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실기(입시)
1. (해마다 약간씩 차이를 보이지만) 입시 전형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모집 |
1차(실기) |
2차(면접) |
수시 |
10월 20일경 시험 10월말 발표 실기성적으로 모집정원 3배수 통과 |
1차 합격자 대상으로 1인당 5분씩 학생부 합산하여 최종합격자 선정 |
정시 |
1월 20일경 시험 2월초 발표 실기성적으로 모집정원 3배수 통과 |
1차 합격자 대상으로 1인당 5분씩 최종합격자 선정 (수능, 수능 미반영, 전문대졸 이상) | 수시는 실기 비중이 80%나 됩니다. 면접에서도 문학적 소양을 확인하는 질문이 주로 나오니 학생부 성적의 실질 비중은 정말 미미하죠. 정시는 전형 유형에 따라 학생부, 수능, 출신학교 성적 등을 반영하지만 성적 우수자가 워낙 적어서 변별력이 거의 없어요. 수능 미반영 전형을 선택하면 실기 비중이 60%로서 실질 비중은 그보다 훨씬 높아집니다. (학교는 최근 몇 년 전문대졸 전형을 실기 없이 면접만으로 선발했지만, 결국 실기를 부활시켰습니다.) 결론은, 그렇습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는 '실기로 가는 곳'입니다!
2. 작가 지망생들이 서울예술대학교를 선호하는 까닭
문학도가 아닌 학생들도 수도권 대학교 문예창작과에 'in서울'을 노리고 지원합니다. 그들을 돕는 과외와 학원도 급증했고요. 대필이나 대필에 가까운 첨삭 등 오직 입시만을 위한 편법 교육방식이 횡행합니다. 실기비중이 높은 서울예대 문창과는 그나마 피해를 덜 당하는 편이죠. 각 대학교 문예창작과 가운데 커리큘럼이 가장 타이트하고, 출신 작가들의 특강이 왕성하며, 기본적 소양을 갖춘 학생간의 합평 문화가 매우 발달되어 있습니다. 4년제는 아니지만 3학년까지 성적이 우수하면 학사과정 1년을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학비가 다소 비싼 편이지만 장학제도가 잘되어 있는 편입니다.
3. 서울예대 문창과 수시 합격생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10 윤빈: 시와 소설을 병행하는 친구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무려 200여편의 시를 제게 보여주었을 만큼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자신의 글에서 마음에 드는 표현은 단어장에 옮겨 적어 외우고 다녔습니다. 시험장에선 새로운 구상으로 새 작품(소설)을 썼지만 평소 외워둔 표현들이 힘을 발휘했습니다. 함축적이고 힘있는 표현이 적절히 들어간 작품을 써냈습니다. 2011 성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늦깎이로 대학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감수성이 정말 남달랐죠. 공교롭게도 시험문제가 당시 쓰고 있던 단편소설에 들어있던 장면과 비슷한 게 나왔습니다. 독서학교에서 만난 남자친구(정시 합격생)와 2015년 화촉을 밝혔습니다. 둘은 안산에서 신혼생활을 하며 창작과 중고생 글쓰기 지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2012 사라: 정감 있는 동화를 잘 쓰고 판타스틱하고 발상이 참신하면서도 세련미가 있었죠. 2012 소현: 고3 당시에는 실패했지만 이듬해 재도전으로 합격. 부모님이 전격적으로 저를 믿어주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2013 푸름: 따뜻한 감성을 부드러운 문체에 녹일 줄 아는 학생이었습니다. 실력에 비해 자신감이 적어 지적보다는 칭찬을 더 해줬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2014 민아: 발상이 활달했던 여학생. 문장에 별다른 멋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짜임새있게 스토리를 꾸밀 줄 알았습니다. 2015 보현: 다른 학교 문창과에 합격했는데 서울예대로 옮기고 싶다고 해서 출간되기 전인 '낙서부터 퇴고까지'의 가제본을 줬죠. 고등학생 시절 독서학교 문예반에서 공부했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았고 장면 묘사가 선명한 편이었습니다. 2015 승원: 미스터리, 스릴러에 관심이 많았죠. 끔찍한 설정을 어찌나 잘하던지. 다른 대학교는 다 붙는데 제일 가고 싶은 학교인 서울예대만 떨어진다며 속상해 하더니 결국 학교를 옮겼습니다. 2015 수지: 제주도에서 올라와 공부하던 예쁜 여학생. 1차 시험을 통과하고도 최종합격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에 재도전한 케이스. 현상을 시적으로 해석해 소설로 풀어낼 줄 알았습니다. '시에 재능이 있다'는 내 말을 믿고 시를 써서 제출. 2016 민영: 독서학교에 다니던 친구의 소개로 온 학생입니다. 발상부터 퇴고까지 시간이 많이 드는 편이라 걱정했는데, 시험장에선 해냈습니다. ※ 정시 합격생 중에도 전설적인 인물이 많습니다.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38편을 모두 다이제스트한 진희, "등단 목적으로 쓰지 말고 자기 세계를 찾아 구현하기 위한 글을 쓰라!"는 말을 대학 4년 내내 마음에 새기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졸업과 동시에 정식 작가의 첫걸음을 뗀 병훈, 예대 동문 작가들이 주는 문학상을 수상해 전액장학금을 받았던 소희, 인문계 졸업생이 아니라 수능성적이 바닥이었음에도 당당히 합격한 유윤 등. ※ 다른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 중에도 재능과 열정 모두 훌륭한 친구가 많습니다. 간호학과를 휴학하고 문예창작과를 택한 소희, 대학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은 지은이도 있죠.
4. 개성과 기본기로 승부하세요.
문예창작의 기본은 '나'입니다. 내면 세계를 정성껏 빚어 바깥세상에 내보낸 작품은 그 자체로 이미 '나의 분신'입니다. 하지만 백일장, 입시, 문학상을 염두에 둔 나머지 개성을 포기한 기죽은 작품은 영혼을 갉아먹을 뿐입니다. 문학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시험은 기본기를 살핍니다. 시(詩)는 참신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엮어 설득력 있는 메타포를 이루어야 하고, 소설은 캐릭터, 배경, 구성(사건의 배치)을 두루 살펴야 합니다. 퇴고는 모든 글쓰기의 끝이고요.
5. 시험은 시험입니다!
출제의도라는 게 있죠. 엉뚱한 글을 제출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제시받은 글감을 보고 또 봐야 합니다. 또한 자유로운 창작과 시험을 혼동하지 마세요. 시험 당일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언제든지 기억의 서랍 속에서 꺼내 쓸 수 있는 작품과 좋은 표현을 평소 익혀 두어야 합니다. 주어진 글감에 대응하느라 떠오른 발상과 구상이 평소 연습해둔 표현과 어우러질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오죽하면 대필이나 대필에 가까운 첨삭을 해주는 문인들이 글쓰기 선생으로 대거 등장했겠습니까?
이 글을 읽은 예비작가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