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휴양림~대견사지~비슬산~용연사 코스 답사
돌탑에 기대 앉아 어둠을 부르는 의식을 본다. 막힐 것 없는 하늘 가운데 주먹만한 불덩어리 하나. 그리고 그 아래 긴 물굽이를 그리는 낙동강이 불탄다. 시간 앞에 야위어가는 태양의 뒷모습이 사뭇 쓸쓸하다. 온 종일 대견사지를 떠돌던 눈치 빠른 까마귀들도 숲으로 몸을 낮춘다. 눈을 멀게 했던 낮은 가고, 이제 곧 어둠이 승냥이떼처럼 몰려들 것이다.
그래도 멋진 일몰의 온기가 가슴 속에 남아 있어 결코 밤이 두렵지 않다. 좁은 텐트 속에 웅크리고 앉아 안개처럼 밀려오는 어둠을 맞는다. 보름이지만 달은 구름 속에 숨었고, 야성에 눈을 뜬 바람이 요란하게 산등성이를 타고 넘었다. 그리고 곧 칠흑 같은 암흑이 세상을 덮쳤다.
▲ 아름다운 대견사지의 일몰. 지는 해, 구름, 석탑, 낙동강, 그리고 사람이 만들어 낸 멋진 그림이다.
대구시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는 비슬산(琵瑟山·1,083.6m)은 낙조 산행지로 탁월한 입지를 지닌 곳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라 워낙 조망이 뛰어난 데다, 서쪽으로 유장한 낙동강이 흐르는 평원이 펼쳐지며 시야가 툭 터졌다. 특히 조화봉 서쪽 능선 아래에 위치한 대견사(大見寺址)에서 보는 일몰은 더 없이 훌륭하다. 이곳은 바람을 막아주는 병풍 같은 능선이 뒤를 둘러싸고 있어 분위기가 아늑하다. 널찍하고 평탄한 절터 앞 벼랑에는 그림처럼 멋진 삼층석탑이 솟아 있다. 한쪽 구석에는 등산객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샘터까지 갖췄다. 낙조 감상은 물론이요 산중 수행지로도 더 없이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철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비슬산은 대구·경북지역 사람들이 특별히 아끼는 산이다. 특히 봄철 비슬산 주능선을 물들이는 붉은 참꽃의 장관은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숲이 짙고 계곡 또한 깊어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히기 좋고,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이 넓은 산자락에 멋지게 수를 놓는다. 높은 산등성이에 자주 피는 겨울 눈꽃의 화려함도 빠트릴 수 없는 비슬산의 자랑거리다. 비슬산은 이미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일찍이 그 빼어난 미모를 인정받았다.
하룻밤 사이 가을에서 겨울로 시간 여행
▲ 상고대가 핀 비슬산 정상. 억새와 나무에 달라붙은 은빛 얼음 알갱이들이 찬란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비슬산이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자를 이름으로 삼은 이유는 그 형상과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상의 바위 모양이 신선이 앉아 비파 혹은 거문고를 타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특출하게 솟은 정상부의 바위와 편안하게 흐르는 능선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산세에서 그런 모습을 유추했던 모양이다. 일면 거칠면서도 넉넉한 여유가 느껴진다.
비슬산의 일몰이 아름다운 이유는 서쪽에 흐르는 낙동강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대견사지에서 보면 서쪽으로 전형적인 사행천인 낙동강이 커다란 물굽이를 그리며 넓은 평야를 유영한다. 그 모습은 그냥 봐도 장엄하고 멋지다. 헌데 해질녘 진홍빛으로 강물이 물들기 시작하면 감탄이 절로 나올 풍광이 펼쳐진다. 강과 더불어 세상의 모든 색이 녹아서 사라지는 일몰은 진정 가슴 뭉클한 순간이다.
아무리 근사하다해도 일몰은 찰라에 불과한 자연현상이다. 그런 짧은 순간만 보고 산에서 내려오기에는 어쩐지 억울했다. 비슬산 관리소에 양해를 구하고 산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산 속에 머무는 것은 새벽의 비경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산중 야영은 짐이 늘고 준비도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고생은 늘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법.
해가 저물어 노을까지 완전히 타버린 뒤 절터 근처의 캠프사이트에서 밤을 보냈다. 감동적인 낙조를 본 것까지는 좋았지만, 몰아치는 돌풍과 텐트를 때리는 싸락눈 탓에 깊이 잠들 수 없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데다 고도가 높아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텐트 밖에 내어둔 물병이 꽁꽁 얼어붙어 무용지물이 됐다. 휴양림 주변은 이제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산 위에서 엄동설한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추위와 악천후도 겨울 산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이런 날 산에서 의외로 멋진 조망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취재팀도 운이 좋은 축에 들었던 모양이다. 첫눈을 산 위에서 맞은 것은 물론 상고대까지 볼 수 있었다. 추운 겨울 이른 새벽에 나타나는 근사한 풍경을 늦가을에 만난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 설화의 꽃밭을 걷고 있는 취재팀.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이채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해가 뜨자마자 짐을 정리해 산행을 시작했다. 대견사지가 있는 비슬산 서쪽 사면은 안개가 가득해 곧바로 주능선으로 치고 올랐다. 산길 주변의 나뭇가지와 억새가 은빛으로 반짝였다. 능선에 오르니 청도 방면의 두루뭉술한 산자락이 몸매를 드러냈다. 느긋한 여유가 돋보이는 산줄기를 따라 수수한 색상의 단풍이 물들었다. 주변의 새하얀 상고대와 어우러진 단풍빛은 독특하면서도 경이로웠다.
눈을 돌려 비슬산 정상인 대견봉을 바라봤다. 백마의 등줄기처럼 군더더기 없이 뻗어 있는 주능선 위로 상고대가 하얀 갈기처럼 피어 있다. 주능선 왼쪽 완경사 사면의 참꽃 군락지에도 설화가 가득했다. 봄철이면 달성군 주최로 참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지만, 지금은 은빛 상고대 축제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비슬산 정상에도 은빛 설화 가득해
▲ 첫눈이 내린 능선길을 오르고 있는 백은식씨.
환상적인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가며 천천히 비슬산으로 향했다. 산길은 널찍하게 잘 조성되어 있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며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주봉이 조금씩 커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이 사라지고 따가운 햇볕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기온이 낮은 탓인지 눈꽃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정상에 오를 때까지만이라도 이 은빛 세상이 남아 있기를 기대하며 부지런히 발을 옮겼다.
자그마한 진달래와 억새가 뒤섞인 산길이 이어지다가 호젓한 소나무 숲을 지나게 된다. 일명 월광봉이라 불리는 1004.9m봉을 왼쪽으로 돌아가면 고갯마루인 마령재에 닿는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내려서면 용천사, 서쪽은 유가사로 하산할 수 있다. 다시 잠시 오름길을 올라 숲을 빠져나오면 돌탑이 모습을 드러내고, 오른쪽으로 헐티재로 이어지는 산길이 보인다. 이제 완만한 산길로 잠시 오르면 비슬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와 대견봉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커다란 정상석이 버티고 서 있다.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분다.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부가 얼어붙었다. 산불감시초소 안에서 잠시 바람을 피하며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녹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철쭉 군락과 억새, 커다란 소나무에 설화가 만발했다. 멀리 북쪽으로 대구시가지를 배경으로 펼쳐진 은빛 세계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쪽으로 깊게 패인 산자락에는 유가사와 그 부속 암자들이 추운 듯 웅크리고 있었다.
장비와 복장을 정비한 뒤 북쪽 능선을 따라 내려섰다. 10분 정도 진행하니 갈림길이다. 왼쪽 능선길은 유가사로 내려서는 하산길. 우리는 대구 앞산까지 연결되는 동쪽 주능선을 타고 용연사까지 산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산길은 급격히 고도를 낮추며 북쪽으로 방향을 튼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섞인 평범한 능선을 따라 40분쯤 내려서니 안부 왼쪽으로 옥포면 김흥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계속해 좁은 능선길을 따라 고도를 높이며 대구 방향으로 전진했다. 전형적인 종주산행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구간이다.
서쪽 사면의 단풍잎에 붙어 있던 상고대가 바람을 타고 올라가 사방으로 흩날린다.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다. 해가 높아지며 얼었던 바닥이 녹기 시작했다. 미끄럽다. 어느 이른 봄의 산길 같은 묘한 계절감이 느껴진다. 뒤돌아보니 머리가 허옇게 센 비슬산이 천천이 높아지고 있다. 눈앞에 가을, 겨울, 봄 세 계절이 공존하고 있다. 고도의 높고 낮음으로 계절을 만들어내는 산의 능력이 신비롭다.
고도가 만들어낸 계절 변화의 마법
▲ 수수한 색감의 단풍이 물든 청도 방면의 비슬산 자락.
산길은 846.2m봉을 동쪽으로 에둘러 간 뒤, 다음 안부에서 880m봉 마저 북쪽 사면으로 우회했다. 곳곳에 세워진 ‘대구 앞산’이라고 쓰인 작은 팻말이 든든한 길동무가 되어 준다. 880m봉을 완전히 우회해 다시 능선에 올라선 뒤 조금 더 가면 커다란 송전탑이 산줄기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곳에서 영원사 갈림길까지는 약 20분 거리. 비슬산 정상에서 1시간30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다.
주능선에서 영원사로 내려서는 곳에는 부름산악회가 세워놓은 안내판이 서 있다. ‘청용산 4시간, 용문사 1시간, 정대동 1시간, 비슬산 정상 2시간’이라 적힌 고색창연한 나무간판이다. 이곳에서 약수터와 영원사 방면으로 방향을 잡아 급경사를 내려선다.
키 큰 참나무가 가득한 숲길을 4분쯤 따르면 곧바로 약수터가 나타난다. 능선에서 멀지 않은 높은 곳인데도 약수터 옆에는 몇 채의 건물이 서 있다. ‘약수탕 청소 및 관리비 조로 성심껏 넣어주세요!’라고 쓴 안내문이 붙은 돈통이 이채로웠다. 약수는 약간 떫은 맛이 나는데, 시즌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추측된다.
약수터를 지나면서 산길은 두 갈래로 갈리는데, 결국은 밑의 계곡에서 합류하게 된다. 오른쪽의 지그재그 사면을 따라 발길을 옮겼다. 급경사를 통과하자 이제 완만한 계곡길이 기다리고 있다. 소나무가 울창한 낭만적인 숲길은 산행을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경사였다.
용연사 적멸보궁 앞에 도착하니 안도감 때문인지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이곳에서 마을버스 종점까지는 또다시 2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돌아가는 교통편은 택시로 하기로 했다. 어차피 휴양림까지 가는 버스도 없는 날이니 번거롭게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영원사를 찾은 불자들은 일주문 앞에 앉아 차를 기다리는 우리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춥지도 않은데 두툼한 옷과 장갑으로 중무장한 모습이 우스운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준비 없이 늦가을 비슬산에 도전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저 높은 산 위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곳에 살벌한 겨울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길이 없으니.
명소
약산온천
중탄산나트륨 함유된 미온수 온천
비슬산 서쪽인 달성군 논공읍 하리에 위치해 있다. 칼슘과 중탄산나트륨 성분이 함유된 미온천으로 스트레스 해소, 불면증에 효능이 있고, 피부질환인 알러지, 만성습진, 피부염증에 치료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 12월 개장한 약산온천은 1층에는 온천탕과 휴게실, 2층은 객실, 지하에는 식당과 가요방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온천 내부의 천장은 개폐가 가능한 돔 모양으로 설계돼 있다. 대구와 현풍을 잇는 5번 국도변에 위치한 온천으로 비슬산 산행을 마친 다음 피로를 풀기 적당한 곳이다.
이용료 남성 5,000원, 여성 4,800원, 소인 3,300원. 평일 06:30~20:30, 주말 06:00~21:00 개장. 전화 053-616-3000.
유적
대견사지
최고의 낙동강 일몰 조망처
조화봉 서쪽 능선에 자리한 대견사지(大見寺址)는 비슬산 최고의 일몰 조망처다. 대견사의 창건 역사는 알 수 없으나, 조선 태종 16년(1416년)과 세종 5년(1423년) 대견사 장육관음석상(丈六觀音石像)이 땀을 흘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곳에는 중국 당나라 문종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좋은 절터를 찾던 문종에 어느 날 세숫물에 비친 한 폭의 아름다운 곳을 보고 수소문해 찾은 곳이 대견사였다고 한다. 즉, 이름에 담겨 있는 의미 그대로 대국(大國)에서 본(見) 절(寺)이라는 뜻이다.
본당으로 추정되는 북쪽 평지 왼쪽에 위치한 자연동굴은 참선장소로 추정되는데, 동굴 입구 바위 전면에 선각석상(線刻石像)이 새겨져 있다. 평지 중앙 뒤편에는 샘도 한 곳 있다. 대견사지는 뛰어난 입지와 주변의 바위가 어우러져 절묘한 자연미를 보여주는 곳이다. 조망 또한 뛰어나, 유가면을 비롯한 달성군 일원의 산세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특히 낙동강과 함께하는 일몰이 멋진 곳이다.
유적
비슬산 자연휴양림
겨울철 얼음동산 운영해 인기
조화봉 서쪽 계곡에 조성된 비슬산 자연휴양림은 구마고속도로 변에 위치해 대구, 마산, 진주 일원의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특히 겨울에는 가족야영장 주변 계곡에 얼음조형물과 얼음동굴, 눈썰매장 등을 조성해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설물 사용료(1일 기준) △숲속의 집=통나무집 4~6인용 60,000원(평일 40,000원), 콘도형 8일용 70,000원(평일 50,000원), 콘도형 16인용 140,000원(평일 100,000원), 청소년수련장 15인용 100,000원(평일 70,000원)·30인용 170,000원(120,000원)·45인용 250,000원(170,000원) △야영장=바닥 3,000원, 야영데크 10,000원.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주차료는 무료. 사설 주차장은 1일 기준 소형 2,000원, 대형 5,000원. 전화 053-614-5481~2. 매점 053-614-0765. 휴양림 시설물 이용은 인터넷홈페이지(www.dalseong.daegu.kr/bisulsan)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유적
용연사
삼층석탑과 석조계단 등 문화재 보존
비슬산 북쪽 골짜기에 위치한 용연사(龍淵寺)는 신라 신덕왕 3년(914) 보양(寶壤)이 창건했다고 알려진 고찰이다. 현재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桐華寺)의 말사에 속해 있다. 절 이름은 옛날 산문 어귀에 있던 용추(龍湫)에서 용이 등천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창건 이후 고려까지의 연혁은 전해지지 않으며, 조선 세종 1년(1419년) 해운당(海雲堂) 천일(天日) 대사가 중건했으나 임진란 때 불타버리고, 선조 36년(1603년) 사명대사가 탄옥(坦玉)과 경천(敬天) 등에게 명하여 중창했으나 효종 1년(1650년) 화재로 범종각만 남기고 모두 타버렸다고 전해진다.
그 후 1653년 홍묵(弘默)이 대웅전을 짓고, 승안(勝安)이 명부전을 건립하는 등 큰 불사가 있었다. 경종 2년(1722년)에는 절 규모가 200여 칸에 이르고 거주하는 승려 수가 500여 명에 달했으나, 영조 2년(1726년) 또다시 화재로 대웅전, 동서별당, 좌우 승방이 소실되고 말았다 한다. 지금의 건물은 영조 4년(1728년)에 세워진 것으로, 사리탑은 치악산 각림사에서 옮겨온 것이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539호인 석조계단(戒壇)과 도문화재자료 제26호인 삼층석탑이 있다. 부처의 사리가 안치되어 있는 석조계단은 양산 통도사의 불사리계단을 본떠 만든 것으로, 바로 앞에 불상을 모시지 않는 적멸보궁이 세워져 있다. 이밖에도 10여 기의 부도가 있다.
산행길잡이
일몰 후 야간 산행과 보온대책 철저히 세워야
비슬산 자연휴양림은 일몰 조망처인 대견사지로 접근하는 데 가장 유리한 장소다. 휴양림 상단에서 대견사지까지 1시간이면 오를 수 있고, 하산하는 데도 50분이면 충분하다. 다만 낙조 후에는 곧바로 어두워지므로 반드시 헤드램프나 손전등을 휴대하고 산을 오르도록 한다. 가을철이라도 고산지대는 겨울이나 다름없다. 특히 해가 지고나면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므로 두툼한 방한복과 장갑, 모자 등 겨울채비가 필수다. 대견사지에 샘이 있기는 하나, 겨울에는 얼어붙기 일쑤고 수질도 보장할 수 없으니 식수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휴양림을 기점으로 대견사지 낙조를 보려면 조화봉 능선에서 대견봉까지 왕복코스가 알맞다. 점심시간쯤에 출발해 비슬산 주봉을 다녀온 뒤 대견사지에서 일몰을 맞고 하산하는 것이다. 혹은 유가사에서 올라와 대견사지를 거쳐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구성할 수도 있다. 취재팀이 답사한 코스를 역으로 밟는다면 오전에 시작해야 낙조를 본 뒤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어떻게 코스를 구성하든 반드시 거치게 되는 휴양림~대견사지 구간의 산길을 알아보도록 하자. 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1km쯤 오르면 ‘비슬산쉼터’ 앞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조화봉 서쪽 능선 아래까지 이어지는 임도다. 산행은 왼쪽 도로를 따른다.
도로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콘도 건물 옆에서 산길로 바뀌면서 가팔라진다. 숲길을 따라 잠시 오르면 오른쪽으로 넓은 너덜지대가 나타나며 시야가 트인다. 너덜지대와 나란히 하는 소나무숲 길을 걷다보면 또다시 능선 왼쪽으로 너덜지대가 나타나고, 곧이어 대견사지 삼층석탑이 보인다.
계속해 5분쯤 더 오르면 화장실을 지나 사거리에 올라선다. 오른쪽 임도를 따르면 휴양림으로 내려서고, 직진하면 대견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으로 곧바로 오르게 된다. 대견사지는 사거리에서 왼쪽 길로 100m쯤 가면 나온다. 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대견사지까지는 약 1시간30분 소요.
대견사지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철다리를 올라서면 비슬산 정상인 대견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보인다. 비슬산 정상까지는 약 1시간30분 거리. 1004.9m봉을 넘어 첫번째 안부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수성골을 거쳐 유가사로 내려설 수 있다.
비슬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용연사 갈림길까지 약 1시간30분 거리. 한 차례 고도를 크게 낮춘 뒤, 그다지 큰 기복 없이 능선길이 이어진다. 880m봉은 등날을 따라 넘어서도 되고 능선 서쪽 사면길을 따라 우회해도 된다. 샘터 위 안내판에서 용연사까지는 50분이면 내려설 수 있다.
# 교통
대중교통을 이용한 비슬산 접근은 대구를 경유하는 것이 편리하다. 대구까지는 열차 또는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을 이용한다. 대구시에서 휴양림까지 가는 600번 버스는 칠성시장~지하철공사~화원~논공~현풍~휴양림 구간을 운행하며 토·일요일에만 다닌다.
평일에는 현풍에서 유가사행 버스를 타고 휴양림 입구에서 하차, 약 5km를 걸어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평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현풍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참꽃호출(전화 053-611-2525) 요금 10,000원.
부산→현풍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5433)에서 1일 12회(07:00~18:40) 운행.
대구→현풍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3-656-2824~5)에서 20분 간격(06:00~20:50) 운행.
현풍→유가사 시외버스터미널(053-614-2071)에서 1일 8회(07:00~21:00) 운행.
# 숙박 (지역번호 053)
숙박은 비슬산 자연휴양림(614-7082)이나 휴양림 못미처 위치한 구봉가든(615-9033), 청산가든(614-1808) 등 식당 겸 민박집을 이용한다. 유가사 부근에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다. 비슬산장(614-7289) 등 민박집과 그린장여관(767-9822), 대화모텔(615-5336), 유진장여관(611-4533) 등이 있다.
만보원참숯굴찜질방(615-3388)은 참숯을 굽는 가마의 열기를 이용해 찜질을 하는 곳이다. 오리요리를 겸하고 있는 식당으로 휴양림 주차장 아래에 있다. 이용료는 4,000원으로 타올과 가운을 포함한 가격이다. 식사할 경우 3,000원으로 할인해 준다.
현풍박소선할매집(614-2031)은 현풍 하면 떠오르는 할매곰탕 원조집이다. 현풍의 택시기사들도 원조로 꼽는 이 집의 곰탕은 전국에 잘 알려져 있다. 지역의 별미로 소개돼 외지에서 찾는 고객들이 많다. 유명세 탓인지 맛의 자신감 때문인지 몰라도 음식 가격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곰탕 9,000원, 양곰탕 12,000원, 꼬리곰탕·족탕 14,000원, 수육 25,000~28,000원, 족수육·꼬리수육·모듬수육 30,000~4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