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참붕어가 헤엄치는 골목 (합평 원함)

[낙서]

 

언니, 이제야 읽었어요. 너무 늦었지요. 죄송해요.

최근 들어 동화라는 걸 몇 권 읽어봤거든요. 게다가 합평하는 습관도 들이지 않아서 말예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냥 제 느낌을 말씀드릴게요.

냄새 때문에 할머니를 싫어하는 다림이가, 화재 사고를 통해 뒤늦게 할머니의 사랑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동화지요.(시를 읽었던 기억이 나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붕어빵 굽는 장면을 낚시하는 장면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발상이 기발했어요. 마치 붕어빵이 살아숨쉬는 듯, 표현도 생생하게 다가왔어요. 

음 그런데요, 붕어빵과 할머니와의 연관성이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할머니는 ‘냄새’로 연상되고, 붕어빵은 ‘아빠와의 낚시에서 본 참붕어’로 연상되어서인지, 그 둘의 연결이 글의 주제와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다른 이야기를 한 글 속에 풀어놓은 듯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 거예요.

낚시놀이하다 불이 난 부분을 읽다가 든 생각인데요. 이게 글 속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작용하는 것 같은데(불이 나고, 할머니가 다림을 구하다가 다치고, 그 경위를 전해 듣고 다림이가 할머니에게 마음을 열게 되니까요), 큰 비중 없이 넘어간 듯했어요. 좀더 치밀하게 묘사해주면 어떨까요. 

결말에서 할머니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부분을, ‘갑자기 할머니가 보고 싶어졌다’라고 표현했어요. 그런데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다림이의 내적 갈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어쩐지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의 불안해하는 심정(입술을 잘근거린다거나, 수업시간에 딴생각하다 혼난다거나)이 앞부분에 드러나 주었더라면 위의 문장이 좀더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 같았거든요.  

저는요, 붕어빵과 낚시에 관한 이야기만 있어도 동화 한편이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붕어빵 굽는 장면과 지난 번 아빠와 낚시 가서 낚시 했던 장면을 연결시키면 어떨까요. 낚시의 손맛(아이니깐 어른처럼은 못 느끼겠지만) 즉, 고기가 걸렸을 때의 그 떨림과 감격을 부각시켜 붕어빵을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거예요. 다림이가 붕어빵 트럭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도, 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때 자기가 붕어를 잡았을 때 느꼈던 손맛이 떠오르기 때문이지요. 화재도 그때의 기억을 살려 낚시놀이를 하다가 발생한 걸로 연결시키면 될 것 같고요. 그렇게 된다면 제목과의 연결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다소 엉뚱하기도 했어요, 언니. 이해하세요.^^ 그럼 이만, 총총.

[일각수]

다소 엉뚱하긴요...너무 감사~ 언제 이렇게 긴 글을...몰랐네...담에 보면 음료수라도 쏠게요~~~ ^^ 학교 가는 길이 너무 멀어 힘들겠어요...그럴수록 기운내서...잘 먹고 잘 버티고! 담에 동화에 대해서도 더 얘기해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