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도 등기직 필기합격 수기

[최수수]

(많이 깁니다)

안녕하세요, 2023년도 등기직 필기 합격한 실강생입니다. 아직 최종 합격은 아니지만, 24년 대비 공부하시는 분들을 위해 필기 합격 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에 비해 법 과목 점수가 높지 않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제가 재시생치고는 다른 분들에 비해 충실하게 공부했다는 생각이 안 들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아무래도 등기직이 법원직에 비해 절대적으로 극소수이다보니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비법대 출신이 도대체 어떻게 등기직을 준비하게 되었냐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기 때문에, 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의 사례를 간단하게나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대학교 전공을 살리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학점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공무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즈음에 어머니께서 잠깐 공인중개사를 준비하셨는데, 과목 중 부동산등기법에 대한 이유 모를 흥미가 생겨서 이 둘의 교집합인 등기직 공무원을 준비하기로, 과목 수나 모집 인원, 합격컷 등등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채 무작정 생각했습니다. 처음 이 생각을 했었을 때가 2021년 1월 15일, 즉 2021년 시험 접수 마지막 날이었는데 법원은 혹시나 전년도 필기 불합격한 기록이 있으면 면접 때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 접수하지 않았을 정도로 아는 게 아예 없었습니다. 그러고 프리패스를 구매해서 2월 한 달 동안 민법과 한국사, 헌법 3과목만 인강을 일단 들어봤는데, 당연히 아는 게 없으니 훑어보자는 생각으로 일단은 무조건 진도를 빼보자라는 마음에 복습을 아예 안 하고 인강만 쭉쭉 들었더니 말 그대로 머릿속에 남은 게 없었습니다.. 그러고 3 ~ 6월은 막학기 졸업한다는 핑계로 놀다가, 본격적으로 2021년 7월부터 2022 대비 1순환 교재를 구매하여 수험을 시작했습니다.

22년: 헌법40 국어76 한국사72 영어84 민법52 민소56 상법60 부등48 - 평균61

23년: 헌법96 국어88 한국사80 영어84 민법80 민소80 상법80 부등80 - 평균83.5

21년 7월 ~ 22년 11월

: 처음 1달 반은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합니다. 평일 주말 안 가리고, 아무도 안 만나고 매일 05시 기상, 시리얼 먹고 05시 30분까지 스카 도착, 12시까지 최소 6시간 공부, 점심 먹고 저녁 먹고 22시까지 공부, 늦어도 23시 취침, 이 패턴을 농담 없이 1달 반 이상을 매일 실천했습니다. 국어 영어는 수능 때도 둘 다 3등급 나왔었고 어차피 언어라서 단기간에 늘 수 없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아예 안 했고, 매일 오전과 오후에는 상법 민법 민소 부등법 헌법 순으로 1과목 1순환 완강하고 넘어가는 식으로, 저녁에는 19시부터 22시까지 무조건 한국사 인강을 들었습니다. 복습 아예 없이 인강을 듣는 것에만 집중했더니 1달 반만에 5법 1순환 완강했고, 그때부터 허탈함과 함께 현타가 왔습니다. 헌법을 다 듣고 상법을 다시 보니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동기부여를 잃고 8 9 10 11월 중순까지 스카 다닌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술 마시고 피시방 다니며 놀다가, 11월 중순 롤 시즌 종료일 다음 날부터 다시 독하게 마음먹고 카카오톡 탈퇴와 스마트폰을 정지하고 2순환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연말과 설날이 이어지면서 22년 2월까지도 갈피를 도저히 못 잡고 놀다가 3월 D-100 즈음에 다시 정신을 차리나 싶었지만, 이미 망가져버린 생활 패턴은 단순 마음가짐 따위로는 도저히 잡히지가 않았고 결국 시험 전날까지 게임을 하는 끝에 평균 61이라는 처참한 하지만 당연한 성적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직후 알바하고 놀면서 7 8월을 날렸고, 9월 1일부터 다시금 스카 6개월 끊고 2023 대비 1순환을 시작했지만 놀던 습관이 이미 굳어져버린 후였기에 머리에 남는 것 없이 그냥저냥 시간만 보내게 되었습니다. 단단히 잘못되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결과가 절대로 달라질 수가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넘치도록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바뀌어야만 한다는 동기부여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던 중에, 우연히 11월 말 관리형 독학반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방 사람입니다. 타지 생활을 지금까지 살면서 중학생 때 2달 뉴질랜드 유학 빼고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 모든 인연 잠시 끊고 환경을 아예 바꾸어버린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밑져야 본전이라면 충분히 7개월 인생을 걸어볼 만하다는 생각에 부모님께도 알리지 않고 대출받으며 혼자서 고시원 잡고 12월 4일에 다짜고짜 상경했습니다.

22년 12월 ~ 23년 6월

: 처음에는 관리형 독학반을 등록했으나, 그 당시 등기직 실강과 관리형 독학반 가격이 같길래 바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실강은 이미 2순환 기출을 한창 나가고 있었고, 저는 당장 1순환 강의를 단 한 과목도 완강한 것이 없었기에 일단은 독학반에서 인강 진도를 최대한 빼면서 실강은 중간중간 따라갈 수 있겠거니 싶은 과목부터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어 영어는 안중에도 없었고, 나머지 6과목 중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 실강 참여한 과목이 헌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23년 1월 즈음부터 나름 안정적으로 실강에 정착했고, 아마 그 즈음에 운 좋게도 맨 앞자리까지 비어서 바로 차지했으며, 3순환 진도별 모의고사부터 6순환 최종 마무리까지 실강의 흐름에 저를 맡겼습니다.

헌법 (22년 40점 / 23년 96점)

: 재작년 2월 한 달 동안, 가장 양이 적었던 윤우혁 미니헌법을 완강했지만, 당연히 기본권이니 통치구조니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복습도 전혀 안 했기에 바로 까먹었으며 막상 학원 와서 실제로 경단기 소속인 강사님을 지나가면서 마주하니 도저히 수강했었다는 티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22년 준비할 때는 학원 커리큘럼대로 문태환 강사님을 수강했으나, 개인적으로 헌법은 5법 중 제일 추상적이기도 했고 당장 기본권의 난무하는 온갖 판례들과 통치구조의 딱딱한 단순 암기 숫자들이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22년 3순환 이후로 시험 때까지 손도 안 댔습니다. 23년 또한 학원대로 유시완 강사님을 수강했으나, 당장 작년과 다른 기본서와 기출문제집 페이지에 질려서 1순환 완강을 올해 4월에 했을 정도로 마지막까지 최대한 건들지를 않았습니다. 그나마 진모 전모는 시험 전날에 인강을 들으면서 단기기억에 의존하여 성적은 예습하면 80점대 안 하면 5 ~ 60점대로 그럭저럭 나왔고, 헌법 조문 자체를 올해 5월 말에 처음 볼 정도로 마지막까지 에라 모르겠다 했었는데, 다행히도 시험 일주일 전 헌법 서기보 기출 5개년을 달달 외웠던 것과 시험 당일날 오전에 22법행 23법행 23변시만 달달 봤더니 운 좋게도 점수가 잘 나왔습니다. 실제로 시험장에서 한국사보다는 체감상 상대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없었던 것 같은데, 2책형 기준 1번을 틀렸습니다. 사실 헌법은 올해 점수와 별개로 제가 조언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올해 문제가 작년에 비해 지나치게 쉬웠습니다. 그래도 굳이 조언해보자면, 저는 그나마 내용이 객관적이고 암기할 게 정해진 통치구조를 먼저 공부하면서 숫자 등을 수시로 봤었고, 뒷부분 헌법재판소 파트는 그 두꺼운 기출문제집에서 유일하게 모든 문제를 풀어봤습니다. 기본권 파트는 따로 노력했다기보다는 진모 전모에서 중요한 판례들이 반복됐기 때문에 풀면서 얼추 저절로 외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참고로, 마지막까지 유시완 강사님 X-노트를 봤습니다.

국어 (22년 76점 / 23년 88점)

: 국어는 사실 저는 조언할 게 없는게, 개념 공부를 아예 안 했습니다. 국어의 개념이라고 해봤자 문법일텐데, 일단은 저는 평소에 무엇이든지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비문학은 언제나 환영이었으며, 문학과 문법은 감으로 풀었습니다. 그랬더니 22년 시험장에서 제대로 피를 봤습니다. 문법 10문제는 감으로 풀기에는 너무 많았고, 처음 보는 고전시가에, 좋아하는 비문학은 하나였나 하여튼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23년 준비하면서부터는 애초에 5법이 안 되어있으니 국어를 공부할 여유 따위는 전혀 없었고, 그럼에도 오히려 진모 때 100점이 나오기도 해서 더더욱 공부를 안 했습니다. 하지만 4순환 한 달 쉬고 5순환 첫 전모 국어 점수가 생각보다 낮아서, 역시 언어는 감이 중요하구나 싶어서 시험 주에 국어 모의고사를 매일 아무거나 풀었습니다. 즉 진모 전모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사실 올해 국어도,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풀었던 진모 전모보다는 훨씬 쉬웠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문법이 줄었고 비문학이 늘었기 때문에, 문학 비문학 감을 유지했던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사 (22년 72점 / 23년 80점)

: 21년 2월에는 신영식 해동한국사를 수강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보다 너무 지엽적이라는 생각에 고려 이전까지만 듣고 포기했습니다. 22년 준비하면서는 학원 커리큘럼대로 최진우 강사님 강의를 들었고, 한국사는 그나마 법에 비하면 만만하지 않나 싶었지만 어딘가에서 매일 조금씩 보라는 말만 믿고 1달 반 동안 저녁마다 공부했었습니다. 물론 인강으로 들었을 때는 하나도 안 따라했고, 따로 외우지도 않았으며 일제 강점기 이후부터는 너무 단순 암기라는 생각에 이 정도까지는 굳이 싶어서 포기했습니다. 23년 준비하면서는 당장 5법이 급했기에 한국사를 공부할 여유가 없었으며, 결국 국어 영어 빼고 6과목 중 유일하게 23년 대비 1순환 2순환 강의를 완강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복습은 여전히 법이 급해서 안 했고 하필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하셨던 특강이 상법 실강과 겹쳤기에 못 들어서 심리적으로 마지막까지 불안했지만, 확실히 실강에서 나름 열심히 듣고 따라하다보니 체화돼서 저는 당일날 아예 안 본 것치고는 80점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는 정말로 저는 강사님 덕을 본 것 같습니다.

영어 (22년 84점 / 23년 84점)

: 그나마 진모 전모 해설강의는 들었던 국어보다도 공부를 하지 않았던 과목입니다. 22년 강의는 곽지영 강사님, 23년 강의는 손진숙 강사님께서 하셨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곽지영 강사님 문제가 손진숙 강사님보다 체감상 훨씬 어려웠습니다. 22년 준비 당시에는 진모와 전모를 8과목 전체로 시간 재서 풀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국어 영어만 그나마 기본 실력으로 풀어봤었는데 영어는 최소 50분 이상 걸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실전에서 4문제를 찍었었는데 그 4문제가 다 맞아서 84점이 나왔습니다. 23년 준비하면서는 학원에서 진모 전모를 풀었었는데, 진모 16회 전모 8회 합쳐서 단 한 번도 영어를 안 찍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최소 5문제 이상 찍었고 가장 높았던 점수도 72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막상 이번 실전에서는 아마 다른 과목들에서 시간을 확보해서 그런가 단 한 문제도 안 찍고 84점이 나왔습니다. 확실히 언어이다보니 마지막에 국어와 함께 감을 유지했던 것이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어 영어 팁은,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개념을 공부하기보다는, 실전에서는 확실히 학원 모의고사보다는 쉽게 나오기 때문에 문제를 전체적으로 푸는 감 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민법 (22년 52점 / 23년 80점)

: 민법은, 일단은 양이 굉장히 방대합니다. 솔직히 저는 웃기게도 민법이 양이 많다는 생각을 올해 4월 이전까지는 딱히 안 했었는데, 막상 시험 준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니 아무리 공부해도 도저히 잡히지 않아서 결국 전날까지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민총을 얼추 마스터했다고 생각했는데 물권법을 하니 표현대리 기억이 안 나고, 물권법에 자신이 생겼는데 채권법을 하고 오니 용익물권 판례가 헷갈리고 등등 마지막까지 불안했던 과목입니다. 특히 가족법은, 개인적으로 조문 양에 비해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올해 6월 이전까지는 본격적으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22년 준비했을 때는 진모 전모를 제외한 커리큘럼상 모든 강의를 완강했었는데, 그게 전부였고 그 이상 공부하지 않아서 점수가 당연히 안 나왔습니다. 23년 준비하면서부터는 민법 기출문제집이 갑자기 2권이 됐고 올해는 상법과 부동산등기법을 먼저 공부했었기 때문에, 민법은 학원 시간표대로 실강 듣고 저녁에 그날 무조건 복습하는 정도로만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4순환 위크포인트 이후부터는 작년에 매력을 느낀 통민조로 단권화하려다가 아무래도 책이 두껍다보니 6순환 족보로 선회했는데, 제가 족보가 비슷한 지문들이 반복되는 것을 알면서도 일일이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보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결국 회독을 많이 못 돌렸습니다. 그래도 시험 주에 작년 12월에 해주신 민법 최신판례를 몇 번 돌리고 들어가서 그나마 점수가 선방한 것 같습니다. 민법은 확실히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과목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특히 등기직은 민법이 굉장히 핵심 과목입니다. 당장 부동산등기법은 총론 각론 상관없이 제대로 공부하려면 민법 지식이 필요하고, 상법 또한 회사법 이전에는 민총과 채권법 지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공부하면서 부동산등기법 지식이 쌓이기 시작하면 적어도 민법 물권법에 대한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하지만 충실히 공부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문제가 술술 읽히기 시작할 것입니다. 즉, 정말로 적어도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초반 몇 달 동안에는 책을 혼자 읽거나 인강을 듣거나 등등 효율 상관없이 황보쌤 말씀대로 절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합니다. 어차피 까먹습니다, 하지만 희미하게라도 기억의 흔적은 남습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황보수정 강사님께서 강의 시작 직후 10분 남짓 말씀해주시는 것들에 내적으로 굉장히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22년 인강생 시절에는 일일이 노트에 적어두었고, 23년 실강생 시절 또한 하루하루 버티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2023 1순환 1강 필기에 이렇게 적혀있네요, 나 죽었어, 딱 1년만 탄광에 끌려왔다 생각하고, 의지는 금방 꺾여, 공부는 습관이예요. 제가 찾은 명언이 아니라, 황보쌤께서 실제로 강의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참고로 저는 인강을 들으면서는 모든 과목의 판서를 받아썼습니다. 사실 제가 작년까지는 판서 필기를 다시 본 것도 아니고 해서 효율성은 떨어집니다, 분명 1시간 강의를 1.8배속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다 들었더니 1시간 20분이 지나있습니다. 이건 제 집중력이 생각보다 지속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자꾸 10초 뒤로가기를 눌러대서이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강생 시절에는 스카 다니면서 하루 14시간 공부를 종종 했었지만, 실강 올라온 이후에는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상경해서 가장 먼저 했던 게 하루 계획을 다시 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7개월 동안 버틸 돈이 여유롭지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편의점은 아닌 것 같았고 그렇다고 언덕 높이 있는 고시원을 식사 시간때마다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기에 그나마 고시식당 3식 월식밖에 선택지가 없었고, 그렇다면 식당이 06시 30분에 여니 아무리 빨리 기상해도 05시 45분이었습니다. 저는 아침을 안 먹고 13시까지 실강을 들으며 버틸 자신이 도저히 없었기에 이랬지만, 각자 다르기 때문에 제가 무조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늦어도 07시 20분에는 공부 시작하고자 노력했고, 학원에서 23시에 나와서 늦어도 23시 45분까지는 씻고 일기 쓰고 취침했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갈수록 해이해지기는 했습니다. 참고로 고시원 1평방에서 어떻게 버티냐 하셨던 분들이 많은데, 06시 기상 00시 취침 그리고 매주 일요일 오전 세탁기 돌리는 이외에는 방에 있어본 적이 없어서 사실 버틴다는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단지 잘 곳이 필요했고, 고시원은 그런 점에서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결론은, 몇 달 이상 자신을 독하게 통제할 의지가 객관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실강보다는 인강이 여러모로 시간 절약이 확실히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본인을 냉정하게 돌아보았을 때 지속적인 동기부여나 환경 등이 필요하다면, 실강을 고려해보는 것 또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강 예찬론자까지는 아니지만, 지금 당장 돈 깨지는 건, 합격 이후 몇십 년을 고려한다면 말 그대로 티끌입니다.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저는 올해 늦게나마 실강을 오지 않았다면, 반드시 실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정을 잘 줘서, 더 일찍 왔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민사소송법 (22년 56점 / 23년 80점)

: 제가 개인적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22년 준비했을 때부터 김춘환 강사님께 개인적으로 정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민소는 상법과 더불어 강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민소는 생각보다 쉽구나, 왜 사람들이 다 어렵다고 하지 싶었습니다. 실제로 강사님 강의 스타일 또한 겹치는 개념들을 반복해서 언급하시다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느낌이라는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자연스레 조문 또한 완벽히 외우지는 못해도, 한국사처럼 얼추 기억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시험에서, 흔히 말하는 4지문 중 2지문은 지웠는데 나머지 2지문에서 답을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이후 실강에 들어온 이후부터는, 민소는 딱 1과목 분량의 공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작년 12월 말 즈음 학원에서 단체로 저녁에 민소 서기보 5개년 기출 125문제를 시간 재서 풀었었는데, 저는 3~40문제 가량 틀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4순환 위크포인트 때 민소 서기보 10개년 기출 풀이해주셔서 그것만 스스로 반복하면서 민소에 대한 근자감이 꾸준히 높았었고, 오히려 6순환 오엑스 교재는 민법 족보처럼 해설을 일일이 읽으면서 이미 아는 지문이라도 혹시나 싶어서 쉽사리 걸러내지를 못했다보니 5시간 이상이 걸리는 등 회독 속도가 너무 더뎌서 결국 막판에 포기했습니다. 실제로 민소를 마지막으로 공부한 게 6월 18일이었고, 그래서 실전에서도 몇 문제 어이없게 실수했습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수험기간 내내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저는 민소에 대한 부담 없이 재밌게 공부했기에 점수에 대한 아쉬움과는 별개로 결과적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민소는, 확실히 서기보 기출만 봐도 충분할 정도로 많이 겹칩니다. 제가 23 대비 기출문제집은 구매를 안 해서 사실상 10개년 기출과 제 노트로만 공부한 게 다인데, 물론 공부하면서는 불안했지만 결과적으로 딱히 부족한 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채권자대위권은 유필 이게 마지막까지 자꾸 기억이 안 났었고, 이런 식으로 마지막까지 헷갈리는 지문들이 분명히 남을 텐데, 저는 진모나 전모 등에서 그렇게 찾아내면 따로 필기해서 몰아서 자주 봤습니다.

상법 (22년 60점 / 23년 80점)

: 상법은, 일단은 등기직 기준으로는 8과목 중 제일 양이 객관적으로 적습니다. 정족수 등 단순 암기할 부분이 많지만, 일단은 양 자체가 적고 교재 또한 상대적으로 얇아서 22년 준비할 때에도 가장 먼저 인강을 듣기 시작한 과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다른 과목들과는, 특히 회사법이 연관성이 적기 때문에 처음 접하면 내용이 휘발성이 강합니다. 그리고 문승진 강사님 강의 스타일 또한 판서를 크게 먼저 하고 시작하시기 때문에, 처음에 단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들으면 사실 흥미가 잘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강사님 자체가 인강생 시절부터 저와 개인적으로 너무 잘 맞아서, 사실 공부보다는 강사님 보는 재미로 인강을 들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복습을 아예 안 해서 작년은 망했고, 23년 준비하면서부터는 마찬가지로 판서를 그대로 따라쓰면서 흔히 말하는 이미지 기억법, 즉 판서 자체를 하나하나 이미지로 통째로 기억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 싶으실 수도 있는데, 그냥 굉장히 자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실강 와서도, 실강생이 현저히 적은 등기직 특성상, 그리고 이미 내적 친밀감이 형성되어버린 저는 강사님과 아이컨택을 굉장히 자주 했습니다. 이 점 또한 상법이라는 과목에 근자감을 가지게 해준 것 같습니다. 상법 강의가 매주 수요일 저녁이었는데, 제 기억상 딱 1번 빼고는 졸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하여튼 상법은 그냥 자주 보면, 언젠가는 부담이 없어지는 효자 과목이 됩니다. 대신 단순 암기할 부분은 많기 때문에, 과목에 대한 관심과 어느 정도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민소와 마찬가지로 23년 대비 기출문제집을 구매하지 않아서 평소에는 판서 필기로만 공부했었고, 마무리는 100페이지 남짓 되는 오엑스 프린트로 하려다가 마찬가지로 너무 세세히 보는 제 성격에 질려서 포기했고, 6월 22일에 처음으로 서기보 기출 5개년 풀어봤고, 전날 저녁과 당일 점심시간에 최신 기출 프린트 나눠주신 판례만 달달 봤습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처음 보는 판례들이 너무 많아서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자신있게 공부한 과목치고는 점수가 제일 아쉽긴 합니다.

부동산등기법 (22년 48점 / 23년 80점)

: 등기직의 꽃은, 누가 뭐래도 부동산등기법입니다. 하지만, 당장 기본서와 기출문제집이 헌법 기출문제집처럼 900페이지입니다. 이 자체에서부터 심리적 압박이 엄청났고, 등기 자체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던 22년 준비하면서는 8과목 중 헌법 다음으로 자신이 없었던 과목이었습니다. 아는 게 없으니 당연히 강의가 들리지도 않았고, 실제로 점수도 그렇게 나왔으며, 아무리 공부해도 도저히 잡히지가 않았던 과목이었습니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복습은커녕 인강을 돌려 듣지도 않았기에 작년은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23년 준비하면서부터는 제대로 이를 갈았던 과목입니다. 특히 열품타를 보니 올해 4, 5월에 8과목 중 제일 시간을 투자했던 과목입니다. 저는 참고로 이상한 강박이 있어서 열품타를 켜지 않으면 절대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강 들어온 초반에는 폰을 제출하면서 열품타를 켜고 쉬는 시간에도 최대한 공부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여튼 실강은 2순환 각론부터 참여했지만 그 당시에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남아있어서, 혼자서 부등법 1순환 90강을 부지런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3순환 진모 때는 적어도 상법 부등법은 무조건 전날에 범위에 맞춰서 예습했고, 4순환 위크포인트 때는 22년 대비 구매했던 오엑스가 아예 새 책이길래 실강과 병행하면서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그랬더니 5순환 전모 즈음부터는 예습을 안 해도 얼추 80점 정도는 나오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6순환 23년 대비 오엑스 마무리는, 곧 법무사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5월 말 즈음부터 일주일 내내 부등법을 몰아서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한창 다른 과목들 하다가 6월 23일 오후에 처음으로 서기보 기출 5개년 풀어봤고, 저녁과 당일 점심시간에 최신판례와 예규 나눠주신 프린트를 달달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부등법 또한 상법과 마찬가지로 작년에 비해 어려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올해 상법이 부등법보다 더 낯선 지문이 많이 보여서 어려웠다고 생각했는데, 인식은 오히려 반대이더군요. 2문제 실수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실력대로 나온 과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8과목 강사님 모두에게 감사하지만, 특히 오영관 강사님께서 제일 많이 신경써주셨습니다. 저는 총 수험기간으로만 따지면 1년 반은 인강, 나머지 반 년은 실강으로 공부해봤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오영관 강사님이 인강과 실강의 분위기 차이가 좋은 의미로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2순환 중간에 들어온 저였지만 매 순환 종강할 때마다 밥도 많이 사주셨고, 개인적으로 시험 전날에 응원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사실 점수 자체는 자신있었던 것치고는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시 웃는 얼굴로 뵐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제일 노력을 많이 했고 잘 받고 싶었던 과목이었습니다.

 단순 필기합격 수기치고는 무슨 최종합격 수기마냥 굉장히 길어졌는데, 사실 제가 올해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항상 가지고 있었던 동기부여가 바로 반드시 올해 합격해서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작년도 그랬었고 올해도 저의 합격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실제로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1년 안에 평균 20점을 올릴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작년은 한 것도 없이 쓸데없이 용감했지만, 올해 또한 사실 막판에 다른 분들에 비해 그렇게까지 객관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제가 세웠던 이상적인 마무리 계획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시험 2주 전 즈음부터 엄습해왔지만, 그럴수록 드는 생각은 나는 이미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난 5개월 동안 나름대로 남부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왔으니 그 경험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였습니다. 저도 저 자신을 돌이켜보면,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걸어서 편도 10분 거리의 학원만 매일 왔다갔다했고, 피시방은 진모 평균 잘 나왔을때만 기분 내러 갔으며, 유튜브는 매주 일요일 오전 빨래와 건조기 돌리는 3시간만 잠깐 봤고, 솔직히 그렇게까지 맛있지는 않았던 고시식당을 7달 내내 나름 꾸준히 다녔으며, 또한 고시식당이 매주 일요일은 열지 않아서 아침은 고시원 라면 3봉, 점심은 맥도날드 어플 쿠폰, 저녁은 한솥, 그리고 노량진 이외의 지역은 올해 3월 11일 고향 친구들이 서울 놀러와서 저녁에 한강 잠깐 거닐던 것과 3순환 진모 종강하고 1박2일 본가에 옷 가지러 간 것 이외에는 단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벌써 7개월이나 지나갔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가 않습니다. 그만큼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 혹시나 이 법원직 등기직 시험을 진지하게 준비하려고 찾아보고 계신 것이라면, 꾸준히, 진짜 1년만 꾹 참고 꾸준히만 하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러면 어떡하냐 저러면 어떡하냐 등기직은 컷이 낮지 않냐 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습니다. 일단 시작해보십시오. 직접 공부해보십시오. 저도 사람인데 올해 등기직 모집 인원이 전국에서 20명이라는 공고가 떴을 때 마냥 좋았겠습니까? 저는 그래서 인원 공고 나온 이후부터는 쓸데없는 소리하는 디시 법원직 갤러리도 안 봤습니다. 결국 황보쌤 말씀이 옳습니다. 8과목, 솔직히 진입하기에 굉장한 장벽이지만, 그래봤자 9급이고 그래봤자 객관식 4지선다 시험입니다.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할 수만 있다면 최소한 필기는 무조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입니다. 저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솔직히 심리학을 전공한 제 입장에서도 잘 모르겠으나, 단기간에 수험용으로 탈바꿈하는 것 자체는 의지만 있다면야 누구나 가능합니다. 저는 이 수기를 과목별로 어떻게 공부하면 좋다는 지침서로 썼다기보다는, 그런 것들은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께서 많이 알려주실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마음가짐이나 보통 필합한 수험생은 어떻게 생활해왔지 하는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주형T]

고생많았습니다. 수험생들에게 매우 도움이 될 합격기 감사합니다!!!!^^

[최수수]

감사합니다 😀

[황보수정]

축하해!!
앞자리에서 항상 밝은 모습으로 수업에 임하던 모습..
합격할 줄 알았고. 앞으로도 탄탄한 길을 해피하게 선한 웃음으로 걸어갈 거라 샘은 믿어..
고생 많았다. 진짜..
오늘 최종합격후 얼굴 보니 더 좋더라. ㅎㅎ
샘도 합격수기에 써준 내용 , 그리고 그 마음 잊지않고 다시 또 강의할게^^
정말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