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日報社 「漢字를 배웁시다」 連載中에서 亞太時代( ) 「우리들의 國際( ) 文字( )」
世界( )는 엄청난 速度( )로 變하고 있으며, 國際化( )-開放化( )는 이 時代( )의 巨大( )한 흐름입니다. 「UR파고」가 보여주었듯 우리가 이 潮流( )를 拒逆( ) 할 境遇( ) 「無限競爭( )」「適者生存( )」「弱肉强食( )」의 論理( )가 支配( )하는 國際社會( )에서 永遠( )히 落後( )될 것입니다. 「國際語( ) 習得( )은 國際化( )의 出發( )」이며, 漢字( )는 十數億( ) 東北亞人( )의 使用( )하는 國際( ) 文字( )입니다. 「世界經濟大戰( )」에서 살아 남으려면 經濟大國( ) 日本( )과 中國( )을 비롯 臺灣( ) 泰國( ) 말레이시아 등 「漢字經濟圈( )」에서 使用하는 글자를 알아야 한다는 게 이 企劃( )의 趣旨( )입니다.
金泳三大統領( )은 年頭記者( ) 會見( )때『國家競爭力( ) 强化( )를 위해 모든 力量( )을 動員( )하겠으며, 外國語( ) 敎育( )은 어릴 때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大統領諮問機構( )인 21世紀委員會( )는 金大統領( )에게 이런 建議( )를 했다.
『國際( )인 養成( )을 위해서는 初等學校( )부터 英語( )와 漢字敎育( )을 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며칠 전 孔魯明 駐日大使는『우리 看板( )과 案內板( ) 등에 漢字를 倂記( )해야 한다』고 具體的( )인 例를 들어 漢字를 써야한다고 地積( )했고, 서울大는 올 學期( )부터 「古典읽기」를 義務化( )했다.
漢字( )를 익히는 與論( )이 서서히, 그러나 廣範圍( )하게 形成( )되고 있다. 한글世代( )인 30代( ) 社會人( )들이 뒤늦게 漢字( )공부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自然( )스러워졌고, 일부 大學生( )들은 放學( ) 등을 活用( )해 集中的( )으로 漢字( )를 공부하고 있다. 심지어 國交生( )들이 漢字( )를 배우는 模襲( )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왜 이런 現象( )이 나타날까. 지금까지 「漢字擁護論者( )」들은 거개가 「語文敎育( )」次元( )에서 漢字敎育( )을 强調( )했다. 우리말의 70%가 漢字語( )인 狀況( )에서 漢字( )를 모르면 바른 語文生活( )도, 바른 國學硏究( )도, 바른 傳統文化( )의 繼承( )도 不可能( )하다는 主張( )이었다. 일리 있는 얘기이나 한글專用論者( )의 反撥( )도 만만치 않아 「한글 專用( )」「國漢混用( )」은 政策當局者( )와 學界( )의 永遠( )한 宿題( )였다. 그러나 國際化時代( )가 되면서 事情( )이 달라졌다. 「漢字( )는 이 時代( )의 生存度矩( )다.」라는 새 목소리가 强力( )한 說得力( )을 지닌 채 國民( )사이에 파고 들고 있다. 주로 經濟次元( )에서 接近( )하는 「新漢字擁護論者( )」들의 主張( )은 「漢字는 엄청난 人口( )가 使用( )하는 國際文字이며, 특히 EU NAFTA등에 맞서 우리 나라가 參與( )하는 東北亞經濟圈( )이 誕生( )할 境遇( ) 그 觸媒劑( )」로 歸結( )된다.
『地久上( ) 에서 漢字( )가 通用( )되는 人口( )는 줄잡아 14億( )을 넘고 있다. 世界人口( ) 약 54億 26%에 해당할 뿐더러 英語圈 人口 15億과 거의 맞먹는다. 國際化時代( )에 꼭 갖춰야 하는 것 중 하나는 外國語( ) 實力( )이다. 世界經濟( )의 글로벌化 내지 亞是亞經濟圈( ) 形成( ) 에 즈음해 漢字( )를 배워야 하는 理由( )가 여기에 있다.』 成均館大( ) 李大根敎授(經濟學 - )의 論旨( )다.
大韓航空( )등 20여 企業( )으로 構成( )된 汗疹( )그룹, 작년 6월 한글世代( )인 代理級以下 職員을 大商으로 「漢字 資格試驗」을 쳤다. 試驗範圍는 敎育部選定 1千8百字, 70점이 合格線이며, 不合格者는 人事 등에서 不利益을 받는다. 12月에 이 試驗을 또 쳤다.
自然 젊은 職員들은 머리를 싸매고 공부할 수 밖에 없다. 이 업무를 맡고 있는 김호宅次長의 말. 『昨年부터 每年 두 次例이 試驗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漢字를 모르는 世代들이 그만큼 業務에 더디다는 判斷때문입니다.
特히 中國 日本등 「漢字文化圈」 關聯業務를 다룰 때 그런 現狀이 두드러지지요. 처음 한글世代들이 「컴퓨터時代에 왠 漢字…」했지만 컴퓨터에 入力되는 漢字가 점점 많아지는게 現實 아닙니까.』
金壺그룹도 비슷한 制度를 施行中이며, 三省그룹과 現代그룹은 올 下半期 新入社員 公債부터 漢字科目을 新設한다고 公式으로 밝혔다. 날로 뜨거워지는 企業의 漢字공부의 熱氣는 各級學校 敎育에도 적잖이 影響을 미칠 것이 뻔하다.
世界經濟戰爭에서 機先을 制壓한 日本, 1人當 GNP가 2千달러면 美國의 經濟規模를 凌駕한다는 中國, 亞世亞의 4龍과 이들을 쫓는 泰國 말레이시아 등 東南亞 國家들은 모두 「漢字文化圈」이거나 「華僑」經濟圈이다.
國際化 時代에 이들 나라의 言語를 能熟하게 俱舍하면 最善이지만 最小 通用되는 問字, 卽 漢字라도 알면 더없이 便利하다. 漢字를 모르면 日本의 尖端 技術書籍을 볼 수 없고, 日本 練修도 不可能하다. 中國市場을 뚫는데도 힘이 든다. 때문에 일어 中國語를 배우는 前段階로 漢字를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學生과 職場人을 相對로 漢字學習紙 「言語 漢字」를 發行하는 陽宇出版社 金永善씨는 『學習紙를 보는 成人中 약 折半이 中國語나 日語를 배우고 있는 職場人』이라고 말했다.
90년 이후 우리 나라의 國立國語硏究員을 비롯한 日本과 中國의 學術技官을 數次例 合同機關을 열어 國家別 常用漢字, 漢字敎育問題를 다루었다. 漢字가 東北亞地域 國際問字를 證明하는 事例다.
國際經濟, 國際學界를 들먹일 것 없이 日本 中國 臺灣 홍콩 等地를 旅行해 본 사람이라면 漢字의 必要性을 切感한다. 이들 나라는 道路標識板, 看板, 商品이름 등에 빠짐없이 漢字가 있다. 漢字만 알면 낮선 目的地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고, 쇼핑도 즐길 수 있으며, 食堂에서 飮食도 主文할 수 있다. 聯邦旅行社 金柱業會長의 이야기. 『漢字를 아는 世代는 學歷이 낮아도 東北亞에서 「筆談」으로 어느 程度 意思疏通이 可能한데 한글 世代는 高學歷者도 쩔쩔맵니다. 「準國際語」를 아느냐 모르느냐의 差異이지요.』
요즘 歐美에서는 國際空港 案內板에 漢字를 倂記하는 等 漢字를 使用하는 事例가 늘고 있으며, 貿易關係者들 중에는 漢字를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英國 런던大學과 美國 예일大學에서는 아예 敎育用 基礎漢字를 各各 1千2百字와 1千字씩 선정,
關聯學科生에게 가르친다. 한글專用으로 알고 있는 北韓조차 初等부터 高校까지 2千字를 배운다.
幼稚園서 始作하는 日本의 至毒한 漢字熱은 두말할 必要가 없다. 모두 生存競爭에서 처지지 않으려는 努力이다. 그러나 우리는 70年이후 義務敎育科程에서 漢字가 사라져 버렸다. 흔히 漢字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世界는 知力의 戰爭터, 아는 것이 힘인 世上이다. 漢字를 배우느냐, 마느냐는 「必要性 여부」로 決定되어야지 「難易度」가 基準이어서는 안된다.
<朝鮮日報. 1994. 2. 7.>
《신문읽기자료》
[日 本]의 경우
유치원서 『論語選集』 교재로 1만 2천字 정보화 … 기업도 漢字교육
한자교육에 가장 열심인 나라는 일본이다. 우리는 흔히 [일본은 자국문자(가나)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자를 배울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도 종종 한자제한론이나 폐지론이 대두되었다. 특히 戰後 맥아더사령부는 일본의 재기를 막기위해 군벌과 재벌을 해체하면서 교과서를 모두 로마字로 교체하려고 까지 했다. 그러나 [國力은 讀書量과 비례하며, 讀書力은 讀解 속도가 빠른 漢字에서 나온다]고 믿는 일본인들은 교육문제만은 간섭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해 한자를 지켰다. 그때 일본인들은 {당분간만 사용하겠다}면서 [當用한자] 1천8백50자를 선정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눈치를 보아가며 오히려 한자교육을 강화했다. 현재 일본의 워드프로세서에는 무려 1만2천1백54자나 되는 한자가 들어 있다. 사용빈도가 높다고 분류된 것은 2천9백65자이지만, [많이 알아 손해 볼 것 없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1만이 넘는 한자를 기계화 했다. [기계화가 어려운 한자는 정보화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일축하면서 오히려 한자를 활용해 정보화를 선도하는 일본이다.
일본인은 한자를 국민학교 1학년 때 80자를 시작을 국교 6년간 1천6자, 중학교에서 9백39자,를 배운다. 바로 상용한자다. 의무교육과정인 만큼 [전 국민이 모두 배우는]이 1천9백45자에는[1945년 패전을 잊지 말자]는 무서운 의미가 담겨있다. 일본의 독특한 사람이름을 적는 인명용 상용한자 2백84자는 이와 별도다. 인명용 한자도 패전당시는 92자였으나 야금야금 늘렸다. 그
러나 실제 일본의 한자교육은 유치원에서, 그것도 매우 높은 강도로 시작한다. 물론 교육당국과 교직자, 학부모의 견해가 일치한 결과다. 東京의 한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한자교재 두 가지를 보자.
제1교재는 [朗誦集]. 첫 페이지를 열면 [시작하는 말, 백 번을 읽으면 뜻이 저절로 통한다]는 구절과 함께 [万葉集選]이라는 제목아래 문장이 이어진다. [春$$きて夏來るらし…]. [万葉集]은 일본 고대사를 읊은 時歌集. 원서를 쉽게 편찬했다고는 하나 우리 三國史記나 三國遺事 요약본을 유치원생이 배우는 격이다.
제2교재는 경악할 정도다. 책 이름은 [論語選集]. [子日溫故而知新…]. 우리로선 대학생, 그것도 한문 전공학과생들의 교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수준이다. 20페이지 안팎인 이들 교재의 맨 뒷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인쇄되어 있다. [맺는 말, 자기 나라의 고전을 모르고서는 예지의 21세기에 국제인이 될 수 없다](結ひの言葉, 自らの國の古典を識らすして, 叡智ある二十一世紀の國際人たり際ない). 21세기 인간은 국제인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제 나라의 고전은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일본은 유치원생에게 6백여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또 있다. 한자교육은 기업도 거든다. 해마다 정초면 일본의 조미료회사 카메라 메이커등 중견기업들이 유치부, 국민학교부로 나누어 [신춘문예]처럼 [新春붓글씨]를 공모한다. 그래도 모자라는지 일본에서는 요즘 [제2한자교육붐]이 일고 있다. 한자학원이 속속 늘어나고 기업에서도 사원한자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컴퓨터보급으로 한자를 읽을 줄은 알아도 쓸줄 아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흘려버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정부 학계 기업 가정의 노력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10여년 전 만해도 일본의 대중소설에는 한자어에 토(후리가나.읽는 법)가 달렸지만 요즘 나오는 책에는 고유명사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웬만한 한자는 전 국민이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는 어느 수준인가. 대학을 나와도 古典은커녕 신문조차 제대로 못 읽는다. 대학교수의 80.8%가 [국제화-정보화사회에서 경쟁에 이기려면 국민학교에서 1천자 정도는 가르쳐야 한다]는 등 한자교육강화를 주장(93년 12월 한국리서치사회조사연구소 조사)하는 데도 교육정책은 [한글전용]이다. 올해를 [한국방문의 해]로 정해 놓고도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기하지 않아 일본이나 대만 등 동남아 관광객을 쩔쩔매게 만드는 나라.한글로만 된 도로표지판을 보는 외국인은 우리가 아랍문자만을 쓰는 중동국가의 도로표지판을 보는 기분일 것이다. [외국 관광객들이 불편할 것]이라고 여길 일이 아니다. 글로벌시대에 [거대한共同문자권]에서 떨어져 있음으로써 머잖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朝鮮日報. 1994. 2. 9.>
국교교사-젊은문인 다수가 기초글씨도 "감감"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유해어는 [토사구팽](兎死狗烹). 어느 정치인이 이 말을 던지고 정계를 은퇴하자 신문사에는 [무슨 뜻이냐]는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劉邦과 韓信의 중국고사에서 나온 유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글자자체를 못읽는 경우가 너무 많다. 우리 문화재 [조선왕조의궤](朝鮮王朝儀軌)가 파리에서 돌아올 때도 비슷했다. 이중 [儀]는 [賻儀] [祝儀] 등으로 사용빈도가 극히 잦은 글자다. 결혼예식장이나 상가에 [봉투]를 들고 가면서도 겉봉에 쓴 글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정말 한심했던건 UR협상으로 [身土不二]가 등장했을 때다. 국어대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造語]에 가깝지만 한자 1백자만 제대로 공부했다면 뜻을물어볼 필요가 없는 기초字로 된 성어다. 그런데도 너무 많은 사람이 무슨 말인지를 몰랐다.
우리 국민의 한자실력이 형편없다는 얘기를 할때 흔히 대학생을 예로 든다. 최고학부를 다닌다는 [미래의 棟樑]들이 신문하나 제대로 못읽는 [고학력 文盲]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불행하게도 실상은 더 참담하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전국의 17개 대학 1∼3학년생 1천5백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대학생의 한자길력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우성 자신이 다니는 학과를 제대로 못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醫藝科] [敎肉學科] [火學科] [行正學科]….이런 기상천외한 전공자가 절반을 넘는 54%나 됐다.
읽기에서 [降伏]을 맞춘 학생은 38%였으며, 한자 쓴 경우는 고작 9%였다. 전체평균은 54.2점. 주최측이 다룬 학자는 교육용 기초한자 1천8백자 가운데서도 [기초중 기초]라고 고른 1천자 범위내였다. 더욱이 이들은 거의 [名門大生]이었다.
또 다른 조사결과는 더욱 놀랍다. 7개대 신입생 1천3백49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이름을 한자로 쓰게했더니 아버지 이름을 못쓴 학생이 23%, 어머니 이름을 못쓴 학생이 29%나 됐다. [부모이름조차 못쓰는 우리 대학생]이라는 일부의 우려가 결코 기우만은 아닌 것이다. 휘트니 휴스턴, 마이클 잭슨등 외국연예인의 이름은 영어로 척척 쓰면서 父-祖의 銜字조차 못쓰 사실은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서울 모대학 한문교육학과의 어느 교수는 {붂러운 얘기지만 한문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들의 한자실력이 워낙 형편없어 신입생에게 내주는 첫 과제가 [四字小學] 10번 써오기}라고 말했다. [4자소학]은 조선기대 요즘의 유치원생 또래가 공부하던 생활윤리서로 [父][母][忠][孝] 같은 기초한자 4백57자가 반복해서 나온다. 일본의 유치원생이 [論語選集]을 공부한다는 사실을 우리 대학생이 짐작이나 할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기성세대는 괜찮은가. 한글전용세대인 30대 중반이하는 대학생과 다를 게 없다. 이들의 실력은 일상생활에서 예사로 틀린 어법을 구사하는 데서 짐작할 수는 있다. [자 떠나자, 東海바다로] [老松나무 아래서] [남은 遺産] [물에 빠져 溺死한] [화인은 電氣누전] [詩 모음集] [대상을 受賞했다] [負傷당했다] [간단히 要約하면]…. 한자세대에겐 더 없이 거북한 표현이 유행가에서 부터 신문 잡지에 이르기까지 예사로 등장한다. 국민학교 저학년때 어법이 정확해야 한다면서 선생님이 예로 드는 [驛前앞]류의 홍수다. 우리 말은 약 70%가 한자어여서 한자를 모르면 구조적으로 바른 말과 글을 쓸 수가 없다.
한자문맹은 말과 글의 達人이어야 할 한글세대 문인들에게까지 번져있다. [패하(浿河) 강변에 군사를 매복(埋伏)하여 숨겨두었다가] [날카로운 유시(流矢)가 심장을 꿰뚫었던] [개선(凱旋)하여 돌아 오던]. 어느 소설가가 한 페이지 분량의 원고에서 뜻을 몰라 잘못 사용한 한자어다. 프랑스가 미국문화유입을 막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것은 세계 각국이 국경없는 경제전쟁과 함께 문화전쟁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말과 글이 올바르지 못한 국민은결코 문화선진국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건 대학생과 회사원이 아니다. 청주교대 安承德교수(국어교육)가 국민학교 남자교사 2백3명 여자교사 82명 등 모두 2백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들의 실력을 보자. 나이는 남자가 평균 38세(26∼54세), 여자는 31세(25∼44세)였으며, 근무연수는 14년(3∼30년)이었다. 문제는 국민학교 1∼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 가운데 [왕자] [교실] [고국] [태극기] 등 사용빈도가 높고 널리 쓰이는 1백개를 한자로 쓰기. 安교수는 {기초한자 1천8백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쉬운 9백자 범위 내에서 문제를 냈다}고 했다.
놀랍게도 모두 정답을 쓴 한자어는 [先生]과 [大學] 둘뿐이었다. 교사업무와 관련있는 [放學] [授業] [敎室]도 부지기수로 틀렸으며, 수십명은 [少年] [少女]마저 엉뚱하게 썼다. [太極旗]를 제대로 쓴 교사는 19%(54명) 밖에 안됐다. 한자세대 교사를 빼면결과는 이보다 훨씬 나쁠 것이다. 이 조사서의 기초 한자어도 제대로 못쓰는 교사들이 2세교육을 맡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통문제가 아니다.
80년대 들어 대학교에 첨단공학을 배우는 [제어계측과]란게 생겼다. 생소 하지만 [制御計測科]라고 쓰면 무슨 공부를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러나 [한글전용]인 우리 정부의 교육부 문서 등에는 이 한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일본은 한자로 가르친다. 이래 가지고서는 일본과의 발전거리가 점점 멀어져갈 뿐이다.
70년 한글전용정책 이후 그에 따를 부작용은 문화-과학-국제 등 온갖 분야에서 이미 충분히 나타났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개혁을 부르짖는 문민정부가 이 문제에는 默默不答이다.
光州선 국교 漢字시간 편성
古典강좌 일반인 몰려 … 학습紙도 불티
경쟁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 심지어 구미에서까지 관심을 갖는 한자교육에 吾不關焉의 자세로 일관하는 정부.70년 한글전용정책이후 교육부(과거 문교부)장관을 지낸 인사의 70%를 비롯' 학계 종계 언론계 등 1만명이 넘는 각계인사들이 수십차례나 한자교육강화를 건의했지만 搖之不動인 교육현실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건 남보다 앞서 뛰는 사람은 있게 마련. 당국의 袖手傍觀속에서도 한자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
서울 낙원동에 있는 한 빌딩의 20평 남짓한 강의실. 50여명이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수강생은 주로 대학생이지만 직장인도 더러 보인다. {[父母在시면 不遠遊하며 遊必有方이나라]' 부모가 계실때는 멀리 나다니지말며' 혹 먼데 갈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가는 장소를 말씀드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말라는 가르침이지요.} 明心寶 四書三經 등 고전을 통해 인격을 닦으며 한자를 익히는 전통문화연구회의 고전강좌다.
87년 7월 성균관대 安炳周교수 등 뜻을 같이하는 인사 20여명이 문을 연 이곳을 거쳐간 수강생은 지난해까지 약 4천명. 李啓晃부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韓수교가 이뤄지고 국제화라는 단어가 회자되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젔습니다. 여성들도 관심이 부쩍 높아져[童蒙先習]등을 가르치는 기초반은 거의 주부들로 자리가 찹니다.]
그는 {한자를 배우겠다는 열기는 교재판매량으로 짐작할 수 있다.]면서 [四字小學]은 군부대와 각급학교에서 꾸준히 무더기 주문이 들어와 3만부 넘게 나갔으며 [論語]와 [孟子]도 각각 1만5천부이상 찍었다}고 말했다.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도 이같은 강좌가 계속되고 교재가 나오는 것은 기초반의 경우 월 수강료 1만원만 받는 전동문화연 관계자들의 영리를 떠난 사명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학파도 늘고 있다. 학습지[每日漢文]을 발행하는 매일 영어사 金熒中총무부장은{91년 3월 2천부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1만2천부를 발행하고 있다.]면서 [한자를 멀라 사화생활에 애를 먹는 30대 직장인이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역시 한자학습지를 발행하는 양우출판사대표 金永善씨는 [문화센터-외국어학원 등에서 출강요청이 잦아 대학원생 20여명에게 한자교습법을 가르쳐 강사로 파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자인구가 늘고 있다는 증거다.
제자들의 한심한 한자실력을 보다 못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교수들도 있다. 성균관대인문-사회분야 교수 30여명은 지난해 [漢字사용 권장을 위한 교수모임](간사李大 경제 학과교수)을 만들어 학생들이 과제물을 내거나 논문을 쓸때 일정수준 이상의 한자를 사용토록 지도하는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학마저 한자를 외면하면 학문발달과 전통문화 계승은 물론 국제화시대의 요구에 무응할자를 나눠준다. 그는 국방부가 20만부 가까이 발행하는 일간지[國防日報] ([전우신문] 후신)와, 장교용 전용월간지[國防]을 한글전용에서 한자 혼용으로 바꿔놓는가 하면 한국천주교를 상징하는 명동성당의 사제들을 설득, [한자교실]을 개설토록 했다. 武官출신인 그가 왜 한자교육에 열성을 보이게 되었을까. [군단장때 영관장교가 신문을 제대로 못읽는 것을보고 깜짝 놀랐슴니다. 그래서야 어떻게 장교들의 필독서인 [孫子兵法] [誤字兵法][六 三 ]같은兵書를 이해하겠습니까. 한자문맹은 국방력 저하와도 직결됩니다.]
국민들의 한자실력을 전반적으로 올리려면 어문교육을 과감히 개혁, 국교서부터 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가르치는 조기교육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런 노란자체를 기피하는 당국의 保身主義가 두터운 벽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소신껏 한자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교육자들도 있다. 光州시교육청은 올 3월 신학기부터 2~6학년을 대상으로 한자시간을 편성키로 결정. 현재 심성교육에 도움을 주는 교재[한자학습지도서]를 만들고 있다. 물론 광주시교육청발행이다.
편찬위원장인 張喜久교사(서림국교)는[첫 해인 올해는 3백2자를 가르치는 4학년용 교재만 만들지만 점차 늘려 국교과정에서 1천자는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은 일찍부처 학교단위로 한자경시대회를 여는등 한자교육에 앞서 왔다. 다소경우는 다르지만 (주)농심 辛春 회장은 국교한자교육을 위해 2억7천만원을 들여[한자가 섞인 국교국어교과서]를 만들어 전국학교에 [첨고용]으로 보내기도 앴다.
현재 절대가수의 국교교사들은 교육당국의 누치를 살펴가면서 제자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연말 있었던[한자한문교육학회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국교 가운데 86.6%가 [자습]등의 명목으로 교사재량하에 하루 1~2자를 가르친다.
일선교사, 일선교육행정가들이 인정하는 한자조기교육. 해야할지 말아아 항지 정답은 너무나 명백하다.
<朝鮮日報. 1994. 2. 13.>
교재 만들어 하루 2字씩 지도
國校졸업후 신문 줄줄읽어 … 반대교사들 "보람 느낀다"
80년 신설국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부터 교장직권으로 漢字를 가르쳤다.국어교과서 에서 한자어를 가려 교재를 만들고 1학년을 제외한 전학생에게 매일 아침 자습시간 20~30분을 활용' 2자씩 지도했다. 이렇게 5년간 계속하면 졸업할 때까지 상용한자 약 1천자를 가르칠수 있다. 국민학교의 한자교육에 관해서는 이론이 있을수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현재는 물론 장래에 필요한 참교육인가를 고민하던끝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자지도를 하게 되었다.
첫째' 과거 에는 국민학교만 졸업해도 新聞을 줄줄읽고 공무원이나 일반 직장인으로서 별 무리없이 업무를 처리할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高等敎育을 받고도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못한탓에 半文盲이 되어 생활에 불편을 겪고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둘째'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를 사용했고 현재도 한자를 널리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말의 약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다. 한자를 모르면 일상생활이나 공부는 물론 學問硏究에도 이만저만 불편하지가 않다.
셋째' 모든 교육이 早期교육 추세일 뿐 아니라 어려서 익힌 것일 수록 學習의 토대가 되고 평생의 바탕이 된다. 따라서 기억력이 뛰어나고 언어약진기에 해당되는 국민학교때 지도하는 것이 이라는 교단 경험을 고려 했다.
넷째' 국제화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영어와 컴퓨터교육이 중요하듯이 영어권인구와 맞먹는 한자문화권에 사는 우리에게 한자교육은 필수적이다. 최근 각 분야에서 국제화-세계화를 지향하는 현실을 감안할때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다섯째' 한자교육은 단순한 文字 교육에 그치지않고 修身' 즉 사람이 바르게 살아가야 할 길을 가르친다.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에는 한자교육이 道德교육을 겸한다. 위와 같은 생각으로 시작한 한자교육의 成果 및 反應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자는 어렵기 때문에 국민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는 일부의 지적은 杞憂라는 確信을 갖게되었다. 교내 한자시험이나 경시대회결과를 보면 타교과성적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작년 10월에 있었던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에 6학년 어린이가 3급(1천8백자 해독)에 합격하는 등 성과는 기대이상이다. 한자지도에 반대하거나 적극성을 보이지 않던 교사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보람을 느낀다는 수가 압도적이다.
둘째' 한자를 배우면 학습흥미와 이해력이 향상되어 學力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이는 한자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자지도를 반대하던 한 2학년 교사는 한 달이 못되어 아이가 쓴 한자공책을 가지고 와서 자랑하기도 했으며` 생활이 어려운 어떤 2학년 자모는 공부를 않던 아이가 한자를 배우면서 학습에 흥미를 갖게 되어 너무 기쁘다면서 누룽지를 가져온 일도 있다.
때때로 졸업생들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중학교 1학년인 어떤 학생은 국민학교때 한자공부를 다소 귀찮게 생각했는데 중학교에 와서 보니 더 열심히 하지 않았던게 후회된다는 글을 보냈다. 새로 나오는 어려운 낱말의 뜻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고 다른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되어 국민학교때 한자를 배우지 않은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이 된 제자로 부터도 비슷한 편지를 자주 받는다.
셋째' 학부모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절대 찬성이다. 그동안 몇차례의 설문조사와 여론을 종합해 볼때 거의 모든 학부모들은 한자지도를 반긴다. 필자가 처음 한자를 지도했던 국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찬성이 97%였다. 학부모들을 만날때 마다 한자를 가르쳐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일간지를 거침없이 때 대견스럽고 친척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 학교가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어떤 학부모는 전 학간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자 교장선생님께 建議하여 전교생에게 한자를 지도토록 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들은 한글世代인 현재 국교생 학부모들이 누구보다도 한자교육을 갈망하고있는 표시라고 볼수 있다. 이들의 열망은 곧 전국 학부모들의 열망이라고 보아도 지나친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이달말 45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한다. 교단경험으로 볼때 교육에는 꼭 가르쳐야 하며' 어릴때 가르칠 수록 효과적이다.
누구든 불편없는 생활을 하면서 문화적인 삶을 누리려면 한자를 모르고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朝鮮日報. 1994. 2. 14.>
"漢字알아야 亞太시장 개척"
필자는 수년간 동남아지역본부를 맡아 中國과 東南亞 여러 나라를 수시로 방문했다. 자연히 그 지역의 거대한 華商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漢字의 위력에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당시 경험으로 볼때 {동남아에서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한자는 꼭 알아야 한다}는게 필자의 확신이다.
싱가포르 국제공항. 동남아에서 외국인의 왕래가 매우 빈번한 곳 가운데 하나다. 이 국제공항의 주요 표지판에는 어김없이 漢字(中國語)가 $$語와 함께 병기(倂記)되어 있다. 더욱이 市內로 들어서면 간선도로의 이정표라든지 입간판에서 손쉽게 한자를 발견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요즘 싱가포르에서는 중국과 경제교류가 확대되면서 [漢字를 배우자]는 캠페인이 전개되는가하면 公文도 가능한한 한자로 쓰도록 하는 등 한자 열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 나라의 공싯국어는 말레이語이지만 한자가 영어와 함께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언제가 필리핀에 갔을때 일이다. 현지 어느 회사와 합작해 미국에 진출키 위해서였다. 회사이름이 스페인식이라 회장과 사장도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중국계였다. 몇마디 중국어로 인사말을 던지자 엄숙하게 앉아있던 그들의 표정이 믿을수 없이 변하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知己를 만난양 분위기가 바뀌면서 商談은 급진전,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모두가 잘아는 홍콩. 이 세상에서 東과 西가 조화를 이룬 國際-무역금융의 중심지이다. 홍콩을 다니다 보면 아주 좁은 골목의 표지판도 영어와 漢字로 되어있을 뿐 아니라 끄곳에 상주하는 영국 독일 덴마크 등지의 서양인들도 漢字文化에 매우 익숙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명함에 자신과 회사의 이름(名)을 영어로 쓴 뒤 꼭 그 音이나 뜻을 따서 한자어로도 써 놓는다. 어떤 경우는 우리보다도 한자상식이 풍부해 놀랄때도 있다. 심지어 漢文의 좋은 구절을 외워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자녀 이름도 영어식외에 한자로도 지어 주며, 그 이름을 애용토록 가르친다. 우리 못지않게 동양적인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할때도 한자투성이인 중국요리 메뉴판을 보고 자연스레 주문한다. 동양, 구체적으로 근무지 문화를 이해하려는 그들의 노력에 머리가 숙여질 정도다.
이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서도 마찬가지다. 왜 이럴까. 동남아의 상권을 華僑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작금의 세계경제환경 변화로 中國文字, 즉 漢字가 세계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西洋의 경제 혹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세계경제의 중심이 西歐로부터 아시아 태평양으로 움직인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中國, 日本, 臺灣, 東南亞각국 등 漢字문화권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을 개척하고 이 지역의 문화-역사-사고방식을 이해하려면 漢字에 대한 지식이 필수 불가결이다.
국경없는 경제시대를 맞아 무한경쟁의 무역전쟁을 치러야 하는 마당에 자원이 빈약한 우리로서는 한 손에 상품지식, 또 한 손에 언어라는 무기를 들고 발로 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구촌이 좁다면서 東西로 뛰고 南北으로 날아야할 우리의 未來인 젊은이들에게 한자지식은 엄청난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간 漢字사용에 관해 여러 의견이 대립,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일부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漢字는 무척 어렵다]는 선입감이 內在되어 있고, 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자는 과연 어렵고 효용가치가 없는 것일까. 필자는 한자를 어려워하는 이에게 개념을 바꿔 [한자는 곧 세계글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영어를 열심히 배우는 이유는 그것이 미국과 영국을 뛰어넘어 세계 공용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계 인구의 약 25%가 중국인이고, 그들은 지구촌 곳곳에 포진해 한자를 쓰고 있다.
한자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가치없는 문자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어느 정도의 한자 실력만 갖추고 이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 가든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朝鮮日報. 1994. 2. 15.>
"漢字는 학문의 생산성 높인다"
1백50년전 독일이 영국보다 후진국일때 歷史學派의 始祖 F 리스트는 영국을 추월할 수 있는 이론으로 [精神的 생산력이 物質的 생산력을 생산한다] [一國의 물질적 자본이 발전하는 推進力은 一國의 정신적 자본의 발전이다]라는 2개의 테제를 제시했다.
1차대전후 독일의 巨物 마르크스주의자인 K 카우츠키도 [학문은 민족생존경쟁에 있어서의 武器]라고 했다.
일본은 森嶋通夫(런던大 교수)의 말대로 [베스트 컬렉션(The Best Collection)]戰略으로 근대화를 이루었다. 즉 [일본=영국의 베스트+독일의 베스트+미국의 베스트+중국의 베스트+희랍의 베스트…]라는 戰術로 인류가 5천년에 걸쳐 이룩한 문화를 불과 1백년만에 모두 흡수, 巨大한 [정신적 자본](책의 축척)을 만들어 냈다. 그리곤 그것을 1백% 稼動해 세계제일의 [정신적 생산력→물질적 생산력] 體制를 구축했다.
한편 케인지언 머니타리스트, 供給重視 경제학 등이 나라를 망쳐 미국이 세계제일의 負債國이 된 86년에 나타나 리스트式 國民經濟學을 주장한 사람은 P 드러커였다. 그는 21세기는 [포스트 자본주의-지식경제기대]가 된다고 했다. 초기 저작에서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라고 하던 그가 최근 저작에서는 [지식이야말로 오직 하나의 생산요소]라 하고 있다.
지금 미국 독일 밀본에서 진행중에 있는 [21세기형 자본주의]라는 것에 관해 그들나라에는 하나의 定式이 확립되고 있다. ①생산력면에서 [학문의 전문화→기술의 세분화→중소기업=부품생산의 세분화]를 통해 [산업구조의 세분화]를 통해 [산업구조의 세분화]라는 大方向을 달리고 있으며 ②이것은 또 생산관계면에서 드러커가 말한대로 [종업원 자본주의] [지식노동자 중심사회], 그리고 [스톡 에코노미→플로 에코노미]의 큰 방향을 달리도록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경쟁의 승패는 [전문화] [세분화] [차별화]의 정도에 따라 나게 되어 있다. 이를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學問의 생산성]이라고 드러커는 말하고 있다. 이를 다른 말로하면 [文字의 생산성]이다.
일본인은 漢字槪念용어를 縱橫無盡으로 사용해서 세계제일의 [정신적 자본](책)을 만들어 냈고, 또 그것을 통해서 세계제일의 [정신적 생산력], 즉 [學問의 생산성]을 확보함으로써 매년 史上最大의 黑字를 올리고 있지 않은가. 과거 내가 직접 경험한 바를 얘기하면 그들은 국민학교때부터 교과서와 [정신적 자본]을 병행해서 국민을 교육시켰다.
일본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湯川秀樹박사는 4살때 부터 四書五經을 조부의 매를 맞아 가면서 배웠다.
그의 노벨상 수상 [中間子이론]은 물리학 책이 아닌 莊子를 읽고, 즉 [정신적 자본] 덕분에 발견한 것이다. 일본은 각급학교입시때 교과서와 [정신적 자본]의 흡수도를 함께 테스트한다. 대학입시의 경우 인류 5천년의 [정신적 자본] 흡수도를 총테스트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광복후 교육의 잘못으로 日帝때도 책방에 흔해 빠졌던 칸트 헤겔의 책 한권 볼 수 없게 되었고, 우리 5천년 역사상 처음보는 [정신적 자본] [정신적 생산력]의 空洞化 현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혀 국제경쟁력이 없는 교과서만 가지고 [試驗, 또 시험]의 난센스가 진행되고 있다.
얼마전 邊衡尹교수(서울대명예교수)를 만났더니 {감투에도, 돈에도 욕심이 없고 全力을 기울여 孫子에게 [千字文]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나하고 그렇게도 같은가.
손자 방에 들어가 본다. 60년전 내가 그 나이때 읽었던 책보다 훨씬 못하다. 저명출판사 사장을 만났더니 이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이게 남의 나라 같으면 망해가는 꼴을 재미나게 감삼이나 할텐데 우리나라이니 어떻게 하겠느냐.}
그는 [漢字 섞인 조금 어려운 책은 안 팔리니까 찍지를 않는다}고도 했다.
온 나라가 絶望상태에 있을 때 작년말 日刊朝鮮의 [漢字복권…]과 올들어 朝鮮日報의 [漢字를 배웁시다] 기사로 文藝復興의 烽火가 올랐다. 나는 광복후 50년만에 처음으로 勇氣를 가지고 正論을 펴고 있는 필봉을 보았다.
대기업에서도 한자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敎育改革委長으로 李奭熙교수가 이명된 일이다. 그는 교개위장에 임명된후 {한자를 다시 쓰게 해서 없어진[정신적 자본] [정신적 생산력] 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런 마당에 國會는 순한글로 된 告示를 냄으로 써 [反시대성] [反민주성]을 노출시켰다. 그것은 지식사회지향에 逆行되므로 反시대적이다.
또 [富의 惡분배가 지식의 惡분배보다 훨씬 罪가 가볍다. 지배층은 국민이 많이 아는 것을 두려워 하므로 지식의 민주화를 방해한다. 지식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인 힘의 원천이다(Knowledge is the most democratic source of power)]라고 한 A 토플러의 말에 의해서 $$민주적이다.
이 기회에 청산되어야 할 스톡 에코노미의 溫床이 되고 있는 國會를 근본적으로, 그리고 철저히 고쳐야 한다는 것이 종래부터 품어온 나의 생각이다. 국회의원 누구라도 좋으니 여기에 대해 꼭 대답해 주기 바란다.
끝으로 漢字복권을 통해 [정신적 자본] [정신적생산력] 회복을 [改革의 大目標]로 알고 다른 매스컴도 같이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朝鮮日報. 1994. 2. 16.>
전통·국어교육 도움
조선일보가 [漢字를 배웁시다]를 연재하면서 한자교육에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다. 왜 한자를 알아야 하는가, 언제부터 한자를 공부하는것이 효과적인가 등 한자교육에 따른 당면문제들을 국어학자 일선교육자 경제학자 한자교육운동가의 좌담을 통해 점검했다. 참석자는 南廣祐(한국어문교육연구회회장) 洪光植(서울서정국교교장) 李大根(성균관대교수·경제학) 李在田씨(한자교육진흥회장·예비역육군중장)이다.
洪光植=교장직권으로 1학년을 제외한 2∼6학년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기 시작한게 81년이니 벌써 14년이 되었습니다. 한글전용정책 등에 부닥쳐 [참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朝鮮日報의 집중 연재이후 국교한자교육에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학부모들로부터 지지와 격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李在田=기회 있을 때마다 관계기관을 찾아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그 의의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한글전용분위기에 밀려 엄두를 못내더군요.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느냐]는 말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러던 것이 朝鮮日報에서 한자교육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자 엄천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솔직히 사회에 미친 영향은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학원가의 한자강습에 학생들이 몰리고 한자교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李大根=저는 한자교육이 복고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이 되어선 안된다는 전제하에 두가지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저 자신 사회과학자로서 한자를 모르고서는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여러 개념들이 한자어로 표기되는데 이를 한글로만 쓸 경우 정확한 개념파악이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인문과학 자연과학 분야서도 마찬가지 일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조기한자교육은 작금의 국제화 요청에 부합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부문은 몰라도 경제와 기술쪽에선 국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EU, APEC, NAFTA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들 나라의 젊은이들은 방학때 이웃나라언어를 배우는 것이 필수로 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이웃인 중국 일본이 쓰는 한자를 익혀둔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洪光植=최근 수백년동안 세계를 지배한 서구식합리주의-분석주의가 퇴조하면서 상대적으로 동양의 문화와 사상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점에가보면 동양에 관한 철학이나 문학 책이 모두 한글로 되어 있습니다. 세계의 관심이 동양에 쏠리는 때에 우리가 한글만을 고수 한다면 곤란합니다.
▲李大根=지금 세계는 성장하는 아시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의 아시아는 곧 한자생활권-한자문화권과 겹칩니다.
현재 학계에서는 [팍스 아메리카나]이후의 시나리오로 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첫째는 美國과 日本이 군사-정치-경제력을 모아 세계를 지배하는 [팍스 아메자포니카]이고, 둘째는 中國과 日本이 제휴하는 [팍스 아시아나]입니다. 우리는 특히 두번째 가능성에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는 韓-中-日이 함께 쓰는 한자를 우리문자라고 생각하고 한글과 함께 가꿔 동양의 물결, 세계의 물결을 타야겠습니다.
▲南廣祐=한글전용만이 애국이라는 논리는 버려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어휘의 70%이상이 한자어 입니다. 한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생명력, 보면서 뜻을 바로 알 수 있는 시각적 효과, 강한 조어력(造語力), 강한 축약력(縮約力)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볼까요. 지난해 공직자 재산파동때 언론에서 사용한 [有田有罪]에는 이 모든 특징이 다 들어 있습니다.
우리말의 모태가 되는 한자교육은 곧 국어교육입니다. 당국은 한글전용정책의 폐해를 지적하는 여론을 의식한 듯 95년부터 국민학교에서 영어, 컴퓨터, 한자중에서 한과목을 선택토록 한다는데 한자를 이들 과목과 같이 다룬다는 자체가 잘못입니다. 영어를 배운다고 해도 사전에 나오는 한자어를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영어사전에서 [beast]를 찾아보면 [금수]라고 나와 있습니다. [금수(禽獸)]가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이 어찌 beast를 알수 있겠습니까. 이제라도 한자를 국민학교때부터 국어교육차원에서 가르쳐야합니다.
▲洪光植=국민학교과정에서 한자를 알고 모르는고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산수과목에[垂直線]과 [數直線]의 두가지개념이 있습니다. 한자를 모르면 똑같은[수직선]일 뿐이지요.
그러나 한자를 가르친 후로 어린이들이 이런 개념들을 구분할 수 있게 돼 오히려 수업에 관심을 갖게됐습니다. 얼마전 학부모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습니다. 불과 0.6%만이 [도움이 안된다]고 했을 뿐 나머지 모든 학부모가 지지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사대상 학부모의 대부분이 한글세대란점입니다. 사회인이 되어 한자를 몰라서 겪은 불편이 얼마나 컸으면 그런 결과가 나왔겠습니까. 또 막상 해보니 한자교육은 정도를 따져가며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현재 2∼6학년생에게 매일 2자씩을 가르치고 있는데 시험을 쳐보면 6학년생이나 저학년생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한자는 어렵기 때문에 중학교에 가서나 배워야 한다]는 발상은 교육환경이 지금과 엄청나게 달랐던때 나온 것입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南廣祐=국한혼용이 컴퓨터등의 기계화에는 불편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역시 단견입니다. 사무자동화의 선두주자인 기업과 만드는 신문사에서 한자를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국제화다 경쟁력이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만 그 경쟁이란 게 뭡니까. 남과의 경쟁에 내가 나를 모르고 나선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자교육을 얘기할 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것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시되야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인의 관습과 사상,습성,기질은 모두 한자로 기록되있는데 이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를 해독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 될 것입니다. 한자를 모르고 이루어지는 한국학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李在田=한글은 세계제일의 표음문자입니다. 배우기 쉽고 온갖 발음을 다 적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국보1호는 남대문이아니라 훈민정음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교육의 목표는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여야 합니다. 그런 전에서 어려서 한글과 함께 한자를 배운다면 전반적인 學力상향평준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믿습니다.
▲洪光植=한자를 [배우는] 것 못지않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거의 대부분의 초중고교가 교패(校牌)를 한글로 적는데 서울에 소의국민학교가 있습니다.밝을 昭, 옳을 義. 얼마나 좋은뜻입니까. 그런데 그냥 한글로 적어놓은데다 아이들이 한자를 몰라 [우리학교는 소(牛)가 다니는 학교냐]고 심드렁해 한다는 웃지못할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달리 초명문으로 이름난 서울과학고는 한자교패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제대로 공부하려면 한자를 모르고서는 안된다는 소신으로 교훈,급훈에 이르기까지 한자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학교이름에는 좋은 교훈이 담겨있습니다. 학생들이 그 뜻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李在田=제가 아는 예를 하나 더말씀드리지요. 서울 방배동에 상문고등학교가 있습니다. 70년대 생긴 학교이지요. 이 학교는 평준화가 된 첫해 배정받은 학생들에게 입학식대까지 천자문을 1백번 써오게했답니다. 그랬더니 우연인지는 몰라도 그해에 들어온 학생들이 서울대에 1백명 가까이 합격했습니다. 그 학교는 요즘도 신입생에게 천자문을 25번씩 써오게한다고하는데 이른바 신흥명문교로 부상하게 된 데는 이런 요인들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李大根=대학사회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성균관대는 전통적으로 국악을 중시했는데 80년대에 들어 학생운의 영향으로 한글전용의 첨단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몇몇 교수들이 중심이 돼 작년 봄학기때부터 강의때 전공용어는 꼭 한자를 쓰고 원고청탁을 받거나 책을 출판할 때도 한글전용은 거부하자는 결의까지 했습니다.
또 학생들의 시험답안지 리포트등도 가급적 한자를 섞어쓰도록 지도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들의 이런 운동을 펴자 작년 2학기때는 벌써 몇몇 대학에서 관련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차츰 전대학사회로 퍼져나갔으면 합니다.
▲李在田=출판계의 태도도 버뀌어야 합니다. 자연과학분야에서 저명한 한학자가 국한혼용으로 원고지를 써서 출판하려고 했더니 출판사측이 [한글전용]을 요구했다고 합니다.한자섞인 책은 잘 안팔린다는 것이죠. 사회를 선도하는 매슴컴과 출판계등에서 적극적으로 한자를 섞어쓰며 국민을 계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南廣祐=지금 일본은 국민학교에서 1천6자,중학교까지는 1천9백45자를 가르칩니다.1천9백45자에는 1945년의 패전, 그네들은 종전이라고하지 한번도 패전이란 말을 쓴 적이 없습니다만, 그 해를 잊지 말자는 또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이웃 일본이 이럴진데 적어도 국민하교에서 기초한자 1천자는 가르쳐야합니다. 쓰기는 반 정도면 될 것으로 봅니다.
▲洪光植=제 경험에 비추어 한자는 조기교육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95년부터 국민학교1-2학년 교과서가 바뀌게되는 데 이제는 올바른 국어교육을 위해서 한자를 특별활동이나 선택과목으로 가르칠 게 아니라 정규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해야 합니다.
▲李在田=대학교수들에 대한 한 설문조사에서 절대다수가 정상적 대학수업을 위해서는 2천-3천자의 한자를 알아야 한다고 응답한 일이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순한글교재만 보고, 신문도 한자가 없는 스포츠지를 선호하는 현실을 기성세대는 우려만 할게 아니라 바로 잡아주어야 합니다.
▲李大根=한자를 익히게 하려면 학교와 사회에서 많이 사용해야 합니다. 조기교육과 함께 공공성을 띤 기관이나 단체에서 나오는출판 인쇄물에는 물론 도로표지판 등에도 상용한자를 사용해서 국민의 눈에 익숙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곧 요즘 논의되는 국제화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朝鮮日報. 1994. 2. 18.>
古典배우며 漢字·심성교육
18일 오후 2시10분 서을 구로구 독산동 문성중학교(교장 白弼均·63) 2학년 1반 교실. 난로에 타들어가는 갈탄이 초봄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조름이 쏟아지는 6교시 한문시간. 그러나 제28과 [吾君耳長(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을 배우는 학생들은 칠판 가득 쓰인 한자와 金聖男교사(33·여)의 강의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이 과의 [其人將死(그 사람이 죽게 될 즈음)]에 나오는 [將]자를 학생들이 제대로 읽지못하자 金교사는 {將軍의 아들도 몰라?}라고 해서 한바탕 웃겼다. 당나귀 려(驢)자를 가르치며 金교사가 {당나귀는 말 사촌쯤 되나}라고 묻자 한 학생이 {이문세가 말 사촌이에요}라고 답해 또한번 웃음이 터져나왔다. 金교사의 한문강의지론은 {한문교육은 재미있고 실용적으로, 그러나 진지하게}이다.
이 반의 辛垠東군(16)은 {한문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신문에 이미 배운 글자가 나오면 반갑고 신이난다}고 말했다. [훈장]인 김교사도 한문열성파다. 벌써 3년째 매주 4일씩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민족문학추진회의 국역연수 원을 다니며 四書三經을 비롯한 고전과 조선시대 법전을 익히고 있다. 金교사는 {우리 전통문화에서 한문의 중요성을 안 이상 더 깊게 연구해 학생들에게 체계적이고 깊은 한문수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학교의 白弼均교장도 한문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해 몸소 실천하고 있다. 白교장은 한문이 학생들의 국어와 국사과목에 도움을 줄뿐 아니라 심성교육에도 필요하다고 느껴 3년전부터 겨울방학을 이용, 원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明心寶鑑을 가르치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듣기를 더 좋아하는 중학생들이라 수강학생은 20명 안팎이나 거르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학생수가 적어 추운 겨울방학 교장실 나로에 불을 피워 놓고 일일이 공책에 한자를 쓰게하고 뜻 풀이를 해주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때도 빠지지 않았다. 白교장은 {학생이 크게 늘지는 않지만 한문을 배운 학생들은 생각도 깊어지고 몸가짐도 반듯해진다}고 했다.
서초구 방배동 상문고(교장 尙椿植·53)는 학교교육보다는 숙제를 내줘 한자를 교육하는 방법을 써 효과를 보고있다. 상문고는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들에게 예비소집떄 한자숙제를 낸다. 한자 1천자를 10번씩 쓰도록 한다. 천자문 50번쓰기로 시작된 한자쓰기 숙제가 주어진 것은 고교평준화가 실시된 74년부터. 한자교육이 바른 우리말 구사, 어휘력 증가 등 국어교육에 필수적이라는 尙교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입학하고나서도 마찬가지다. 1-2학년 문과학생들은 학기중에 1천2백여자에 달하는 한자를 3번씩 되풀이해 쓴다. 처음에는 연필로, 다음에는 볼펜으로, 세번째는 사인펜으로 한자쓰기 교본을 써 나간다. 까맣게 손때가 묻고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 쯤이면 한글세대인 30대의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는 것이 이 학교교사들의 귀띔이다.
이같은 한자교육으로 올해 이 학교 졸업자중 대학 본고사를 치른 80명의 절반이 훨씬 넘는 50명이 한문을 선택과목으로 정해 한자교육의 덕택을 톡톡히 봤다. 한문을 가르치는 郭致榮교사(37)는 지난 겨울방학 1학년 학생들에게 고사성어 6백여개를 10번씩 써오도록 숙제를 내 19일 종업식때 거두기로 했다. 성동구 중곡동 대원여상 교실의 칠판이나 게시판에는 매일 2∼3자씩의 한자
가 써 붙여진다. 학년별로 난이도가 달ㄹ라 고학년으로 가면 어려운 한자가 등장한다. 어려운 글자는 담임교사가 의미를 풀이해준다. 글자는 고문서나 신문사설에서 뽑힌다. 학생들은 이 글자를 자습시간이나 쉬는 시간마다 익혀야 한다. 2주일에 한번씩 토요일은 한문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한문교사 金正云씨(37)는 {졸업후 취업하는 학생이 많아 생활에 도움을 주도록 시작했다]
고 말했다. 金銀淑양(17·1학년)은 {신문을 읽을 때에도 도움이 되고 다른 과목을 이해하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朝鮮日報. 1994. 2. 19.>
조선일보 (CS) 1998-11-18 20:14:34
# 68/651 [사설] 국-한문 혼용의 계기되기를
국-한문 혼용을 주장해온 2백여 관련 학회와 단체들이 최근
[전국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를 만들고 초등교에서의 한자교
육 부활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는 이런 움직임이 국-
한문 혼용을 향한 중요한 계기가 되기 바란다. 지난 70년 정부
가 한글전용을 국어교육의 목표로 정하고초-중-고교 교과서에
서 한자를 없앤 뒤, 이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국-한문 혼용]과
초등교한자교육]을 주장하는 단체와 학회가 여기저기서 생겨
지만,이들이 지금처럼 연합체를 구성해 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 28년간 초-중-고교에서 한글중심으로 국어교육을 실시
해온 결과, 20대에서 40대 중반에 이르는 광범위한 연령층에서
한자를 거의 모르는 이른바 [한맹]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자와
한문교육의 실종으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또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2년반 뒤인 72년 2학기부터 초
등학교를 제외한 중-고교에서 한문교육을 별도로 실시할 수 있
게 길을 터주었고, 이어 74년에는 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를
중심으로 국어와 국사교과서에 한자를 괄호 속에 넣어 병기토
록 조치했지만, 한자교육은 중-고교에서도 거의 사라지다 시피
했다.
한글 전용론자들은 지금도 한글교육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
하고 있고, 한글을 중심으로 가르치다 보니 초기에 단순히 한자
를 한글로 옮겨놓는 바람에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낱말가운
데 상당부분을 순수우리말로 바꿔놓는 등 그에 따른 긍정적 효
과도 나타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자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
우리는 학술-정보면에서 탈락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
서양역사와 문화는 잘 알게 되면서 동양문화와 철학 역사는 멀
리하게 되는 현상도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국-한문 혼용, 초등교 한자교육 실시를 주장하는 목소리
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표의문자인 한자를 표음문자인 한글로 적게 됨에 따라
아직도 절반 이상의 낱말들이 한자를 모르고서는 그 뜻을알 수
없는 점이 문제다.
한자를 모르는 젊은 세대들은 그 뜻을 모른 채 사용하는 낱말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가 된다. 상용한자 정도는 학생들이 깨우
치게 함으로써 한글전용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자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지닌다. 전통문화의유지발전과 함께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우는데도 한자교육은 꼭 필요한
점을 고려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