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가 굉음을 내면서 날아가고 또 날아간다. 한두대씩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 다닌다. 옆사람과 대화는 이미 불가능하고, 귀의 고막이 터져나갈듯 하다.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 막아본다.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이 업습해 온다.
몇해 전 한여름에 강변 산책갔다가 한밤중에 군사훈련하는 전투기를 처음 보았던 것이다. 이즈음에 북한에서 포를 쏘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아마도 대응차원의 군사훈련중이였던 것으로 공포스러운 상황을 본 것이다.
민간공항인 대구국제공항과 군사공항인 K2는 같은 활주로를 사용하고 있다. 이 지역에 십년 전에 이사를 왔다. 낮에는 직장을 가고, 밤에는 문을 닫고 자니 특별히 전투기 소음을 몰랐다. 그런데 우연히 산책길에 들은 전투기의 소음은 공포 그 자체였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날마다 이런 경험을 하며 살아가니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라는 생각이 든다. 전투기와 달리 민간항공기의 경우 낮게 날아가는 모습을 자주 보지만 소음은 거의 없어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공항인접지역에 살다보니 제주도 또는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 이용시 택시타고 저렴하게 다닐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향후 공항이 군위로 이전되면 차를 가지고 장거리로 이동해야 되는 불편함이 예상된다. 물론 공항이 빠진 자리에 후적지 개발로 새롭게 발돋음할 기회가 되니 기대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지역인 내 고향으로 신공항이 이주한다는 것이다. 고향집과 땅은 모두 신공항으로 편입되면서 전체가 모두 이주지역에 해당된다. 처음 이런 소식을 접했때는 로또라도 된듯 행운이 찾아 왔는 줄 알았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이 자녀들이 있는 도심에 작은 집을 마련해서 병원다니기 편리하도록 이사하면 좋을듯 했다. 그러나 그것도 현실성 있는 보상이 이뤄져야 가능한 이야기다.
조용하던 고향집 입구에는 최근에 설치한 깃발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고 있었다. "결사반대", "조상대대로 살던 고향두고 죽어도 못나간다", "이전반대" 등의 문구들로 을씨년스런 모습을 자아내고 있다.
오늘 신공항이전에 따른 보상설명회가 있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면소재지로 향했다. 인구고령화로 전국에서 인구소멸지역 1위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주대상자는 전체 오백여명이 넘는다. 고향마을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참석하신 분들의 많은 수가 칠십대 후반에서 팔십대였다.
이주대책위원장은 도시에 살다가 6년전에 귀농해서 복숭아와 사과 농사를 하는 어릴적 선배였다. 오십대지만 동네에서는 청년이기에 앞장서서 마을일을 하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