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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신화'를 주인공으로 한 팬픽션이 원작입니다.
[원 제] 청춘을 불사르다
[연재기간] 2002/02/20 - 2003/02/14
[원 작 자 ] 베르사유 (hohoya830@hanmail.net)
[연재공간] 카페 블루하와이 http://cafe.daum.net/bluehawaii
※ 원작자의 허락없는 불펌, 내용수정, 캐릭터 변경 등을 일체 금합니다.
145. 형제
"야, 시체!"
눈이 어질어질한 게, 볼록볼록 튀어나오는 계단 난간을 집고
겨우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선호를 향해 민우가 시비를 걸 듯 그런다.
"아쭈? 뭘 노려봐."
"동생한테 시체가 뭐야."
"네 몰골을 한 번 봐라. 네가 지금 사람형상인가."
신발장 앞에 걸린 긴 거울로 우악스럽게 제 얼굴을 잡아 돌리는
민우의 손에 선호는 가만히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본다.
.....
저게 정말 내 얼굴일까 싶은,
지치고, 야위고, 핼쑥하다 못해 볼품없기까지 한,
파리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쓱쓱 훑어 내린다.
"나 많이 흉해?"
"몰라서 묻냐?”
선호는 가만히 거울 속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본다.
따끔거리는 목 너머로 마른침을 한 번 삼킨다.
이렇게 거울속의 얼굴을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어봤자..
머릿속에 딱히 떠오르는 생각도, 말도, 사람도.. 사람도.. 사람도..
...그만 생각하자. 더는 아프고 싶지 않아.
"형, 오늘이 몇 일이야?"
“호오~ 날짜를 다 묻네. 이제 살아났나보다. 이선호?"
저게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인지, 뭔가 심사가 뒤틀린 건지
무뚝뚝한 말투로 계속 빈정거리는 민우의 말에도
선호는 딱히 서운한 감정도, 섭섭함도 들지 않았다.
걱정되서 그런다는 걸 안다.
그 덜렁대고 무심한 성격에 밤마다 물수건 갈아주고
끼니때마다 죽 만들어서 먹여주던 사람이기도 하니까.
이제 미안해서라도..
형한테.. 준희한테.. 미안해서라도.. 나 이제.. 몸 좀 추슬러야겠어.
이제 그만 원래의 나로 돌아가야겠어.
선호는 시원스럽지도 못한 기지개를 억지로 펴 보이며 민우를 향해 배시시 웃어보였다.
오히려 민우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아니 그렇게 보이려 노력하는 선호의 모습에 쓴웃음을 짓는다.
"참! 형 수능을 잘 봤어?"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던 분위기를 깨는 선호의 물음에 민우는 선호를 빤히 바라보며 눈을 몇 번 깜빡이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허- 하고 허탈한 웃음을 뱉는다.
"야. 차라리 김일성 아직 살아있냐고 물어봐라.
뒷북도 정도껏 쳐야지. 이게 완전 조선시대 얘기를 하고 있어.
네 생각에 내가 수능을 잘 봤을 거 같냐?"
"...아니."
선호가 고개를 도리질 치며 다소 진지하게 대답했다.
"빈말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잔인한 놈."
"근데 형 어디... 가?"
아까부터 연신 머리를 만지며 옷매무새도 몇 번씩 다듬고 거울 속에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나오는 각도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혼자 도취된 그 표정에 차마 더 견딜 수가 없어 선호가 묻는다.
"아 진짜! 이 자식은 아무리 혼자 타임머신 타고 정지모드로 살았대도 그렇지.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줄 모른단 말이냐?"
하고 척하니 선호의 코앞으로 웬 전단지 하나를 내민다.
눈앞에 멈춘 전단지를 가만히 보던 선호가..
"안녕하십니까. 유치원 재롱잔치에 학부모님 여러분을 초대합ㄴ...오늘 우리 준희 재롱잔치 해?!"
"고럼! 우리 준희가.. 이거 때문에!! 연습을 과다하게 하다 아침에 코피를 다 쏟았어!!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 이 큰형을 닮아서 무대체질이라니까는. 하여튼...어??? 야. 너 어디가!!"
혼자 광분해서 막내자랑을 가장한 제 자랑을 펼쳐대던 민우가
급히 욕실로 뛰어가는 선호를 향해 묻는다.
"빨리 씻고 준비해야 할 거 아냐. 나도 가야지."
"뭐어?! 가긴 어딜 가!! 됐어!! 넌 집에 있어!!!"
순간 버럭 소리를 지르며 선호를 2층으로 다시 올려 보내려 하자,
선호가 왜 그러냐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무슨 소리야.. 내 동생 재롱잔치인데 가야지. 왜 못 가게 하는 건데?"
"너 이 몸을 해서 어디를 가겠다는 거야!! 몸도 안 좋은데 찬바람 쐤다가 피 토하고 폐렴에
결핵을 세트로 걸리고 싶어서 그래?? 안 돼!! 글쎄. 장남 말 들어!! 집에 있어!!
정 보고 싶으면 큰 형이 비디오로 찍어다 줄 테니까 그거 봐. 안 돼!!
이제 겨우 몸 추슬렀는데 절대안정이야 이선호!!"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끝내 선호를 다시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까지도 덮어주고는 절대안정이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선호의 방을 나갔다.
"나 진짜 괜찮은데.."
선호가 침대에 다시 누워 못내 아쉬운 듯 혼잣말을 한다.
그렇게 많이 연습했다는 준희의 귀여운 재롱잔치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지만,
자신의 몸을 걱정해 기어코 못 보게 하는 민우의 마음에 조금의 감동을 느끼며..
선호는 서운하고 야속한 마음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캠코더를 빌린다는 명분을 가장해 혜성이와 단.둘.이 유치원으로 향하는
민우의 시커먼 야심을 선호는 끝내 알지 못했다.
147. 형제 ll
“하? 웬 나비넥타이? 재롱잔치는 네가 하냐.”
모처럼 잔뜩 멋을 부리고 나온 민우를 위 아래로 훑어 내리며
혜성이 어이없다는 듯 그러자, 목에 맨 보타이를 다시 매만지며 민우가 능글맞게 그런다.
“속으론 겁나 멋있어서 심장이 벌렁벌렁 한 거 다 안다.”
“...저건 진짜 약도 없나.”
그렇게 여느 알콩달콩(?)한 연인들처럼 그들만의 다정한(?) 인사를 나눈다.
“캠코더 가져오긴 했는데 안 쓴지가 오래 되서 잘 될지 모르겠다.”
“역시 부자 애인이 좋긴 좋구만.”
“하하! 캠코더 있음 부자야? 실없기는. 안 늦었지.”
“네! 지금 출발하시며 됩니다. 사모님.”
그러면서 척-하니 자전거를 끌고와 뒤쪽을 탕탕 두드린다.
보타이까지 하고 잘 차려입은 옷차림에 자전거에 올라 앉아서는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그 모습에 뭐가 좋은지 혜성은 혼자 피식 웃고는 또 못 이기는 척 뒤에 올라 앉는다.
그렇게 재롱잔치를 향해 학부모(?)가 길을 나섰다.
- * -
“어? 우리 준희!! 어딨지?? 어딨는 거야?? 우리 막둥이!”
“으휴! 바보야, 호들갑 좀 떨지 말고 앞을 찬찬히 봐! 저기!! 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이미 유치원 안은 저마다 자신의 아이들을 보러온 부모들로 발 디딜 틈조차도 없었고
‘누구야!’ ‘누구야!’ 하고 자신의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으려는 부모들의 목소리에 정신이 다 빠질 정도로 어수선했다.
까만 위아래 타이즈에 분홍색의 우산처럼 퍼진 레이스 치마를 걸친 여자아이들이 한바탕
리듬박자 다 무시하는 ‘백조의 호수’ 발레공연이 끝나고
갑자기 무대 위로 경쾌한 ‘Bad Case Of Loving You’ 가 흘러나왔다.
유치원 치고는 꽤나 빵빵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경쾌한 팝송과 함께
양 사이드에서 고만고만한 꼬마 녀석들이 걸어 나왔다.
7-80년대 영화에서나 볼 법한 하얗고 검은 얼룩무늬가 그려진 교련복을
앙증맞게 차려입고 훌쩍 짧게 올라간 바지 밑으로 하나같이 빨간 양말을 신고 나와
보고 있던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머리위에는 제 머리보다 더 커서 훌렁훌렁 흘러내리는 옛날 학생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쓰고
껌을 씹는 시늉을 하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꼬마들이
어슬렁어슬렁 음악에 맞춰 걷는 시늉을 한다,
그 모습에 박장대소를 하다 황급히 준희를 찾아 찾아 캠코더 화면을 이리저리 정신없이 돌리고 있던 그 때,
혜성의 손가락 끝이 멈춘 곳에 우리 막내가 연신 뭐가 그리 신나는지 활짝 웃으며 춤을 추고 있는 게 보였다.
‘아유~ 귀여운 놈! 잘 찍어가서 선호한테 꼭 보여줘야지!’
다는 못해도 계속 반복되는 노래가사의 후렴부분을 립싱크까지 하며
열창한다는 듯 입을 크게 벌리며 앙증맞게 표정까지 찡그리는
준희의 연기에 민우는 감탄한 나머지 현기증까지 느끼고 있었다.
“야, 신혜성. 저것 좀 봐~ 우리 준희 열라 연기에 혼이 실려있지 않냐? 응? 겁나 천부적인 거 같아!!!”
“그래, 제 형보다 낫구나.”
“뭐야!!!”
민우는 연신 캠코더 화면을 준희에게 고정한 채 클로즈 업을 했다 다시 화면을
돌렸다 난리 부르스를 추며 마치 방송사 음악방송의 카메라 맨 마냥 온갖
현란한 카메라 기술을 펼쳐 보이며 어떻게 하면 준희가 더 잘 나올까 궁리하느라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갑자기 제자리에서 휙하니 한 바퀴를 돈 꼬마들이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관객석으로
던져 날리더니 그 콩글리쉬 개사로 유명한 닥털~ 닥털~ 부분이 나오자,
아이들이 제각기 뒷주머니에서 빨간 도끼 빗을 꺼내
연신 다리 한 쪽을 떨며 머리를 빗어 넘기는 시늉을 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또 한 번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저마다 꺼내든 캠코더로 자신의 아이들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혜성!!! 방금 봤어? 봤어?? 내 동생이 다리 제일 잘 떨지 엉? 엉?
우리 준희 다리가 저 중에서 제일 길지 어? 어? 와하하하! 역시 유전자의 힘이란..”
“그러니까. 선호를 참 많이 닮았어.”
“아, 진짜!”
그렇게 빨간 도끼 빗으로 머리 빗어 넘기는 시늉을 하다 갑자기 음악이 고조되나 싶더니
아이들이 일제히 두 다리를 가지런히 벌리곤,
클라이막스를 유치원생들의 전유물인 '개다리춤' 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며
제 3막은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아내며 막을 내렸다.
“어우, 현기증이야. 정말 열정적인 무대였어. 그치?”
“추는 애보다 찍는 니가 더 열정적인 무대였어. 참나. 팔불출아.”
그렇게 어이없다는 듯 혜성이 웃고 민우는 겸언쩍은 듯 뒷머리를 긁는다.
그러다 또 금세 무대 밖으로 걸어 나가는 준희의 뒷모습 하나라도 놓칠 새라
얼른 캠코더를 켜고 준희의 뒷모습을 열심히 쫒는다.
그 때 무대 밖으로 걸어가던 준희가 갑자기 걸음을 멈춰서는 관객석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린다.
연신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뭔가를 찾는가 싶더니
힘차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민우를 발견하곤 배시시 웃어 보인다
.
그리곤 아무 말 없이 민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민우도 캠코더 화면을 통해서가 아닌,
눈앞에 준희를 편안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마주본다.
한참을 두 형제가 말없이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
준희가 환하게 웃으며 찡긋 윙크를 해 보인다.
그 모습에 답례라도 하듯 민우도 찡긋 윙크를 해주고 준희는 무대 뒤로 쪼르르 달려 들어갔다.
그 형제의 말 한마디도 오가지 않았지만 무수히 많은 대화가 담긴 행동을
혜성은 곁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말없이 지켜본다.
“미처 몰랐네.”
“뭐가.”
“이민우가 막내를 이렇게 사랑하는지.”
그 말에 민우는 대답 없이 작게 미소 짓는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니까.”
신혜성, 방금 준희가 왜 내게 웃어줬는지 알아?
방금 준희가 왜 내게 윙크 했는지 아니?
날 위로하는 거야. 날 다독여주는 거야..
이곳은 전부 어느 아이의 엄마와 아빠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중 준희의 엄마와 아빠는 없잖아.
다시 오지 못할 이 행복한 순간에,
다른 아이들은 당연한 듯 함께하고 있는 엄마 아빠가 우리 준희는 없잖아.
난 그게 너무나 속상하고 가슴 아픈데 준희는 지금 그런 날 위로한 거야..
그런 저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
“야. 신혜성.”
“어.”
“혜성아.”
“왜 이래. 느끼하게.”
여전히 한 손은 캠코더를 쥔 채 나머지 한 손으로 살짝 혜성이의 손을 쥔
민우가 갑자기 조금은 젖은 듯한 목소리로 작게 혜성을 불러본다.
“만약에... 우리가 지금처럼.. 언제나 이렇게 지낸다면..
서로 힘들 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고, 싸우기도 하겠지만....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만.. 그렇게 돌아서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가 함께 살게 되는 날이 온다면 말이야.”
‘함께 산다’ 란 말에 혜성은 저도 모르게 긴장 된 얼굴을 한다.
그래, 어렴풋 혹은 조심스럽게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 적도 있었지.
그렇게 뭔가 부끄러운 단어를 들은 듯 살짝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운지 혜성이 시선을 돌린다.
혜성의 손을 쥔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간 민우가
여전히 진지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나... 우리 막내 데려가도 되니?”
우리 준희 데려가서 살아도 될까.
지금처럼 이렇게.. 혹여 엄마인 그녀에게도,,, 선호에게도...
내 사랑스러운 아이가 짐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게... 지금처럼 함께 해도 될까.
“애를... 둘이나 키울 자신은 없는데.”
“뭐야!”
“아, 정정. 하나겠구나. 그 때 준희도 어느 정도 컸을 테니.”
“너 너 왜 그렇게 무시하냐, 진짜! 내가 어딜봐서 애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우! 말을 말아야지. 내가 분위기를 한 번 못 잡아요 진짜!!!”
하, 바보같으니.
나는... 이민우와 이준희가 있는 그 행복한 공간에 함께 할 사람이
부디 네 말처럼 그 시간, 그 곳에서 함께 할 사람이 나 이기를.
너 몰래 기도 하고 있어.
십 년 후가 되던 이십년 후가 되던
네가,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한결 같기를 나는 가끔,
실은 자주 기도한단다. 이 멍청아.
148. 강적을 만나다.
“덕구야- 덕구야-! 우리 빙어 잡으러 가ㅈ...”
“꺄아아악-!!!”
“허어억!!!”
“누구세요!!!”
한동안 경직된 정적이 흐르다 이쪽에서, 그리고 상대방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말.
동완은 눈을 껌뻑껌뻑 거리며 - 누구세요 소리가 절로 나올만한
덕구의 방 안 풍경에 가만히 머리를 굴려본다.
언제나처럼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딱지를 접고 있을 덕구 대신,
덕구의 방에 웬 여자가 웃옷 셔츠를 푸르고 있는 건가.
그것도 처음 보는... 어딘가 모르게 덕구랑 좀 닮은 것 같기도 한 누군가가.
“어? 여기는 덕구 방인데... 누..누구세요?”
“여기는 우리 집인데 그 쪽이야 말로 누구신데요?”
그렇게 어딘가 까칠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아주아주 경계어린 시선으로 동완을 위아래로 훑으며 묻는다.
“그 쪽 집이라니요! 여긴 덕구넨데.”
“그러니까 저희 집이죠.”
이 여자가 대체 뭐라는 거야..
어딜 가나 깡시골에는 미친 여자가 하나씩 있다더니.
“형 거서 뭐하시는데예?”
“어?! 덕구야. 너 마침 잘 왔다! 있잖아. 웬 아가씨가 네 방에ㅅ...”
“어??? 누그야!!! 언제 왔노!”
누그..? 누나..?! 덕구 누님?!
그렇게 덕구가 한달음에 달려가 눈 앞의 여자에게 폭 안긴다.
그러자 여자는 반가워서 어쩔줄을 모르는 덕구의 파리한 머리를 쓰다듬다,
그리곤 이내 찬바람이 쌩쌩부는 서늘한 얼굴로, 나를 턱끝으로 휙 가리키며 그런다.
“뭐니?”
누구니?도 아니고 뭐니?!
“하숙 쳤다. 누그가 이렇게 일찍 내려올지 몰랐다.”
“아, 우리 엄마 진짜 집에 ‘아.무.나’ 들이지 말라니까는.”
그러면서 힘 꽉꽉 주어.
아.무.나를 강조하는 까칠한 대학생 누님.
어째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제야 덕구가 가끔 말했던 -이 시골마을에서 유일무이한-
서울 명문대에 다닌다는 대학생 누나가 생각났다.
똑부러진 성격으로 아버지를 대신해 이 집의 거스를 수 없는 실세라는 말도 생각이 났다.
나는 또 기득권에 알아서 설설 기는 생존본능을 발휘하며,
“아..안녕하세요. 저는 이 집에 민박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초,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꾸벅 90도로 허릴 굽혀 인사를 하자
눈앞에 그녀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까닥 거려 보인다.
오만하고 도도한 녀성이다.
웬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금 제.방. 쓰.고 계신다는 손님이 그 쪽이시죠?”
“예? 아..예,예.”
제 방이라는 부분에서 힘 빡 주고 얘기하는 누님의 살벌한 기에
표정관리가 안 되고, 등 뒤로 땀줄기가 후르륵 흐른다.
누님. 그렇게 누님방이라고 강조 안 하셔도 저도 다 압니다만,
그러고 보니 슬슬 겨울방학시즌이 다가오고 있었나보다.
어느새 고기 잡고 바다보고 해보고 바람같이 놀고먹으며 신선놀음하다 세월 가는 줄도 몰랐나보다.
아.. 일났네.
방주인이 돌아왔으니.. 이제 객식구인 나는 어쩐담?
나 갈 데도 없는데.
그리고 그 날 늦은 밤.
나는 -덕구 누나의 취향으로 보이는- 꽃 리본 달린 분홍색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전등불빛을 바라보며,
거실에서 작게 나누던 모녀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고야 말았다.
“엄마. 집에 저런 소도둑놈 같은 놈을 덥석 들이면 어떡해?!”
소..소도둑놈이라니요, 누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뭐가 소도둑놈 같노. 듬직하니 딱 사위감이고만.”
“미쳤수? 사위감은 무슨 저런 날강도 같은 놈을 어따가 갖다 붙여?!”
뭐 나..날강도!!!! 아니, 저 누님 진짜 안 되겠네. 확 뛰쳐 나가, 이거?
“당장 난 어디서 지내? 이럴 거면 좀 있다가 내려오라고 하던가. 아님 나 오기 전에 내보내던가.”
“뭘 그리 야단스럽게 그라노. 니는 내랑 자믄 되재.”
“그럼 아부지는??”
“덕구아부지야 덕구랑 자믄 되는거고.”
새침한 인상 만큼이나 까칠하고, 불만 참 많으신 누님이 이러쿵저러쿵 싫은 소리를 해와도
어머니는 그저 심드렁하게 못 들으신 척 TV에 나오는 웬 코미디언의 구수한 입담에 깔깔깔 웃어 넘어가신다.
“니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나?”
“나야 뭐, 엄마,아빠 고생 하는 거 뻔히 아는데 장학금도 못 타면 양심 없는 년이지.
공부야 적당히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 엄마.”
“그런 소리 마라. 닌 절대 돈 걱정 같은 거 하지마라, 엄마,아빠가 다 알아서 한다.”
그렇게 정색을 하시는 어머니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우리 엄마 생각이 난다.
누구네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 자식공부 시키느라, 허리가 휘도록 일하시는데..
누구네 어머니는 하나 있는 아들이 가출을 하던 출가를 하던 이자놀이나 하기 계시니 웬..
난 저런 사랑 한 번 받아 볼 수 없나. 세상이 참.. 불공평 하구나.
그런데 그 때,
“엄마, 근데...”
그러면서 어째 누님 목소리가 작아진다.
나를 의식하는 거 같다.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러실까..
“덕구 말론 저 사람 돈 떼어먹고 도망왔다고 했다던데...
덕구가 보기엔 사람 헤치고 여기로 숨은 거 같대.”
덕구야. 도대체 몇 번을 말해줘야 믿는 거냐. 나 그런 사람 아니라니깐.
내가 비록 머리를 빡빡 깍은데다가
눈썹 찡그리면 인상이 좀 아주 쪼오오금 더러워서 그렇지,
형님, 선량한 시민이라고 몇 번을 말 했어!
“근데 내가 보기에는 그 정도가 아닌 거 같아.”
“아니면?”
누님..제발...
“저 사람.....사..람 죽이고 도망 온 거 아닐까. 살인자!”
아니..이 남매가 진짜..
쌍으로 왜 선량한 나를 범죄자로 몰고 가는 거야!!
안 그래도 돈도 다 떨여지고, -어머니는 괜찮다 하시지만-
가시방석 같은 더부살이를 양심 없게 무전취식하며 살고 있는데!!!
도대체!!! 왜그래!! 왜!!! 내 인상이 그렇게 더러워???
하고 누님의 커튼과 세트로 보이는 이불을 물어뜯으며
무언의 절규를 내뿜고 있을 때였다.
“니 그런 소리 마라! 자가 생긴 건 저래도 듬직한 기 일도 억시로 잘한다.”
그럼요. 역시 어머니뿐입니다.
힘이라면 저만한 놈 어디서 구하시기 힘들죠. 암뇨.
오죽하면 제 별명이 김머슴이겠습니까. 어머니..
이제껏 아저씨 배 타면서 그 많은 그물망 던지고 거둔 게 다 이 헬스팔뚝에서 나온걸요.
어머닌 아시죠?
그러니 제발...저 내쫒으시면 안돼요.
전 아직... 아직... 몸이야 갈 곳이 있다지만...
마음은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아직은..
그렇게 사뭇 나름내로 진지모드로 돌아서려는 찰나..
“니 근데 와 아까부터 자꾸 니보더 어린 아한테 깎듯이 말을 높이는데.”
“응? 나보다 어리다니? 누가?”
“니 방에 묵고 있는 아 말이다. 가가 올해 고등핵교 졸업한다 하든데..
열아홉밖에 안 묵은 아한테 와 니답지 않게 경우를 차리고.”
“에에에!? 설마~ 엄마 농담하는 거지? 스물아홉을 열아홉으로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아..아니, 이제 하다하다!!!
스..스물아홉이라니..스물아홉...스물아홉이라니!!!
“내가 와 그런 걸로 거짓말 하겠노? 진짜다.”
“에이, 말도 안 돼. 순진해서는 진짜.. 엄마는 그 말을 믿우?
액면가라는 게 있잖아, 저 얼굴이 어떻게 열아홉이야? 세월을 혼자 정통으로 맞았나?
거봐, 하나부터 열까지 구린내가 안 나는게 없어. 낼 봐서 읍내 파출소에 신고....”
[쾅-!]
“뭐가 어쩌고 저째요?!”
나는 더 참지 못 하고, 이부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자고 있는 사람이라는, 아무것도 못 들었어야 한다는 본분을 망강한 채[;]
거실로 뛰쳐나가 흥분해서는 짐승같이 숨을 씩씩거리며
작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민증을 봉구누님 눈앞까지 들이미는 불같은 성미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아무튼 간에 나는, 이 지랄 맞은 다혈질이 문제다.
149. 닮은 사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깜짝이야!!”
멍하게 정신을 놓고 있길래 눈앞으로 휙 손바닥을 휘둘렀더니
어깨를 다 움찔하며 놀라는 꼴이 우스워 혼자 키득거렸다.
어제부터 이 별 것 없는 시골집에 색다른 풍경 하나가 생겼다.
새벽같이 바다로 나가시는 덕구 부모님과,
심심하다고 나도 좀 데려가라고 그러면 -세 살 먹은 애 보는 것 같은-
한심하다는 듯 사늘한 눈동자로 한 번 쏴주고는 홀로 학교 가버리는 덕구.
이렇게 단란한 이 집 세 식구가 아침부터 집을 비우면 혼자 아침을 맞고는 했는데..
저 대청마루 끝에 긴 머리를 내리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여자.
“꽤 늦게 일어나네요.”
“늦기는요 뭘. 이제 겨우 12시인데요.”
하고 천연덕스럽게 웃어주기.
아가씨, 죄송하지만 뻔뻔한 거 하난 나 따를 사람이 없단 말씀!
“그리고 말 놓으세요. 어제 제 민증 보셨잖아요. 저 열.아.홉. 살인데..”
하고 열아홉에 악센트 팍팍 줘 봐도 이 누님은 같잖다는 듯 피식 웃고는,
“요즘 주민등록증 위조범죄가 그렇게 극성이라면서요?”
아.. 진짜..
또래 남자 대하는 거 치고는 꽤 당당하고 나못지 않은 말 빨을 자랑하는 덕구누님을
세숫물을 받다가 허릴 구부린 채로 고개만 돌려 가만히 올려다 본다.
시골 사람같지 않게 뽀얀 얼굴에 새까많게 숱 많은 속눈썹을 깜빡깜빡 거리며
날 보는데 화장기 없는 얼굴이 꼭 소녀처럼 뽀얀 게 제법 예뻤다.
“얼굴이 참... 희네요.”
...누구처럼.
“어디다가 개수작이지?”
얼굴 하얗단 소리 한 번에 개수작이란 욕을 먹는다.
그냥 나 죽었소. 하고 사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어깨에 걸쳤던 흰 수건을 휙 걸이대에 걸치고 열라 터프하게
변강쇠권법으로 얼굴로 물을 거칠게 끼얹으며 -사실은 물이 너무 차가워서-
대충 세수를 마치고 치약을 짜 얹은 칫솔을 입안에 물었다.
워낙에 시골이라 전원일기에서나 본 것처럼
마당 한 켠에 물질하는 기계가 하나 덩그라니 있고
그 앞에 세수대야랑 세수비누 그리고 고무줄에 끝이 대롱대롱 매달란 치약.
이게 이 집 욕실기능의 전부다.
“서울에서 왔니?”
“에?”
“너 서울에서 왔냐구.”
가만히 남 세수하는 꼴을 구경하고 있다가 뜬금없이 그런다.
“에에. 미뜽도 보어져짜나우웅.”[예. 민증도 보여줬잖아요.]
“생긴 건 우리 덕구보다 더 컨츄리하게 생긴 게.”
“뭐여!!!”
칫솔질하느라 속으로 웅얼거리는 발음이 내가 듣기에도 민망한 꼴이라
우악스럽게 입을 헹궈내고 소리친다.
“거 더럽게 미안합니다! 스물아홉같이 생기고 덕구보다 더 컨츄리 하게 생겨서는
서울에서 온 열아홉 살 어린애라 겁나 죽을 죄를 지었네요, 네!!”
그렇게 혼자 성이 나서 씩씩거려봤자,
“설마 안 어울리게 가출했니? 너?”
“안 어울리긴 또 뭐가 안 어울려요?”
“됐고. 심심한데 너 좀 이용해야겠다.”
“이..이용이라뇨.”
“방으로 따라 들어와!”
엄마, 이상한 여자네.
벌건 대낮에 집안엔 저랑 나랑 단 둘인데
방으로 따라 들어오라니, 그 무슨........
“아싸! 쓸! 가만 있어보자, 피박에 광박, 전판 나가리에 나 흔든 거 알죠? 우리가 상한선을 정했던가, 안 정했던가.”
“뭐야. 또야? 이거 순 꾼 아니야?”
“참나, 내가 이깟 백원짜리 화투로 시골처녀나 등쳐먹을 위인으로 보입니까?”
“어.”
“아, 진짜!!”
그렇게 심심해 죽겠던 나는,
역시나 간만에 시골 내려와 지루해 죽겠는 대학생 누님과 마주앉아
신나게 고스톱을 치며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진짜 안 어울린다.
멜로물의 비련의 여주인공이 바로 떠올려지는 하얀 얼굴에 검은 긴 머리 푸르고 야윈 몸으로 앉아,
화투장을 쫙쫙 소리 나게 자연스럽게 섞는 모습이란.
게다가 귀찮으면 “퉁!” 이라고 내뱉는 그 시크한 한 마디 조차도 신기한 사람이다.
“순식간에 내 돈 삼만원이나 가져갔어.”
“내가 삼만원이나 땄어요? 잘 됐네! 이거 좀만 더 채워서 어머니 방값으로 드려야지. 세 판만 더 칩시다.”
“뭐야?? 너 여지껏 돈도 안내고 우리 집에 있었던 거야?! 생긴 것처럼 더.럽.게 뻔뻔하구나.”
이젠 뭐 별로 놀랍지도, 충격 받지도 않는다.
“누님. 나 뭐 하나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뭔데 그러냐는 듯 이로 소시지 껍데기 뜯으며 시크하게 고개를 까딱해 보인다.
“누나는 왜 사투리 안 써요?”
“뭐, 유학생활이 기니까. 서울에서 생활한 시간이 여기에 있는 시간보다 더 길거든.
중학교 때부터 서울 생활 했으니까.”
아..
이 집안의 별인가.
이 마을의 유일한 인재 유전자인가.
그 어린 나이부터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했다니.
생각보다 사연이 많은 사람 같다.
“누님, 오늘 환영식 한 번 하죠. ...한 잔 합시다. 읍내 나가서.”
“내가 왜 너 같은 놈이랑...”
“제가 쏩니다.”
“.....옷 입고 나올게.”
봐라, 저 좀잡을 수 없는 패턴.
조심해야지. 이 여자랑 술 먹다 무슨 일 당할지 모르니까.
150. 사랑은 기억보다
“누나.. 그러니까요, 내가 그 때 얼마나 가슴이 무너졌냐면요.. 누나.. 그러니까요.”
“아, 이거 아주 맛탱이가 갔네. 한 소리 또 하고, 한 소리 또 하고...”
난 잘 몰랐다.
시골 사람들이 얼마나 술을 잘 먹는지.
난 정말 전혀 몰랐다.
농사꾼의 따님으로 태어난 큰 누님이 이리도 주당일 줄은.
어느새 나는 민박집 따님과 읍내의 허름한 주점에 마주앉아, 한 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안 어울리게 낯가리는 내가 왜 이러지?
너무 문명과 단절된 생활을 하다가 사람을 봐서 그런가?
너무 오랜만에 서울말을 들어서 그런 건가?
타국에서 길에서 스치는 한국인의 한국말만 들어도 감격을 한다는 것처럼 그래서 그런 건가? 아니면...
“누나는 참 편해요.”
“만만하다는 소리냐?”
“겸사겸사.”
“겁을 상실했구만.”
그러면서 파전에서 파만 쏙쏙 골라내놓고
젓가락으로 전을 찍찍 찍어대고 있는 꼴이 참...
“아, 사람 먹는 거 가지고 왜 그래요. 파는 왜 골라나. 파전에 파 빼면 뭐야.”
“남 먹는 취향가지고 시비 걸지 말고 적당히 드셨으면 일어나지? 이러다 막차 끊긴다.”
툭툭 실없는 소리도 잘 받아주는 듯 하지만 이건 싫다, 저건 좋다.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의사표현 똑부러지고, 정작 본인은 쓸데없는 말은 잘 안 한다.
제 얘긴 묻지 않으면 꺼내질 않고, 냉소적이고 차가운 듯 하지만,
묵묵히 지껄이는 넋두리는 제법 잘 받아준다. ...닮았다.
“누나 공부 잘 하죠?”
“어.”
“누나, 공부가 좋다기 보담도, 지는 게 분하죠? 그래서 악착같이 1등만 해왔죠?”
“돗자리 깔아라?”
“엄청 모범생이었죠? 별로 안 친한 애들한테도 엄청 친절하고,
선생님들한테는 모범의 표본이고... 손해 보는 거 끔찍이 싫어하고,
남 피해주는 건 더 싫고, 항상 계산적이고 긴장하고, 그렇게 항상 자기만족 해왔죠?”
“......”
“자존심도 무지 쎄서 다른 사람한테 절대 자기 아픈 티 같은 거 안내려고 하고,
누가 자기 좋다고 그러면, 속으로 우습고... 무시하죠?”
“......”
“다른 사람이야 아프든 말든, 상처받든 말든 자기 상처받는 것만 걱정하고 겁내죠?
그래서 다른 사람 생각은 조금도 안하죠?”
“......”
동완은 조금씩 말이 느려지며.. 천천히 탁자위에 엎드려 두 눈을 감았다.
“그쵸? 왜 대답 안 해요? 내 말이 맞죠?”
“누구 얘기니?”
인내심 있게 듣던 그녀가 불쑥, 하지만 차분하게 묻는다.
“많이 닮았어요. 정말 많이.. 그래서 괴로워요. 자꾸 생각나요.
잊은 게 아닌 가 봐요.. 괜찮은 게 아닌가 봐요..”
“...차였구만.”
“다 알 것 같았는데.. 답이 나온 것 같아 떠난 건데.. 나 진짜 모르겠어요.. 모르겠어...
그 애도 아픈 건지.. 그냥 도망치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못 봐주겠네. 진상이다. 그만 일어나자.”
“잊은 거 같았는데.. 진짜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는데.. 목소리도.. 표정도.. 그 눈도...
다 잊은 것도 같았는데.. 이렇게 조금이라도 생각나게 만드는 고리를 끌어당기면...
다시.. 머릿속으로 꽉 차버려요. 그러고 나면 꼭 죽을 것 같이 가슴이 저려 와서... 눈물도 안 나요.”
“구라 적당이 쳐라. 바로 들통 나는 걸... 이 멍청아.”
엎드린 채로 탁자위에 얼굴을 맞대고 있던 눈에서
또르르 느린 눈물방울 하나가..
콧대를 따라 탁자위로 투둑 떨어져 내린다.
들고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은 그녀가
여전히 탁자위에 엎드려 두 눈을 감고 있는 동완의 등을 부드럽게 다독여준다.
동완이 여전히 두 눈을 감은 채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둘 중 하나겠죠.”
“......”
“내가 정말 이기적인 놈이거나 아님 세상에서 제일 병신 같은 놈이거나.”
둘 중 하나겠죠?
악착같이 지워버리던가.
잊었다는 거짓말로 나조차 속이고 평생 가슴에 안고 살거나.
그런데... 나.. 전자는 자신이 없어요.
일번은... 도저히 안 될 거 같아요..
지우려해도 안 되는 걸 어떡해..
지우는 건.. 너무나 긴 시간인데... 다시 그리워지는 건 순간인걸..
그 순간이 나는 못 견디게 아픈데...
나 정말... 어쩌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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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오빠얌의감동사랑이애기시작이네영 ㅋㅋ
민셩은 이렇게 또ㅠㅠㅠㅠㅠㅠㅠ갑자기 저 현실눈물 터져나와서 창좀 내리고 숨골랐네요.....하......사유님이 쓰시는 민셩. 그 무게감이 갑자기 와닿을때가 있어요. 그럼 막 눈물날거같애........흐 준희도 너무 이쁘구 대견하구.....우리 민셩 두분은 오래오래 같이 그렇게 옆자리 지켜주면 좋겠고......동완오빠얌은 홀로가슴앓이만 저렇게 흑흑흑ㅠㅠㅠㅠㅠㅠㅠㅠㅠ덕구누님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동완씨의슬픔은나의슬픔..ㅠ
전...참 세쌍의 커플들의 애정이 참 좋은데 준희와 민우의 우애랄까 사랑이랄까... 그런게 너무 좋아요 마음아프기도하고 귀엽기도 하고, 준희라는 아이가 정말 존재하는거 같고. 푹 빠져버렸어요
ㅠ.ㅠ 일단 후딱 담거 보러가야될듯..... 오랜만에 봐도 짠한 장면은 짠하네요
민셩의 므흣한 컷이 또 한 번♡ 누님 이미지 진짜 한가인씨 생각나게 해요. 흘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빠얌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님이 오셨네요..ㅋㅋㅋ
시..신우언니인가요!? 언니 ㅠㅠㅠ 아 진짜 매화매화가 찡해요 ㅠㅠ
으아니!!! 이 누님은 누구실까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대견스러운 준희에요ㅜㅜㅜ
신우언니 진짜 멋있으셔ㅋㅋ 오빠얌 꽃뎅이었다가 근육키운후 갑자기 폭싹 늙은거생각나ㅎ
준희는언제봐도귀여웡ㅋ
신우언니 등장!!!저런 성격 부럽다고 해야 하나 암튼 좋은 거 같아요ㅋㅋㅋ동완오빠가 꼼짝을 못하네요~~~좀 있음 그 신우와 그녀 신우의 만남이!!!
아.. 저리 아파하는 동완오빠를보니.. 씁쓸한 짝사랑의 추억이 떠오르네요ㅜㅠ 흑흑 그래도 동완오빤 잘될거니까 화이팅!
ㅠㅠㅠ 깜찍이 준희하고 민우때문에 폭풍 눈물ㅠㅠㅠㅠㅠ
ㅠㅠㅠ 싸유님 ㅠㅠㅠ 동와니가 너무 슬퍼서 제맘이다아파요 ㅠㅠ
민우오빠랑 준희 때문에 폭풍눈물 ㅠㅠ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민우가 독백처럼 내뱉는 말이 너무 멋있었어요 ㅠㅠ 아 마음이 너무 찡해요 ㅠ
신우언니 나왔네요ㅠㅠ... 근데 저도 막둥이 마음씀씀이에 눈물이 그렁그렁 준희야ㅠㅠ
전 개인적으로 청불에서 김신우양이 참 좋았어요. ㅋㅋㅋㅋㅋㅋ
신우언니!!!!! 이 언니 참 쿨하고 좋아요ㅋㅋㅋㅋ 아.....하지만 어쩌면 더이상 언니가 아닐지도...;;;
우리준희 ㅠㅠ 정말 너무 마음이 이뿌네요 ㅠㅠㅠㅠㅠㅠ
ㅠㅠ 오랜만에 이렇게 눈물빼보네여 ㅜ 갑자기 컴터하다가 우니까 가족들이이상하게쳐다봄 ;; 절울리시는군여 사유님 댓글을 안달수가없어여 ㅜ
줄줄 잘 읽어가다가 갑자기 '누그야'에서 멈춰선 일인...경상도에서 누나를 '누부'라고 합니다. 누그는 처음들어봐욤;;
한동안 바빠서 이제야 다시 청불을 보네요! 민우도 혜성이도 동완이도 독백의 말들이 참 좋네요~!!! 뭔가 찡-하니 울리네요!! ㅋㅋ
독백들이 하나같이...찡하네요 ㅠㅠ
준희어째요ㅜㅜ너무사랑스럽기도안쓰럽기도하네요~
하ㅜㅜㅜ준희부터시작해서 동완이까지 어쩜이렇게 슬픈지ㅜㅜㅜㅜㅜ토닥토닥해주고싶네요ㅜㅜㅜ
민우와 준희가 속한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참 마음이 넓달까 깊은 것 같아요 ㅋㅋㅋ 그래서 더욱 더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동완이의 말들도 저를 짠하게 만드네요!
잉잉,ㅠㅠ 준희도 동완씨도 마음 아프게 ㅠㅠ 어서 어서 행복해집시다! ㅋㅋㅋㅋ
ㅠㅠㅠㅠㅠ진짜시즌2나왔으면조컸다ㅠㅠ
신우 누님 매력 쩔담서 ㅠㅠ 로보캅 킴...힘내 ㅠㅠ 얼마 안남았엉 ㅠㅠ
누님 등장!! 사유님은 어쩜 이렇게... 한 줄 한 줄 사람 맘 짠해지게 글 잘 쓰시냐며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