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2박 3일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불영계곡의 장관, 고가음악회의 실패 등등 여행기는 시간 내서 올리기로 하고 우선 제가 좋아하는 <진정> 숨은 맛집 2군데를 소개하겠습니다.
1년 전까지 경북 지방 출장을 밥먹듯 다녀올 때만 해도 아쉬운 줄 몰랐었는데 출장 갈 일이 없어진 지금은 '안 유명한' 나만의 맛집 몇 군데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을 핑계로 제가 먹고 싶은 'my favorite'을 다녀왔습니다. 꼭 고향 음식 먹고 온 기분입니다.
아! 물론 이 기분, 당연히 우리 회원들과도 나눠야지요! 기회가 되면 일정 중에 꼭 집어넣겠습니다.
먼저 문경 점촌의 손짜장집 '서림식당'.
아~~~주 평범한 손짜장집입니다. 진짜 숨은 맛집이지요.
점촌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입니다.
얼마나 숨었냐 하면 네이버, 다음 다 뒤져봐야 포스팅 두어 개 검색됩니다.
그나마도 파워블로그 내지는 맛집 전문가의 글이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관도 허름하고 메뉴도 평범한데다 이 집 짜장 맛이 요즘 추세하고는 거리가 있습니다. 요즘 추세라 함은 조미료와 카라멜로 맛을 낸 달달한 짜장을 얘기하는 건데, 서림식당의 짜장(특히 간짜장)은 입으로 한 젓가락 들어가는 순간 쌩춘장의 향이 코로 확~ 느껴집니다. 그리고 방금 볶은 야채의 식감까지~ 저는 이 맛을 사랑합니다.
제가 집에서 가끔 짜장을 볶곤 하는데 모델이 이 집 짜장입니다. 따라 해 보려고 예전에 주방을 살짝 들여다 봤거든요. ^^
주문을 해야 조리가 시작되는 진짜 간짜장입니다. '이런 초점이 나갔네'
그리고 수타면.
자, 제조 과정 생중계 들어갑니다.
주인 아저씨 혼자 주문 받고, 수타 치고, 짜장 볶고, 서빙 하고, 계산 합니다. 사모님이 함께 계신 걸 딱 한번 봤으니 늘 혼자 장사하신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이렇게 바쁜데도 면은 미리 준비해두질 않습니다. 항상 주문 후에 수타 들어갑니다. 사진으로는 잘 확인이 안 되지만 이 아저씨 팔뚝이 장난 아닙니다.
중국집이니 짬뽕이 빠질 순 없지만 제 입맛에는 그냥 평범합니다. 아참! 짜장면도 평범합니다. 이집 강추는 간짜장입니다. 그런데 주문이 가장 많은 메뉴는 볶음밥입니다. 거의 비빔밥에 가까운 다른 중국집 볶음밥보다 조금 낫긴한데 제 입맛엔 역시 평범!
가격도 착한 편입니다. 간짜장 4,500원에 먹었는데 1년 반 만에 찾아갔더니 500원 올랐네요. ^^
다시 말씀드리지만 달달한 짜장이 익숙한 분들은 맛 없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러 여건으로 볼 때 설령 파워블로거가 맘 먹고 포스팅을 해줘도 맛집 반열에 오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또 주인 아저씨가 그런 걸 바라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혼자서 수타 치는 데에 한계가 있잖아요? ^^).
우선은 제가 바라지 않습니다. 점촌에 갔을 때 슬쩍 들르는 '내가 좋아하는 숨은 맛집'으로 그냥 지금처럼 남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러면 이기적인 건가?"
자 다음은 영주역 부근의 퇴근길 야식입니다.
일단 이름부터가 맛집이 되고자 하는 야심이 없는 집입니다.
퇴근길야식이라? 실내포차가 연상되지요.
그러나 이곳이 바로 my favorite, '내가 좋아하는 숨은 맛집'입니다.
육개장 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식당입니다.
사실 저는 육개장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문자로 날아오는 부음만 따라다녀도 한 달 평균 한 번은 먹게 되거니와 어쩜 그렇게 전국적으로 맛이 통일됐는지… 곤죽이 돼버린 고사리에 달달한 국물 맛하며 식당에서 돈 주고는 절대 안 사먹는 음식이 바로 육개장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집에 가면 다른 건 안 먹고 육개장만 먹습니다.
처음 이 맛을 보고는 그랬습니다. '아하! 이게 영주식 정통 육개장인가 보구나!'
출장 가면서 자주 들락 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갑니다.
'아이구, 육개장 좋아하는 양반 오셨네!'
'안녕하세요? 육개장 하나 주세요! 이게 영주식인가봐요?'
'아니예요. 저 서울 사람이에요! 영주 와서 사는 거지.'
'아, 서울식 육개장이 이런 맛이구나! 국물은 고추씨기름으로 만드시나요?'
'그냥 고추장이에요. 그리고 고기는 양지머리만 써요.'
'허영만 씨가 진짜 육개장 찾는다고 여길 다녀갔다면서요?'
'예 맞아요!'
식객의 육개장 편을 꼼꼼이 읽어봤지만 이 집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그럼 왜 다녀갔을까?'
저는 정통 육개장 맛이 뭔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얼큰한 고깃국이 먹고 싶을 때면 이 집 생각이 납니다.
연한 살코기에 푹익은 대파와 고사리, 그리고 얇게 푼 계란 고명이 섞인 뻘건 고깃국물을 육개장이라고 부르는데 이 음식의 원형은 개장국, 즉 개고기국이라고 합니다. 개장국은 대표적인 서민 보양식이지만 예전에도 불교신자들을 포함하여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고 끓인 장국이라 하여 육개장이 되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닭고기를 찢어 넣은 닭개장을 파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육개장에 대한 얘기는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도 나옵니다.
유래야 어떻든, 이 집 육개장이 정통이든 아니든 저는 퇴근길야식의 육개장이 입에 맞습니다. 이 지역으로 출장을 다녀온 지가 1년은 되다보니 이 육개장 맛을 본 것도 근 1년만입니다.
사실 이 집은 김치찌개 맛도 좋습니다. 아직 안 먹어봤지만 된장찌개도 맛있다고 하네요. 주인 아주머니가 음식 솜씨가 좋고 그 중 육개장이 제 입맛에 맞는다고 하면 정확히 정리된 듯싶습니다.
김치찌개도 맛있어 보이죠? ^^
메뉴판도 참고하세요.
손짜장집 '서림식당'은 금년에 갈 계획이 없고, 육개장집 '퇴근길야식'은 9월말경 부석사 다녀올 때 코스로 잡을 예정입니다.
첫댓글 보기만해도 식탐이 절로 나네요. 꼭 한번 가보고싶습니다. 손짜장집 '서림식당'은 금년에 갈 계획이 없고, 육개장집 '퇴근길야식'은 9월말경 부석사 다녀올 때 코스로 잡을 예정이라니 부석사 생각해보아야겠군요. ^^
부석사 일정은 9월말이 아니라 10월 5~6일이네요.
육개장 먹고싶다.꼴각
와 다 제가 좋아하는 거예요
진짜 먹구싶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