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사파리에 축음기까지 가지고 왔지. 우리들의 우정은 선물로 시작되었어..."
- 영화의 첫머리에 황혼 장면이 깔리면서 여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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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여성작가 아이작 디네센(Isak Dinesen) 회고록을 영화로 옮긴 「아웃 오브 아프리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아프리카 케냐에 정착하고자 했던 그녀의 인생사를,
감독 시드니 폴락은 로맨스 겸 여행기 대작으로 만들었다.
1985년 케냐에서 촬영한 영화의 런닝 타임은 160분.
거의 세 시간에 육박해 중간에 관객들이 화장실을 갈 수 있게 배려(?)할 정도로 긴 영화는
훨씬 이전 「벤허」나 「닥터 지바고」 같은 대작 중의 대작에서만 볼 수 있었다.
감미로운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존 배리(John Barry)의 영화음악이 흐르고,
광활한 사바나 초원을 배경으로 한 아프리카의 풍광은 낭만적이고도 외경심을 불러 일으킨다.
♤ 줄거리 ♤
덴마크에 사는 카렌(메릴 스트립 분)은 막대한 재산을 가진 독신 여성.
그녀는 친구인 브로르 남작과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아프리카 생활을 꿈꾸며 결혼을 약속한다.
케냐에서 결혼식을 올린 그들은 이후 커피농장 운영을 문제로 말다툼을 자주 벌이고,
브로르는 1차대전이 발발하자 유럽으로 훌쩍 떠나 버린다.
혼자 남은 카렌은 어느날 초원에 나갔다가 사자의 공격을 받는데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 분)란 남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카렌에게 있어서 데니스는 인생의 나침반 구실을 한 남자였다.
결국 재산까지 탕진한 남편과 이혼한 카렌은 데니스에게 결혼을 요구하지만
매이는 걸 싫어 하는 데니스는 그냥 친구로 지내기를 원한다.
결국 카렌은 떠나기로 결심하고 바래다 주겠다고 약속한 데니스를 기다리는데,
비행기 추락으로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남편에게서 듣게 된다.
카렌은 쓸쓸히 추억만 남긴 채 아프리카를 떠난다.
Out Of Africa - Main Theme by John Barry
Let The Rest Of The World Go By (세상사 물 흐름 대로)
※
모든 것을 접고 아프리키를 홀로 떠나기로 작정한 카렌이
데니스에게 팔을 내밀며 춤 추자고 합니다.
이전에도 그와 파티장에서 춤을 췄지만 감회가 색다르겠지요.
어둠이 내린 집 밖은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식어 서늘하고...
이 세상 다른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 있든 생각코 싶지 않은 시간입니다.
데니스는 어디 먼곳을 우선 다녀와서 그녀를 배웅해 주겠다며 복엽비행기를 타고 갑니다.
우울한 표정의 카렌을 생각해서 '파이팅!'을 외치고...
하지만 그는...
"He Was Not Mine"
데니스를 땅에 묻는 장례의 마지막 추도사에서
자신이 쓴 소네트인가를 읊는군요.
그리곤 한줌의 흙을 쥐어 관에 뿌리려다 차마 못하고 돌아서 언덕을 내려갑니다.
그녀가 살이 있는 한 그를 무덤에 두는 것이 아니라 그녀 가슴에 영원히 담아두고 있을 것이란 뜻인가요?
If I Know A Song Of Africa
원작자 아이작 디네센의 본명은 카렌 블릭센.
소설에서 작가는 1914년부터 17년간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면서 경험한
모험과 우정, 깨달음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영화처럼 남편과의 불화나 모험가 데니스와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그려져 있지는 않지만,
데니스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애틋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데니스의 죽음 후 농장을 정리하고 아프리카를 떠나면서도 농장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그리고 6년 후엔 이 책을 통해서 잊을 수 없었던 그들 모두를 되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