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의 공룡 사도 사우루스
이경혜 지음 이은영 그림
출판사 : 바람의 아이들
2017. 4. 21. 발제자 : 손지은
나는 동물을 의인화한 동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판타지 동화도 나에겐 별 감흥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 그런데 주인공이 공룡이라니... 그것도 무지개공룡이라...귀가 달린, 깃털을 달고 있고 게다가 노래를 부르는 아기공룡.
올해 성경완독을 목표로 열심히 성경읽기에 심취되어 있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이 책에 나의 짬을 주고 싶지 않았다. 발제자라는 의무감으로 이 책을 들었고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무지개공룡새끼 수와는 귀가 달려있는 돌연변이이다. 바람소리, 익룡의 소리, 벌레들의 소리, 잠자리 날개소리, 심지어는 둥지속의 알껍데기가 갈라지는 소리까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으며 그 소리에 음을 붙여 노래를 부르는 아이이다. 이것은 새끼공룡 수와의 굉장한 능력이다. 노래를 부르는 능력으로 벨로키랍토르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들을 수 있는 귀로 무시무시한 타르보사우루스의 공격으로부터 동족들을 구해낼 수 있었다. 한 마리의 타르보사우루스의 등장에 그보다 더 큰 몸집을 가지고 있는 무지개공룡떼가 도망가는 장면에 막연한 의아함을 느꼈던 수와는 현명한 엄마를 믿으며 자신의 그런 생각을 애써 떨쳐버렸다.
초식공룡인 수와가 육식공룡인 악어공룡 시루를 만나면서 모험은 시작된다. 큰 산을 넘고 넘어 험한 세상을 헤치며 사도에 입성한 수와는 시루에게서 말로만 듣던 바다를 보고 수와 특유의 풍부한 감성으로 세상을 느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호연지기를 느끼게 된 수와다. 시루없이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는 수와는 타르보사우루스를 맞닥뜨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수와의 며칠간의 여정은 수와를 변화시켰음을 보여준다. 당당하게 타르보사우루스에 대항하였고, 굶어죽더라도 그의 먹이로 자신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불굴의 의지도 보여준다. 은혜를 갚은 동굴쥐의 도움으로 무지개 공룡들이 수와를 구하러 온다. 수와의 기지로 나약하기만 했던 무지개공룡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무서워서 벌벌 떨기만 했던 타르보사우루스를 물리칠 수 있었다.
사도의 공룡. 사도사우루스라는 제목은 이야기가 끝난 후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내가 태어난 여수앞바다에 사도라는 섬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감탄하였고 또 이 작품을 내어놓는데 그토록 긴 시간을 품어 생각하고 진통을 겪었음을 알게 되면서 내가 앞서 의인화된 동화라 밀어놓았던 것이 슬그머니 미안해지기도 하였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사도는 어떤 곳이었을까. 공룡들간의 장벽을 뛰어넘은 초월적인 공간?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신비스러운 곳?
참 이상하게도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눈물이 났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툭하면 속절없이 눈물이 흐르곤 했는데. 그래서인가? 눈물샘이 구멍이라도 난겐지 나 원 참... 그렇다. 요즘엔 계속계속 눈물이 난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토요일 광장도 이젠 조용해졌는데, 대선정국으로 여기저기 시끄럽고 뉴스도 이젠 시들해졌는데... 아무 때나 어디서건 가리지 않고 눈물이 난다. 지난 일요일 목포 신항에서 미사를 드릴때도 어깨를 들썩이고 흐느끼며 울었고, 엊그제는 김어준이 기획한 영화 ‘더 플랜’을 보면서도 울었더랬다. 이 책을 덮으면서도 눈물이 난다. 책이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명확한데 내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무언지 모르겠다. 요즘처럼 마음이 슬프고 머릿속이 복잡하고 시대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던가. 아기공룡 수와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듯하다. 소수의 타르보사우루스를 다수의 나약한 무지개공룡들이 힘을 모아, 마음을 모아 물리쳐내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하고 애끊는 마음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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