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부 검시조사팀 현윤정 검시 조사관
Q. 근무하시는 곳과 부서, 역할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1년 12월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부 검시조사팀으로 발령받은 현윤정 검시 조사관입니다. (이하 검시관)
아직 검시관으로 불리는 게 어색한 1년 미만의 병아리 검시관이지만, 임상 경력으로는 한림대 한강, 강남성심병원에서 수술실, 병동, 인공신장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도합 18년 경력 간호사입니다.
검시관 경력이 아직 짧고 지식 또한 부족하여 인터뷰에 응하기가 망설여졌지만, 검시관이 되고 나서 주변에서 관심 어린 질문이 많아 작은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뵙게 되었습니다.
현재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으로 의왕경찰서에 발령받아서 검시관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과학수사경찰관과 함께 변사현장에서 사망과 범죄와의 연관성 여부(타살, 폭행 등) 변사자의 외표를 확인하여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한국의 CSI, 검시조사관을 지원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요?
병원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허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간의 육아우울증과 병원 스트레스로 변화를 꾀하며 간호대학원을 알아보던 중에 좀 재미있고 특이한 걸 같이 전공해보자는 병원 동기가 절 ‘과학수사, 법의학’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그 친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법의학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 친구 따라 강남(?) 간 거죠.
그해 바로 친구와 함께 대학원에 덜컥 합격해서 데이 퇴근 후 KTX를 아슬아슬 하게 탑승하여 서울에서 대구를 오가며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 석사를 취득하였습니다.
많은 대학원 선후배 동기들이 경찰청 과학수사대 검시조사관으로 채용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덕분에 검시조사관의 세계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Q. 검시조사관이 되기 위해 요구 받는 근무 조건이나 스펙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력, 병원 경력, 특정 자격증, 언어 능력 등)
검시조사관은 간호사, 임상병리사 면허증이 있으면 지원 가능합니다.
또한 검시관은 경찰서에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 이기 때문에 가산점으로 우대를 받으면 조금 더 유리하겠지요.
일단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관련 경력5년이상은 필수 조건이며, 한국사 능력 시험은 가산점이 있습니다. 참! 제일 중요한 1종 보통 면허도 있어야 하는데, 검시관이 되면 발령받는 지역 따라서 승용차 내지는 큰 스타렉스 같은 1종면허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운전은 필수 조건입니다.
해마다 공고 따라서 가산점이나 우대 조건이 조금씩 변동이 있다고 하는데, 운전 실력과 경력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임상 경력 중에 수술실, 병동과 인공신장실 겸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경력이 있었고, 검시관에 코디네이터 경력이 많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서류가산점에서는 신규 때의 수술실 경력이 쓰였네요. 가산 경력은 쪼개진 경력도 합산이 되며, 모든 임상 경력은 공무원 호봉인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검시관을 지원하신다면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시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21년 하반기 경찰청 일반직공무원 (검시조사관) 공고 中 간호사 부분
Q. 검시 조사관 면접 때 받은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으실 까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지시를 내리고 조율하는 역할을 할 텐데, 검시관을 하게 되면 맨날 보고서만 쓰고 말단 업무만 하는 일들을 할 수 있겠어요?” 라는 질문을 받고 머릿속이 하얘졌던 생각이 납니다.
검시관은 “일반직9급공무원, 의료기술 또는 보건서기보” 입니다. 요즘 9급공무원 월급 최저임금이다 뭐다 해서 여기저기 많이 나오잖아요. 저도 면접 보기 전, 과연 지금 현재 안정적인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지원하는 것이 맞나 많은 생각을 하다가 면접을 간 것인데, 직격타로 질문을 받으니 당황했죠.
저의 대답은 ‘간호사 들은 거의 어디서나 말단 업무를 합니다. 그게 코디네이터든 병동간호사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했었습니다.
참! 참고로 9급공무원이지만 검시관의 근무는 24시간 당직 체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각종 수당이 추가되어 우려하는 만큼의 최저임금은 아니랍니다.
Q. 검시조사관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역량은 무엇일까요?
법의학관련한 지식은 필수입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법의 간호학, 형법, 법 과학, 수사학 등 다양한 강의를 들었음에도 아직 실무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물론 검시관이 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과 경찰수사연수원의 몇 달 간의 연수를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는 오리엔테이션 기간이 있지만, 미리 지식을 습득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면접에서 법의학 관련 질문도 나오거든요. 법의학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이 파란색 법의학 책은 법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꼭 준비하시고 각종 용어들과 익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변사자를 보는 것은 의외로 많이 힘들진 않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힘들었던 삶은 유추해보면 부패된 변사자의 체액이나 모습들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단 힘든 삶을 살다 돌아가신 분들의 현장의 감정이입으로 힘들 때가 있습니다. 만약에 평소 본인이 소위 유리멘탈이신 분들은 사건에서 경험했던 것들로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정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돌아가신분의 흔적이나 유서를 보면서 곱씹다 보면 감정 전이가 되거든요. (저는 집에 오면 털어버리고 아예 생각 차단을 하려 합니다.)
Q. 검시 조사관으로 근무하시면서 느낀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는, 특히 코디네이터 업무를 하며 장기이식을 담당하며 환자들이 극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거나, 행정업무 등 여러가지 업무를 하며 성과가 드러나는 업무를 하며 무척 보람이 컸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선 개인 발전이나 휴식을 위한 시간은 전혀 없었으며, 연차하나 쓰기도 눈치 보이는 병원생활에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근무시 주최한 캠페인
검시관이 되고나서 다같이 교육받을 때 점심식사 후 커피를 사서 들고 경찰청산책을 하면서, 이렇게 점심 먹고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게 로망이었다며 다같이 눈물겹다며 공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공무원의 복지, 그리고 검시관 발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잘 되어있어서 직무발전을 위한 기회도 많다는 것도 좋구요.
단점이라면 많은 사건 에피소드를 겪지만 이런 것들을 함부로 털어놓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털어내고 극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병원에선 인계타임이나 많은 동료, 환자 보호자를 접하게 되며 은근히 많은 말을 하게 되는데,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건 좀 정적이거든요. 동기들이 있지만 같은 경기남부내에서도 다른 지역에 근무하고 있고 자주 만날 수 없으니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동기들이 한번 만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얘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나이차이가 대부분 10살이상 나는데도 같은 직종에서 같은 스타트를 끊어서 그런지 아주 많이 끈끈하게 지낸답니다.
Q. 선생님만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임상에서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할 때 투석환자의 심정지로 그 자리에서 흉부압박을 하며 심폐소생술을 한적이 몇 차례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빠른 대처로 전부 건강히 지내고 계십니다.
말기신부전 환자들과 몇 년 동안 지내고 가족보다 더 얼굴을 많이 보고 지내다 보니 퇴사할 때도 환자분들 생각이 많이 났었는데요. 얼마전 8월에 이천 투석실에서 화재가 나서 간호사한분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고 관내 사건이었습니다. 같은 간호사로써 환자한분이라도 살리려고 애쓴 그분의 심정이 이해가 가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근무할 당시 KODA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업하며 다수의 뇌사장기기증을 진행하였었는데 80세 최고령 신장이식 대기자였던 신장투석환자분께서 신장이식을 받겠다고 결정하시고, 그분께 신장이식을 해드려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셨을 때, 거의 30시간을 연속으로 일하게 되었어도 너무 기쁜 마음이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20세 어린 학생의 기증도 기억이 남습니다. 친구분 들과 아버지가 장기기증에 긍정적인 깊은 뜻을 가지고 진행해 주셨고 이분을 계기로 제손으로 직접 저의 장기기증을 직접 등록했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31179#home)
Q. 앞으로의 또다른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실 까요?
두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변사현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자살 특히 그 중에 10대 청소년의 자살을 보면 충동적으로 스스로 생을 안타깝게 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교과서 같은 교육보다는 얘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 (Listener)이 되고 싶습니다.
두번째는 알리는 사람 (Speaker) 입니다. 법의학은 수사의 한 분야의 의 범죄와의 연관성 같은 좁은 의미 외에 보험문제나 사망통계 등 다양한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아동학대 의심된 사례를 경찰에 신고하거나, 병사로 사망한줄 알았는데 상해로 사망하여 보험금이 뒤집히는 등 법의학이나 과학 수사적인 판단이 메인 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모든 의료에는 법의학에 대한 교육이 필수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병원의 최전선에서 환자를 접하는 간호사들에게 더욱더 필요하겠지요. 법의간호사 라는 명칭이 있지만 아직 전문간호사로 의료법상 인정이 되지 않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추후에 현장의료인을 바탕으로 법의학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많은 현장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 하겠지요. 늦깎이 신입이지만 아직은 검시계의 꿈나무이기 때문에 꿈을 높게 가지고 이루려고 노력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간호사 분들 또는 간호학생 분들께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끔 후배들을 만나거나 주변에서 진로상담을 하다 보면 병원이 너무 싫다. 병원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듣습니다. 저도 직장에서 출근할 때 태움과 왕따로 극단적인 생각을 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퇴근하면 훌훌 털어내려 노력하고 절대로 병원 일은 병원 밖에서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동기들과 일부러 힘든 등산을 가기도 하고 한강 변 자전거 투어도 하며 서로 토닥토닥 했던 것이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또한 병원에서 부서 이동이 있을 때면 저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수술실에서 신규로 시작을 해서 병동에 처음 발령 받았을 때 IV도 제대로 못 놓고 투약카드 하나 읽을 줄 몰라서 ‘올드가 왔는데 신규보다 더 못하네’ 라며 한숨을 푹 쉬던 차지 샘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새로운 기계를 익히거나 부서에서 어색하게 새로 시작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한두 번 부서 이동을 하다 보니 나중엔 ‘중환자실 경력이 없는데, 중환자실 근무도 해보고 싶은데’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코디네이터를 하면서 중환자실 경력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거든요.)
생각해보면 눈물 훔치며 출근할 때 싫다고 뛰쳐나왔더라면, 알지도 못하는 투석실에 발령 받았을 때 못하겠다고 했더라면, 지금 검시관의 제 모습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 경력이 하나하나 쌓여서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중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검시관으로서 지금 경력도 앞으로 또 다른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겠지요. 임상 경력은 어디에 가도 ‘간호사’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계신 곳이 간호사 경력의 튼튼하고 소중한 초석입니다.
간호사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임상에서 발로 뛰고 있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