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공연의 일환으로 현대무용단 모던 테이블(Modern Table)이 캐나다에 왔다. 주캐나다 한국대사관(대사 임웅순)과 해외문화홍보원(KOCIS, 원장 김장호) 그리고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원장 이성은)에서 공동 주관했다. 2월 22일 캐나다 BC주 나나이모(Nanaimo)와 포트시어터(Port Theatre), 2월 24일 오타와(Ottawa) 국립 예술의 전당 밥사스퍼시어터(Babs Asper Theatre)에서 총 2회 공연했다. 통신원은 2월 21일과 22일 포트 극장을 찾아가 모던테이블의 김재덕 안무가를 만났다.
[2023년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 초청 공연 현대무용단 모던 테이블이 공연한 BC주 나나이모에 위치한 포트시어터, 사진: 통신원]
[2023년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 초청 공연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의 포스터]
한국과 캐나다의 외교 수교 기념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으로 현대무용단이 초청된 점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한국문화원 이성은 원장은 "해당 공연을 통해 캐나다인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 한국문화와 관련된 요소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초청 단체를 선정하는데, 모던테이블은 현대무용팀이지만 한복을 입고, 국악기를 라이브로 연주하는 공연팀이기 때문에 퓨전 국악 장르라고도 볼 수 있다."라고 초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크니스 품바:Darkness Poomba]를 소개하는 것은 필수인 듯하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한 달간의 장기 공연으로 화제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이집트, 아랍 에미리트, 체코, 헝가리, 러시아, 미국 등 전 세계 육대주를 돌면서 총 200회를 상회하는 공연을 이룩했다. 순수 무용 작품으로 이렇게 많은 공연 횟수는 가히 기록적이다. 2016년도 [다크니스 품바]를 관람한 일본인 비평가 노리코시 다카오는 "장소와 시간을 뛰어넘는 혼을 부른다."라는 평을 남겼다. 도대체 모던테이블은 어떤 움직임 메소드를 가졌는지 궁금해졌다. 김재덕 안무가는 "거지가 밥을 얻으러 다닐 때 불렀던 노래인 '품바'는 슬프지만, 유머도 있다. 울면서도 웃는, 그런 안타까운 감정이 담겨있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한국적'이라는 것을 설명할 때 간과할 수 없는 정서인 '한(恨)'을 현대무용 움직임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한다.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의 200회 공연을 상회하는 작품 [다크니스 품바]의 한 장면, 사진 출처: http://moderntable.co.kr/darkness-poomba]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은 안무가 김재덕을 주축으로 2008년 시작됐다. "기본적으로 컨템포러리 댄스를 중심으로 뮤지컬과 판소리, 록, 힙합 등 장르 간 경계를 두지 않는 작업을 추구한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불사한다. "아카데믹한 테크닉을 현시대적인 대중적인 감성의 목소리와 한국적 소재를 입혀 고유한 스타일을 다져가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그가 안무와 구성뿐만 아니라 직접 음악을 작곡한다는 점이다. 김재덕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꾸준히 싱글곡을 발표하고 있다. 그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다수 올라와 있다. 가수가 춤추는 영상은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지만, 무용가의 노래하는 영상은 의외의 매력이 있고 참신하다.
모던테이블은 오직 남성 무용수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그들의 움직임은 사뭇 격렬하고 아크로바틱하고 때론 액션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번 캐나다 무대에 올려진 [속도: VELOCITY]는 남성 무용수 9명과 국악인 3명(두 개의 아쟁과 판소리)의 구성으로 "공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과감한 몸놀림과 다양한 리듬을 통한 역동성 변화는 관객들이 몰입하며 속도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한다."라고 소개했다.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의 캐나다 BC주 나나이모 포트시어터 [속도]의 한 장면, 사진: 통신원]
하얀 양복 재킷의 상의를 입은 무용수들의 소매가 인상적이었는데, 소매의 선이 한복 저고리의 화장과 같은 곡선이었다. 하의도 하얀 한복 바지와 같았다. '속도'라는 제목에서 짐작했지만, 악사들이 처음부터 무대 뒤에 자리를 잡는 것으로 보아 서사를 전개하는 의도가 아님이 확실히 했다. 옛날 예인들은 춤도 추고, 옷도 직접 짓고, 악기까지 다 다루어 그 예술과 기예의 깊이가 한없이 농밀했던 때가 있었다. 김재덕 안무가가 안무와 음악 작곡까지 하는 작업이기에 시종일관 움직임뿐 아니라 음악 소리에도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춤사위에 꼭 맞는 리듬과 비트가 전개되었고, 그 음악에 꼭 맞춤한 움직임이겠다는 각성이 계속 일어났다. 무용수가 중간에 악사들 사이로 끼어들어가 새타령을 부르는 부분이 매우 인상에 남는다. 김재덕의 목소리는 젊은 기세와 청량함을 선사해주었다.
쏟아진 물감이 그려낸 우연한 무늬에서도 형태가 발견되는 것처럼 두 개의 아쟁이 만들어내는 저음의 선율에 입혀진 무용수들의 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줄기 같다고 느껴졌다. 셔터스피드가 느린 상태로 사진을 찍을 때 운동하는 피사체가 정지 상태가 아닌 흔들리는 선을 만들지 않나. 소리꾼의 구음과 꽹과리 연주 소리가 나는 부분에서는 돌이 연상이 되었는데, 산 위에서 구르고 굴러 객석까지 떨어지는 듯했다. 무용수들은 매서운 바람이 불어 거리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처럼도 보였다. 모던테이블의 춤은 살아 움직이는 그림처럼 음악과 하나 되어 음악이 시각으로 구현되는 지점에 와 있었다.
[모던테이블의 김재덕 안무가, 사진: 통신원]
'모던테이블'이라는 이름의 탄생비화
모던테이블이라는 이름은 우연히 음악 앨범을 내면서 가명으로 사용했던 이름이었어요. 순식간에 떠오른 이름이었지만 댄스 컴퍼니 이름으로도 어울리는 것 같았죠. 새로운 현대적인 것들을 갖다 놓을 수 있는 어떤 그런 테이블! 외국 사람들이 이 이름을 더 쉽게 기억하고 좋아하더군요.
움직임 안무의 메소드
[다크니스 품바]의 경우는 본능적이고 감각적으로 동작을 구상한 반면, [속도]의 안무 방식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토대로 연습과 검토의 과정을 거친 후 동작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면서 빌드업한 메소드를 총집합시킨 작품입니다. 저희 작품은 어떤 텍스트적인 작품들이 없어요. 쉽게 말하면 텍스트는 말 그대로 세상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세상을 보여주는 작품은 없어요. 인간, 그냥 사람을 보여주고 사람의 몸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토대의 작품들을 해요. 저는 거울을 보고 미학적으로 멋진 모습의 동작을 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역통역을 해서 댄서들한테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작품 속 한국적인 요소
한국무용이 가지고 있는 내적 미학을 저만의 방식으로 드러내고 싶은 건 있죠. 직접적으로 한국무용 동작을 하는 건 없어요. 내적 한국무용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무용이 가지고 있는 그 어떤 매력은 지금도 계속 제가 찾고, 저는 한국 무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엇박자로 제박에 딱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런 것. 사실은 현대춤에서 세련미를 벗어날 수는 없잖아요. 현대는 세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보니까 전통의 현대화가 아닌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전통의 현대화라는 말을 안 쓰고 현대의 전통화라는 말을 써요. 우리 춤 진짜 대가들의 춤을 보면 일부러 안 만들잖아요. 그냥 하잖아요. 그냥 뿌리고, 그래서 저는 힘 뺀 손이라는 말을 써요. 손끝을 억지로 만들지 말라고.
[속도] 음악을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속도] 음악에는 사물놀이 악기들이 다 나와요. 거기에 서양 악기들을 합쳤고요. 장구나 북의 그런 통통거림 어떤 저음의 텅 이런 게 아니고, 무거운 소리가 아니고, 중간 소리, 중간 톤의 음악 소리가 많이 있어요. 꽹과리도 힙합처럼 구사하기도 했고 그런 식으로 다른 방법으로 전혀 다른 방법으로요.
다음 작품,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이걸 만들 때까지는 몸에 집중해 있었거든요. 저한테 시작이 저의 정확한 메소드를 통한 춤이 일단 중요했었고, 그래서 요즘 해외에서 진행하는 작업에서는 '칼라'를 시작하고 있어요. 이제는 공간에 이제 옷을 입히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포스트 휴먼적이고, 더욱 시각적인 걸 시작하고 있어요.
[모던테이블의 김재덕 안무가, 사진: 통신원]
한국인의 정서인 '한(恨)'이라는 감정은 슬픔의 감정이지만, 슬픔을 영어로 번역해서 사용할 수 있는 "grieve"나, "sadness"로 정의하면 정확하지 않다. 이유는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슬퍼할 일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일어나서 그 답답함이 오랫동안 쌓이고 마음에 맺혀 있는 상태를 이르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적이다'라는 주제 속에,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 속에서 구현되는 한국의 미(美)로는 '한'도 있지만 '한(슬픔)'을 '웃음(해학)'으로 승화시키는 '흥'이라는 것이 있다. 무용수가 춤을 추다가도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묘한 전율을 맛보게 되었는데, 그 짜릿함이 바로 흥이 아니었나 싶다. 춤이란 소리 없는 아우성이기에 어찌 보면 수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장애인 독해력과도 같은 소통의 단절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그래서 무용수의 노랫소리에서 후련함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오타와 국립 예술의 전당 밥사스퍼시어터 2월 24일 공연 커튼콜 장면, 사진 출처: 주캐나다 한국문화원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ccCanada]
오타와에 사는 한인 한 분이 이번 공연을 관람 후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소개한 감상평이 생생하여 소개한다. "재미라기보다는 처음 경험하는 그런 춤(?)을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한 시간 동안 숨을 죽이고 보더라고요. 맨발로 추는 그런 춤을 나는 5분도 추기 어려울 거예요."
일반인들이 평소에 접하기 쉽지 않은 현대무용 공연의 신선한 체험을 느낄 수가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한 - 캐 외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의 행사를 소개하겠다.
6월 한국문화축제(Korea Culture Scene)가 오타와 야외공원에서 K-pop행사를 비롯한 한식, 전통문화 전시, 공예, 한복 체험, 태권도, 포토존, 현장 이벤트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축제를 개막식으로 하여 특색있는 한식 강좌, 캘리그라피, 전시 등 매일매일 한국문화를 즐길 수 있는 한국 주간 행사가 약 열흘간 진행된다고 한다. 9월에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공연과 전시가 오타와와 캘거리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10월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가진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들이 연이어 오타와 National Art Centre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오타와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은 문화원 주관의 행사를 최대한 다양한 지역에서 개최하고자 캐나다 서부에서도 BC주의 나나이모에서 모던테이블의 공연을 진행했다. 알버타주 캘거리와 사스케츄완주의 리자이나시에서도 대규모 한국문화공연 및 축제 행사를 협력하여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콘이나 북극 준주에서도 한국문화행사 개최 진행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주로 대도시에 밀집해서 거주하는 재외동포 관객으로서는 다소 섭섭함도 있지만, 우리 문화의 소개가 캐나다의 다양한 소도시에도 개최되는 한국문화원 기획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인용 발췌: https://canada.korean-culture.org, http://moderntable.co.kr/darkness-poomba
원문: 한-캐 수교 60주년 기념 초청,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의 [속도] https://study.korean.net/servlet/action.cmt.ReporterAction
재외동포재단 스터디코리안 해외통신원리포트 2023년 3월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