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빼빼로데이'로 불리는 11일 오전 부산 영도구 신선동 신선초등학교의 한 교실. 이곳에선 학생들끼리 빼빼로를 교환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님이 4개씩 나눠 준 떡볶이용 가래떡을 꿀에 찍어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이 학교 학생들에게 이날은 '빼빼로데이'가 아닌 '가래떡데이'이기 때문이다.
영도구 신선초 학생들
교장 주도로 단체 구입
가래떡 나눠먹기 '훈훈'
신선초등학교는 11일이 빼빼로데이보다 더 가치 있는 '농업인의 날'임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쌀 소비 촉진 운동에도 참여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가래떡을 나눠주는 가래떡데이 행사를 가졌다.
이를 위해 학교 측은 10만 원의 예산으로 인근 방앗간에 가래떡 760개를 주문했다.
가래떡데이를 기획한 사람은 심태호 교장이었다. 심 교장은 매년 11월 11일 학생들이 빼빼로를 주고받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동심을 악용해 학부모들의 주머니를 터는 한 기업의 지나친 상술에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부 선물용 빼빼로의 경우
초등학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 분노마저 느꼈다. 지나친 빼빼로 섭취가 자라나는 학생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음은
당연지사.
심 교장은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 등 다양한 기념일들이 겹친 날인데도 오로지 빼빼로데이로만 통하는 세태가 안타까웠다"
면서 "농민들이 흘린 땀의 소중함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상술로 점철된 빼빼로데이를 바꿔 보자는 생각에서 가래떡데이 행사를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심 교장은 이날 실시된 가래떡데이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건강도 챙기고 쌀 소비 촉진이라는 사회 참여에도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어 교육효과가 만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006년 농업인의 날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11월 11일을 '가래떡데이'로 공식 지정한 바 있다.
당시 안철수연구소 측이 농민들의 땀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가래떡 나누기 운동을 벌이자 농림수산식품부가 이를 차용하면서
'가래떡데이'가 탄생했다.
황석하 기자 hsh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