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날마다 일 끝나면 맥주로 산다.
함께 마시고 전철타고 집에 오면 엄마는 도 술 마셨다고 야단이다.
나이는 24살이나 먹엇으면서 항상 술로 산다고 그러신다.
어제밤도 맥주를 열댓병 사서 넷이서 다 마셨나보다.
아침이 되니 속이 불편하다.
엄마한태 애기도 못하고 밥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나갔다.
3월의 봄비가 축축히 내린다.
내일 친구랑 도봉산 가자고 약속을 했는데 한 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
윤식이랑 도봉산으로 출발했다.
구리시에서 일산 방향으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절경이 눈에 들어온다.
우뚝 솟은 바위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도봉산은 높이 739.5m며, 주봉(主峰)은 자운봉이다.
북한산국립공원에 포함돼 있으며, 서울 북단에 위치한다.
우이령을 경계로 북한산과 나란히 솟아 있으며,
북으로 사패산이 연이어 있다.
면적은 24㎢로 북한산의 55㎢에 비해 등산로가 더 조밀하며,
산 전체가 큰 바위로 이뤄져 있다.
둘이서 만장봉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7월8일날 이사를 했다.
집도 비워달라고해서 근처에 다른 집으로 이사를했다.
11월에 근처로 이사를 한번 더 갔다.
이삿짐도 별로 없으니까 동생이 와서 도와주고 했다.
오늘도 일 끝날 시간에 옆 맥주집 사장님이 손짓을 한다.
건물 관리 아저씨가 나를 부르신다고.
좋은 세상 얘기를 많이 배웠다.
참 다정하시고 매너 좋으신 아저씨.
함께 전철로 퇴근하다가 내가 내릴때 쯤 역에서 내렸다.
작은 호프집에서 한잔씩 더 하고 엄마께 미안해 통닭을 한마리 포장했다.
집에오니 새벽.
엄마는 주무시지 않으시고 기다리고 계셨다.
통닭을 함께 먹으며 미안하다고 했다.
다음날 쓰린 속을 콩나물 국으로 달래고 출근했다.
퇴근하고 집에오니 엄마가 갑지가 낮부터 온 몸이 가렵드라고 하신다.
보니까 팔이며 온 몸이 두드러기가 난 거 같다.
군데군데 부어오르며 가렵다고 하신다.
약국가서 약을 사다 드려도 가라 앉지가 않는다.
1987년 3월 10일 노량진 산꼭대기로 이사를 왔다.
가족들이 가까이 있는 곳으로 다시 왔다.
내 나이 25살.
빨리 돈을 모아야 하는데 도대체 나에겐 돈이 붙지를 않는다.
벌어 놓으면 꼭 들어갈 곳이 생기고 힘들다.
벌써 직장 생활 한지도 10여년이 되어가는데 손에 가진건
남 좋은 일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모든 가게들이 힘겨워한다.
10월7일 추석이다.
3박4일 휴일이다.
형님과 낚싯대를 준비해서 한강으로 붕어 낚시를 갔다.
일만 하다보니 머리도 아프고 그냥 강바람이라고 쏘이고 싶었다.
더 넓은데 더 먼 곳으로 가고 싶다.
형님께 얘기해서 함께 오류동 " 과림 낚시터 "에 갔다.
전철타고 40분, 시외버스로 20분, 유로 낚시터.
추워도 붕어는 나온다.
잔챙이 몇마리 잡아 고추를 썰어 넣고 붕어 찌개를 끓였다.
나는 소주를 마실줄 몰라 맥주를 마셨다.
맥주 한잔에 매콤한 붕어탕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힘들고 고단한 일들이 한꺼번에 내려가는거 같다.
11월 30일 진양 사표를 냈다.
3년하고 20일이다.
역전 생맥주에서 관리 아저씨 장주임과 맥주 한잔했다.
장주임과는 정말 헤어지기 싫다.
이 건물 관리자이면서 나에게 항상 좋은 얘기들을 해 주셨다.
일 끝나면 옆 맥주 집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맥주 마시고
전철타고 집에 가신다.
함께 마시고 가면서 얘기하고 또 한잔 더 하고.
대단한 체력이시다.
그래도 걱정은 된다.
술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 마시게 되고 나중엔 술이 나를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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