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장 기대되는 경차, 캐스퍼
조회수 2.7만 2021. 09. 27. 16:20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레 자동차에도 변화가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불과 5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작은 사이즈의 SUV가 필요하나?” 싶었지만 티볼리부터 시작한 소형 SUV 열풍은 작지만 활용성 높은 차량에 대한 선호가 새롭게 생겼다는 걸 나타내는 사건이었어요. 세단보다 훨씬 더 넓은 공간을 지니고, 높은 전고를 가지고 있기에 캠핑, 차박 등 요즘 트렌드에 딱 어울리는 차량이죠.
거의 모든 세그먼트에 SUV가 생겼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원하는 세그먼트에서 SUV를 찾는 재미 또한 추가되었죠. 그러던 중, 유일하게 SUV가 없던 경차 시장에 등장한 경형 SUV인 캐스퍼가 출시됐어요. 공간 활용성이 가장 큰 무기인 SUV에게, 경차 사이즈가 가능할까 싶은데요, 경차도 SUV가 공간 활용성이 좋다는 걸 알리고 싶었던 걸까요? 새롭게 등장한 경형 SUV 캐스퍼에 대해 알아볼게요.
이 차가 없었으면
캐스퍼도 없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무려 19년 만에 출시하는 경차예요. 모든 세그먼트에서 차량을 다양하게 출시하는 현대차에서 오랜 시간 동안 경차가 없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한 일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19년 전에 있었어요. 아토스(ATOZ)라는 차였죠. 이 차는 예전 1995년 우리나라에 경차 혜택 제도가 새롭게 제정되면서 그 시기에 맞춰 출시된 경차였어요. 당시에 우리나라 경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차량은 대우자동차의 티코였는데요, 티코에 대적할 만한 차량을 만든 것이죠.
1995년 전후 티코가 판매될 시기에 현대차에서 경차에 왜 관심이 없었냐면, 딱히 경제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그런 경향이 줄어들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차량 보급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고,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경제적 능력, 계층적 시각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어요. 이랬던 경차 시장이 한순간에 바뀌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데 바로 1995년에 신설된 경차 혜택 제도가 발표된 이후였어요. 차량 보급을 위해서 정부에서 에너지 절약을 명분으로 경차에 대한 혜택을 많이 주기로 결정한 것이었죠.
아토스는 경차 혜택이 발표된 2년 후인 1997년에 처음 출시되었어요. 이름 또한 국민공모를 통해서 ‘A to Z까지 다 담겠다'는 의미를 지닌 이름이었어요. 이름 덕분에 아토'즈'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아토스는 출시될 때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많이 받았는데, 왜냐하면 모양이 조금 특이했기 때문이에요.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톨보이’ 스타일의 차량이었어요. 경차 대국인 일본의 여러 경차를 참고하여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작은 차체로도 높은 실용성을 얻기 위해서 선택한 형식이었어요. 지금의 레이와 같은 박스카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어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전기모터를 다뤄봤던 일본의 제조사들은 전기차를 만들기도 했어요.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닛산의 리프예요. 리프는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까지 가장 많은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이에요. 리프는 당시 기준에서는 상당한 주행거리인 117km를 주행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았지만 이후 업그레이드가 부족해서 다른 전기차에게 많이 따라 잡혔죠.
경차 규격에 딱 맞춰서 출시한 아토스는 여러 측면에서 티코보다 훨씬 더 실용성이 높은 모델이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는데, 그 이유는 톨보이 형식의 차량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일본에서 출시된 경차들에 비해 굉장히 완화한 디자인으로 제작했지만, 톨보이 형식의 차량 자체가 굉장히 어색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뭔가 차량이 무게중심이 잡히지 않아 보였죠. 실제 주행성능에서도 조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경차 시장에 새롭게 등장하여 새로움과 신선함을 전달했지만, 전반적으로 어색함을 많이 남긴 아토스는 국내에서 생각보다 빨리 단종되었어요. 하지만 국내에서의 아쉬운 성적을 인도에서 완전히 만회했어요. 당시 인도 소형차 판매량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단한 성적을 거뒀어요. 전고가 높은 아토스는 특히 힌두교도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힌두교도들이 착용하는 ‘터번'을 쓰고도 머리가 닿지 않는 것이 아토스의 특징이었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호감으로 다가갔죠.
경차 SUV가 등장하기 전까지,
어떤 경차가 있었을까?
티코가 단종되고 아토스가 단종되는 이 시기에 경차 시장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우선 아토스가 출시되던 시기에 기아에서는 아토스를 조금 다듬은 비스토(Visto)라는 모델을 발표했어요. 이 모델은 아토스의 톨보이 형식의 디자인을 조금 완만하게 다듬은 차량이었고 시장에서도 반응이 훨씬 더 좋았어요. 기아에서는 비스토의 경험을 토대로 후에 모닝(Morning)이라는 차량을 통해 계속해서 경차 시장을 이끌어 나가죠.
티코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이루고, 티코의 한계를 경험했던 당시 대우자동차(쉐보레, GM대우의 전신)에서는 마티즈를 출시하여 그야말로 경차 시장을 휩쓸게 돼요. 티코에서 부족했던 것들이 차량의 주행성능, 안정성 그리고 실내 구성과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이런 부분들을 상당히 개선한 차량이었어요. 게다가 디자인 또한 둥글둥글하고 귀엽게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차량이었죠. 마티즈가 시장을 휩쓸고 모닝이 새로운 경차 경쟁 구도를 만든 뒤부터는 ‘경차 = 마티즈 or 모닝'이라는 공식이 마음속에 새겨졌어요.
마티즈라는 이름으로 경차 시장을 주름잡던 대우자동차에게 많은 시련들이 닥쳤어요. 결국 GM대우라는 이름을 거쳐 현재는 쉐보레가 되었어요. 쉐보레로 브랜드가 바뀐 이후로 마티즈의 이름 또한 스파크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경차에 대한 규제가 800cc 이하의 엔진을 탑재해야 한다는 것에서 1,000cc이하 엔진으로 바뀌고 나서 차량이 한번 개량되어 판매를 이어갔어요. 물론 지금의 스파크가 예전 마티즈 같지 않다는 평들이 많이 있지만 여전히 경차 시장에서는 괜찮은 모델이에요.
모닝 또한 계속된 업그레이드를 통해2020년 3세대 모닝인 ‘모닝 어반(Morning Urban)’을 출시했어요. 그러나 이전까지의 모닝의 판매 성적과는 굉장히 상반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중이에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크게 지적되는 것은 바로 ‘가격'이에요. 모닝 어반은 이제까지의 경차와는 완전히 다른 컨셉으로 출시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경차라는 점이에요. 작은 사이즈의 차량이지만 갖출 건 모두 갖춘 그런 경차를 표방하고 출시된 모닝은 그럴듯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본질을 살짝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왜냐하면 경차를 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성이기 때문이에요. 가솔린 1.0 터보 엔진을 장착하여 경차대비 출력을 높여 부족함 없는 힘을 만들었지만, 연비를 조금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죠.
마티즈와 모닝이 경차 시장을 주름잡던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가장 큰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 아쉬움은 경차의 종류가 마티즈, 모닝 두 차종밖에 없다는 것이었어요. 선택권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는 경차 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경차가 새롭게 나타났는데 그 모델이 바로 ‘레이(Ray)’에요. 레이는 국산 최초의 박스카였고 경차의 조건을 충족하여 출시된 차량이었어요. 경차 본연의 목적인 작은 사이즈에서 얻을 수 있는 실용성을 최대치로 높인 차량이었죠. 경차 시장에 신선함을 전달한 레이는 높은 인기를 끌었고 특히 여성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고 있어요.
경차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가?!
경형 SUV 캐스퍼!
현대차에서 19년 만에 경차를 출시한다는 소문이 들릴 즈음, 많은 사람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 차량이 경차 사이즈인데 SUV로 출시된다는 것이 소문의 주된 내용이었기 때문이에요. SUV가 실제로 의미가 있는 이유는 바로 실용성이 뛰어나다는 점인데, 여기서 말하는 실용성이란 공간 활용도가 좋다는 것을 뜻해요. 그런데, 경차 사이즈로 SUV를 만든다? 상상이 좀 잘 안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스파이샷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이 차는 경차가 아닌 것 같다.’ 혹은 ‘경차 규격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이 있었어요. 실제로 똑같은 모델이 인도에서 생산되는데 인도 버전의 캐스퍼는 국내 경차 기준보다는 조금 더 큰 사이즈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 캐스퍼가 출시된 이후, 이러한 소문들은 정말 소문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경차 규격이 바뀌지 않았고, 경차 규격에 딱 맞는 사이즈로 출시되었죠. 이번에 현대차에서 새롭게 발표한 경차 사이즈의 SUV인 캐스퍼는 디자인부터 굉장히 귀엽고 동글동글하여 많은 관심을 끌고 있어요. 우선 캐스퍼는 두 가지의 엔진으로 출시가 되는데 하나는 1.0 MPI 엔진이고 다른 하나는 1.0 가솔린 터보 GDi 엔진이에요. 터보 모델이냐 아니냐에 따라 전면부 디자인이 조금씩 달라져요.
한눈에 봐도 딱 다른 지점이 있는데 바로 동그라미의 개수예요. 일반 MPI엔진 모델에는 라이트 모양의 원형이 양쪽 사이드에 위치하여 총 2개의 동그라미가 있지만, 터보 모델에는 추가로 동그라미가 2개 더 있어서 4개의 동그라미가 있어요. 추가된 2개의 동그라미는 터보 엔진에 산소를 제공하는 흡기/인테이크 홀 역할을 맡고 있어요.
캐스퍼를 옆에서 바라본다면, 이 차가 ‘경차+SUV’라는 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옆으로 뻗어 나가는 캐릭터라인이 직선형으로 나아가는 모습과, 휠 하우스가 둥근 형태가 아닌 마름모꼴로 만들어진 것에서 SUV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어요. 게다가 앞문과 뒷문 사이에 기둥을 통하여 1열과 2열이 구분된 차량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기둥 형태의 디자인은 차량을 어찌 보면 더 작아 보이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공간성을 강조한 차량의 경우 기둥을 없애 버리는 디자인을 많이 채택해요. 하지만 캐스퍼는 작음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이 매우 넓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차량은 아니라는 점을 기둥 디자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굵직한 디자인 요소를 통해 이 차가SUV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 뒷좌석 도어 손잡이를 히든 타입으로 만든 것을 통해 이 차가 경차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어요. 쉐보레 스파크, 그리고 벨로스터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디자인인데 작은 차량에 어울리는 손잡이 디자인이에요.
실내에는 디지털 계기판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8인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어요. 기어 노브는 레이에서 볼 수 있는 형태와 유사하게 생겼고 4단 자동 미션이 장착되어 있어요. 열선, 통풍과 관련된 버튼이 총 3개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열선은 앞 좌석 모두 적용이 되지만, 통풍시트의 경우 옵션을 넣어도 운전석에만 적용이 되기 때문이에요. 2열 시트를 폴딩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의외로 많은 요철들이 보여요. 이는 차량 사이즈가 경차 사이즈이기 때문에 차박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요.
2천만 원짜리 경차,
그리고 경차 혜택
캐스퍼는 아기자기한 디자인, 처음 본 경차 사이즈의 SUV라는 점 말고도 또 다른 지점 덕분에 굉장한 관심을 끌고 있어요. 그것은 바로 가격인데요, 경차임에도 시작가격이 1,385만 원이고 풀옵션을 선택할 경우 2,057만 원으로 2천만 원이 넘기 때문이에요. 경차를 선택하는 이유가 결국 경제성 때문인데 2천만 원에 육박하는 차량 가격이라면 조금 의아해지는 부분이에요.
경차는 내연기관 차량 중에서 보기 드물게 혜택을 제공하는 차량인데요, 이 또한 현시점에 어울리는 정책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우선 경차에 적용된 취등록세가 감면됐었는데, 이 또한 변경되어서 최대 50만 원까지 적용되어 혜택이 축소됐어요. 이뿐만이 아니라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혜택 또한 전기차, 수소차에게 더 몰아주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경차에 혜택을 줬었던 이유는 에너지 절감 효과, 과소비 억제 주차 문제 및 교통난 해소 그리고 탄소배출을 낮춰보자는 취지였는데, 실제로 연구를 해보니 경차가 고속으로(100km/h) 달릴 때에는 탄소배출량이 중형차에 비해 5배나 많이 배출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게다가 캐스퍼의 경우 차 값이 아반떼와 비슷한 가격으로 출시되어 과연 과소비를 줄이자는 취지에 맞는지 의문을 품게 되죠. 그래서 차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혜택을 주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에요.
경차에 주어지는 혜택을 진짜 친환경차인 전기차, 수소차에 몰아주자는 취지까지는 이해하지만, 오락가락하는 경차 혜택 제도 때문에 진짜 경차를 구입해도 될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에요. 50만 원까지 취득세를 면해주겠다는 정책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3년 더 유예하면서 취득세 면제 금액이 65만 원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경차를 이제 경제성의 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요.
시대가 변화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게 되면 그에 맞게 자동차 또한 많은 변화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에요. 경제 부흥기에는 대형 세단이, IMF 시절에는 경차가 많이 팔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죠. 경제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하는 경차 시장에 새롭게 나타난 캐스퍼는 어찌 보면 “예전의 경차에 대한 관점에서 완전히 벗어난 차량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할 수 있어요. 높아진 차값,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경차 혜택 속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소화해낼 수 있는 실용성 높은 SUV로 출시되었기 때문이에요. 경차 왕국인 일본에서는 스즈키 짐니와 같은 오프로더 스타일의 경형 SUV까지 있으니까요. 이번 캐스퍼의 등장으로 앞으로 경차 시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일 거예요.
이미지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