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산꾼의 피서라면 계곡산행만 한 것이 없다. 일단 계곡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온이 2, 3도 떨어져 한결 시원해지는 것은 물론 계류를 바라보면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도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잠깐의 여유로 흐르는 물에 발이라도 담근다면 가히 그곳이 최고의 피서지가 될 터이다.
근교산 취재팀은 그동안 수많은 계곡산행지를 소개했다. 물론 계곡산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봉우리 하나쯤을 밟는 코스들이다. 하지만 이번에 '근교산& 그너머' 취재팀이 찾은 울산시 울주군의 덕현계곡은 오로지 계곡산행만 하는 짧은 코스다. 덕현계곡은 이름을 들으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위치를 말하면 바로 알 수 있는 계곡이다. 덕현계곡은 배내고개 인근에서 석남사 옆의 행정마을로 흘러내린다. 또 석남사에서 배내골로 들어가는 도로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계곡이라 영남알프스 산행을 가는 길에 눈에 익은 곳이다.
■행정마을에서 배내고개 잇는 계곡길
근교산 취재팀이 덕현계곡 하류의 첫 번째 사방댐을 지나 폭포에 닿기 전의 계곡 길을 걷고 있다. 폭이 넓지 않은 아담한 덕현계곡은 계곡산행 채비로 올라가면 물길 따라 시원한 산행을 할 수 있다.
덕현계곡은 영남알프스에서 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는 능동산과 배내봉 사이로 흐르는 계곡이라 비가 적을 때에도 제법 수량이 풍부하다. 물론 그 때문에 비가 내릴 땐 산행하지 않는 게 좋다. 덕현계곡은 등산로가 따로 있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물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 배내고개로 올라가는 구간을 제외하면 계곡의 경사가 대체로 완만해 일부 구간을 빼면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영남알프스의 여느 계곡처럼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 아니고 비경의 폭포와 소를 감추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도로와 가까운 탓인지 전체 구간에 걸쳐 군데군데 쓰레기가 널려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럼에도 높은 산이 품은 '소박한' 계곡의 멋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번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 덕현리 행정마을 버스정류장을 출발해 행정마을을 지나 계곡에 들어선 뒤 사방댐~무명폭포~사방댐~식당~사방댐~계곡 합수점~69번 지방도~배내터널을 지나 배내고개 정상의 정자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6.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시간30분, 휴식을 포함하면 4시간30분 안팎이 걸린다.
석남사 직전의 행정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정류장에서는 우뚝 솟은 고헌산과 가지산 귀바위, 쌀바위를 볼 수 있다. 정류장에서 석남사 방향으로 바로 앞에 행정마을 표지석이 있다. 왼쪽 마을 방향으로 들어서 아스팔트 도로를 50~60m 가면 나오는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밀양-울산 간 국도가 보인다. 국도 아래 굴다리를 지나 곧바로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콘크리트길을 200m 정도 가면 농장을 지나며 비포장 길이다. 정면 멀리 잘록한 배내고개가 올려다보인다. 잠시 뒤 덕현계곡과 만난다. 계곡 오른쪽 길로 100m가량 더 가서 펜션 진입로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바로 계곡으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물길을 따라 걷는다.
■수량 적을 땐 상류 사방댐 위 물길 끊겨
처음으로 만난 폭포. 바위 사면으로 돌아가야 한다.
초입은 제방 공사 중이라 어지럽다. 곧 계곡을 건너 맞은편 암반으로 올라선다. 숲 그늘로 들어서자 금방 서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암반을 타고 물이 흘러 적당히 물을 피해 올라가야 한다. 계곡이 크지는 않지만 바닥이 암반으로 돼 있어 어지간한 이름난 계곡에 못지않다. 중간중간 물놀이하는 피서객을 볼 수 있다. 펜션을 지나 5분 정도 가면 콘크리트 다리가 나오고 그 위로는 인공적으로 둑을 쌓아두었다. 계곡 옆의 평탄한 곳엔 대여용 평상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암반을 따라 산행할 때는 젖은 곳이 많으므로 발 디딜 때 조심해야 한다.
10분 정도면 다시 커다란 바위로 둑을 쌓은 곳을 지난다. 작은 바윗돌은 밟으면 흔들거리는 게 많다. 둑을 따라 물길을 100m 정도 가면 작은 사방댐이 나온다. 댐 오른쪽에 쉼터가 만들어져 있고 석남사에서 올라오는 도로에서 갈라져 내려오는 길이 댐 옆으로 이어진다. 계곡 길은 다시 반반한 암반층이 드러난다. 계곡과 도로가 거의 평행하게 올라가므로 비상 시에는 올라가는 길 오른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10분 정도면 계곡을 막은 자그마한 보를 지난다. 여기서 50~60m 가면 높이 1m 정도의 작은 폭포가 나온다. 폭포 오른쪽 바위를 지나 오르면 20여 m 위에 다시 높이 3m 정도의 시원한 폭포가 나타난다. 완만하게 흐르는 덕현계곡에서 보기 드문 폭포다. 폭포 위로는 깊은 곳이 없고 대체로 얕은 자갈 바닥이다. 뚜렷한 지형지물이 별로 없고 좌우의 사면이 잘 보이지 않아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다시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길을 지나 30분 정도면 또 사방댐이 나타난다. 수직으로 댐이 서 있어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해서 올라야 한다. 이번 사방댐 위로 가면 수량이 많이 줄어든다. 배내고개 방향이 살짝 트이고 100m 정도 가면 계곡 오른쪽에 도로가 보이고 곧 식당 옆을 지난다. 잇달아 보를 몇 개 지나면 수량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물이 바닥으로 스며들어 흐른다. 홍수경보기를 지나 야트막한 사방댐이 나오면 왼쪽 사면으로 올라섰다가 비스듬히 내려서면 사방댐 위의 녹색 철망 담장이다. 계곡 왼쪽 위에는 옛 기도원 건물이 몇 채 있다. 100m쯤 담장을 따라 올라가 상부 댐 직전에 풀밭을 헤치고 오른다. 상부댐을 오르면 곧바로 다시 계곡 바닥으로 내려선다.
■계곡 끝나면 곧바로 배내고개 올라
음식점에 닿기 전 시원한 물길 옆을 지난다.
잠시 뒤 끊어졌던 물길이 다시 나타난다. 하지만 사방댐 아래와 비교하면 물이 아주 탁해진다. 곧 오른쪽 사면 위로 배내고개로 오르는 도로가 살짝 보인다. 계곡은 폭이 줄어들면서 점차 가팔라진다. 가끔 차가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물길을 따라 콘크리트 덩어리와 드럼통, 생활쓰레기 등이 곳곳에 눈에 띈다. 사방댐에서 30분 정도 오르면 허물어져 가는 콘크리트 둑이 보이고 곧 오른쪽 도로 방향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과 만난다. 오른쪽 계곡 쪽으로 10m쯤 올라가서 왼쪽 사면으로 들어서면 왼쪽 주 계곡의 작은 폭포 위로 내려선다. 올라갈수록 계곡 바닥의 쓰레기가 많아진다. 잠시 뒤 물줄기가 아주 가늘어지면 곧 두 번째 합수점이다.
여기서 계곡과 헤어진다. 오른쪽 계곡의 사면으로 오른다. 잠시 뒤 왼쪽으로 꺾어 계곡을 내려다보며 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비탈을 오른다. 곧 배내고개로 오르는 도로에 올라선다. 포장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가면 배내터널이다. 터널을 지나 잠시 뒤 왼쪽으로 울산시학생교육원 방향으로 길이 갈라지는 지점이 버스정류장이다. 산행은 여기서 마쳐도 되지만 버스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배내고개 정상으로 올라가 마쳐도 좋다. 정자에서 서면 올라온 덕현계곡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떠나기 전에
- 등산로 없어 오로지 물길로 올라야
이번 덕현계곡 코스는 계곡 옆으로 등산로가 나 있지 않다. 전형적인 계곡산행 코스인 셈이다. 계곡 자체도 험하지 않고 높은 폭포나 급류도 없어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코스다. 첫 번째 작은 사방댐을 지나면 나오는 두 개의 작은 폭포와 막바지의 계곡 합수점에 있는 작은 폭포를 제외하면 전체 코스에서 물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높이 600~700m 산이 품고 있는 여느 계곡 같으면 중간중간 물길을 피해 멀찍이 돌아가야 하는 곳이 많지만 덕현계곡은 물길이 시야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이는 반면에 몸을 푹 담글 만한 깊은 소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안전한 반면 밋밋한 셈이다. 게다가 요즘 비가 드물어 수량이 많이 줄었다는 행정마을 주민의 걱정처럼 여름 계곡산행치고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남부 지방 대부분 계곡에서 비슷한 상황일 터이다.
덕현계곡 산행에서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등산 코스로 알려지지 않은 데 비해 물놀이 장소로는 알음알음 제법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것이다. 도로 아래로 이어지는 만큼 접근하기 쉬워서인지 계곡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또 곳곳에 널린 건설 폐기물이나 생활 쓰레기도 계곡의 아름다움을 망치고 있다.
◆교통편
- 언양에서 석남사행 버스타고 '행정' 하차
덕현계곡 산행은 대중교통이나 승용차 이용이 모두 편리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언양으로 간다.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 운행. 언양 터미널에서는 석남사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행정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산행을 마치는 배내고개에서는 종점인 이천에서 나오는 버스를 타고 언양터미널에 내리면 된다. 이천에서 오후 2시30분, 3시50분, 6시10분에 출발하며 배내고개에는 10분 정도 뒤에 도착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서울산IC에서 내린다. 언양읍을 거쳐 석남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석남사 직전에 행정마을이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배내골 이천에서 나오는 버스를 타고 행정마을에 내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