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 - 항암치료 -
밥 한 그릇이 태산 같다.
죽 한 사발이 바다 같다.
나는 한 마리 개미가 되어
빌빌거리며 산을 올랐다.
허우적거리며 바다를 건넜다.
조향미, 《봄 꿈》
2016년 초봄 내가 6학년 때 이야기이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신다.
그 때문에 난 친할머니의 손에 길러졌다. 할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정말 잘해주셨다.
내가 말썽을 피우고 사고를 치고 와도 할머니는 나를 혼내셨지만, 항상 내 편을 들어주셨다.
솔직히 할머니가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맨날 잔소리하고 어쩔 땐 나를 야단치시는 할머니가
정말 미웠다. 할머니에게 용돈을 받을 땐 빼곤 할머니에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점점 할머니와 같이 살고 놀면서 할머니에게 마음을 열었다. 어릴 때 혼자 자는 걸 무서워했을 때 할머니는 항상 내 곁에서 잠을 같이 주무셨고 내가 아플 때마다 옆에서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시던 할머니 지금 생각해 보면 나를 누구보다 생각하신 건 할머니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나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다. 그것도 잠시 내가 초등학교 6학년 할머니는 점점 아프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수록 머리에 새치가 많아지시고 얼굴이 주름지는 게 한눈에 보였다. 하얗고 고운 손도 어느새 쭈글쭈글 주름이 생겼다. 할머니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잦았고 결국 입원하셨다. 아빠는 할머니가 무슨 병으로 입원했는지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마도 어린 나이에 할머니가 암에 걸렸단 사실을 알고 슬퍼할 나를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하신 거 같았다. 그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맨날 논 내가 정말 한심하게 느껴진다. 할머니의 병문안도 거의 찾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할머니는 나아서 돌아오시겠지?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나에게 꿀밤을 먹여주고 싶어질 정도다. 그러다 어느 날 새벽 6시 사촌 누나가 나를 다급하게 깨웠다. 난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택시를 타고 병원을 찾던 날 할머니가 위급하다는 사실에 심장이 뛰고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 할머니가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머릿속에 10번쯤 생각하던 찰나 차가 멈추고 난 병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내가 늦었던 것일까? 문밖에서 들리는 가족들의 울음소리 그 뜻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거다. 난 울먹이면서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할머니.. 할머니는 눈을 감으셨다.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실감했다. 더 이상 내 곁에는 할머니가 없구나 하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가 하루라도 더 살아계실 때 잘할걸 이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할머니에게 잘해드린 것보다 못 해 드린 게 더 많이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불효자라고 느낀다. 하루하루를 시체처럼 살아가던 날 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이렇게 힘없고 흐리멍덩하게 사는 걸 할머니가 하늘에서 보신다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라고. 그래서 난 그 이후로 부끄럼 없이 살겠다고 꼭 성공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말이다. 위에 시처럼 나도 내가 암에 걸린 것도 아닌데. 몸에 힘이 빠지고 무슨 일을 해도 아무 의미가 없고 무의미하게 하루를 사는 개미 같았고 살아가는 게 뜻이 없어 밥도 먹기 싫어진 게 공감이 된다. 정말 삶이 힘드셨을 거 같다. 우리 할머니처럼 공교롭게도 시인도 암에 걸렸다니 꼭 수술해 나으셨으면 좋겠다.
김한빈 의정부광동고등학교 20306 h0107753871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