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의 경고
35세 건장한 남성 K씨의 이야기입니다. 감기 몸살이 오는 듯 피로감, 근육통, 식욕부진 등이 발생하여 동네 내과에 방문하였습니다. 내과에서는 진찰상 큰 이상이 없고 증상이 오래되지 않아 감기몸살로 생각하고 3일분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K씨는 집에 돌아와 약을 복용하였으나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38도 정도의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두통과 기침, 코감기 증상도 함께 발현되었습니다.
K씨는 감기가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다시 병원에 내원하였습니다. 역시 선생님이 진찰하시더니 감기가 심하게 걸린 것 같다며 해열 주사와 약을 3일분 처방해주었습니다. 이후 콧물, 인후통 등 감기 증상은 없어졌으나 열이 지속되고 피로감, 식욕부진이 너무 심해 식사를 거의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식사를 못하고 열이 지속되니 탈수가 되고 소변색깔도 갈색으로 나왔으며, 명치 쪽의 상복부 통증도 동반되었습니다. 직장에 도저히 갈 수가 없어 출근을 하지 못했으며 이번에는 병원을 바꿔서 다른 내과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이때는 피검사를 같이 시행하였습니다. 이틀 후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간 K씨는 깜짝 놀라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간기능을 나타내는 수치인 AST와 ALT가 4848IU/L, 5165IU/L 였으며(정상은 40IU/L 미만), 황달 수치가 4.8mg/dl(정상은 1.4mg/dl 미만)으로 체크되었기 때문입니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검사에서 급성 A형 간염으로 확인되었고 입원하여 치료받으면서 수치는 급격히 떨어지고 좋아져 4일만에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전형적인 급성 A형 간염의 경과입니다. A형 간염은 주로 소아나 어린이에게서 잘 발생하며 이 경우 증상은 감기와 같이 매우 경하게 지나가게 되고 이후 항체가 생성되어 평생 면역이 형성됩니다. 후진국이었던 시절 우리나라의 위생상태가 좋지 못하여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릴 때 A형 간염을 앓고 지나갔었기 때문에 성인에서 A형 간염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고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소아에서 A형 간염이 걸릴 기회가 없어지고 성인이 되어 A형 간염이 발생하는 사례가 매우 늘었습니다. 성인에서 A형 간염이 올 경우 상기 케이스와 같이 심하게 발현되며 최악의 경우는 전격성 간부전으로 진행되어(감염자의 약 0.1%)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A형 간염은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과 같이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함으로써 전염됩니다. 대부분 감염자의 대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을 섭취하면서 경구를 통해 감염되며 집단으로 발병하는 경우는 오염된 식수원이나 급식 등으로 인한 경우입니다.
A형 간염의 잠복기는 15~45일이며(평균 4주) 전구증상은 전신성이고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위 K씨와 같이 식욕부진, 오심과 구토, 피로감, 쇠약감, 근육통, 두통, 기침, 코감기 등의 일반적 증세가 나타나며 이는 황달 발현 1-2주 전에 나타납니다. 또한 38~39도 정도의 발열도 흔합니다. 황달로 인해 갈색, 흑색뇨가 실제 임상 황달 출현 1~ 5일 전에 나타나게 되나 황달이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회복기간은 2주~8주 정도입니다.
급성 바이러스 간염에 특이적인 치료법은 없습니다. 절대적 안정가료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황달이 있고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는 포도당 정주를 시행하면서 휴식과 적절한 고단백, 고칼로리 식이요법이 권장됩니다. 성인에서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경우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6~12개월 간격으로 두 번 맞게 되며 95%이상의 A형 간염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아에서는 아직 기본접종에 포함되어있지 않으나 A형 간염의 유행으로 인해서 A형 간염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