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피노키오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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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The Reason Lam'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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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채미자.너 거짓말도 좀 작작쳐.!"
"너 거짓말 하는게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
한번이라도 해본 적 있니.!?
그 귀여운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 짓으면서
사람들한테 거짓말 하는거 이제 그만 좀 하란말야."
"넌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일지 몰라도
너의 그런 행동에 상처받는 사람들 여럿 있다는거 알아둬."
..
거짓말..한마디로 나의 일상이다.
사람들이 하루 세끼 꼬박 밥을 챙겨 먹어야 살아 갈수있다면
나에겐 하루 세번 이상의 거짓말이 있어야
비로써 일상생활의 만족감이 느껴지곤 한다.
이런 나에게 붙여진 별명이 바로 '피노키오'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정도의
심각하고 뻔한 거짓말을 하는건 아니다.
약속이 없으면서'나 오늘 약속있는데. 어쩌지'
남자친구랑 밖에서 놀고 있으면서'나 지금 집이야'
이 정도의 가벼운것들??
아마 이런 사소하고 장난스러운 거짓말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그녀들을 폭발하게 만든것 같다.
"알써알써. 이제 안하면 되잖아.!"
대답대신 절대 믿을수 없다는 강인한 눈초리로
날 매섭게 쏘아보는 현영이와 아진이 그리고 지우.
그래 니들이 나랑 같이 묻혀 지내 온 세월이
벌써 1년이 넘어가는데 이런 거짓말에 넘어가선 안돼지.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말이 딱 드러맞긴 해
역시 내 친구들답다. 짜식들~
"이제 멘트 좀 바꿀때 안됐니.?"
"니 말이라면 이제 콩으로 팥죽을 쒀온데도
안믿는다는거. 아니 못믿는다는거 아직 몰랐어.?"
매번 이런 상황이 올때마다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뻔한 거짓말을 하여
그냥 넘어간 횟수만 해도 1235643번은 될것이다.
이제 나의 거짓말이라면 혈안이 된 친구들에겐
이 말만이 통할길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이기에
오늘도 난 4번째 거짓말을 시도한다.
"나 채미자가 또 다시 거짓말을 한다면.."
..
거짓말을 할때 제일 중요한 건 최대한 진짜인것처럼 말하라.
"너 정말이지.?"
내가 미쳤니?
"응"
"너 이번에도 거짓말 하는거면 앞으로 우리 얼굴
볼 생각은 하지도 마라.??"
그때가면 또 상황이 틀려질껄?
"응"
"좋아. 정말 눈 꼭 감고 이번 한번만 더 믿어보겠어.
괜히 힘주고 있었더니 배고파 죽겠다.!
언니가 배꼽시계가서 한턱 쏠테니깐 싸게싸게
가방 챙겨서 나가자.!"
"응.!!"
오늘도 그렇게 그녀들은 나의 거짓말에 속고 말았다.
..브이^ㅇ^
\.3일 후
『그때 약속 안잊었겠지?
너 또 거짓말 하면 하기로 했던거.
너 지금 집에 있는거 다 알고 있어.』-현영-
『응?나 지금 큰집인데?』-나-
『지금 니네집 앞이다 이것아!!
현장까지 덮쳐버리기전에 얼른 나와!!』-현영-
"설마..진짜 집앞이겠어.??"
아니나 다를까.
현영이의 비범한 문자를 받고
창문으로 당장 달려가 밖을 내다보니
잠복근무를 하는 형사들마냥
우리집 대문앞에서 기웃 거리고 있는
그녀들이 보였다.
오늘 영화보러 시내 가자고 하는거 이상하게 기운이 없어서
할머니 생신이라 큰집에 가봐야한다고
그래서 영화보러 못간다고 어제랑 오늘 통틀어서
딱 한번 거짓말 했을뿐인데..
그게 걸려버린것이다.
"아아아악.!!!!!언니 나 게보린..빨리 게보린.!"
몇일동안은 친구들에게 나에대한
약간의 믿음과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거짓말을 조금밖에 하지 못한 까닭일까.
일상생활에 무료함을 느낀 난
거짓말을 하여 주말에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틀어박혀 평일 날 미처 보지 못했던
드라마 재방송을 챙겨보다가
방금 전 현영이가 보낸 문자를 받은 뒤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미쳐 날뛰고 있다.
"내가 어제 한 알 남은거 먹어 버렸는데..
왜. 갑자기 뒷골 땡기는 일이라도 생긴거야.?"
"그래 채미연 못된년아.!"
'퍼억'
"아.!!씨발 왜 때려.!!??"
"필요할때만 언니고 필요없을땐 채미연 못된년이냐.??
으이구. 니가 그 성격으로 학교에서 왕따 안당하는게
정말 신기하다 신기해."
나보다 2살 많은 친언니 채미연.
내가 산만하고 거짓말을 잘하며 장난끼가 많은편이라면
우리 언니는 차분하고 침착하며 매사에 확실한 사람이다.
남자친구와의 주말 데이트를 위해
꽃단장을 하고 있던 그녀는
나의 시건방진 말투와 행동에 분노하여
혀끝을 여러번 내차며 날 안쓰럽게 바라본다.
"아씨 몰라몰라. 나 어떡해.!!"
"대체 왜 그러는데.?"
"이 문자 봐봐.."
현영이와 주고 받은 문자를 언니에게 보여주었다.
"왜왜.이 문자가 왜.?대체 뭘 하기로 했길래.?"
나와 현영이가 주고 받은 문자를 전부 본 언니는
심하게 울부짖고 있는 날 진정시키며 지금 상황을 물어온다.
"만약 거짓말 또 하면..
..
시내 한복판에서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부르스 추기로 했거든.."
..
"하하.!!시내 한복판에서.??
오늘 영원이랑 영화보러 메가박스 가기로 했는데
가는길에 구경이나 해야겠다~"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이 째져라 웃고 있는 언니를
노려보자 방정맞게 웃고 있던 입을 가리며
은근슬쩍 거실을 빠져나간다.
동생이 사람 많은곳에서 그런 쪽팔리는짓을 해야 한다는데
언니라는 사람은 그저 통쾌하고 좋아죽겠나보다.
"채미연 꺼져버려.!!!!!!!퉤퉤.!!!!!!!씩..씩씩.."
굳게 닫혀 있는 방문을 향해 혼자서 한참을 씩씩 되다가
현영이의 독촉문자를 받고 나서
할수 없이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간다.
"!@#$%^&*()!@#%&*(#@$^"
혼잣말이 취미이자 특기인 난
현관문을 열고 마당을 통과해 대문앞까지 나가는 내내
나만의 언어로 궁시렁 되다가
'끼이익'
..대문앞에 서서 비장한 표정을 짓으며
날 기다리고 있던 그녀들과 눈이 마주친 뒤
대문뒤에 반쯤 몸을 숨기고 밖으로 얼굴만 쏙 내빼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 본다.
"얘들아 안뇽.?"
아니나 다를까 모두 약속이라도 한것마냥
몸이 녹아버릴정도의 레이저를 뿜어내며
한참동안 날 노려보다가
"채미자 양쪽에 한명씩 붙어서 시내로 데리고 나가자.!!"
현영이의 커다랗고 당찬 목소리를 끝으로
당최 내 말은 들을 생각도 않고 무작정 날 끌고
시내로 향하는 그녀들.
"얘들아 있지.. 알고보니 큰집이 아니라 우리집. 아악.!!
아진아.지우아..놔봐.. 웅.?얘들아 내 말 좀 들어보라구.!!"
몇분동안을 왼쪽에는 지우.
오른쪽에는 아진이를 달고 혼자 발악 하다가
끝내는 내 뿔에 내가 지쳐 꿀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닫고서
도살장에 도장 찍으로 가는 돼지마냥
거의 끌려가다 시피 시내로 나가야만 했다.
..
....
\.시내 한복판
"이 자리가 딱 좋겠다."
결국은 오고야 말았다.
..나의 열아홉 인생 마지막 종지부를 찍을 곳을ㅡ_ㅡ..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인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
"현영자기.. 꼭 이래야겠어.?"
"채미자야. 오늘은 거짓말 하는 니 못된 버릇
우리가 쏵 다 뜯어 고쳐줄테니깐 걱정하지마."
여기까지와서 시원찮은 애교따위가 통할리는 없었다.
미리 짜온 계획이 있는지
지들끼리 몰래 무언가를 쑥덕이다가
날 정면에 세워놓고 쉴새없이 입을 놀리는 현영이.
니들은 아마 전생에 일본 앞잡이였을꺼야..
현영이 일본 앞잡이 원..
아진이 일본 앞잡이 투..
선영이 일본 앞잡이 쓰리.. 독한년들ㅡ_ㅡ..
"너 듣고 있어.?"
"웅.?웅.."
상대방이 말을 할때 집중하지 않으면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기분 나빠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기어이 현영이의 심기를 건들고 말았다.
산만한건 내 습관이자 버릇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참았어야 했다.
"채미자야.너 나 말할때 또 딴 생각했지.??
그냥 부담없는 남자 붙잡아서 시킬려고 했는데..
안돼겠다 너..그래 쟤.!!저기 뻥카쪽에서 걸어오는.."
"웅.?누구.?"
현영이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을 따라
나도 천천히 시선을 옮겨 보았다.
현재 뻥카쪽에서 걸어 오는 사람이라면..
머리 까진 아저씨랑 커플로 보이는 남자랑 여자.
징징대는 애 달래고 있는 아줌마밖에 없는데..
저 중 부르스를 출 만한 남자라면
머리까진 아저씨밖에 없으니
..오늘의 타켓은 보나마나 저 아저씨겠구나.ㅠ.ㅠ
"누구.?저 아저씨.?얘들아 행여 저 사람 부인이
부르스 추는걸 보기라도 한-"
"노우노우. 저기 뒤에~
둘 중에 아무나 붙잡고 춰."
그래. 아저씨 뒤에 키 크고 잘빠진
아무튼 스타일 좋고 대략 멋있어 보이는
남자 둘이 걸어오긴 하는.. 엥. 설마 저 둘 중에서 한명이랑??
"안해. 절대 안해. 아니 못해.!!"
"앙드레랑 스캔들 한번 나고 싶으면
하지 말던가~"
앙드레라면 남자면서 여자가 되기 위해
졸업 후 성전환 수술을 하러 일본에 날아가겠다던
우리 학교 최고의 유명인이 아니던가.ㅡ_ㅡ
세 여자라면 분명 그런 일을 치고도 남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알았어.. 하면 돼잖아.!!"
졸업할때까지 괴로움에 시달릴빠에야
한번 쪽팔리고 말 길을 선택하는게 낫다고 생각한 난
결국엔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마음을 굳게 다진다.
"오오. 이제 가까워졌다.잘 다녀와라 채미자.!"
"아악.!!밀지-"
세 여자가 힘을 합쳐 날 떠민 바람에
결국은 추한꼴로 멋진 남자들 앞에 서고야 말았다.
날 떠밀어 놓고 어딘가에 잽싸게 숨어버린 그녀들.
이번 신체검사때 작년보다 1cm더 커서
155cm가 나와서 참 좋아했었는데.
내 앞에 서 있는 남자들은 족히 185cm는 되보잖아.
두 사람이 앞에 서있으니깐 내 주위에 그늘이 생기는것 같다.
방금 전 까지 생각하고 있던 말들도
다 까먹어 꿀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닫고
고개를 최대한 바짝 들은 채 두 남자의 시선을 마주했다.
가까이서 보니깐 키만 큰게 아니라
얼굴까지 꽤나 반반 했기때문에
더 할말을 잃어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경직되 있을수밖에 없었던것 같다.
날 정신병원 탈출한 미친년 보듯 쳐다보는 청조끼 입은 남자와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구경 하듯
날 신기하게 쳐다보는 눈썹과 눈 사이에 피어싱 한 남자.
"저희 교회 안다니거든요."
얼씨구나. 날 교회사람으로 보았나보다ㅡ_ㅡ..
아무런 의심없이 날 교회사람으로 대하는
청조끼는 꽤나 엉뚱한면이 있는것 같았다.
난 괜히 발끈하여
"교회 사람 아니거덩요.??!!.."
라고 큰 소리로 외쳤고..
갑작스런 내 커다란 목소리에 놀랐는지
길다란 속눈썹을 두어번 깜빡 거리며
더욱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두남자.
꼭'그것도 아니면 대체 얜 뭐야.'라는 표정이다.
그나저나 계속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순 없어.
둘 중에서 누군가와 일을 치긴 해야 하는데..
누가 더 낫을까?
청조끼?아냐아냐. 얼굴 반반한 놈 치고
성격 좋은 놈 못봤으니깐.
내가 부르스 추자고 하면 분명 개무시하고 지나가 버릴꺼야.
피어싱이 서글서글한게 웃는 모습이
해맑으니깐 분명 내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꺼고..
그래.부르스 상대는 피어싱으로 하자.
짧은 시간동안 두 사람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고 있는 꼴이
얼마나 웃길지 상상도 되지 않는 가운데
한참동안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생각하다가
끝내는 피어싱으로 결정 짓고 말을 꺼내려던 찰나였다.
"그것도 아니면 얜 뭔데 나한테 들이대."
역시 청조끼 너.
싸가지 없는 말투와 그에 걸맞는 표정은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양미간을 좁히는 꼴을 보아하니
분명 한 성깔 하겠고만!!!!!!
"야 좀 들이대면 어떠냐. 상큼하고만~"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대단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꼴을 보아하니
너도 나한테 반한 케이스 중 하나구나.
본분을 잊은 채 잠깐동안 나만의 착각에 빠져들어
허우적 되고 있는데..
"시발롬아 이런 왕밋밋 땅꼬마가 뭐가 좋냐.?"
아니나 다를까 청조끼 싸가지놈이
나의 심기를 조금씩 건들고 있다.
오잉?왕밋밋에 땅꼬마?ㅡ_ㅡ^
내가 땅꼬마라는 말은 지겹게 들어봤어도
왕밋밋은 니가 처음이다 이 놈아.
"샤럽.."
가끔씩 나오는 개깡과 개김성은
나 조차 주체할수 없었기에 우선은 일을 치고 보자는 심보로
샤럽..즉 한국말로 '닥처'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얘 뭐래냐."
"닥치래잖아 새끼야."
"이런 쥐방울 만한게.
갑자기 잘 가고 있는 사람 앞 가로 막더니
고작 하는 말이 샤럽이라고.??어엉.??"
상당히 약이 오른듯한 청조끼는
광분하며 나에게 소리 친다.
목소리 한번 되게 크네.아 시끄러!!!!!!
나같아도 황당하고 당황스러울꺼야.
어디 그것뿐이겠어?어이까지 상실했겠지..
어디서 나타난 왠 땅콩만한게
잘 가고 있는 지들 앞길을 떡 하니 가로 막고 서있으니..
나도 니들의 그런 마음은 잘 알겠지만..
이왕 일 친거 마무리는 지어야겠으니 날 좀 도와줘야겠다.
이 상황을 무사히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이 거짓말밖에 없겠군.
"알았어 알았어.!내가 말실수 했어. 됐지.??"
"아까는 샤럽이라더니 이제는 뭐 말실수.?
이 쥐방울 땅-"
사과도 통하지 않는다면
직접적으로 말 하는수 밖에.
"나랑 부르스 한번만 춰주면 돈 줄게."
"뭐.?"
"나 친구들이랑 내기 해서 져가지구
너랑 부르스 춰야 하거든.!"
"근데.?"
"돈 줄테니깐 나랑 부르-"
"그러니깐 돈 받고 여기서 생전 처음보는
쥐방울만한 여자애랑 부르스를 추라고.?"
"꼭 니가 아니라도 옆에 피어싱도 괜찮긴.."
"그래 까지꺼."
순간 나의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아무리 돈에 안 넘어갈 재간 없다지만
이건 너무 쉽잖아ㅡ_ㅡ..
녀석의 얼굴도 꽤나 부티나게 생긴것이
돈에 넘어올만한 케이스는 아닌것 같은데..
내 얼굴이 그만큼 믿음이 가게끔 생겼는가..
"..정말.?"
"대신 100만원 주면."
허억..100만원ㅡ_ㅡ..
날 놀리려는게냐. 아님 진심으로 내뱉은 말이더냐.
우선은 침착하자 채미자.
말로는 100만원이 아니라 1000만원이라도
못준다고 하겠어..
"알았어.!100만원 줄게.!"
"니네집 잘 사냐.?"
내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가
영 미심쩍은 듯 되놓고 비꼬는 말투로 물어오는 청조끼.
"응. 우리 아빠가 가지고 있는 빌딩만 해도 10개가 넘지~"
빌딩은 무슨.. 아빠 이름으로 된 땅 한평 없고만..
"아 그러셔.?"
"끄덕끄덕."
"나 지금 당장 100만원이 필요한데 바로 줄수 있냐.?"
"응 걱정마.!맨날 카드 들고 다니니깐~"
"엉 알았어. 그럼 하자"
"웅..히히"
피어싱이 아닌 청조끼랑 부르스를 추게 될줄이야..
청조끼랑 부르스만 추면 친구들이랑 약속 지킨거니깐
추고 난 다음에 삼십육계줄행랑 치듯
쏜살같이 도망치는거야.
에씨.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막상 부르스를 추려고 하니 괜히 주변 시선이
신경쓰여 잠깐동안 망설이고 있는데
휙-
"어어.!"
나의 허리를 강하게 잡아 끌어
자신의 몸 가까이에 밀착 시키는 청조끼.
쿵쾅쿵쾅-
순간 내 이마가 녀석의 가슴팍에 닿였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헉헉.."
"너 변태냐.? 부르스만 추재더니 왜 느껴."
느끼다니.. 그런 망측한 말을.
부정하려 했지만 나 정말 변태 맞나보다ㅡ_ㅡ..
보기보다 넓직하고 단단한 녀석의 가슴에
자꾸 눈이 가는걸 보니..
"벼.변태는 무슨.!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커다란 곰인형과 춤을 추듯이 날 가볍게
리더해 부르스를 추기 시작하는 청조끼.
난 그냥 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있을뿐
청조끼가 알아서 날 리더한다.
나이트에서 많이 놀아본 솜씨다..
그렇지 않고서야 부르스를 이렇게 분위기 있게
소화 해낼순 없을꺼야.
시내 한복판에서 남녀가 껴안고
부르스를 추는 모습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기엔 충분했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마냥
하나둘씩 우리 주위에 모여 들기 시작하는 많은 인파들.
"쟤네 뭐야.?뭐 찍는건가.?"
"그러게.. 시내에서 혼자 쇼하는건 봤어도
부르스 추는 커플은 또 처음이네."
부르스를 추는 와중에도 내 귀는 활짝 열려 있었다.
수많은 얘기들 중 유독 '커플'이라는 단어가
귀에 콕콕 박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나저나 세 여자는 지금 이거 보면서
즐거워 죽겠네.
"시발. 이러고 1시간이나 있자고.?"
아차.!! 너무 정신없이 추고 있느라 잊고 있었네.
부르스를 추기만 하면 되는거지
시간이 따로 정해진건 아니였잖아.
무엇보다 청조끼의 따스한 입김에 화들짝 놀란 난
스프링 튕기 듯 빠르게 몸을 떼어 내고
청조끼를 빤히 쳐다보았다.
"..뭘 야려 땅꼬마."
청조끼도 생각보다 많이 모여든 사람들 땜에
꽤나 당황했는지 티는 안내려고 해도
얼굴은 이미 홍당무 마냥 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그나저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이제 임무를 다 마쳤으니
쏜갈같이 도망가는 일만 남은게로군..
채미자 이럴때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냉정하게 대처 하는거야.!!
"..청조끼..미안하다.!!여러분 비켜어.!!!!!"
자꾸 자신을 쫓아 다니며 돈에 집착 하길래
집이 가난 한 줄 알았는데 잘 사는집 아들이였음.
해국이20살
미자19살
"채미자..나 좋아하는건 거짓말 아니라며.."
"아니.?너 좋아한다는것도
너없으면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서
그래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했던것도
전부 거짓말이였어."
바보야 지금도 거짓말 하는거잖아..
상처받은 눈으로..떨리는 눈동자로..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마.
"안들려.안들려..씨발 안들린다고.!!!!!!!!"
해국이는 자신의 귀를 틀어 막으며 허공을 향해 고함 친다.
내가 나한테 소리치는거 싫다고 해서..
아주 예전에 그런말해버려서..마지막까지 배려해주는가보다.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화나고 열받아서 미쳐버릴것 같으면서
끝까지 날 위해서 자신만 아파하는것 같아 더 가슴이 아프다.
"어린애처럼 굴지말자 해국아."
"어린애도 좋고 바보 또라이 병신도 좋은데.
..그래 다 좋은데.!!"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해 허공에다 대고
큰 소리 치던 해국이는 이내 나에게로 시선을 옮겨
흔들리는 눈동자로 잠깐동안 날 애처롭게 바라보다가..
"엉뚱하고 산만하고 아무 남자한테 잘 웃어주는
바보같은 내 여자.. 채미자 너만은 못보내주겠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았다.
해국이의 눈빛이 너무 애절해보여..
해국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너무 절박해보여..
무거운 족쇠로 꽁꽁 묶어뒀던 내 마음에
하마터면 커다란 공간을 만들뻔 했다..
안돼. 여기서 멈추면 또 다시 해국이에게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꺼야.
안그래도 내가 준 상처때문에
가슴에 작은 구멍이 생겨..
매일마다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인데..
또 다시 나때문에 아파하는 모습은 볼수 없어..
"..보내주세요."
".."
"그 여자가.. 내가.. 원하는일이니깐.."
"고영원처럼 매너 좋은 남자 되려면
여자말 다 들어줘야 되는거냐.?"
이 바보야.. 넌 영원이오빠랑 비교도
안될만큼 괜찮은 놈이란 말야..
"..응.."
"어 씨발. 그럼 나 정구인이한테 가도 되는거지.?"
구인이에게 간다는 말에 마지막 희망을 걸기라도 했는지
안갈꺼면서.. 괜히 악에 받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해국이.
내 대답을 기다리는 해국이는 초조해하고 있다.
행여 그래도 된다는 나의 대답이 떨어지기라도 할까봐
..불안해하고 무서워한다.
지금이라면 차라리 정구인 옆이 더 편할꺼야..
"..응.."
어렵게 떨어진 나의 대답에 위태위태 하게 잡고 있던
마지막 희망을 놓아버린 해국이는
잡고 있던 내 손을 힘없이 놓아버리며
천천히 뒤돌아선다.
항상 당당하던 어깨가 오늘은
무거운 돌덩이를 하나 얹은 마냥 축 쳐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