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7 오후 05:34 네이버 스포츠
홍윤우 야구 전문 칼럼니스트
서울고가16일(일) 경주베이스볼파크 1구장에서 펼쳐진 2018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기 결
승에서 경남고를 2-1로 물리치고 시즌 마지막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는 지난 2년 간 개최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정한 전국대회 참가 횟수 제한 때문이었
다. 하지만 올해 대회 참가 횟수가 아닌 학교 수업 일수 대비 경기 출전 날짜 수로 규정이 바
뀌어 대회를 개최 할 수 있게 됐다.
봉황대기 결승전이 열린 9월 4일 이 대회가 개막했고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0일은 201
9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 일정이 겹치는 등 이전 전국 대회(황금사자기,청룡기, 대통령배,
봉황대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상태에서 경기가 열렸다.
하지만 곧 시작될 수시 모집에 필요한 개인 성적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터라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에겐 사활이 달려 있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3년 만에 부활 된 이 대회엔 76개 팀이 참가했으며 초반 게임은 이 곳 경주 뿐 만 아니라 포
항에서도 분산개최 됐다.
# 파죽의 6연승 서울 -경남 결승 격돌
대회 개막일. 목동구장에서는 봉황대기 결승전이 진행됐다. 결과는 대구고가 북일고 9-2로
꺾고 대통령배에 이어 2관왕.
대구고의 우승이 누구보다 반가웠던 것은 서울고. 협회장기 첫 상대가 대구고였던 서울고
는 전날 서울에서 내려온 대구고를 10-2로 물리치고 가볍게 2회전에 진출하는 행운(?)을
누렸다. 이어 마산용마고(4-2), 동산고(6-2),부천고(7-3)를 차례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 서울고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8강에서 제물포고를 장단 10안타로 8-0 7회 콜드승에 이
어 신일고와의 준결승전에서 팀 영봉승(10-0)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경남고는 첫 상대 광천고(8-1)를 가볍게 눌러 이긴 뒤 배재고(2-1), 안산공고(4-3), 충암
고(4-1)를 물리쳤고 8강에서는 경주고를 상대로 17-0로 대승을 거두는 등 불방망이 타선
을 선보였다. 준결승 상대 포철고에게는 2-2 상황에서 9회 석 점을 뽑아 말 공격에서 두
점 만을 내주며 5-4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서울고와 마찬가지f 시즌 첫 결승행의
기쁨을 맛봤다.
두 팀 모두 올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남고는 시즌 시작 전까
지 쟁쟁한 투수력을 앞세워 강팀으로 분류되었으나 번번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황금사자
기 8강에서 장충고에게 덜미를 잡혔고 청룡기에서는 마산용마고에게 2-1로 패했다. 대통
령배와 봉황대기에서도 역시 신일고와 대구고에게 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서울고는 황금사자기 2회전 탈락, 청룡기 16강 탈락 대통령배 1회전 탈락, 봉황대기 2회
전 탈락 등 근래 들어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시즌 내내 아쉬움이 컸던 만큼 두 팀은 마
지막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엔 없었다.
결승전이 시작된 9월 16일 오전 11시. 경북 경주시 손곡동에 위치한 경주베이스볼파크 제
1구장 관중석엔 양 팀의 학부모들로 채워졌다.
# 결승 타이틀에 걸 맞는 명승부
양 팀의 선발은 이준호(경남고3.우완)과 정우영(서울고3.사이드암) 두 투수 모두 1회 3자
범퇴로 수비를 마감했다. 선취점은 서울고가 냈다. 2회 1사 이후 5번 김주영(3학년.3루
수)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출루한 뒤 박지오(3학년.2루수)-장석원(3학년.지명)이
연속 볼넷을 골라 나가 만루, 다음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9번 장민석(3학년. 중견수
)가 이준호의 2구째를 받아쳐 중견수 옆으로 빠져나가는 적시타로 2-0 서울고가 리드를 잡
기 시작했다.
경남고도 2회 말 볼넷에 이어 보내기 번트로 주자 2루. 이어 고영우(3학년.1루수)가 2루수
키를 넘기는 짧은 안타로 1사 1.2루 다음 타자 윤준호(3학년.포수) 타석 때 정우영의 폭투
로 주자들이 한 베이스를 더 가며 동점 기회를 잡았으나 두 타자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
닝이 종료됐다. 3회와 4회 경남고는 연속해서 첫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후속타 불발
로 점수를 뽑지 못했다.
5회 서울고는 내야수들의 철벽 수비로 선발 정우영의 피칭에 힘을 보탰다. 무사 1루에서 김
주영(3학년.3루수)-배영빈(3학년.유격수)-박지오로 이어지는 5-6-4로 이어지는 깔끔한
병살 플레이를 펼쳤다.
경남고도 이에 뒤질세라 5회 멋진 수비를 선보였다. 1사 2루에서 배영빈의 좌전 안타로 주
자가 홈을 쇄도했으나 타구를 재빨리 건져낸 박범진(경남고3.좌익수)가 홈으로 정확하게 던
져 주자를아웃시키며 추가실점을 막아냈다. 7회엔 두 팀 모두 투수가 교체됐다. 1사 주자
1.2루에서 최준용(경남고2.우완)은 2명의 타자를 연속해서 삼진으로 잡아내며 실점 위기
를 벗어났고 2사 1.3루 상황에서 내려온 정우영을 대신에 등판한 최현일(3학년.우완)이 첫
상대 타자 박범진에게 안타를 허용, 한 점을 내줬으나 다음 타자는 삼진처리하며 2-1 리
드를 지켜냈다.
서울고 선발 정우영은 104개의 볼을 던지며 26명의 타자를 상대 4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1자책), 경남고 선발 이준호는 101개 투구수로 27타자 상대 9피안타 3볼넷 4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경남고는 9회말 선두타자 고영우가 중전안타, 이어 보내기 번트와 볼넷으로 1사 1.2루 역
전 찬스를 잡았으나 상대 투수 최현일이 140대 후반의 빠른 볼로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
아냈다.
2시간 43분의 혈투는 서울고의 승리로 끝났다.
# 우승 문턱에서 좌절 경남고, 전국체전 금메달 2연패 도전 !
우승이 확정 되는 순간 1루 서울고 덕아웃 선수들은 짧은 탄성을 내지르며 기쁨을 표현했다
.반면 경남고 선수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대통령배 결승에서 경남고는 서울
고에게 13-9로 패하며 우승기를 내준 바 있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서울고. 이번 만큼은 우
승을 양보하고 싶지 않았던 것. 속상한 마음이 몇 배 더했던 이유다.
“어쩔 수 없죠. 우리도 잘했지만 서울고도 잘하네요. 괜찮습니다. 준비 잘해서 체전 우승해
야죠. 그때 멋진 기사 써주세요.” 전날 포철고전에서 105개의 투구수를 기록, 결승전에 등
판할 수 없었던 서준원(경남고3.사이드암)은 웃음기 없는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서준원 이외 노시환,김현민 등 아시아선수권 대회로 팀에서 빠져 있던 3명은 귀국 후 곧바
로 게임에 투입됐다.
“주장인 제가 못해서 진 것 같습니다. 저는 아니다 괜찮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바로 돌아와
시합을 뛰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드네요.”김현민(경남고3.내야수)은 귀국 후 체중이 많이 줄
었다며 대표팀 우승의 기운이 팀까지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며 쓴 입맛을 다셨다.
전날 준결승에서 서준원에 이어 마무리 투수로 나온 노시환(경남고3.내야수)은 결승타를 기
록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했으나 이 날은 4타석 2타수 무안타 볼넷 2개에 그쳤다. 팀에 보
탬이 되지 못해서인지 그는 속상한 속내를 드러내기 싫은 듯 말을 아꼈다.
경남고 3학년 중 프로 지명을 받은 이는 서준원(롯데 1차)을 비롯해 노시환 (한화 1R) 이
정훈(좌완.kt 2R) ,김현민(한화 5R) ,김민수(외야수. KIA 7R) 등 총 5명. 나머지 3학년들
은 대학 문을 두들겨야 한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어서 크게 실망은 하지 않았어요. 감독님이 큰 게임에 저를 믿고
던지게 해주셔서 기쁩니다. 오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어요. 안타를 많이 맞긴 했지만 야
수들이 잘 막아줘서 좋은 게임 펼친 거 같아요.”선발로 출격했던 이준호는 자신의 피칭 내용
에 만족감을 피력했다.
# 서울고, 절치부심 끝에 마지막에 웃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고 선수 중엔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는 이도 있었다. 대회 MV
P로 선정된 배영빈(서울고3.내야수)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는지 시즌 초반부터 야구가
잘 되지 않았다. 프로는커녕 대학도 어렵다 싶어는데 이렇게 개인상도 받게 될 줄은 몰랐
다.’ 며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다며 울먹거렸다. “팀 우승도 기쁘지만 솔직히 가고 싶은 대
학에 지원할 수 있게 된 것도 기뻐요. 다들 절박한 심정으로 한마음으로 뛴 것이 좋은 결과
로 이어진 거 같아요.”
“이제야 서울고에 걸 맞는 실력을 보여드린 것 같아 너무 다행이고 기분 좋습니다.”최현일은
모교 선배님들을 볼 면목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명 회의를 앞두고 계약금 30
만 불에 LA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했다. 그래서 최근에 메디컬테스트 받기 위해 미국을 다
녀오기도 했다. “몸에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어요.다행이죠.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까 마지막 대회인 만큼 꼭 우승을 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던졌습니다. 다행히
동료들도 같은 생각으로 너무 잘 해줘서 이겼던 거 같아요. 개인상 하나 없는 것이 서운하
긴 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웃음).”
“감독님께서 지명회의에 가지 말고 선발로 던져달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망설였죠. 솔직히
일생에 단 한 번뿐이니까 그래도 감독님의 부탁이고 팀을 위해서 그게 맞다고 판단했어요.
팀이 있기에 제가 있는 거잖아요./대신 꼭 우승하자 다짐했죠. 그런데 그 꿈이 이뤄졌어요(
웃음)” 정우영은 지명회의 행사에 초청 명단에 있었으나 게임 출전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지명 결과는 LG 2R 전체 15번. 그는 ‘ TV로 행사에 참석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부러워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니다. 내가 팀에 뭔가 필요한 사람으로서 보탬
이 됐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서울고 3학년 중 지명을 받은 이는 정우영 이외 두산 2R,3R을 차례로 받은 송승환(3학년.
포수) -이교훈(3학년.좌완)까지 총 3명이다.
주장 송승환은 이번 대회 3개의 홈런을 기록해 홈런상을 받았다. “지명 행사가 끝나고 나니
홀가분한 마음에 내 스윙을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주장으로서 그래도 우승 하나는
하고 졸업을 할 수 있어 기쁘다. 동기, 후배들에게 고맙다.” 청소년대표로 뒤늦게 합류한
이교훈은 ‘결승전에 던지려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다들 잘 던지는 바람에 난 한 게 없다’ 며
멋쩍은 미소를 머금었다.
이 날 두 타석에서 연속 2루타를 기록했던 이주영(서울고3.3루수)는 수비에서도 프로만큼
이나 완벽한 수비 능력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지원에 필요
한 조건이 충족되질 않아 걱정이 많았거든요. 상황이 급박한 상태여서 다들 집중해서 게임
에 나섰던 거 같아요. 친구들 모두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해 4년 뒤에 프로 지명 받으면 좋
겠습니다."
앞선 대회에서 줄줄이 조기 탈락으로 맘고생이 컸던 서울고는 광주일고(황금사자기), 광주
동성고(청룡기) , 대구고( 대통령배/ 봉황대기)에 이어 마지막 전국대회 정상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실망하고 절망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이 날의 승리가 더 기뻤고 감동적이었으리라.
땀과 흙으로 얼룩진 유니폼과 무거운 도구짐을 챙겨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는 선수들의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다.
홍윤우 야구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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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마지막 게임을 승리로 장식하며 졸업을 하게 된 서울고3학년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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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경남고와 서울고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인사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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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열정적인 응원도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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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우승을 확정 지은 최현일과 송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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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2연패를 다짐한 경남고 3학년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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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상을 수상한 경남고 이준호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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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MVP 서울고 배영빈 유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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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상을 받지 못한 최현일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고교시절 마지막 대회 결승에서 자신의 손으
로 우승을 지켜냈다는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어 뜻깊은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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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투수상을 수상한 정우영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1CB4A5BA1467114)
왼쪽부터 이교훈-정우영-송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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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은 대학에서 실력을 쌓아 반드시 4년 뒤 프로입단에 재도전하겠노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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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태수코치-최덕현 코치- 유정민감독- 이병석 코치 -엄종수 코치 -여창환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