고 한다. 700년 후, 현감 박의림이 4개 군민을 동원하여 연못 주위에 3층의 석축을 쌓아 물이 새는 것을 막고 배수구 밑바닥 수문은 큰 돌을 네모로 다듬어 여러 층으로 쌍아 올려 수문기둥을 삼았다고 한다. 못 둘레는 약 2km이며, 수심은 8~13m이다. 보수 당시 수구를 옹기로 축조한 흔적이 발견되어 삼한시대 농업기술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 의림지는 우리나라 3대 악성의 한 분인 우륵이 노후에 여생을 보낸 곳으로, 가야금을 타던 바위 우륵대(일명 제비바위, 연암, 용바위)와 그가 마시던 물인 우륵정이 남아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의림지가 생기기 전에 이곳에 부자집이 있었는데 심술이 사나운 집주인이 거름을 퍼다가 스님에게 주고 난 뒤 집이 있던 자리가 땅속으로 꺼져 물이 고여 의림지가 되었다고도 한다. 호수 주변에 순조 7년(1807)에 새워진 영호정과 1948년에 건립된 경호루가 있다. 또 수백년을 자란 소나무와 수양버들, 자연폭포가 있으며, 놀이시설인 파크랜드와 활터, 수영장, 국궁장, 골프연습장, 유선장 등도 있다. 의림지의 명물로 공어와 순채가 있는데, 빙어라고도 하는 공어는 일년생 물고기로 겨울철에 알을 낳기 위해 수면 가까이로 올라오는 10cm 안팎의 담회색 민물고기다. 순채는 호수나 연못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물풀로 환경보호식물 제5호로 지정되어 있다. 베론성지 지나 울고 넘던 그 박달재로 청소년수련관이 있는 곳이 용두산 자락이다. 이곳에서 조금 더 가면 피재골이 나오는데, 체육시설과 놀이시설이 갖춰져 있다. 청소년수련관에서 피재골 정상까지 3㎞이며 약간의 언덕이지만 자전거로 가기에는 무리가 없는 길이다. 정상에서 목우넘이, 명암교, 산내들 카페를 지나면 중앙고속도로 아래 낚시터가 있는 명암저수지가 보인다. 이곳은 여름철 외에는 차량 통행이 많지 않다고 한다. 9번 군도를 따라 팔송대교를 지나면 탁사정으로 접어들 수 있다. 제천 10경 중 9경인 탁사정은 5호선 변에 자리하고 있는 절경을 말한다. 이 곳은 조선 선조 19년(1568) 제주 수사로 있던 임응룡이 고향에 돌아올 때 해송 여덟 그루를 가져와 심고 팔송(八松)이라 하였고, 그의 아들이 정자를 짓고 팔송정이라 이름 붙였다. 허물어진 팔송정을 윤근이 다시 세우고 원규상이 탁사정이라 개칭했다. 팔송은 지금 한 그루도 남아있지 않으나 1999년에 팔송마을에서 마을과 제방 둑에 해송 20그루를 심었다. 구학리에 있는 베론교를 따라 3㎞ 정도 가면 지방기념물 제118호인 베론성지(☎043-651-4527)가 나온다. 베론성지는 제천 10경 중 10경으로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다. 황사영이 당시 박해상황과 천주교 신도의 구원을 요청하는 백서를 토굴 속에 숨어 집필한 곳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성요셉신학교가 있었다. ‘배론’이란 지명은 골짜기가 배 밑바닥 같다고 해서, 한자로 주론(舟論) 또는 음대로 배론(排論)이라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베론성지에서 박달재까지는 산길이 있는데 자동차 통행은 어렵지만 자전거로는 산길을 통해 박달재자연휴양림으로 갈 수 있으며 이곳을 박달재 MTB코스라고 한다. 필자는 도로로 우회하기로 한다. 베론성지에서 다시 베론교로 나와 제천천을 따라 가다보면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있는 제방길이 나타나고 이곳 끝부분이 5번 국도 연결지점이다. 5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봉양 연박리(다리목)에서 38번 국도 옛길을 따라 ‘묵마을’이 있는 연박 3거리를 지나면 박달재로 갈 수 있다. 제천 10경 중 2경인 박달재(453m)는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 경계에 있다. 이곳에는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온다. 조선 중엽 경상도 선비 박달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도중 백운면 평동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면서 두 사람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시작된다.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것도, 과거에 급제한 후에 함께 살기로 약속을 했는데 낙방한 것도, 상사병에 걸린 것도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지금 그곳엔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조형물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하루 내내 ‘울고 넘는 박달재’가 울려 퍼진다. ‘부엉이 우는 산골 나를 두고 가는 님아, 돌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 가소, 도토리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 박달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통나무집, 황토방 등이 갖춰진 박달재자연휴양림(☎043-640-5631)이 있다. 이왕 온 길, 월악산 일대 꼭 둘러봐야 박달재에서 오는 길을 이용해서 묵마을이 있는 연박3거리를 지나고 주포 1교, 봉양읍사무소, 장평천 제방도로를 따라가면 사리골 철도지하도가 나온다. 철도지하도를 지나 사리골의 농로를 따라 고지골을 지나면 환경관리사업소를 만난다. 여기서 제천역으로 가려면 환경관리사업소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터미널은 제천역에서 의림지방향으로 가면 쉽게 만난다. 지금까지 제천10경 중 1경 의림지, 2경 박달재, 9경 탁사정, 10경 베론성지 등을 돌아보면서 일행은 이번 자전거 코스를 명명했다. ‘의림지와 박달재 순환코스’로. 이곳들만 가지고는 청풍명월의 본향 제천을 느끼기에 충분치 않다. 신라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마주보며 망국의 한을 달래고 있다는 미륵사지의 석불입상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와 절경을 품은 월악산국립공원은 제천 3경이다. 보물 2점(한벽루, 석조여래입상), 지방유형문화재 9점(팔영루, 금남루, 금병헌, 응청각, 청풍향교, 고가4동), 지석묘, 문인석, 비석 등 42점과 생활유물 2000여점이 보관되어 있는 청풍호반의 청풍문화재단지는 제천 4경이다. 이곳에서는 동양최고의 수경분수(162m), 번지점프장(번지점프 50m, 자이언트스윙 36m, 번지라이트 36m)을 만날 수 있다. 골이 깊고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금수산은 제천 5경이고, 원시림과 절경을 자랑하고 있는 수문동폭포, 병풍폭포, 비경의 관폭대, 청벽대, 선미대, 수룡담, 활래담, 강선대 등과 신륵사 위편의 수렴선대가 장관을 이루는 용하구곡은 제천 6경이다. 월악영봉, 자연대, 월광폭포와 신라시대에 창건했다는 월광사 터, 수경대, 학소대, 망폭대, 와룡대, 팔랑소 등이 있는 송계계곡은 제천 7경이다. 산세의 기복과 굴곡이 기상천외한 옥순봉(286m)은 제천 8경이다. 이곳을 모두 돌아본다면 누구나 제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것이고 청풍명월의 본향이라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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