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들이 입신양명의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던 성리학과 유교를 창시한 '주자(1130~1200)'는
말년에 중국 남동부 제일의 명산인 무이산으로 은거했다.
무이산 아홉 계곡의 굽이굽이 아름다움을 마주한 주자는 ‘무이구곡가’를 짓고 자신의 학문적인 성취를 노래했다.
당시 주자의 학문을 흠모했던 조선의 선비들은 주자학문의 본산인 무이구곡가와
무이구곡도(武夷九曲圖)’를 방안에 걸어두고 감상하며 평생을 멘토로 삼으며 흠모했다.
주자의 무이구곡가를 본떠 "율곡 이이"도 해주 석담에 은거하여 ‘고산구곡가’를 지어
우리 산천을 노래했으며 '퇴계 이황'은 도산서원을 열고 ‘도산십이곡’을 지었는가 하면,
'우암 송시열'도 속리산 뒤편 화양계곡으로 낙향하여 ‘화양구곡’에서 이상향을 찾으려 했다.
이렇듯 동양의 산수화는 단순히 자연의 외양만 그린 것이 아니었으며
특히 시·서·화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최고의 덕목이었고 유자儒子라면 누구나 신선이 되는 삶을 꿈꾸었던
무릉도원의 세계였다.
제1곡 승진동(升眞洞)을 시작으로 제2곡 옥녀봉(玉女峯), 제3곡 선조대(仙釣臺),
제4곡 금계동(金鷄洞), 제5곡 무이정사(武夷精舍), 제6곡 선장봉(仙掌峯),
제7곡 석당사(石唐寺), 제8곡 고루암(鼓樓巖), 제9곡 신촌시(新村市)까지
아홉 구절로 되어 있지만 서시(序詩)까지 포함하면 십수(十首)가 된다.
武夷九曲歌(무이구곡가)
武夷山上有仙靈(무이산상유선영)/ 무이산 위에는 신선의 혼이 서려 있고
山下寒流曲曲淸(산하한류곡곡청)/ 산 아래 흐르는 찬 시내 굽이굽이 맑아라
欲識箇中奇絶處(욕식개중기절처)/ 그 가운데에 빼어난 곳 알고자 하니
棹歌閑聽兩三聲(도가한청양삼성)/ 뱃노래 두세 가락 한가로이 들리네.
第一曲 승진동(升眞洞)
一曲溪邊上釣船(일곡계변상조선)/ 일곡이라! 시냇가 낚싯배에 오르니
幔亭峯影潛淸川(만정봉영잠청천)/ 만정봉의 그림자 맑은 물에 잠겨있네
虹橋一斷無消息(홍교일단무소식)/ 무지개다리는 한번 끊어진 후 소식이 없고
萬壑千岩鎖翠煙(만학천암쇄취연)/ 절벽 가득한 바위는 비취 빛 안개에 묻혀있네.
第二曲 옥녀봉(玉女峯)
二曲亭亭玉女峯(이곡정정옥녀봉)/ 이곡이라! 우뚝 솟은 옥녀봉은
揷花臨水爲誰容(삽화임수위수용)/ 꽃을 꽂고 물가에서 누구를 기다리시나
道人不復陽臺夢(도인부부양대몽)/ 도인은 양대를 다시 꿈꾸지 않으리
興入前山翠幾重(흥입전산취기중)/ 흥에 겨워 앞산에 들어가니 푸르름이 겹겹이네
第三曲 선조대(仙釣臺)
三曲君看架壑船(삼곡군간가학선)/ 삼곡이라! 그대는 가학선을 보았는가.
不知亭櫂幾何年(불지정도기하년)/ 노 젓기 멈춘 지 몇 해 인지 알 수 없는데
桑田海水今如許(상전해수금여허)/ 상전벽해 지금은 어떠한가
泡沫風燈堪自憐(포말풍등감자련)/ 포말과 풍등이라 감히 저절로 슬퍼지네.
第四曲 금계동(金鷄洞)
四曲東西兩石岩(사곡동서양석암)/ 사곡이라! 동서에 마주한 두 바위산이 있는데
岩花垂露碧㲯毿(암화수로벽람삼)/ 바위에 핀 꽃이슬 머금어 푸르게 드리우네.
金鷄叫罷無人見(금계규파무인견)/ 금계(金鷄) 울음 그치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月滿空山水滿潭(월만공산수만담)/ 달빛 빈산에 가득하고 물은 못에 가득하구나.
第五曲 무이정사(武夷精舍)
五曲山高雲氣深(오곡산고운기심)/ 오곡이라! 산이 높고 구름 기운도 두텁고
長時烟雨暗平林(장시연우암평림)/ 오랜 시간 안개비는 숲을 덮어 어둑어둑하네
林間有客無人識(임간유객무인식)/ 숲 사이에 객 있으나 아는 이 없고
欸乃聲中萬古心(애내성중만고심)/ 뱃사공 노 젓는 소리에는 만고의 근심이 서렸구나.
第六曲 선장봉(仙掌峯)
六曲蒼屛繞碧灣(육곡창병요벽만)/ 육곡이라! 병풍 같은 절벽은 푸른 물굽이를 둘러있고
茅茨從日掩柴關(모자종일엄시관)/ 띠 집의 싸리문은 종일토록 닫혀있구나
客來倚櫂巖花落(객래의도암화락)/ 객이 와서 노를 맡기니 바위 절벽의 꽃은 지고
猿鳥不驚春意閒(원조부경춘의한)/ 원숭이와 새들도 놀래지 않아 봄뜻이 한가롭네.
第七曲 석당사(石唐寺)
七曲移船上碧灘(칠곡이선상벽탄)/ 칠곡이라! 배를 저어 푸른 여울에 올라가서
隱屛仙掌更回看(은병선장갱회간)/ 은병봉과 선장암을 다시 보게 되었구나
却憐昨夜峯頭雨(각련작야봉두우)/ 가엾어라 어젯밤 산봉우리에 비 내린 비가
添得飛泉幾道寒(첨득비천기도한)/ 폭포수에 더해지니 얼마나 차가울까.
第八曲 고루암(鼓樓巖)
八曲風烟勢欲開(팔곡풍연세욕개)/ 팔곡이라! 바람 안개 개이며 하니
鼓樓岩下水濚匯(고루암하수영회)/ 고루암(鼓樓巖) 아래에는 물결이 돌아드네.
莫言此處無佳景(막언차처무가경)/ 이곳에 아름다운 경치 없다고 말하지 말지니
自是遊人不上來(자시유인부상래)/ 즐기는 사람들 스스로 올라오지 않는구나.
第九曲 신촌시(新村市)
九曲將窮眼豁然(구곡장궁안활연)/ 구곡이라! 다다르니 눈앞이 훤히 트이는데
桑麻雨露見平川(상마우로견평천)/ 뽕나무 삼나무에 이슬비 맺힌 평천(平川)을 보네
漁廊更覓桃源路(어랑갱멱도원로)/ 사공은 무릉도원 가는 길 다시 찾지 말라
除是人間別有天(제시인간별유천)/ 이곳이 인간 세상의 별천지라네
첫댓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눈이 호강하고 갑니다
늘 건안 하시옵고 건필 하십시요
늘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드림니다.
목원님도 오래오래 건승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