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이 있는 공동체
- 이준호 세례자 요한 신부님 _
교회 공동체는 자기희생을 통해 남을 살리는 공동체로 자라나야 합니다.
단순하게 이상적인 꿈을 안고 예수님처럼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자기희생을 영성으로 실천하는 공동체로 성장해야 합니다. 자기희생을
통한 공동체는 단순히 마음에 맞는 사람들로 구성된 끼리끼리의 모임과는
다릅니다. 끼리끼리 결속된 공동체는 겉보기에 우정을 다지는 것 같지만
영성을 나누지는 못합니다. 영성을 나누지 못하는 우정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이해타산의 저울질로 말미암아 늘 불안합니다. 영성이 없는 공동체는
죽은 공동체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면서 불러 모은 하느님 백성은 단순히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듣기만 할 뿐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하여
각 개인이 갖추어야 할 영성을 요구하셨습니다. 영성이 있는 공동체는 '서로 함께'
하는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 앞장서서 남을 존경하고, 서로 합심하고,
서로 받아들이고, 서로 기다리고, 서로를 위하여 같이 걱정하고, 서로 사랑으로
참아주고, 서로 순종하고, 서로 용서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서로 대접하고,
서로 친교를 나눕니다. 열심한 개인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인 공동체'가 되는 것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의 목표입니다.
각 본당엔 여러 공동체가 있습니다. 공동체가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아직 공동체성을 영성으로 익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성은
소유할 수 있는 어떤 물건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영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영성을 무조건 모든 물질의 세계를 초월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떤 원리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소유를 떠난 영성의 인간은 오히려
세상을 새롭게 창조합니다. 영성은 창조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성이 있는
신자는 마음이 맑습니다. 용서를 받아들일 줄 알며 용서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
줍니다. 사랑의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랑을 느끼게 해 줍니다. 영성이 있는 신자는
예수님 말씀처럼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느끼게 해 줍니다.
(2024. 2. 25. 소록도 성당 피정 때 우리 성당 여성 교우들과의 미사에서 나눠 주신
강론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