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희] 주주

[홍진희]

주주 0910236 홍진희.hwp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지구의 수많은 청춘남녀는 외롭다. 문득 생각이 드는 게, 이 지구에 외로워 하는 청춘들이 가득할텐데 왜 서로 안만나질까? 하는 거다. 왜 각자 외로움에 떠는 청춘남녀는 서로 못 만나는 것일까. 왜 서로를 연애 대상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주변인들의 오해를 사며 갑갑하게 만들기도 한다. 만나고 있는데 모르는걸까, 아니면 만날 생각이 사실은 없는걸까? 맘에 들지 않는 상대만 족족 만나게 되는걸까? 등잔 밑이 어둡다던데 내 등잔 밑은 정말로 어둡다.

사랑은 진짜 어디에 있을까.

외롭지만 짝을 찾지 못하는, 심지어 이름도 비슷하고 커왔지만 서로를 자기의 짝이 아니라고 믿으며 사는, 그리고 또 외로워하는, 지구 위 많은 청춘남녀들의 이야기 <주주>

등장인물

이주영

잘 놀고 공부도 곧잘 한다. 시원시원한 성격이다. 박주동의 소꿉친구. 박주동을 친구, 동생, 가끔은 언니(!)로 생각한다. 주동이 다른 여자애를 만나면 기특한 마음이 든다. 왠지 친구를 뺏기는 것 같은 마음도 든다. 모태솔로여서 연애를 좀 하고 싶긴 한데 저 좋다는 남자애가 없어서 연애를 안하는 중이다. 그냥 공부나 할까 싶기도 하다. 주동과 사귈 생각은 전혀 없다. 바나나 우유 매니아로 역시 바나나 우유 매니아인 박주동을 만든 장본인.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 만은 박주동과 놀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다.

박주동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에만 섬세한 성격. 이주영의 소꿉친구. 정말 외롭지만 옆에 늘 붙어 다니는 주영을 여자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가끔 누나, 동생, 엄마, 친구인 주영에게 자기가 모르던 남자애가 나타나면 신경이 쓰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친구를 뺏길 것 같은 기분에서다. 외로운 애들 분명 정말 많은데 왜 서로 만나지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사는 남자. 제일 친한 남자애 마저 여자친구가 생겨서 주영이가 안 놀아주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혼자 놀까봐 겁난다.

S#1 카페, 낮

해가 잘 드는 넓은 책상에 앉아 커피 마시며 멍 때리는 주영. 앞에 놓인 책을 뒤적거리다가 다시 멍 때린다. 옆 자리에는 즐거워 보이는 표정의 여자 둘. 졸린 표정의 주영 Close Up. 웅성거리는 소리가 대화 소리로 바뀐다. 주영의 어깨를 살짝 거쳐서 보이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 여자 둘.

옆자리 녀 1  나 어제 한 소개팅 있잖아

옆자리 녀 2 어땠어 어땠어?

옆자리 녀 1  말도 마라.. 웬 오타쿠가 나와서는

옆자리 녀 2 너도 오타쿠 잖아

옆자리 녀 1 나는 건전한 오타쿠지! 태민이 오타쿠잖아~ 그 정도면 괜찮은 거야.

옆자리 녀 2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며)그래 암튼

옆자리 녀 1 캐릭터 장갑을 끼고 나온 거야 남자가 정장에! 그래서 예의상 귀엽다고 칭찬해주니까 선화 씨도 요가소라 좋아하녜.

옆자리 녀 2 요가소라?

옆자리 녀 1 요스가노 소라의 준말이래. 미소녀 캐릭터야.. 하아.. 장갑을 칭찬하니..열쇠고리가 나오고 열쇠고리를 칭찬하니 작년에 요스가노 소라 투어 갔다 온 이야기, 그리고...자기가 요즘 그리고 있다는 캐릭터 북을 보여주더라고?

옆자리 녀 2 대박.. 장난 아니다.. 그래도 너는 일코 (일반인 코스프레 - 어떤 대상의 팬이 아닌 척 하는 것 )는 하잖아.

옆자리 녀 1  그치 난 일코는 하잖아! 캐릭터 북 다음에 뭐였는지 알아?

옆자리 녀 2 뭐..뭔데..?

옆자리 녀 1 가방에서 피규어를 꺼내면서! 갑갑했지? 오빠가 미안해! 이러는 거야!

옆자리 녀 2  헐..

옆자리 녀 1의 어깨 토닥거리는 옆자리 녀 2. 얼굴 마주 보며 마구 웃는다.

옆자리 녀 1  (테이블에 엎드리면서 한숨쉬며) 하아.. 월하노인은 누구랑 날 묶어놨을까

옆자리 녀 2 태민이?

옆자리 녀 1  태민이는 솔직히 너무 어려..하.. 사랑은 어디에 있지

옆자리 녀 2  나도 몰라...

옆 자리의 이야기가 재밌는 주영. 주동이 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무심코 핸드폰 꺼내다가, 도로 가방에 집어넣는다.

주영  내일 말해주지 뭐.

S#2 주동의 방, 밤

페이스북 하는 주동. 청계천 등불 축제에 갔다는 친구의 게시물을 보고 웃는다.

페이스북 화면,

 “좀 걸으러 왔는데 전등 축제 한다! 옆에선 뽀뽀를 하고 난리가 났지만 난 괜찮아!”

그 밑에 달린 댓글들,  “ㅠㅠ” “난 안 괜찮아!” “내년엔 나도 제발 ㅠㅠ” 등등의 외로움을 울부짖는 댓글들.

마지막 댓글에 보면, “거기 분명 너처럼 외로워 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그 사람을 잡아!”

뭔가를 발견했다는 눈빛의 주동.

주동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그러게. 나처럼 외로워하는 사람이 이 지구에 가득일텐데.. 외로운 사람들끼리 왜 안만나 지는거지.

마우스 휠 굴리며 바나나 우유 쪽쪽 빨아 마시는 주동.

S#3 주동의 방, 낮

책상에 기대서서 누군가에게 전화거는 주동의 옆 모습. 신호연결음으로 브라운 아이즈의 with coffee가 들리고, 딸깍 하고 전화 받는 소리가 들리면 환해지는 주동 표정.

주동  어 주영아!

주영  (시큰둥) 왜

주동  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보고싶어

주영  봐

주동  아우 야 나 공포영화 너 없이 못 보잖아

주영  그런데 왜 보고싶어 해

주동  어우 야 같이 보자 맛있는 거 해줄게

주영  아 귀찮아 추워

주동  영화 보고 무섭다고 밤에 전화할거야

주영 아오 몇 시?

주동  (신나서) 여덟 시에 집으로 와!

주영 (무뚝뚝) 알겠어

브라운아이즈 with coffe 허밍하며 방 정리 하는 주동. 주동 등 뒤로 보이는 CD장에 꽂혀 있는 브라운아이즈, 나얼, 윤건,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CD들.

S#4 주동의 집 거실, 밤

티비 조명을 제외한 모든 조명이 다 꺼진 주동의 거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악악! 거리는 주동. 절레절레 고개 흔들며 바나나 우유 마시는 주영. 한참 작은 주영에게 꼭 달라붙어 있는 주동. 둘의 티비 보는 모습 Close Up. Track Back, 둘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동 주영에서 카메라 멀어지면, 가운데 주영 주동을 두고 나란히 앉아 있는 주동의 가족들. 주동만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고 주영을 포함한 가족들은 별 감흥 없는 표정.

S#5 주영 데려다 주는 길, 밤

가로등 아래, 털모자를 쓴 채로 바들바들 떨며 한참 작은 주영의 팔짱 꽉 낀 주동. 떨면서 주영을 집에 데려다 준다.

S#6 주영이네 집 문 앞, 밤

도어락 누르는 주영, 그 뒤에 서 있는 주동. 울 것 같은 표정의 주동.

주동 주영아 나 혼자 가기 무서워

주영  왜

주동  누가 나 잡아가면 어떡해

주영  안 잡아가

주동  무서운 거 나오면 어떡해

주영 안 나와

주동  나 데려다 주면 안 돼?

주영  안 돼 잘 가!

주동 (풀죽은 목소리로) 너네 집에서 자는 건?

주동의 풀죽은 목소리에 홱 뒤돌아서는 주영.

주영  어휴... 박주동.. 들어 와 이 바보야

문 열고 들어서면,

주영 어머니  응 주동이 왔니

주동 네 안녕하셨어요?

주영 어머니  그럼~

주영 동생 (소파에서 티비 보며)  형 자고 갈라고?

주동  응 주원아 나 좀 재워줘

S#7 주영이네 밥상, 아침

주영의 동생과 나란히 앉아 있는 주동, 덜 깬 모습. 그런 주동이 한심하단 듯 보는 주영. 주동이 아침 밥상에 있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주영의 가족들.

주영과 눈 마주치자 눈썹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며 찡긋 거리는 장난치는 주동. 마주 본 주영의 뒷모습, 어깨에 걸쳐지는 주동의 웃는 얼굴. 주영 동생이 무슨 이야기 하면 웃다가 밥에 열중하는 주동.

S#8 주영의 집 신발장, 아침

주영 동생  형도 오늘 수업이야?

주동  아니 주영이 학교 혼자 가면 심심할까봐..

주영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휴 박주동.

먼저 문 열고 나서는 주영, 따라가는 주동.

S#9 학교 앞, 아침

멀리서 걸어오는 주영과 주동을 발견한 주동의 친구들. 세 명의 남자애들로 양손을 써서 손을 휘적휘적 흔든다.

남자인 친구 1 (손 흔들며 큰 소리로) 주영아!!

뒤에서 계속 손 흔드는 남자인 친구 2,3. 남자인 친구 1, 2, 3 앞에 선 주영 주동.

주영  안녕

남자인 친구 2 주영아 안녕. 주영이 친구 주동아 안녕?

주동  그래 안녕

남자인 친구 3 야 솔직히 말해 봐 너네 사귀지?

코웃음 팽 치는 주동. 친구 3의 발을 모르는 척 밟으며 강의실로 향하는 주영. 쭐레쭐레 쫓아가는 남자애들.

S#10 교정, 낮

수업 끝난 주영. 집에 가다가 벤치에 앉아 있는 주동을 발견 한다.

주영  (멀리 서서 큰 소리로 손으로 확성기 만들어서) 야 같이 갈래?

주동  (통화하느라 입 모양으로) 아니 안 갈래~ 재밌게 놀아

홀가분하지만 왠지 찜찜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주영.

S#11 술자리, 밤

주영을 포함한 여자 셋이 있는 술자리. 다들 우울하다. 뚜껑 따진 소주 2병, 홍합탕, 각자 앞에 놓인 소주 잔과 생맥주 잔.

수진  (맥주잔 내려놓으며) 내가 연애를 왜 못하는지 생각해 봤어.

주영  뭔데 뭔데?

수진  바로. 너무 열정적이기 때문이지. 난 할 게 너무 많아! 먹고 살 걱정과 내 꿈과 학점        등등 아 뭐 공부는 안하지만.. 암튼 난 할 게 너무 많아서 남자애를 만날 시간이 없는        거야.

한아 아휴..

수진  그래 사실 이건 변명이다. 왜! 남자애들은 나한테 관심을 안보이지?

한아  나한테도. 야 정말 걔들 왜 그러니?

주영  아 정말. 걔네 왜 그러냐? 아오 우리 정도면 어디 가서 절대 빠지지 않지. 나름 귀엽        지, 나름 이쁘지 어? 성격도 좋잖아? 근데 왜!

한아   우린 뭔가 힘이 너무 쎄보이나봐..

수진  그리고 너무 바빠 보이고..

주영  (홍합탕 떠먹으며) 좀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 봐봐 우리 다들 약해보이지 않잖아..

수진  응...딱 봐도 튼튼하지..

한아  (소주 마시다 소리나게 잔 내려놓으며) 야 저번에 걔 있지? 걔랑 술 먹는데 헌혈 얘       기가 나왔거든? 그래서 나 헌혈 등록회원이라고 했지. 근데 걔가 보통 여자애들은 약       해서 헌혈 못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고? 지는 헌혈 못하는 여자애들이 약해보여서       지켜주고 싶대.

주영  아오...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냐 걔는?

수진 그래서 어떻게 했어?

한아 안주 비싼 거 시켜서 계속 마셨지 뭐.. 그 날 걔가 산다 그랬거든..하..

일동 한숨. 잠시 소주 마시는 셋.

수진  (소주 마신 뒤 맥주 들이키며) 근데 이주영 너는. 박주동이 문제다.

주영  박주동? 왜? 걔랑 맨날 같이 다니니까?

한아  응. 너네는 이름도 비슷하지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서 같이 자랐다지 심지어 대학도        같이 왔지 오래된 연인처럼 보여.

주영  박주동하고 내가?

수진  그래 그래 맞아 맞아. 주동이가 가만 보면 은근히 괜찮은 남자야. 너네 둘이 잘 놀러        다니잖아 야 너 주동이는 어때?

주영  (토끼눈 뜨고) 박주동하고 사귀라고?

한아 그러고 보니 주동이가 은근히 괜찮다. 등잔 밑이 어두웠네! 주동이가 있었네!

주영  하.. 아니야.. 걔는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주동이는 아니야 걔는 내 동생이고 친구고         가끔 언니야!

머리를 쥐어뜯는 주영. 그래..박주동이 문제였어.. 중얼중얼하며 혼잣말을 한다. 한숨 쉬다 이야기를 재개하며 맥주 마시는 셋.

주영  너네 크리스마스에 뭐 할꺼야?

수진  난 전수관.. 장구치러 간다!

한아  난 할머니 댁. 돌 뽑으러.. 넌?

주영  해리포터 보겠지 뭐..

가방에서 계속 진동 울리는 주영의 핸드폰 Close up. 날짜 보면 12월 1일. 발신인은 주동. 핸드폰 못 봐서 전화 못 받는 주영.

S# 12 주영의 방, 낮

숙취로 인해 늦게까지 자는 주영.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에 눈을 뜬다. 부스스한 머리, 안 떠지는 눈, 잠긴 목소리.

주영 여보세요...

주동  잤어? 어제 왜 전화 안받았어

주영 못 봤어..으..

주동 걱정했잖아. 많이 마셨어?

주영  으..속쓰려..

주동 콩나물국 사줄까?

주영  으...싫어 그냥 잘래

전화 끊고 마저 자는 주영. 늘어진 주영의 침대 옆으로 시선 돌리면, 협탁에는 주영의 어릴 적 사진부터 청소년기 사진이 담긴 액자가 죽 늘어서 있는데 중학교 교복을 입었을 때의 사진 빼고 모든 사진에 주동이 있다. 어릴 때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나란히 웃고 있는 주영과 주동, 졸업식, 청계천 등불 축제에서 찍은 사진, 가족 소풍 사진 등. 주영의 거의 모든 순간에 함께한 주동.

S#13  주영의 동아리방, 낮

주영의 동기 다은, 활짝 웃으며 들어온다. 공부하던 주영, 인사하려 다은 보면,

다은 (커플링 보여주며) 짜잔!

주영 오 드디어!

다은  드디어!

주영 예쁘다 예쁘다 야~ 좋겠다

다은  (어깨 귀엽게 올렸다 내리며) 으힛

다은 커플링 Close Up, 주영, 자조적인 말투로,

주영 대체 내 남자는 어디에 숨은거야? 있긴 있나?

다은 주영아..

S#14 주동의 과방, 낮

부스스한 머리의 주동. 헤어밴드로 머리 넘기려다가 놓쳐서 눈알에 맞는다. 악! 하고 소리지르며 괴로워하는 주동.

주동  (눈비비며) 아 아퍼..

민서 (들어오며) 오빠! 괜찮아? 저 봐봐요

주동  (민서 쪽으로 고개 돌리며) 으으 아퍼..

민서 오빠 아프겠다 어떡해.. 힝.. 아 맞다 이거요 오빠 주려고 사왔지롱

주동 보면, 바나나 우유다.

주동  (빨대 꼽으며) 어 고마워

민서 오빠 근데 여자친구 있냐?

주동  (눈비비며 바나나우유 쪽쪽 빤다) 응? 없어

민서  그 언니는?

주동  응?

민서  그 왜.. 오빠랑 맨날 같이 다니는

주동  주영이? 주영이는 친구야

민서  아 그랬구나.. (갑자기 주동 쪽으로 어깨 홱 돌리며) 오빠 저 요즘 외로워요

주동 나도.. 민서 너는 왜 남자친구 안 만들어?

민서  네?

주동  귀엽고 착하고 예쁘고.. 연애 쉬는 중이야?

민서  (볼 빨개지며) 아 네..뭐..

주동  나도 너무너무 연애하고 싶다. 내 여자친구는 언제쯤 나타나시려나..

답답하다는 표정의 민서, 옆에 나란히 앉은 주동은 그저 눈을 부비며 바나나우유를 마시고 있다.

민서  오빠 근데요

주동  응?

민서  왜 맨날 바나나우유예요?

주동  응? 아.. 이거 어릴 때 숙제 먼저 하고 만화 보면 주영이가 잘 했다고 줬거든. 그냥         습관.

아차, 싶은 민서의 표정. 입술 꾹 깨무는 민서.

민서  오빠 저 배고파요 밥 먹으러 가요

주동  응

계속 눈 부비며 일어서는 주동, 옆에 착 달라붙은 민서. 귀엽게 계속 말을 건다.

S#15 복도, 낮

졸린 눈 부비며 강의실에서 나오는 주영, 수진, 한아. 다들 주말에 마신 술이 덜 깼다.

밥 먹으러 향하는 셋. 주영,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걷는 주동과 민서가 보인다. 주동이 대견스러우면서도 괜히 심통이 나는 주영. 어깨 으쓱하고, 밥 먹으러 간다. 주영 어깨 뒤로 꽂히는 햇살. 아직 많이 추워보이지는 않는 차림새들.

S#16 도서관, 낮

목도리 두른 수진, 한아와 시험 공부하는 주영. 피곤해 보인다.

S#17 도서관, 밤

역시 둘둘 싸맨 민서 등 학과 친구들과 시험 공부하는 주동. 주동 옆자리에서 미소 띈 채 공부하는 민서. 주동은 핸드폰 만지작거리지만 문자를 보내지는 않는다. 핸드폰으로 보이는 날짜는 12월 5일.

S#18 도서관 로비, 밤

도서관 로비에 있는 전자시계, 날짜는 12월 10일. 피곤해서 잠깐 바람 쐬러 나온 주동과 주영, 우연히 마주친다. 털모자에 목도리까지 둘둘 두른 주동과 장갑만 낀 주영.

주영  (반갑게 손 흔들며)어 박주동!

주동  어..

주영 뭐야 반응이 왜 그러셔

주동  내가 뭐가

주영 안반갑냐?

주동  어 안반가운데

주영 뭐야

주동  야 어떻게 너는..

주영  어?

주동 아니다 말을 말자

주영  아 뭔데

주동  됐어 나 들어가

주영  야 답답하게 왜 말을 하다 말아 뭔데?

주동 (주영의 말에 걷다가 휙 돌아서서) 너 진짜 너무해 왜 그렇게 연락을 안해?

주영  아 뭐 여태 맨날 봤는데 좀 안할 수도 있지 너 그거 때문에 삐졌어?

주동  아무리 우리가 여태껏 맨날 봤어도! 그래도 맨날 봤는데! 아니지 맨날 봐왔으니까 맨        날 연락해야지! 같은 동네 살고 같은 학교 다니는데 열흘 넘게 연락 안하는 게 말이        되냐?

주영 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시끄러워

주동 이것 봐 너는 내가 속상한지 어떤지는 신경 안쓰고 그냥 시끄럽다고만 하잖아

주영 아 시끄러우니까 시끄럽대지 야 너는? 그러는 넌 왜 연락 안했는데? 민서가 연락하지        말래? 아니면 그 때 그 여자애야?

주동 무슨 소리야 민서는 또

주영 아 몰라 아 박주동 짜증나

주동 지나쳐서 먼저 들어가는 주영, 답답하다는 듯 한숨 쉬는 주동. 머리를 쥐어뜯는다.

S#19 술집, 밤

시험 끝난 기념으로 과팅을 했는데 마침 상대가 주영과 주동의 과. 술자리에 갔는데 앉아 있는 주동을 보고 얼굴 구기는 주영. 모른 체 하는 주동.

들뜬 분위기의 과팅. 잘 되어가는 분위기. 전화가 울리고 전화 받으며 나가는 주영. 흘긋 주영 보고 주동 따라나서면 못 보던 남자애랑 웃으면서 얘기하고 있다.

주동  (인상쓰며 혼잣말로) 누구야 쟤는..

한숨 쉬며 술집으로 돌아가는 주동. 축 처진 어깨. 주동이 따라 나왔다는 것 모르는 주영, 웃고 있는 옆모습, 흔들리는 어깨.

S#20 백화점, 낮

주동네 집 여자들과 주영네 집 여자들 모두가 쇼핑을 나왔다. 주영, 주영 모, 주동 모, 주동 누나 넷. 하하호호 웃으며 쇼핑을 한다. 주동 동생에게 이것저것 옷 대보는 주영 모, 주영에게 이것저것 씌워보는 주동 모. 이제는 주영도 목도리를 둘렀다.

손에 한 가득 쇼핑 백을 든 넷. 어느새 주동이 와서 주영의 쇼핑백을 든다. 한 번 눈 흘기고 입맛 다시다가 쇼핑백 넘겨주는 주영.

S#21 동아리방, 낮

주영의 동아리방. 주영 Close Up.

시험이 끝나서 다들 여유로운 분위기. 연말 계획도 짜고, 공부도 한다. 주영은 하던 공부가 잘 안되는지 인상을 쓴다. 갑자기 문 열고 들어오는 주동.

한아 안녕

수진 어 주동이 왔어~

주영  (귀찮아하며) 아 왜 또 여기까지 왔어 여기가 니네 동아리 방이냐

주동  애들이 다 밥 먹었대

주영  아 혼자 먹어 애냐

주동  너가 있는데 왜 혼자 먹어~

주영  아오

주영네 동아리 방이 익숙한 듯 가방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는 주동, 계속 공부하는 주영

주동  주영아 민경호 여자친구 생겼대

주영 헐

주동  경호 마저.. 나 진짜 외롭다

주영  (보던 책 치우며) 너 그 때 걔는?

주동  몰라 문자를 다 씹어

주영 휴 그래 야 너가 아까웠어

주동  걔 괜찮았는데.. 휴..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랑 놀자

주영 (다시 책 피며, 단호한 목소리로) 싫어

주동  왜? 어차피 너 계획 없잖아

주영  그래도 너랑 노는 건 싫어

주동  왜 너 어차피 그 날 해리포터 또 볼 거 잖아 그냥 나랑 놀자

주영  아 아니야! 아 싫어

주동  (풀 죽은 듯)야 그럼 나 누구랑 놀아

말꼬리 늘이며 슬그머니 바나나우유 두 개 꺼내서 빨대 꽂아 주영 앞에 두고 하나는 자기가 마시기 시작하는 주동. 주영의 눈 마주치며 설득하려는 주동의 강아지 눈빛.

결국 바나나우유 슬쩍 당겨 마시면서 아휴, 결국 또 박주동이랑! 하는 표정으로 한숨 쉬는 주영. 마주보고 바나나우유 마시는 둘.

S# 22 주동네 집, 크리스마스 이브, 밤

소파에 나란히 앉아 해리포터 보는 주영과 주동. 주영은 그리핀도르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집중해서 보는 둘. Close Up이라 둘 만 앉아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Track Back 하면 그 옆에 주동과 주영의 가족이 다 앉아 있다. 거실에서 반짝이는 나무 꼭대기에 큰 별이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

시리즈의 마지막 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편에서 2세들을 호그와트 행 급행열차에 태워보내는 해리, 헤르미온느, 론. 다정한 론과 헤르미온느를 보며 주동 동생이 말한다.

주동 동생  사랑은 어디에 있지?

주동과 주영 서로 쳐다보며 어깨 으쓱하는 것 Close Up, 끝.

[홍지영]

끝까지 평행선인 주영과 주동의 다음 얘기가 급 궁금해진다는~! 흔한 해피엔딩이 아닌것이 이 시나리오의 장점. 다만 시나리오를 읽어갈 때 쉽게 공감되는 부분을 너무 반복적으로 같은 영상을 연출하고 있다는 생각에 중간 부분에서 지루해집니다. 이야기가 단조로울 땐 오히려 영상의 변주를 주는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거든요. 다음 테마는 본인의 고민 바운더리에서 훌쩍 뛰어 새로운 실험을 해보길 권합니다. 그게 글의 매력이죠.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을 글로 뛰어넘어 보는 것!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