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지낚시로 낚는 것은 무엇일까
고인돌/김 군학
해동과 함께 시작되는 견지낚시
겨우내 얼어붙은 임진강은 2월 하순이면 해동이 된다.
춘삼월을 앞두고 대물이 기다린다는 것을 아는 견지낚시인은 자연을 그리워하는 강태공이다.
어떤 도전자로 인해 2월 하순부터 임진강 견지낚시의 시작을 알려주면 누치는 강태공의 겨울잠을 깨웠고 잉어는 여름을 준비케 하였다.
해빙한 2월의 강물은 아리게 흘러가지만 도전이라는 단어를 앞세우고 입수를 하는 것이다.
초봄 차디찬 수온에 손맛을 본다는 견지인은 소귀의 목적에서 인내를 배우는 것이다.
아지랑이 피는 앞산에 연분홍 수줍은 날이면 강에선 누치 입질이 활기를 띠고 철쭉봉우리 붉게 물들면 먹이활동이 더욱 왕성해진다.
이때쯤이면 물 흐름이 미약한 곳에 머물던 강 잉어가 서서히 활동을 준비한다.
초원위로 안개가 자욱한 날은 한 낮의 태양이 더욱 빛나듯이 무슨 일이든 상대적 조건이 형성된다.
이미 수년전 예상한 5대강 개발이라는 대의명분에 남한강의 작은 행복을 수용한 임진강은 견지낚시터로 더욱 부각될 것을 의심치 않았다.
임진강에서 낚이는 어종은 누치와 잉어 그리고 강준치, 끄리, 쏘가리, 마자, 피라미, 갈견이, 꺽지, 새미, 등등 수많은 어종이 낚인다.
누치를 낚으려면··· 잉어를 낚으려면···피라미를 낚으려면 그에 맞는 여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혹자들은 잘 낚는 이유를 조력이라는 경륜에 많은 비중을 두는데 그럴 수도 있지만 필자는 딱히 그렇게 보지 않는다.
견지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 물고기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대상어종이 좋아하는 활성수온, 여울바탕, 미끼, 미끼를 취하는 자세 그리고 입질하는 형태, 가끔 다른 행동을 하는 이유, 싫어하는 음파 등등.
수온에 따라, 물살의 세기에 따라, 물색에 따라, 깊이에 따라 유혹하는 방법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전장에서도 적을 알아야 승리의 확률도 높아지듯이 물고기 특성을 많이 안다는 것은 그만큼 낚을 수 있는 고수가 되는 것이다.
낚시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생각 끝에 어떤 결정을 내리면 확률이 높아지며, 영업도 상대의 모든 조건을 알고 유도하며 리드를 잘해야 한다.
생각하고 연구하는 견지낚시
잉어목과에 속하는 누치는 잉어와 비교하면 크기나 생김새가 비슷한 민물고기로 여울에서 즐기는 견지낚시의 주대상어이다.
누치는 활동적이기 때문에 잉어보다 날씬하고 물살이 있는 곳을 좋아하며, 먹이활동도 여울에서 주로 한다.
입은 위턱이 길어 아래쪽을 향했으며 입술은 탐스럽게 도톰하다.
머리 생김새를 관찰해보면 먹이습성과 산란습성이 엿보이는데, 주둥이의 장점을 살려 돌 틈새 바닥 미끼를 주로 취한다.
누치는 4월 곡우절기를 전후해서 수심이 여울 가장자리 자갈을 비집고 산란을 한다.
잉어는 전형적인 담수어로 조심성이 유별나 강에선 깊고 물 흐름이 약하고 자갈과 모래가 혼합된 개흙지대에 서식한다.
흐름이 적당히 있으며 깊은 곳에 큰 바위나 장애물 뒤는 물 흐름을 막아주는데 뒷바닥이 흙모래와 자갈 혼합지대면
개체수가 많은 누치가 주로 낚이지만 잉어 또한 이런 곳을 공략하여야 한다.
잉어는 오월 아카시아 꽃이 피면 수초나 수중 나무뿌리 혹은 그 비슷한 것에 착란을 한다.
대부분 각 어종별로 산란시기가 정해져 있지만 근래에 들어 댐이 건설되어 같은 강계마다 산란시기가 다르게 이루어지는 형편이다.
수심이 깊은 댐일수록 방류하는 수온도 낮아 산란이 그만큼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편리에 따라 생태계의 변화도 이루어지는 것처럼 견지낚시도 물고기 따라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황금연휴를 맞이한 조행과 봄 향기
나는 쉬는 날이면 강으로 향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있다.
접하기 드문 황금연휴에 이부자리에 뒹굴던 마음을 강으로 보내놓고 이른 아침 상쾌한 기상은 작은 텃밭에 등을 굽힌다.
낚시도 좋지만 할 일은 제때 해놓고 즐겨야 마음 또한 개운하다.
서둘러 텃밭 이랑을 세우던 중, 오래전에 가끔 다녔던 두지나루 부근여울이 삽날에 떠지고 뒤집히며 밭고랑이 반듯해진다.
어떤 이의 비밀스런 조행(釣行)으로 두각을 보인 대물 포인트가 조심스레 밀어를 속삭여준다.
오래전 상류지역 오염원으로 인한 물색이 요즘 들어 많이 좋아진 여울이다.
그리로 가자하는 마음에 아침 밥알이 중얼거리며 서둘러 넘어가고 어느 틈엔가 작은 동네를 끼고 달리며 차 창 밖 연분홍에 취한다.
코끝을 벌름거리며 들이쉬는 상쾌함에 목청을 돋우니 휘파람새 한 마리가 입술에 앉았다.
봄의 운치를 바라본 오른편은 마차산 왼편은 감악산, 두 산세로 기분 좋게 구부러진 아스팔트 옆 밭떼기를 지나친다.
어디선가 차 창문을 훔치는 시골 냄새가 향기로운 신록에 섞여 코끝을 자극하였다.
부지런한 농부의 투정인양 봇물 담긴 논배미가 봄바람에 찰랑거린다.
이런 것들이 봄 냄새가 아니던가, 꽃바람이 바이칼 호수의 시린 수면을 녹일 때면 나는 견지낚시를 다니는 것이다.
파주 장남교를 건너서 경순 왕릉으로 가는 길목 어느 산모퉁이 돌아서 강둑에 섰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김소월님의 시 구절이 임진강에 흐르고 있다.
임진강 어느 강둑에서 가리키는 손짓의 끝을 물고 흘러가고 여울은 나를 반겨 주듯 반짝인다.
자갈위로 발자국을 남기며 조심스런 입수로 견지낚시를 드리웠다.
흘러온 세월에 적응한 대물이 경쟁하듯 퍼덕이고, 그 옛날 웅성거리는 조사들의 수다가 강물에 떠다닌다.
손맛으로 시간을 정지시켰건만 하루해는 어느새 강둑에 걸터앉아 시계바늘을 재촉하였다.
미련을 남겨놓고 돌아가는 빈 그림자 내일 텃밭에 심어야 할 모종을 설계하며 손맛을 그리워했다.
다음 날 새벽 동트는 텃밭에 모종을 내고 비 온다는 일기예보가 오보이기를 바라는 희망이 앞질러 여울로 간다.
고양시에 사는 이 선배와 약속한 여울은 어제보다 가까운 파주 장남교 부근으로 정했다.
맑았던 날씨가 흐려지고 여울 구석구석 누치가 2차 산란으로 바쁘게 신방을 꾸린다.
산란시기에는 어느 생물이 먹이를 취할까마는 얼마 전 1차 산란을 마친 누치와 철없는 누치를 목표로 세월을 꿰었다.
한 수를 낚고 커피를 마시고 있으려니 견지낚시의 매력에 빠진 일산 선배 연타로 입질을 받고 여유를 보인다.
회갑을 넘긴 선배의 체력으로도 자연에 도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취미이다.
일기 예보를 무시했던 희망을 저버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중 견지낚시로 한층 오르가즘에 불타던 우리는 굵어지는 빗줄기에 도리 없이 철수를 서둘렀다.
선배의 얼굴에는 미소가득 넘쳐나 빗물에 흘러내린다. 형님 다음에 봅시다.
동두천 집으로 가는 중 남양주시 문 선배한테서 손전화가 온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는다고 여울에 가자고, 당연한 말씀, 청명한 휴일이면 강으로 가는 프로가 되고 싶을 뿐이다.
객현 여울로 나가자고 약속을 정하고 또다시 그리움 찾아 여울에 발자국을 찍었다.
교원 정년퇴임을 바라보는 문 선배는 한창 견지낚시의 매력에 취해 흔들거린다.
자연과 함께하기에 백미 같은 취미, 반나절만 즐겨도 만족하다는 선배는 여느 때와 같이 대물 손맛, 연타로 홈런을 날린다.
주거니 받거니 우리의 미소는 소리 없는 함성이고 대물과의 씨름은 오후 들어서도 계속 이어지는 하루였다.
내일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모래는 실전 견지 강의를 신청한 초보 입문자들에게 견지낚시 강의를 하는 날이다.
완전 초보인 그들에게도 조만간 대물이 낚이리라고 다짐한 독백을 핥는다.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삶의 깊이요 기다림이라는 강태공의 고독이다.
견지낚시에 입문한 그들에게 가족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물고기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이기를 강의하고 싶다.
저들은 무엇을 배우고자 하였을까?
너 나 없이 견지로 낚아내는 것은 물고기만은 아닐 것이기에 황금연휴 마지막 날 하늘은 더없이 청명하였다.
초보님 모두는 시키는 대로 하기 때문에 대물을 낚을 수 있다.
그들을 만났다 헤어짐에 또다시 그리움을 기다리는 그들이기를 바라며 강의를 마쳤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모처럼 잉어를 대상으로 낚아보자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잉어도 견지낚시 대상어
댐이 없는 강계에선 아카시아 꽃망울 맺히기 직전부터 꽃이 지기까지 잉어도 여울을 찾으니 5월 한 달은 견지낚시 대상어에 편입시킨다.
이는 수온에 따라 산란을 대비한 영양을 목적으로 미끼가 많이 흘러들어오는 여울 주변을 맴돌고 또한 산란장소를 찾으려는 활동성과 연관 되어 있다고 본다.
주어진 조건을 따라가는 자연의 순리처럼 나의 삶도 어떤 명분에 따라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이번 주말은 누치와 성격이 다른 잉어를 목표로 고양시 이 선배, 남양주시 문 선배, 동두천시 김 선배, 의정부시 차 후배와 견지낚시를 가기로 약속했다.
잉어를 낚기 위해서는 채비를 강화해야 하는데, 강한 낚싯대를 기준으로 모노라인 2호에 바늘은 9호 크기를 사용한다.
잉어 전용 낚싯대라 하지만 한 번 채비를 강화하면 게으름에 그 채비 그대로 누치를 낚으러 가기도 한다.
화창한 주말 임진강의 벅찬 기대로 나의 아침을 깨웠다.
커피 향에 눈 비비며 운전대는 조심스레 감악산 모퉁이를 핥으며 달렸다.
마을 어귀 하얗게 매달린 아카시아 향기가 일상에 찌든 자동차의 실내를 정화시키며 폐부 깊숙이 자리를 잡는다.
아! 뒷골까지 맑아지는 좋은 주말, 이런 상쾌함을 생각 없이 지나치는 바쁜 이도 있을 것이다.
자연으로 달리는 아침 향기가 맑아서 깊숙이 들이마시고 강한 느낌표를 붙였다.
내면의 세계가 충만해지는 이 느낌은 오늘이 허탕이라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오롯하게 파고든다.
이는 자연이 나에게 주는 특별한 보상이며,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에너지의 근본이기도 하다.
신비로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일부라 여기며 다시 몇 번의 심호흡을 하였고 느낌표를 몇 개 붙여놓았다.
아카시아 꽃피는 이즈음이면 잉어 낚기 절정에 들어선다.
눈여겨 봐두었던 율포 여울을 향하는 마음이 더없이 기분 좋은 이유는 오랜만에 잉어를 대면한다는 기대 때문일까?
여울의 물색은 나를 환영하듯 하늘을 담았고 나의 날개는 수면에 비친 창공에 펼쳤다.
그날의 주 대상어 특성을 알면 견지낚시 고수라 했던가, 늘 프로이고 싶었다는 굳은 의지로 예상을 적중시키고자 생각했다.
연구의 결과는 많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지만, 생각은 나의 계획을 성공시키고자 하는 분명한 준비과정이라 말하고 싶다.
생각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했던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끝없이 치고 나가는 대물 잉어의 당찬 손맛을 동행한 모두가 원 없이 경험했다.
계속 이어지는 손맛은 한동안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손에 물집이 잡혔고 돌아오는 주말이 벌써부터 설레고 있다.
한층 부푼 가슴으로 아침 안개를 가르며 다시 향한 임진강은 예상보다 수량이 줄어 있었다.
연천군 학곡리에서 바라본 파주시 율포 여울은 여느 때와 다른 모습으로 구름처럼 얌전히 흐르고 있다.
포인트로 지목한 여울은 수심이 얕아져 부푼 기대에 못 미쳤으니 모든 조건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세상의 철학이 성립되었다.
물 빠짐에 가장 민감하다는 잉어가 반겨주지 않는다 해도 미끼를 흘리는 자체로 강태공이라는 단어의 뜻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세상에서도 좋은 조건이 마냥 기다려주지 않기에 악조건을 개척하여 좋은 조건을 만들거나 좋은 조건을 찾아서 가는 것이다.
발아래 멈춘 그림자인양 움직이지 않는 사공이여 주저하지 말고 세상을 향해 노를 저어라!
잉어시즌을 맞이한 율포 여울은 특 대물이 많이 반겨주었던 곳이기에 주어진 조건을 저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시즌이 끝나가는 진검승부에 견지채비를 강화했고 그동안 무던히 대해준 여울에 또다시 열정을 띄웠다.
"자, 아의 칼을 받아라!!.....어릴 적 본 어느 사극영화의 대사가 콜록거리는 머릿속을 채웠다.
여울바닥을 뒤적거리며 전해주는 봉돌의 전율을 나의 손에 태우고 조심조심 잉어의 진지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
나는 견지낚시에서 삶을 개척해나가는 수단을 배우며, 에덴을 향하는 인생의 고독도 배운다.
태초 어머니의 강에서 물비늘을 꿰어 세상에 던져진 몸에는 어떤 이득의 대상을 꿰어 품에 들이는 보이지 않는 바늘이 있다.
한 땀- 한 땀- 세상을 향하는 바늘 끝은 자아를 향하였기에 누구나 본능적으로 날카로운 미늘을 세웠을 것이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미로의 동굴 같은 세상에서 통로를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요 삶이다.
자기 내면에 보이지 않는 바늘은 자기방어이며 지혜이고 살아가고자 하는 본능이다.
낚시 바늘 끝에는 구덕이 세 마리가 연신 꿈틀거린다.
파랗게만 보이는 물속 진지에서 잉어 몇 마리가 흘러 들어오는 미끼를 기다리고 있을까?
빌딩에 덮인 세상에서 철옹성이라고 믿고 있을 그들과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심스레 전투가 시작되었다.
탯줄로부터 이어온 우리네 목표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전쟁터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싸움은 평생을 치러야 할 인생사다.
내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조건의 매듭을 한 올씩 풀어가는 것은 목표를 향하는 전진이다.
낚시 줄 끝에 매달려 강바닥을 훑어가던 작은 봉돌은 물속세상을 보지 못하는 나의 눈을 대신하여 길을 찾는다.
한 번, 두 번 의심스레 건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중 잉어 특유의 입질이 착하게 전해진다.
손목의 짧은 스냅으로 후킹을 하고 견지낚싯대를 세우는 순간 가슴이 쿵덕거렸다.
정해지지 않은 시간과의 싸움에 도전한 대찬 녀석이 걸려들어 한없이 치고나간다.
긴장을 풀어 어떤 이득의 기회를 놓친다면 불필요한 핑계로 누군가에게 엄청난 놈이라고 대변하는 웃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낚지 못한 물고기는 증거도 없이 크기를 말하지 말라는 이유가 있으니 낚시꾼은 뻥쟁이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여지없이 걸려든 잉어는 놀라운 힘으로 삼십육계 전법을 발휘한다.
세워놓은 견지대의 설장 폭 7cm 얼레를 멋지게 치고 나간다.
총을 든 전쟁터에서 이를 악물고 싸우는 것은 귀한 목숨을 내주지 않으려는 것이니 잉어 역시도 그랬을 것이다.
10m 20m 30m 40m~ 쉬지 않고 280바퀴를 멋지게 벗겨나가는 줄 튕김은 그대로 전해지니 280회의 떨림으로 긴장의 연속이다.
360도 돌아야 한 바퀴, 감기거나 풀리는 계산은 태초부터 정해졌다.
얼레 한 바퀴 풀릴 때마다 한 번의 경쾌한 소리와 진동은 손에서부터 시작되어 전신을 빨아들이는 연속이다.
무한 진공 상태로 빠지는 잠깐의 시간은 나의 이득과 비례가 된다.
그래, 잉어야 더 많이 치고 나가라! 지금 순간은 누군가 말했던 손맛이라 해도 좋고, 진동에 딸려가는 몸 맛이라 해도 좋다.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전투에서 승리하고자 함은 지배한다는 힘의 논리이다.
인간의 출세는 살기위한 투쟁이고 목적을 위해서 승리한다는 경쟁의 이유가 성립되는 것이다.
사람은 어디서건 경쟁을 치르며 성숙해지는데 상대와 나의 논리가 대립을 이룰 때마다 집중력을 한층 자아낸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이 세상에 대한 도전이라면 성공했을 때 얻는 것은 어떤 형체도 없는 행복감이다.
그 행복으로 인해 우리는 살맛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잉어가 힘을 쓰면 조사는 힘을 빼고, 잉어가 버티기에 들어가면 조사가 힘을 써서 물고기의 힘을 이용한 리듬을 타야 한다.
내면에 숨겨놓은 보이지 않는 바늘로 이득을 꿰었어도 능숙한 랜딩이 없으면 세상의 게임에서 지는 것이다.
혈전을 방불케 하는 두뇌싸움으로 시간을 버는 사회의 전투에서 지칠 즈음 신은 상대에게 승리의 깃발을 넘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승리를 놓치지 말라는 응원으로 최선이라는 단어가 생겼을 것이다.
오늘 최선을 다한 조사 앞에 패전을 알리는 잉어는 70cm 조금 넘는 특 대물, 아카시아마저 축하의 메시지를 뿌려준다.
이몽룡이 어사또 되어 춘향이를 품에 앉는 기쁨을 알 것 같은 날이다.
인간은 지금이라는 시간에 고도의 만족감을 성취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가끔 격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로또에 당첨된다면 당첨금을 수령하는 시간이 최고로 행복한 날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견지낚시를 한 오늘은 내가 그런 현실에 두 번을 당도한 것이다.
오전에 들어 잉어 특 대물 두 수를 낚았고 다시 방생하는 마음에서 비움도, 넉넉함도 배웠다.
정오의 수면위로 태양이 머물러 오후를 알릴쯤 김밥 한 줄과 라면의 위대함을 알아야 할 시간은 합당한 행복의 순간이다.
짧은 견지낚싯대에 어우른 작은 바늘과 가느다란 낚시 줄로 큰 대물잉어를 낚기는 힘들다했지만, 신이 나에게 부여한 시간동안은 충실해야만 했던 것이다.
오후에는 추가로 대물 잉어와 대물 누치를 몇 수 더했다.
매 순간 다가오는 지금이 담배연기처럼 사라지는 오늘이다.
넓은 세상에서 별거 없는 인생의 역사가 기록되는 지금에도 지나간 시간은 이미 흘러간 강물과 같기에 늘 새로운 기록을 각오한 내일이 있는 것이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보다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배웠는가를 생각하며, 작은 삶을 배운 행복한 조행을 끝냈다.
강 건너 오리 한 쌍이 다른 시간을 찾아 어디론가 비행을 한다.
강둑으로 걸터앉은 석양 아래 막바지 아카시아향기가 더욱 짙게 내리며 나의 속내를 더욱 충만케 하였다.
오월은 아카시아 꽃과 함께 떠날 것이고 유월이 오면 여울에서의 잉어 낚기 피크 시즌이 지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은 5월의 마지막 조건을 내세우며 주어진 순리대로 유월을 맞이할 것이다.
매년 잉어에 대한 애착을 다지려는 순간이면 유월이 온다.
시즌 지난 잉어를 뒤로하고 주 대상어 누치만을 낚기에 어딘가 모르게 아쉬웠다.
잉어가 여울을 타는 시기는 산란철 오월과 강수량이 많은 장마철 환경 변화에 새로운 터전을 찾아보려고 이동하는 중일 때,
그리고 겨울대비 영양보충을 위한 시월 초 잠깐뿐이다.
잉어 산란이 끝난 유월이 되면 흐름이 매우 약한 곳에 은익하고 귀하게 나들이 나오는 녀석이나 운 좋게 낚아내는 귀한 존재가 된다.
나는 오월 시즌에 70cm급 6수 외 대물 다수를 견지낚시로 낚아내는 풍족한 조과를 이루었기에 별나게 잉어 손맛으로 길들어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낀다.
그렇다고 한창 낚이는 누치의 감칠맛 나는 손맛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견지낚시를 하면서 세상의 많은 생각을 할 때마다 내게 여유와 만족을 주는 주 대상어 누치야말로 견지낚시의 꽃이라 말하고 싶다.
깊은 물속에서 보이지 않는 누치를 공략 할 때마다 처음 입질부터 낚일 때까지 낚시 줄을 통해 나에게 전달이 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낚고자하는 물고기의 특성을 알면 그만큼 쉽게 낚을 수 있다.
낚시를 하다보면 잘 낚이다가 지루 할 정도로 물고기의 입질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왜 입질이 없을까? 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이럴 때면 물고기가 배가 불러서 입질을 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지루한 시간이면 허공 낚시질을 하며 돌이켜 나를 낚기도 하였다.
사람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내가 채신이 없이 굴었지” / “나는 미련한가봐”/ “나는 고집이 세다” 등등 자아의 이런 판단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두고 자아를 낚는 위대한 반성이 아닐까 싶다
견지낚시를 즐기며 물고기를 낚을 때 가끔 이런 나의 단점이 상상이 되었고 이는 조사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내가 물고기를 파악하듯이 내가 누군가에게 보여 질 때 “너무”라는 부사를 붙여보보며 망중한에 빠진 적이 있었다.
“저 사람 채신머리가 너무 없어서···” / “그 사람 너무 미련하기 때문에···” / “그 친구 고집이 너무 세서···”
이처럼 강조되는 수식언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진행형인 길을 가로막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상당히 좋지 않다는 모습으로 상대에게 보여 진다면 직장에서 인정받을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면 그만이라 하겠지만, 그런 고집쟁이 같은 생각은 어울림이라는 관계를 더 힘들게 할 것이다.
낚으려고만 하는 낚시꾼이 물고기를 걸었을 때 쓸데없는 힘을 쓴다면 어딘가 터져버린다.
세상은 조화로운 자만이 인정을 받기에 최소한 “적당히”라는 부사처럼 융통성이 적당히 있어야한다.
한때 나에게 “너무”라는 부사가 따라다녔던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그렇게 보여 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선생님과의 언쟁, 80년대 초 모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근무할 때 상급 부장과의 냉전 등등 생각해보면 적당히 라는 것이 없고 완벽하기만을 고집했다.
남들보다 우월해도 사회에서 네가 최고라고 인정 해주는 이는 그로인하여 이득을 보는 경영자뿐이다.
족벌이 아니라면 수순의 단계를 거치기가 무척 힘들다는 말은 지나치게 우월한 자는 직장 내 파벌에 밀리게 되어있다.
이런 논리를 나만 몰랐을까 보다 아마 스스로는 정의로운 사람이고 싶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견지낚시를 즐기면서 아직도 “너무”라는 부사를 떼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내가 즐기는 취미에서 개인적인 느낌일지라도 우리는 즐거움도 사며 한편으로 인생철학을 사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오로지 즐기기만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 그 취미는 오래가지 못하고 다른 즐거움을 찾게 되는 것이다.
아는 지인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위해 가끔 견지를 즐기는데, 이 또한 배움이고 바람직한 삶을 배우는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말처럼 스트레스를 풀려는 단순한 생각보다는 대물을 낚는다면 그 이득은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누치는 사계절 여울낚시가 가능하기에 삶에도 많은 이점이 있지만, 잉어는 여울에서 낚는 기간이 짧다는 것이 늘 아쉬움이었다.
견지낚시는 여울에서 즐기는 낚시이기 때문에 오월 산란이 끝난 하절기 잉어는 여울에서 낚기가 쉽지 않다.
잉어 시즌이 끝났어도 계속 낚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던 어느 날 부터인지 잉어를 낚는 견지방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은 놈들이 예쁜 미끼를 무서워 할 이유가 없고, 먹어야 사는데 안 먹을 이유 없어 분명 방법은 있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도전이 무모하지 않기를 바라며 잉어의 특성과 조건을 분석 해보았다.
1.삼각주(三角洲)나 강변의 곶(串) 뒤편 깊은 만(灣)에서 미끼를 놀리는 방법(잉어가 머무는 부근 물살 약한 곳)
2.정확한 포인트 개흙자리 공략(먹이 활동하는 바닥 읽기)
2.꾸준한 자리 굳히기 (항상 먹이가 있다는 학습으로 길들이기)
3.테크닉의 중요성(유혹하는 시침 방법 지키기)
그밖에도 잉어는 겁이 많고 의심이 많기에 너무 예민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입질 거리가 누치보다 훨씬 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전에 포수질을 할 때 현장에서 선배에게 들은 말이 있는데 노루는 제 방귀소리에도 놀라 십리를 도망간다고 한다.
무식이 의구심을 품으며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날에서야 그 말뜻을 이해했다.
말인즉 인간과 자주 접하지 않는 노루 같은 야생들은 겁이 많기에 예민하다는 말이었다.
포수가 접근 할 때 인기척 소리를 내면 놀라서 뒤도 안돌아보고 튀어나가니 그 빠르기가 방아쇠 당기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뜻이었다.
포수가 근접한 목표물을 찾아 이동을 할 때는 서둘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귀를 밝히라는 조심의 뜻이기도 했을 것이다.
잉어도 조사의 헛손질이든 낚아내던 한 번 놀라면 다시 집어에 시간을 빼앗기는데 잠시 가까운 누치를 공략하며 시간을 벌어야한다.
누치는 개체수가 많아 늘 먹이경쟁에 앞장서려 하는데, 돈 찾아 경쟁하는 세상의 욕심과도 비슷하다.
인간은 돈이면 낚을 수 있고 누치는 미끼면 낚을 수 있지만 거기에는 무조건 돈과 미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대상을 낚기 위한 운용이 필요한 것이다.
미끼운용에서 정확한 포인트 안착에는 여울의 흐름을 잘 이용해야한다.
잉어는 겁이 많아 예민하고 조사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먹이활동을 하는데, 의심이 많아 수도 없이 머뭇거리다 먹이를 취한다.
후킹이 되어 놀라거나 후킹에 스쳐 아차 싶으면 뒤도 안돌아보고 안전한 지점까지 삼십육계 전법을 쓴다.
바늘에 놀란 누치는 적당히 튀다가 강심 물살을 거스르는 성격이지만, 잉어가 후킹에 놀라면 여울이 끝나는 깊은 소로만 들어가려고 생떼 같은 억지를 부린다.
이때, 힘이 막강해서 모노라인을 사용해서 인장력을 이용한 제압이 쉽지만 모노라인의 특성상 정확한 입질 판단이 어렵다.
또한 얼레(설장)의 구조도 튼튼해야 할 것이다.
예비 입질을 잘 판단해서 결정적인 타임에 후킹을 해야 한다.
우선은 위 조건에 승부를 걸어보기로 하고 간간히 누치 손맛을 보며 잉어 한 마리면 조과는 충분 할 것이다.
잉어의 특성상 하절기 수온이 내려간 이른 아침이나 태양의 열기를 받지 않는 야간이 적격이다.
시즌이 지난 잉어 낚기 1차 실험
정해진 일상에서 뜨거운 노동을 하고 퇴근을 하였다.
동행 할 후배 성상천이 약속 시간에 맞추어서 집으로 찾아왔다.
설레는 맘으로 야간 견지낚시 자리로 생각해둔 임진강 여울(수심 1m 20cm)에 고무보트를 안착 시켰다.
낮이라면 입수로 여울견지를 하는 자리지만 야간 견지낚시를 목적으로 하였기에 저체온과 체력을 염려하여 배를 띄운 것이다.
미끼를 흘리자 피라미 마자 같은 잡어가 낚이고 누치도 낚이며 준비해온 김밥과 만두로 허기를 채워가며 별을 헤아렸다.
고도의 시침질로 미끼를 안내하는 1호 봉돌은 여울바닥을 더듬어 목표물을 찾아 헤매고 설레는 잉어 입질의 순간을 기다린다.
지루함에 젖어들면 간간이 이어지는 입담으로 시간을 즐기는데, 물고기를 낚지 못하는 입으로 낚시를 한다하여 입 견지라고 한다.
경험상 밤 10시가 지나면 누치 입질이 귀하다.
그렇다면 낮에 안전했던 먹이만 취한 것을 배설한 잉어가 이슥한 밤으로 안전하다 싶어 활동할 시간은 이때쯤 이지 않을까?
세상은 시간 속으로 들어가 초침의 힘으로 돌아간다.
어떤 일이든지 정해진 시간이 있고 규율이 있는 것이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영 돌아오지 않기에 세상 사람들은 시간 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여 곳간을 채워가는 것이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입 견지를 하다보면 간간히 입질은 오는데 잡어들의 입질뿐이었다.
어둠을 타고 무던히 토해내는 수다에 1호추는 25m쯤 머물러 반복되는 어신을 받지만 아니겠지···
적당히 긴장을 풀고 있었던 시간은 밤11시 30분이다.
강 옆 산기슭에서 소쩍새 외롭다 으슥한 울음 짖을 때 볼일 보는 물줄기가 시원하게 뻗힌다.
잠시 후 봉돌을 당기는 듯 짧은 입질이 오자 손에 긴장을 한 움큼 쥐고 기다렸다.
이어지는 긴 입질의 순간을 노리다 적시에 후킹 하니 성공을 알린다.
대차게 치고 나가는 굉음이 밤하늘에 울리고 손목에 힘을 조졸하니 진동은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쾌감을 안겨주었다.
“그래” 이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려왔던 수고에 대한 응답이 아니던가,
한없이 치고나가니 얼레(설장)에서 낚시 줄이 한참을 벗겨나가고 조금 남았을 때 제동을 두 번 걸고 방향을 틀어주었다.
조사가 당황해서 제동을 일찍 걸거나 무리한 힘을 주면 낚지 못하고 거의 실패를 한다.
잉어의 힘이 최대한 빠지도록 견지대의 탄성을 이용하며 멀리 보내 주어야 하고 멀리 풀려나간 라인의 장력도 힘을 빼는데 한몫을 주어야 한다.
사람이 오십 미터 달리기 했을 때와 백 미터 달리기 하였을 때를 생각하면 낚을 수 있는 정답이 나온다.
소쩍새 놀란 울음은 밤하늘 어디론가 날아갔고 잉어가 치고나가다 멈춘 지점은 조사로부터 약 육십여 미터지점이다.
밤이라 보이지 않지만 얼레에 남은 라인으로 거리 판단이 선다.
설장에 남을 줄은 십여 미터 정도고 이제부터 너와 나는 최선을 다하는 시간 싸움이다.
헤드랜턴을 켜고 어느 정도 감아 들이면 다시 치고 나가는 반복으로 힘겨루기는 끝이 안 보인다.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시간은 흐르고 잉어도 조사도 끈질긴 노력에 지쳐가는 전투다.
견지낚시에서 50cm이상을 멍(대물)이라 부르고 60cm이상을 대멍, 70cm이상을 특멍이라고 불려진다.
80cm이상 낚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여겼기에 아직까지 뚜렷이 불리는 명칭이 없었다.
그런 대물을 낚을 수 있다는 것은 오래전 누군가로 인해 낚아왔지만, 옛날, 그에 대한 증명을 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요즘엔 그나마 디지털 카메라 촬영과 핸드폰 촬영, 혹은 동행자로 인해 인터넷으로 증명이 되고 있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실전기술과 여울의 조건만 맞으면 얼마든지 낚을 수 있다.
잉어의 힘을 제압하기도 자유롭지 못한 배에서 랜딩은 상당히 어렵다.
그렇다고 배를 끌고 간다는 것은 프로가 하는 견지낚시 행위가 아니라 판단하고 절대 삼가고 싶다.
잉어를 걸어 조사의 힘으로만 제압한다면 연약한 낚싯대도 줄도 바늘도 또는 물고기 입도 그 힘에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경우가 99%다.
노련하게 축적된 실전기술로 잉어가 힘을 쓰면 조사는 랜딩을 멈추고 적당한 힘 조절로 풀어주어야 한다.
잉어의 힘을 이용해 랜딩의 타임과 속도를 잘 맞추어 주면 잉어와 조사간의 거리는 서서히 가까워진다.
랜딩 과정에서 물고기의 힘과 채비의 정도에 따라 조사의 판단으로 힘을 조종하며 리듬을 타야 하는 것이 필수다.
어쩌다 잉어가 힘쓰기를 멈추고 라인을 감을 수 있는 여유를 주거나 가려던 방향을 바꿔 역행한다면 최대한 빨리 감아 들여야 한다.
이는 잉어가 소진한 힘을 축적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하고 싶다.
감아드리다 보면 또 치고나가고 이런 행위는 누군가 승복할 때까지 반복된다.
조사와 대물사이 힘 겨루는 전투가 치열한 경우에 물고기 크기에 비례하여 조사가 먼저 지쳐서 포기하듯 정성을 다하지 못하면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급한 성격의 소유자나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고 포기가 빠른 조사라면 실전 랜딩과정에 전패를 당한다.
이를 극복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낚시를 하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건 개인의 판단이다.
이는 자아를 터득하는 것이고 세상살이에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다년간 견지낚시 실전을 강의하며 격은 바에 의하면 누치 낚기는 기본 기술에도 낚이지만 대물 잉어는 엄청난 힘으로 인해 낚기까지는
실전경험 2년 이상의 조력이 되어야 가능하다.
온 정성을 다한 힘겨루기, 라인을 뺏고 빼앗기는 사십분이 지나서 낚아낸 잉어는 한손으로 들기 힘든 초특급 대물이었다.
(필자는 여기서 영물이라 칭하는 80cm이상 초 대물을 귀할 귀(貴)자나 귀신 귀(鬼)자를 붙여 귀멍이라 명명한다.(판단은 여러분의 몫)
뜰채를 부러트릴 것만 같은 귀멍을 들어 올리자 강가 풀숲에선 적막이 흐르고 등줄기에선 흘러내린 땀에 오싹한 한기가 서린다.
이 밤을 낚기까지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기에 무엇인가 조금은 터득했다는 승리감이 가슴 깊숙이 벅차올랐다.
견지낚시에서 인생을 배운다함은 조사마다 느끼는 철학의 정도가 다르지만 배움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대물을 낚기까지 도전과 인내 그리고 여유를 배웠다는 것에 낚여준 잉어에게 감사했으며, 다시 방생하는 목적을 배웠다.
한편으로 즐기며 나를 알기위한 과정에서 물고기를 괴롭힌다는 최소한의 인정도 있어야 하는 것이 취미로 낚시를 택한 조사들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꼭 약으로 쓴다거나 식용으로 쓰겠다면 쓰일 만큼만 가져가고 나머지 방생은 낚시인의 미덕이다.
필자가 수십 년 견지낚시를 하면서 낚은 대물 숫자는 모르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큰 수조차량에 그이상은 담아야 할 것이다.
그중에는 초보시절에 아가미를 움켜쥐어 죽은 녀석도 있고, 바늘이 내장가까이에 걸려 바늘 빼주는 과정의 실수로 죽인 녀석도 있다.
그리고 회를 좋아하다보니 과거에 일부러 요리해먹은 녀석도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낚은 대물의 양에 비하면 방생 99.8%는 된다.
그럼 무엇 때문에 견지낚시를 계속하느냐고 혹간 묻는 사람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다고 하는 우리의 전통 견지낚싯대의 매력에 반해서고 그 과정에 나를 알고자 스스로에게 선전포고를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대낚시, 루어낚시, 릴낚시도 해봤지만, 본질은 때를 기다린다는 뜻을 지닌 강태공이니 자연 속에서 나를 터득한다는 철학이 견지낚시에 많이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핸드폰에서 새벽 1시를 알려온다. 밤낚시를 끝내고 임진강 깊숙이 내려앉은 세상의 밤을 바라보았다.
시즌이 지난 잉어 낚기 2차 실험
임진강 귀멍을 낚은 이후 손맛을 본지 보름이 지나고 장마가 시작되었다.
잉어를 쉽게 접하던 견지 시즌이 지나고 하절기 잉어 낚기 1차 실험에 동참했던 동두천 후배가 견지낚시 가자고 한다.
하절기 잉어 낚기 1차전 실험을 성공하고 2차전 실험을 하고 싶었던 차에 반갑게 승낙을 했다.
임진강으로 결정했지만 날씨가 여의치 않아 한탄강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대물 잉어를 대상으로 하였기에 지난주에 탐색하였던 적합한 한탄강 여울로 결정을 하고 출발했다.
한탄강 유격장 여울은 타 부류 낚시인들에게는 상당히 알려져 늘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다.
수심이 1m약간 넘고 물 흐름이 약한 곳에서 포인트 선정을 마친 시작이 좋았다.
밑밥을 투여하고 1시간쯤 지나서 후배가 누치를 간간히 낚다가 잉어를 걸었다.
견지낚시에 입문 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실전 강의를 받고 잉어 대물 낚기에 한 번의 성공을 맛본 조사다.
10여분 씨름하다 터트리고 아쉬움을 말하지만, 아직 잉어의 힘과 조사의 힘을 조절하는 리듬에 익숙하지 못한 이유다.
견지 고수라도 잉어 낚기를 만만하게 보는 것은 허울 좋은 기백이지 자신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느덧 입 견지로 1시간이 흐르고 20여m지점을 더듬던 봉돌에서 바라던 특유의 입질이 들어온다.
급하지 말자, 기다리자 하며 담배를 꺼내 무는 여유를 보이자 본 입질이 들어온다.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획된 스냅 후킹을 하니 치고 나가고 대번에 50여m 치고나가는 저력이 대단한 놈임을 직감해본다.
밑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겨우 방향이 틀어지고, 이제부터 그대에게 시간 싸움을 포고하였다.
잉어를 낚는데 시간을 너무 짧게 잡거나 너무 길게 집아 여유를 주는 것도 금물이다.
빠른 시간에 낚으려하면 잉어의 힘이 넘쳐나 바늘털이에 걸리기 쉽고 시간을 길게 잡으면 견지채비가 수명을 다해서 터트리기에 알맞다.
얼마나 큰 대물인지 알고 시간을 맞추는 것도 아니다.
걸려든 잉어의 힘을 잘만 활용하면 대물에 크기에 걸맞게 시간은 자동으로 조종이 되니 순간순간 대처하는 리듬을 타야 한다.
2차 실험에 잉어가 걸려들어 회심의 미소를 담고 과거에 근거 없는 개인 기록을 깰만한 놈임을 바래본다.
조사가 지쳐갈 무렵 잉어는 15m 전방에 버티며 바늘털이 기회를 엿본다.
힘의 균형을 맞추며 랜딩 하는 조사는 돌아 튀는 순간을 대비 하여야할 것이다.
대물이 힘을 쓰면 바로 라인을 무작정 풀어주기보다는 제동력을 약간 줄여주기만 하면 된다.
예상했던 강한 힘이 들어오자 조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랜딩을 멈추고 견지낚싯대 각도를 살짝 줄였다.
적당히 제동 걸은 상태로 치고나가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 잉어의 힘을 빼는 지름길이다.
10m쯤 튀다가 멈추니 잉어도 지친 기색이 역역하였다.
낚는 과정의 정해진 공식을 몇 번 되풀이 하다 이내 잉어는 항복을 하고 말았다.
견지낚싯대로 비교 해보니 낚싯대 보다 원만큼 길었지만 근거 없는 옛 기록에서 대충 5cm 처지는 놈이다.
참으로 아까울 정도로 아쉬웠지만 이내 욕심이 과했나 생각하며 정확한 계측을 포기하고 기념 촬영 후 강으로 돌려보냈다.
이정도면 2차 실험도 성공한 것이니 견지낚시를 하면서 비기를 습득해나가는 과정은 많은 경험으로, 노력으로, 끈기로, 실험으로 완성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온라인상으로 실전기술을 배웠거나 강의를 받았거나 하는 것은 실전기술의 응용이다.
필자는 그 옛날 미약한 경험으로 당일 대물을 많이 낚으면 최 고수인양 의기양양했던 적이 있다.
이를 반성 하고 비로써 견지낚시의 위대함을 깨달게 되었고 그때부터 더욱 실전견지를 연구했다.
길들여 놓은 특정 여울에서 대물을 낚는다고 견지낚시 고수라 칭하면 고수 아닌 조사가 없을 것이다.
흔히들 물고기가 낚이지 않으면 무엇인가 원인을 찾아 결론을 내리고 자기도 못 낚으면서 다른 조사에게 알려준다.
원인을 찾았으면 분명 낚아야 되는데 낚지를 못하면 고수라는 체면이 구겨지는 것이다.
본인이 고수라 해도 정확한 기법이 아니면 말하기를 조심해야 할 것이다.
강에는 물고기가 살고, 기다림이라는 강태공의 깊은 의미가 흐르고 있음을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물고기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낚지 못한 것으로 생각해야 옳을 것으로 사료(思料)된다.
한탄강에서 단순히 귀멍을 낚았다는 것보다 연구한 것에 대한 성공이 나에게는 보람이다.
나는 견지낚시를 아직도 배우는 것이고 영원히 놓지 않을 것이다.
잉어 시즌이 지나고 정해진 틀을 조금 변경시키는 연구로 잉어 낚기를 계속 할 수 있다는 무한한 기대감은 도전이고 기다림이고 승리의 일부이다.
귀멍을 낚았다 함은 나를 알기위한 도전과 기다림으로 노력한 대가가 아닐까 생각하며 한탄강 깊숙이 내려앉은 세상의 침묵을 보았다.
언젠가 세월의 강 속으로 작은 별 하나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사진을 사진을 본다.
20101010 -지석-
첫댓글 연거푸 읽어봤습니다... 가슴에 담고 새겨 갑니다. 감사합니다^^ -강나루-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문 수정 들어갈 글입니다.
까망고기/김창규 10.10.19. 10:02 선배님 건강하시져? 글을 읽고 나니까.. 이전에 선배님이 책을 한번 내시고 싶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마 조만간 이러한 글들이 모아져.. 책으로 나오지 않을까.. 살포시 기대를 해봅니다.. 그때가 오면... 아무개 이름석자 꼭 넣어주세요..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조만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쁘다 보니 이제사 글 정리 들어갑니다.
로빈/김광철 10.10.19. 08:45 그야말로 진귀한 경험을 바탕으로한 아주좋은 글을 쓰셨군요 사진도 그것을 증명하고 있구요 완전 대물 시리즈 입니다. 귀멍 아주 뜻을 보면 적당한 작명이라 생각됩니다. 정말 아무도 표현 못하는 기법과 조행 또 기대하겠습니다.
로빈님 귀멍에 동조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 정리중에 있습니다.
파주지니 10.10.19. 00:25 견지낚시를 하시며 지난 세월을 회고해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항상 연구하며 도전하는 견지낚시를 하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행복한 순간을 새긴 사진들 잘 보고 갑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중입니다.
맘속에 새기고 갑니다.
정말가슴에와닿고제가어렸을때낚시생각또지금의생각을확바꿨놓는글이었습니다^^낚시란그냥고기를잡는게아니구나존경스럽고기회되면꼭한번찾아뵙구싶습니다까페가입한지얼마안됐지만낚시보다더소중한것을배우는것같아기분이좋아지네요앞으로시간나는데로까페활동많이하고모임도있으면참석하도록노력하겠습니당!!
인생철학이 녹아있는 고귀한 글 넘 감사히 읽었습니다 낚시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할지 되새기는 좋은 교훈이 녹아있는 감사한 글이었습니다 꾸벅^^
대하소설을 읽은듯 합니다 주거니 받거니 기다림의 미학 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