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가지의 곤충을 에세이식으로 가볍게 풀어놓은 책.
*신비한 색의 소유자 비단벌레: 비단벌레의 딱딱한 딱지날개는 1500년 세월동안 찬란한 빛깔을 유지하고 있는데, 큐티클이라는 신비한 재질로 만들어져 아무리 양잿물에 넣고 끓여도 녹거나 변질되지 않는다. 비단벌레는 주로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심어 놓은 해안가의 팽나무숲, 느티나무 숲 같은 방풍림에서 살기 때문에 남부지방 해안가에서 가끔 만날 뿐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도포자락 휘날리는 청띠신선나비: 겨울을 넘긴 청띠신선나비는 이른봄 꽃이 많이 없는 계절, 주로 나무의 갈라진 틈에서 흐르는 수액을 먹는다. 애벌레는 청가시덩굴 잎을 골라 먹는다. 엄마 나비는 30초에 알을 하나씩 낳고는 맥없이 떨어져 죽는다.
*오돌토돌 두꺼비메뚜기: 두꺼비메뚜기를 비롯한 팥중이, 콩중이, 등검은메뚜기, 각시메뚜기 등 몸색깔이 거무칙칙한 갈색은 모두 송장메뚜기라고 불렀다. 주로 흙바닥에서 사는데, 이름처럼 무덤가에서 볼 수 있다. 무덤 터는 햇빛 좋은 남향에다 풀도 많고 바람까지 가둔 곳이니 메뚜기들에겐 천국이다.
*시스루패션의 종결자 모시금자라남생이잎벌레: 이 녀석은 사람과 친하지 않아서 집에 데려가 밥을 주면 먹지 않고 결국 며칠도 안되어 죽는다. 이때가 되면 몸을 덮고 있던 금색이 사라지고 갈색으로 변하면서 초췌해진다. 이 녀석의 주식은 오로지 메꽃. 알도 메꽃잎에 낳으며 성충이 될 때까지 이 잎을 떠나지 않음. 애벌레는 허물과 똥을 덮어쓰고 다닌다. 허물을 네번 벗으면서 메꽃 잎을 먹고 잘 자란다. 꼬박 4주 걸려 성충이 된다.
*허물 쓰레기를 걸친 남생이 잎벌레: 명아주지팡이로 유명한 명아주를 먹고 산다. (청려장은 서리를 두번 맞은 명아주를 뿌리채 뽑아 잘 다듬어 무려 9번씪이나 삶아 말려야 질기고 가벼운 청려장이 된다. 명아주 새싹이 푸르다고 푸를 청자를 썼다)
*연두저고리 다홍치마 입은 새노란실잠자리: 수컷은 짝짓기를 마쳐도 암컷을 놓아주지 않는다. 암컷이 알을 낳을 곳까지 붙들고 데려간다. 또한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 암컷의 저정낭에 보관된 수컷의 정자는 알을 수정시킬 때 하나씩 쓰는데 나중에 짝짓기 한 수컷의 정자가 맨 먼저 쓰임. 그래서 나중에 짝짓기한 수컷은 이미 암컷의 저정낭속의 다른 정자를 파내고 자신의 정자를 집어넣음. 조류중에서도 '바위종다리'는 이미 짝짓기 한 암컷의 생식기 부분을 자꾸 부리로 쪼으면 이전의 수컷에서 받은 정자가 토하듯이 밖으로 나온다 그러면 비로소 짝짓기를 한다.
*구수한 팥으로 배채우는 팥바구미: 팥 표면에 아주 작은 알을 낳고선 산란과 ㄴ옆에 있는 부속샘에서 순간접착제 같은 물질을 내어 알을 코팅하듯이 완전히 덮는다. 그러면 바람이 불고 비가 들이쳐도 알이 팥 포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총 80여개의 알을 낳으면, 일부일 후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나는데 코팅된 하얀분말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다. 애벌레는 파 표면을 강한 주둥이로 갉아 내어 들어가 팥을 먹는데 거의 이동하지 않고 보름정도 파 먹는다. 그 안에서 번데기가 되어 보름후 성충이 된다. 팥 한알에 애벌레 3마리.
*불로초 영지를 먹고 사는 살짝수염벌레: 살짝수염벌레와 더불어 빗살수염벌레들은 영지속에 살면서 짝짓기도 하고 알도 낳는다. 에벌레도 영지 속살을 먹고 번데기를 거쳐 어른벌레가 된다. 2세대 애벌레는 외출하지 않고 그 안에서 짝짓기도 한다.
*곤충계의 블랙홀 개미지옥: 영어로는 ant lion이라 함. 개미귀신을 깔때기 집속에다 똥을 싸지 않는다. 항문이 아예 없다. 내장 끄트머리는 막다른 골목처럼 꼬가 막혔고, 소화되고 남은 것은 내장기관에 보관함. 이 녀석의 내장 끄트머리는 엄청나게 커서 보관하기 좋다.
*도롱이집 짓고 사는 주머니나방: 고난의 짝짓기를 마친 도롱이 색시는 평생 살던 집에 알을 3000개도 넘게 낳고 죽는다.
*모시나비 수태낭: 이 점액물질은 수컷의 생식기 옆에 있는 보조분비샘에서 나온다. 야비하게 수컷은 이 분비물로 암컷의 생식기를 꼭 막아 자신의 신부가 더 이상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못하게 방해한다. 암컷은 수태낭을 힘겹게 단 채 풀밭에 앉아ㅏ 오도가도 못한다. 갓 만들어붙인 수태낭엔 물기가 서려 있는데, 공기와 접촉하면서 차츰 단단해짐. 그러면 수태낭은 더 무거워지고 암컷은 잘 날지도 못하고 다른 수컷과는 짝짓기를 할 수도 없다.
모시나비말고도 정조대를 차는 나비는, 애호랑나비, 사향제비나비, 붉은점모시나비 등이 있다.
*애기밥상 차리는 소똥구리: 암컷은 앞다리를 땅에 짚고 물구나무선채 가운뎃다리와 뒷다리로 밀고, 수컷은 똑바로 서서 앞다리로 잡아당긴다. 암컷은 온 힘을 다해 앞다리로 흙을 파헤치고 땅굴을 파기 시작한다. 수컷은 공들여 빚어 온 똥 견단이 빼앗길까봐 그옆에 지킨다. 암컷이 땅굴을 완성하면, 수컷과 함께 경단을 굴려 넣고, 암컷은 그 경단속에 알을 낳는다. 수컷은 암컷이 알을 낳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암컷과 함께 똥경단을 만들러 간다.
*알 낳고 죽는 장한 사마귀: 짝짓기하면서 머리를 잡아먹힌 수컷은 먹히기 전보다 더 정열적으로 짝짓기를 한다. 죽어가면서도 짝짓기를 하는 비결은 '신경절'에 있다. 사마귀는 뇌는 눈이나 더듬이같은 감각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 몸 전체의 반사행동을 조절한다. 특이하게도 뇌에는 성욕같은 행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는데, 수컷의 머리가 씹혀 암컷의 뱃속으로 들어가면서 자연히 뇌도 없어진다. 따라서 사마귀의 성욕을 억제시켰던 뇌기능이 사라져 사마귀의 성욕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주체못랄 만큼 왕성해진다.
*자식을 지키는 에사키뿔노린재: 한번 짝짓기를 시작하면 언제 끝날 지 몰라 '곤충계의 변강쇠와 옹녀'로 통한다. 에사키뿔노린재는 사랑도 열정적이지만 자식도 열정적으로 돌본다. 짝짓기 후 암컷은 층층나무잎을 찾아 잎 뒷면에 분만실을 차리고 알을 낳는다. 알을 약 30개 정도. 알이 떨어지지 않도록 산란관옆의 부속샘에서 접착제를 분비해 알을 붙여 놓는다.
보통 노린재는 알을 낳으면 죽어가는데 암컷은 비실대기는 커녕 알 위에 앉아 꼼짝도 안한다. 애벌레가 알에서 태어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알을 끌어안고 지킨다. 열흘정도? 혹 개미같은 천적이 나타나면 팔 굽혀 펴기하여 개미에게 겁을 준다. 그래도 개미가 얼쩡거리면 날개를 활짝 펴 퍼덕거리며 위협하면서 특유의 고약한 냄새를 내뿜어 쫓아버린다. 무더운 여름 알이 더울까봐 날개를 퍼덕거리며 부채질을 해 더위를 식혀준다. 더 신기한 것은 뾰족한 침 주둥이로 바짝 바짝 붙어 있는 알들 사이를 요령있게 이리저리 벌려주어 공기가 잘 통하게 한다.
*배영전문선수 송장헤엄치게: 산소탱크를 몸의 여러부분(가슴과 배의 배쪽 부분, 날개와 몸통사이)에 설치. 특히 몸의 아랫부분(가슴과 배)과 날개가 있는 부분에 산소 탱크 자리를 만들고 공중에 떠다니는 공기를 차곡 차곡 저장. 즉 산소탱크는 물고기로 치면 아가미역할. 또 신기하게도 산소 탱크 주변에는 털들이 물셀 틈 없이 빽빽하게 덮고 있는데, 털들사이에 공기가 들어간다. 그래서 산소탱크를 덮고 있는 털 뭉치에는 공기층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한번 산소탱크에 저장한 공기로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6시간 동안 버틸 수 있다.
*단거리육상선수 길앞잡이: 사람보다 빨리 달리지만 길앞잡이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먹잇감을 쉬지 않고 맹추격해도 놓칠 판에 어떤 때는 먹잇감이 바로 코앞에서 도망가도 계속 추격하지 못하고 멈춰버린다. 그건 먹이 추격중에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고 앞 못보는 장님이 되기 때문. 너무 빨리 달리다보니 사냥감의 상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빛 입자를 충분히 모으지 못하기 때문. 그러니 길앞잡이는 잠시 멈춰서 겹눈에 빛을 모으고 사냥감을 또 쫓아간다. 너무 빨리 달려도 탈 느려도 탈 사는게 참 쉽지 않다.
*마라톤선수 된장잠자리: 봄이면 적도 부근에 살던 된장잠자리가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에 온다. 일본이나 중국 심지어 태평양을 건너기도 한다. 이렇게 장거리 비행을 잘 하는 것은 체형에 비해 뒷날개가 굉장히 큰데다 가슴속에 있는 공기를 보관하는 기관이 넓기 때문.
*곤충계의 쇼트트랙선수 소금쟁이: 소금쟁이는 평생 물에서 살면서도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수 있다. 몸무게가 0.02g밖에 안나가는 녀석의 몸에 붙은 털은 물과 섞이지 않는 기름기가 있는 털. 특히 다리 끝과 배 아랫부분에는 벨벳 같은 솜털들이 깔려 있는데 털 사이사이에는 공기 방울이 잔뜩 들어가 있어 구명조끼처럼 물에 빠지지 않고 잘 뜰 수가 있다. 더구나 이 털들은 기름기가 자르르 흘러 웬만해선 물과 섞이지 않는다. 여기다 물들끼리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표면 장력까지 작용해 물의 표면은 마치 얇은 막으로 코팅되어 있는 듯. 그러니 몸이 가벼운 녀석이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도 물 위를 미끄러지듯이 내달리수 있다.
*곤충계의 피겨스케이트 선수 물맴이: 물맴이의 다리는 완전 기형에다 꽁꽁 숨겨놓고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앞다리는 굉장히 길고 가운뎃다리와 뒷다리는 얼마나 짧은 지 앞다리의 절반밖에 안된다. 재밌게도 물맴이가 빙글빙글 맴돌 때 오토바이 폭주족처럼 폭발적인 속력을 내는 것은 바로 가운뎃다리와 뒷다리 덕. 커다른 몸에 비해 가운뎃다리와 뒷다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납작해 노를 젓듯이 재빠르게 움직여 빠른 속도를 내는데, 앞으로 헤엄쳐 나가기보다는 빙그르르 도는 게 훨씬 편하다. 녀석이 빫고 넓적한 가웃뎃다리와 뒷다리를 1초에 60회 정도 재빨리 돌려 저으면서 빙글빙글 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 속 곤충들
첫번째폭: 가지, 딸기, 방아깨비, 개미, 꿀벌, 나비
두번째폭: 맨드라미, 개미취, 쇠똥구리
세번째폭: 나팔꽃, 여뀌, 사마귀, 물잠자리
네번째폭: 양귀비, 닭의장풀, 패랭이꽃, 도마뱀, 하늘소, 나비
여섯번째폭: 원추리, 개구리, 매미, 나비, 박각시
일곱번째폭: 오이, 귀뚜라미, 개구리, 나비
여덟번째폭: 황촉규(닥풀), 도라지, 개구리, 여치, 나비, 고추잠자리